#행맨밥으로호위기사밥냥이  

밥은 메이저 도련님의 정식 호위기사로 멍청한 인간들과 사는 데에는 도가 튼 고양이었다. 고양이로 사는 게 어떤 감각인지 인간들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밥은 고양이이자 인간의 삶을 살며 그 둘의 괴리를 매번 새삼스레 느끼고 있었다. 인간들은 정말이지 고양이를 몰라도 한참 모르니까.

밥이 그 사건을 목격한 건 몇 시간 전이었다. 메이저의 성(물론 그 성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전혀 밥의 알 바가 아니었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훈련으로 북적거렸다. 그런 날이면 밥은 성의 낮은 지붕 위로 올라가 대련이나 훈련을 엿보곤 했다. 멋있게 머리를 넘긴 악당놈이 펄럭이는 망토를 입고 태양 아래서 검을 휘두르는 광경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밥은 메이저의 호위기사로서 군사훈련 동향을 참고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뿐이다. 정말로! 아무튼, 밥은 업무 지식 습득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지붕 위에 올라간 참이었다. 훈련터에는 병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거나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악당놈이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참이나 자갈돌처럼 구분도 가지 않는 병사들 속에 숨어버린 악당놈을 찾고 있는데, 조용하던 밥의 발치 아래에서 작은 환호성이 들려왔다.

“고양이다!”

고개를 빼어보니 병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댄 그 곳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도 얼룩 하나 없이 아주 하얗고 털이 풍성한 고양이가. 병사들은 기품없이 흙바닥에 발라당 누워 버린 고양이에게 나뭇가지를 흔들고 혀를 굴리며 고양이의 관심을 끌려 애를 쓰고 있었다. 아주 웃기는 짓거리였다. 고양이가 저런 거에 넘어갈 줄 알고? 하지만 밥의 예상과 달리 한 병사가 우물쭈물하며 손을 내밀자 흰 고양이는 냄새를 맡더니 바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니, 지조없긴!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고양이를 쓰다듬고 긁어대는 꼴이 보기 좋지는 않았으나 밥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저 멀리서 태양의 가호 아래 등장한 남자 때문이었다. 이제 곧 기대하던 풍경을 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밥의 예상과 달리 남자, 악당놈은 밥의 근처까지 계속 걸어오고 있었다. 혹시 날 봤나? 밥의 꼬리가 올라가며 목이 울리려던 그때,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악당놈이 밥의 눈 앞에서 망할 흰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것도 재채기를 하면서.

그날 오후 내내 밥은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 구석에 난 틈에 끼어 내내 자기가 본 게 다 뭐였는지 치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밥은 고양이이자 메이저 주인님의 유능한 호위기사였으므로. 

사실 1. 악당놈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어떻게 쓰다듬었더라? 밥은 다시 냉철한 머리로 아까의 충격적인 광경을 재생했다. 흰 고양이의 정수리에 닿은 악당놈의 손이 등을 지나 꼬리까지 부드럽게 떨어졌다. 아니, 아닌가? 조금 더 힘을 줬던 것 같기도 하고 귀를 덮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수백 번도 더 재생한 기억은 늘어진 테이프처럼 조금씩 비틀려갔다. 웃긴 건 그래도 계속계속 화가 난다는 점이었다. 질리지도 않게. 하지만 분명 이것도 이유가 있을 터였다. 초면인 고양이를 그렇게 만지는 건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니까. 맞아! 밥은 새롭게 발견한 명제에 번호를 붙였다.

명제 1. 초면에 고양이를 만지는 건 무례하다.
반박 1. 병사들도 고양이를 그렇게 만졌다.

이 문제는 쉽게 정리되었다. 인간들은 다 멍청이다. 사실. 병사들은 인간이다. 사실. 그렇다면 병사들은 다 멍청이다. 논리적으로 완벽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 고양이는 털이 아주 하얬다고.
머릿속에서 눈처럼 흰 고양이 털에 파묻혀있는 악당놈의 손가락이 느리게 번졌다. 새하얀 털과 나무처럼 그을린 살색이 어지럽게 교차되었다. 조금 더 기분이 나빠졌다. 악당놈은 그때 무슨 표정을 하고 있었지? 자세는? 목소리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다다다 쏟아지며 밥의 정신을 교란시켰다. 밥은 침착하게 다시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 명제를 골라냈다.

