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짧음ㅈㅇ
십칠년 만에 만났으니 뭐가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처음에 잠깐, 정말 잠깐 못 알아볼 뻔했겠다
콜? 하고 물어보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던 것도 같음
러스트 잠시 말이 없더니 이마를 긁적이더니 담배를 빼물었고 주춤주춤 스툴에 앉은 허니는 여전히 이 재회가 믿기질 않았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맥주 한병이 척 하니 내밀어졌다
그 옛날 지겹도록 붙어다니던 시절에 마시던 맥주네 (허니 혼자만)
엄청, 엄청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요?
보다시피, 그럭저럭
스타일이 많이 바뀌셔서 못 알아볼 뻔했네
아직 루이지애나에 있나?
결혼하면서 그만 뒀어요
괜히 관뒀지 뭐, 하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손가락에는 반지 따위 없었을 거고 굳이 실패한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는데..... 그렇게 깔끔하던 양반이 이러고 추레하게 사는 게 어지간히 궁금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음
“사람들 말이 맞았던 거죠 나는, 너무 감정적인 인간이었던 거지”
회포를 풀기에는 서로 너무 몰랐고 헤어지던 날은 여러모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 때문에
러스트가 사표를 던지고 나간 그 사무실에서 텅 비어버린 앞자리를 보며 일하는 기분은 다시 떠올려도 별로였음
그 옛날 술에 취하던 약에 취하던 울고 불고 진상짓을 해도 덤덤하게 다 받아주던, 지독한 짝사랑에 몰아넣었던 상대방을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고….
이 남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맨정신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탓에 또 과음하게 됐다
취하면 티엠아이 남발하는 게 버릇인지 눈은 게슴츠레하게 풀려서는 또 주절주절 이야기하기 시작했음
러스트는 언제나처럼 듣고만 있었는데
대뜸 눈 앞에 핸드폰을 불쑥 내밀어졌고 허니가 보여준 건 해맑게 웃는, 앞니가 빠진 여자애 사진이었다
“내가 그 개새끼한테 눈곱만큼이라도 고마운 게 있다면 우리 로지”
얘는 나 안 닮아서, 지 아빠 판박이라서 나처럼 안 살 거예요 그렇게는 안 키워요
데려다주던 차 안에서 내내 꾸벅꾸벅 졸기만 하더니 도착할 때즈음에 귀신 같이 깨서는 몇번이나 자기 뺨을 막 때리고 정신 차리려고 갖은 애를 쓰던 (전)두부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나온 딸래미를 끌어안고 보고 싶었다며 뽀뽀하기 바빴다
엄마 또 술 먹었어?? 냄새 나
엄마가 오늘 기분이 좋았어 미안
뒤에는 누구야
옛날에, 엄마 친구... 인사해 아저씨한테
뒤로 쏙 숨어버리는 딸래미한테 가볍게 손을 흔들어준 러스트는 차에 있던 가방을 넘겨줬고 분명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또 이 여자 집 소파에 앉아있음
술 그만 먹겠다더니 딸 재우고 오자마자 소파에 벌러덩 앉아서는 맥주를 꼴깍대길래 가만 보고 있었더니 다 풀린 눈이 껌뻑껌뻑하고…
“나도 이제 다 됐네. 맥주 몇 병 마셨다고 너무 졸린데…”
“먹을만큼 먹었잖아.”
“그럼 내 나이가 몇인데!”
맥주를 먹을만큼 먹었다는 말이었다
사실 두부가 먹을만큼 먹어봤자 러스트보다는 평생 어릴 거고 먹을만큼 먹었다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도 없음 얼굴에 선이 몇 개 더 생기고 살이 좀 빠져서 그렇지 외적으로 티가 나게 변한 건 오히려 러스트고
이제 그쪽 없이도 뭐가 된다고요 무려! 우리 로지 엄마야....
좋은 엄마 되는 게 꿈이라더니 겉보기에는 성공한 것 같은데
아까 술집으로 한껏 당당한 척 저벅저벅 걸어와놓고는 자기 확인하자마자 확 수그러드는 기세를 러스트가 못 봤을리는 없고
가까이서 보니 억지로 크느라 고생했던 모양인지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은 다크서클도 제법 선명해서
십칠년 전 어느 날처럼 어깨로 폭 무너지는 걸 밀어내지도 못하고 결국 또 꼬박 밤을 샜다
“넌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참형사 러스트너붕붕 맥커너히너붕붕
짧아서 미안
개연성이 좃도 없고요.... 걍 이때의 러스트한테도 꽃가루 묻히고 싶엇음
보고싶은 것만 늘어놓는데 봐줘서 고마워들 참형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