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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0 00:38
*약빻?

아이스는 벌써 1시간째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제기랄...'

벌써 세 번째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아침마다 그 흑발의 동료를 생각하면서 체액을 빼내는 건, 그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생긴 아이스의 버릇이니까. 주변에서 죄다 철전지 원수로 알던 시절부터니까 벌써 3년도 넘었다.

"...아흐..."

어째 아까보다도 더 많은 체액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세 번째 사정을 하고 나서도 아이스의 아래는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의 주니어는 금세 다시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아이스는 자기혐오와 분노에 사로잡혔다. 이렇게까지 내가 자기통제를 못하던 인간이었던가. 내 몸 하나 내가 마음대로 못한단 말인가. 그러나 자꾸 흥분하는 자신의 아랫도리나 자기위안의 횟수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안정을 찾을 수 없는 그의 정신이었다.  

절정에 도달한 직후부터 밀려오는 불쾌감, 절망감, 우울감, 분노, 무력감. 더 있을까?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말이다. 그 모든 걸 다 늘어놓아도 표현조차 시원하게 할 수가 없는 그런 감정. 횟수가 늘 때마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참을 수 없는 감정. 오로지 정신없이 그것을 쥐고 흔드는 시간 동안 자신이 상상하는 가상 세계에서만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끔찍한 감정. 아이스의 진짜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오늘도 하루종일 가시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오늘처럼 자신이 가상 세계 속에서 애타게 물고 빠는 그 자식의 면상을 보게 되는 날이면 더더욱.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매버릭이 아이스의 불쾌감과 절망의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서로 으르렁대던 시절에도 그렇지는 않았다. 비록 극심한 입덕부정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스는 늘 스스로 알고 있었다. 매버릭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긴장과 설렘일 수는 있어도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장 극렬하게 싸운 날이라 해도 한 번도 매버릭을 보고 불쾌한 적은 없었다. 한때는 잠시나마 행복과 희망으로 가득찼던 때도 있었다. 비록 짧았지만 아침마다 남몰래 즐기는 그 환상이 현실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모든 게 지난일이 돼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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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님, 내일 약혼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의 휴가를 낸 매버릭은 자신을 유독 존경하는 것으로 유명한 크랜슨 중위의 인삿말에 싱긋이 미소로 화답했다. 굳이 관사까지 찾아와 인사를 건네며 작은 약혼 선물을 내미는 그에게 매버릭은 잠시 들어오라는 눈짓을 했다. 

"아, 바쁘실 텐데 괜찮습니다!"
"출발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어. 나도 심심하니 커피나 한 잔 하고 가."

후임은 못이기는 척 매버릭의 관사에 발을 들였다. 워낙 매버릭을 우상시하던 그에게는 슈퍼스타의 집에 들어서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크랜슨 중위는 매버릭의 관사를 신기한 눈으로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뭐가 특별할 게 있을까? 그럴 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특별해 보였다.

"뭘 그렇게 신기하게 둘러봐?"

매버릭이 웃으며 커피잔을 건넸다. 멋쩍어진 크랜슨 중위의 눈에 스몰 토크를 할 만한 좋은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그는 커피 테이블 위에 있던 작은 액자를 들어올렸다.

"아, 이분이십니까?"

매버릭이 커피를 들이키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액자 속 사진의 두 사람은 매버릭과 그의 약혼자였다. 행복해보이는 커플 사진을 들여다보며 크랜슨 중위가 전형적이고도 관습적인 칭찬의 말을 건넸다.

"와, 잘생기셨네요. 키도 크시고......어, 근데."

그냥 무심하게 액자를 내려놓으려던 크랜슨 중위는 갑자기 다시 액자를 들어올려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매버릭의 약혼자 얼굴이 어디선가 본 얼굴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자신은 매버릭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따라서 그의 약혼자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매버릭이 그런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어디에서 봤더라...아! 아니, 혹시 그 라이벌이었다던 그 분? 그 제독님 자제분?"
"...톰 아이스맨 카잔스키?"
"아, 네! 탑건 스쿨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그 사진에 같이 찍히신 분이요. 그 분이 약혼자셨습니까? 몰랐습니다!"
"아니야."
"네?"
"걔 아니라고."
"...아..."

크랜슨 중위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다시 보니 매버릭의 약혼자는 어디로 봐도 민간인이었다. 차림새가 절대 군인일 수가 없었다. 그냥 닮은 사람인가? 그런데, 닮아도 너무 닮았다. 다행히도 매버릭이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닉 카잔스키."
"네?"
"내 약혼자 이름. 닉 카잔스키. 아이스의 쌍둥이 동생이야. 그래서 똑같이 생긴 거야."


아 힘들다 대충 이렇게 시작하는 미친 삼각관계 보고 싶은데

아이스매브
닉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