명제 2. 근무 시간에 고양이를 만지는 건 직무 태만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밥은 얼마든지 말할 거리가 넘쳐났다. 악당놈은 그리 충실한 기사단장이 아니었으니까. 수시로 밥의 산책길을 가로막고 온 몸을 쿡쿡 찌르고 장난을 치며 밥을 방해하는 게 악당놈의 하루 일과였다. 밥이 아무리 일을 하라고 타이르고 훈계해도 악당놈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렇게 해야 능률이 올라간다나. 능률을 올리겠답시고 밥을 떡 주무르듯 만지며 꼬리로 장난치던 모습이 떠오르자 밥의 귀가 옆으로 벌어졌다. 설마 아까 그 짓거리도 능률을 올리겠답시고 한 일은 아니겠지. 밥은 세 번째 명제로 고양이 만지기와 능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의하려다 말았다. 검증되지 않은 명제였으니까. 잠깐, 그러면 근무시간에 고양이를 만지는 건 직무 태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이것 역시 검증되지 않은 논리다. 밥은 조금 침울한 기분으로 두 번째 명제를 지워버렸다.

명제 3. 고양이는...
밥은 말줄임표 뒤에 숨겨진 논리를 찾아내려다 결국 어떤 적절한 말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밥은 유능한 고양이고 상황은 명백했다. 악당놈이 잘못했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악당놈에게 뭐라고 할 거리가 없었다. 밥은 한참을 더 머리를 싸매고 골몰하다 발라당 드러누웠다.

어쩌면 방법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밥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주인님."
"엉."
"처음 만난 인간이 갑자기 만지는 건 무례한 거지?"

주인님은 한참이나 아무런 말도 없이 개미 행렬만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졸고 있나? 밥이 옆을 흘끔 봤지만 두 눈은 멀쩡히 떠져 있었다. 물론 눈을 뜨고 있다고 주인님이 졸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순 없었지만...

"무례...한... 거겠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어어어, 이거 봐. 얘 설탕덩어리도 혼자 들어!"
"주인님. 무례한 행동이 아닌거야? 막 처음 보는데 목도 만지고, 등도 만지고 그러는 게?"

주인님은 밥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양 거의 바닥에 납작 엎드려 지나가는 개미 얘기만 했다. 왜 저러지? 답답한 마음에 주인님 어깨를 잡자 주인님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다. 이건 확실히 이상한데.

"주인님."
"으응...?"
"주인님은 처음 만난 사람이 목이랑 등 만져도 괜찮아?"
"그을...쎄? 괜찮으면 괜찮...지 않을...까...?"

괜찮다고? 이건 확실히 이상했다. 주인님이 그런 거에 둔하긴 해도 밥이 확실히 교육을 시켜놨었는데. 언제 어떤 놈팽이가...!

"주인님,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아냐, 아냐! 마크가 괜찮냐고 해서 내가 괜찮다고 한거야!"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분나쁜 이름에 밥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놀라우면서도 딱히 놀랍지도 않은 말이었다. 아니, 그 놈팽이가 만나자마자 그런 무례한 짓을 저질렀는데 괜찮다니 말도 안됐다. 이건 분명 그 놈팽이가 메이저 주인님을 꼬드겨서...! 아니 잠깐, 어딜 만졌다고?

"주인님. 소기름 악당이 어딜 만졌다고?"
"밥. 개미가 다 가버렸어. 아무래도 우리도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
"주인님, 주인님!"

메이저 주인님은 후다닥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지도 않고 사라져버렸다. 밥은 홀로 정원에 남아 메이저 주인님을 쫓아갈까 고민하다 그만뒀다. 이렇게 정리가 안된 채로 누군가를 또 만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결국 딱히 갈 곳이 없어 뱅뱅 돌다 돌아온 곳이 계단 구석이었다. 구석에 굴러다니는 잿빛 털뭉치를 보자 이유없이 밥의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저렇게 보니까 진짜 먼지구덩이같네. 애써 잊고 있던 흰 털에 파묻혀 있던 손이 다시 두둥실 떠올랐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해결하지 못한 논리적 난제 때문이겠지. 이걸 해결하기 전까지는 그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고양이로 다시 돌아갈까. 하지만 먼지와 엉켜있는 털을 보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사람일 때는 머리색도 피부색도 먼지같진 않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정말로 마음이 울적해졌다. 먼지같은 색이든 새하얀 눈색이든 그런 건 하나도 신경쓰고 살지 않았는데. 

혹시 악당놈도 먼지구덩이같은 털보다 새하얀 털을 만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
밥은 눈 앞에 굴러다니는 먼지구덩이에 자신을 대입해 보았다. 얼룩인간은 없으니까 인간 입장에서는 얼룩고양이가 조금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겠다. 악당놈도 처음 만났을 때는 밥의 얼룩무늬를 지워버리려고 하지 않았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얼룩고양이가 뭐 어때서! 밥은 얼룩고양이의 멋진 점을 51가지도 넘게 댈 수 있었다. 만약 악당놈이 모르고 있다면 친절하게 알려줄 용의도 있었다. 어쨌거나 인간들은 하나같이 멍청하고 악당놈도 덜할지언정 예외가 될 순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밥은 시장 구석에서 머리를 염색한답시고 이상한 액체를 들이붓던 한 무더기의 한심한 인간들을 떠올리며 방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열심히 가는데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 귀엽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소리할 시간에 일이나 더 해."
"단장님도 좋다고 쓰다듬으셨잖아요! 사실 고양이 기르고 싶지 않습니까?"

작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꼭 천둥처럼 머리 위를 울렸다. 밥은 재빨리 장식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얘 이미 기르는 거 하나 있어."
"뭐에요. 있으십니까? 언제부터요?"
"멍청이들아. 고양이는 기르는 게 아니야."

살짝 나른한 듯 자신감 넘치는 단호한 말투에 밥의 머리가 슬쩍 기둥 너머로 기울어졌다.

"같이 있는 거지."

악당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유와 환호성이 뒤섞여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밥은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벽에 이마를 대었다. 차가운 온도가 밥의 이마를 시원하게 식혔다.

"그럼 집에 있는 고양이가 스노우보다 귀엽습니까?"
"그게 뭔데?"
"아까 단장님도 쓰다듬으셨잖아요. 그 하얀 애 말입니다."
"관심 없어."
"그럼 왜 쓰다듬었는데요!"
"니들이 하는 거 따라해 본거야."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다시 한 번 야유가 쏟아졌다. 밥도 덩달아 고개를 쭉 빼고 악당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조금만 더 고개를 내밀면 악당놈이 보일 것도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밥의 몸이 휘청거렸다. 놀라 뛰어오르려고 했지만 인간의 몸은 어찌나 둔하고 느리던지 밥은 그냥 한 번 더 넘어져 보기 좋게 뻗어버렸다. 그것도 악당놈과 부하들의 눈 앞에서 정면으로.

"로버트! 괜찮아?"

몸을 가누기도 전에 악당놈이 밥을 안아올렸다. 놀라 커진 녹색 눈을 보자 그제서야 창피함과 욱신거림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밥은 그에게 꽂힌 수많은 시선을 피해 웅얼거렸다.

"내가 밥이었음 피했을 거야."

진짜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악당놈의 성의없는 대답뿐이었다. 내려줘. 내가 걸을래. 그 말에는 대답조차 없었다. 밥은 이상하게 자기를 꼭 옥죄는 팔에 눈만 굴리며 얌전히 악당놈의 손에 몸을 맡겼다.



"내가 밥이었음 피했을 거야."
"움직이지 말고. 따갑지 않아?"
"침 바르면 안 따가운데..."

밥을 침대 위에 앉혀놓고 무릎에 약을 바르던 악당놈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밥은 괜히 딴청을 피우며 발을 달랑거렸다. 이깟 상처, 몇 번 핥으면 바로 낫는걸. 하지만 악당놈은 밥의 턱을 들어올리며 낮은 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다 나을 때까지 고양이 금지야."
"그건 내 마음이야!"
"안 돼."

어떠한 타탕한 이유도 없는 비논리적인 주장이였다. 무엇보다 밥이 고양이로 돌아가지 않으면 악당놈은 고양이가 보고 싶어질 때 밥 대신... 거기까지 생각하자 밥은 정말로 조급해졌다. 머릿속에서 흰 털에 온 몸을 파묻고 부비적거리는 악당놈의 모습이 빠르게 돌아갔다.

"대답해. 고양이로 돌아가지 않는 거야."
"싫어!"
"안 돼."
"그럼 너도 안돼!"
"뭐가?"
"그 고양이 쓰다듬으면 안된다고!"
"그 고양이?"

역시나 악당놈은 밥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밥은 유능하며 인내심 많은 고양이였으므로 바보같은 악당놈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들어봐. 얼룩고양이는 아주, 아주 멋진 점이 많아. 우선 옷에 털이 묻어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아. 어두운 밤에도 환한 낮에도 적당히 잘 보이고 또 적당히 안 보인다구. 몸이 좀 더러워져도 그렇게 티도 나지 않고. 또 장갑이랑 부츠를 갖춰입은 것처럼 아주 우아해. 너처럼 맨날 낮에는 흙바닥에서 구르다 밤이면 파티에 가야하는 인간한테는 얼룩고양이만큼 어울리는 게 없단 말야."
"흥미로운 지적이군."

악당놈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밥의 기분이 둥실둥실 부풀어올랐다.

"그에 비해서 흰 고양이는 한 번만 쓰다듬어도 털이 민들레 홀씨처럼 온 몸에 다 날린다구. 그러면 재채기가 나와서 건강에 안 좋아. 또 옷에도 박히고 그러면 눈에 엄청 띌거구..."
"그래서? 흰 고양이보다 얼룩고양이가 낫다고?"
"물론 흰 고양이가 나쁘다는 건 아냐. 모든 고양이는 털 색과 관계없이 우아하고 멋지지. 다만..."
"다만?"
"너한테는... 얼룩고양이가 훨씬 나은 선택지라는 거지. 이건 엄연한 근거가 있는 사실이야."


악당놈이 이렇게나 쉽게 수긍할 줄은 몰랐는데. 밥은 생각보다 순순한 태도에 좀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초면에 고양이를 그렇게 만지는 건 무례한 짓이야. 그것도 근무 시간에! 그건 직무 태만이라고."

이건 반박할 거리조차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밥은 가슴을 꼿꼿히 피며 슬쩍 악당놈의 반응을 살폈다.

"그렇군. 근데 내가 근무 시간에 고양이를 만졌는지 안 만졌는지 네가 어떻게 알지?"
"뭐? 네가 이렇게 만졌잖아!"

자기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양 뻔뻔한 태도에 밥은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밥이 사나운 눈으로 악당놈의 머리에 손을 집어넣어 북북 헤집었다.

"막 이렇게, 여기까지 내려와서 만졌잖아!!!"

밥이 씨근덕거리며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목덜미에서 등으로 훑어내리는 손길에 악당놈이 웃음을 터트리며 밥을 껴안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기분 나빴어? 질투하는 거야?"
"그러면 안 된다니까?"
"그러는 넌? 첫만남에 내 콧잔등을 할퀴었잖아."
"그러는 넌 다짜고짜 고양이를 들어올린 데다가 먼지구덩이라고 했잖아!"
"난 그거 좋아해."
"..."
"넌? 내가 널 살살 쓰다듬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살살?"
"오늘 아침에도 내가 쓰다듬는 게 아프다고 그랬잖아."

그랬다. 도무지 잠도 못자게 괴롭혀 놓고 아침마다 쿡쿡 찌르면서 일어나라고 하니까 짜증이 나서 그랬지. 그리고 정말 아프긴 했다. 허리랑 다리랑 목덜미랑 가슴이랑... 대체 사람 발정기는 언제 끝나는 거지?

"...그게 싫다는 건 아니었어."
"병사들은 어떻게 쓰다듬나 따라해 본거야. 걜 쓰다듬고 싶어서 쓰다듬은 게 아니었다고."
"그래? ...그럼 뭐. 나는 괜찮아. 원래 고양이는 관대하거든."
"그리고 하나 더 말해주자면, 난 고양이한테 관심 없어."

악당놈은 밥의 머리 위에 고개를 얹고 킬킬거렸다.

"내 관심은 얼룩고양이인 동시에 파란 눈을 한 곱슬머리 인간뿐이라고."



고양이의 날에 맞춰 쓰고 싶었으나 한참 늦어버림
그렇다면 오늘을 얼룩고양이의 날로 하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