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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15:45
뇌절주의 클리셰가 한바구니인데도 재미있게 읽어주는 붕들 고마워..
서브인 가렛이 왜 더 정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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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나더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아픈 마음을 달랬어. 호넷과 범블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것 까지 보고 허니는 신발을 확인했을거야. 낮은 워커. 잘 골랐네 허니 비. 걸어갈거니까!! 허니는 습기 가득 먹은 차가운 밤 공기에 숨을 크게 쉬었어. 코끝이 차가워 지니까 타들어가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겠지. 그 길로 그냥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어.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를 배경삼아 머릿속을 비우고 또 비워냈겠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숙인 채 걸었어. 시발. 허니는 평소에는 입 밖에 내지 않는 욕을 내뱉었어. 비가 왔거든. 입고 있던 자켓에 후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남편한테 매일 바람만 맞는데 머리카락까지 듬성듬성이면 진짜 너무 우울할 것 같단말이야.

허니는 그렇게 끝도없이 걸었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해봐도 결론은 하나야. 비참했지.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저 핑계였을거야. 허니는 인정해야했어. 아니 인정은 처음부터 했지만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으니 이런 저런 변명을 갖다대며 변명했겠지. 그래 좋아해. 허니는 빌어먹을 제 남편을 많이 좋아했어.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이 11시를 넘기고 있는 그때, 허니의 시야에 커다란 발이 들어왔어. 무작정 걷다보니 바로 멈출 수 없었겠지. 결국 머리통을 부딪혔어. 고개를 천천히 들었어. 이렇게 고개를 높이들게 만들만큼 큰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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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찾았습니다. 여사님"

허니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흐트러뜨렸어. 빗물인지 눈물인지 이게 무슨꼴이야. 보좌관님 앞에서만 이렇게 멍청이처럼 왜 우는지.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염치없이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갈무리 할 수도 없었어. 꺼이꺼이 엉엉 소리내서 울었지. 전신주같이 단단하게 서 있는 보좌관의 너른 가슴팍에 기대서 찰리에 대한 서운함과 결혼을 종용하던 아빠에 대한 원망과 상황에 대한 울분과 스스로의 슬픔과 비참함. 온갖 감정이 한데 뒤섞여 눈물을 만들어냈겠지.

가렛은 제게 기대 아이마냥 우는 여사님이 너무 처량하고 불쌍해서, 온 몸을 들썩 거리며 숨이 넘어가는 저에 비해 한없이 작은 체구를 머뭇거리다 감싸 안았어. 커다란 손이 등을 쓸어내리자 서러움이 더 커졌는지 더 크게 우는 허니였지. 빗줄기는 거세졌어. 차가운바람도 불기 시작했어. 가렛은 쥐고있던 큰 우산을 허니에게 내밀었어.

"잠시만 들고 계십시오."

훌쩍거리며 우산을 받아든 허니는 곧 제 앞에 등을 보이며 주저앉은 가렛을 보았을거야.

"업히십시오"
"저..저기 보좌관님."
"비맞습니다. 얼른요."

허니는 한 손으로 얼굴이 부볐어. 그리고는 조심히 업혔지.

"우산 무거우니까 제 어깨에 걸치십시오."

안그래도 큰 우산이 들고 있기 힘들었는데.. 허니는 염치없지만 넓은 어깨 한쪽에 걸쳤어.

"어떻게 알고..오셨어요?"
"의원님이 보내셨습니다."

허니는 당황했어. 분명 찰리는 앤과 함께 있으면서 샤워를..

"여사님이 전화하셨을때 의원님과 전 회의중이었고, 휴대폰은 집무실 안에 있었습니다."
"그럼.. 앤 작가님은.."
"집무실에 기별도 없이 왔었습니다."
"다행이다..."

가렛은 허니에게 뭘 다행이라고 생각하느냐 묻지 않았어. 그냥 묵묵히 등을 내어줬을뿐이였지. 주차한 차가 있는 곳으로 가는길이 멀고도 길었어. 가렛은 젖은 허니가 혹시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어. 훌쩍거림이 잦아들고, 규칙적으로 숨을 쉬는 허니의 숨결이 가렛의 귀 언저리를 간지럽혔어. 가렛은 자꾸만 쳐지는 허니를 다시금 올려 업었지. 최대한 접촉을 피하려 두 팔을 잡았을거야.

"고마워요. 보좌관님.."




허니는 히터를 최대한 튼 차 내 뒷자석에 거의 누운채로 집으로 오는 도중여 빗줄기가 거세지는 바깥 풍경을 눈에 담으며 생각했어. 도대체 뭐가 다행일까. 최악의 지옥까지 경험한듯 음울하던 마음은 조금 나아졌는데 뭐때문에 나아진건지 알기에 더 비참했어.
집무실에 앤이 불쑥 찾아왔고, 앤이 말한대로 그런 상황은 아닌데.. 그래서 뭐..? 결국 찰리는 지금 앤과 함께 있고, 허니를 찾으러 온건 가렛인데, 뭐가 달라졌기에 다행으로 생각하는건까. 역시 멍청함에 끝을 달리는구나. 허니는 입술을 깨물었어.

반사경으로 그런 허니의 우울한 모습을 보던 가렛은 앤의 자해를 이야기 해 줘야하나 고민했을거야. 근데 그냥. 이유가 어찌되었든 찰리는 앤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넘어가버렸고 허니에게 상처를 준것 또한 맞았기에 상황 설명 또한 상처를 준 찰리가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 결국 가렛은 집에 도착할때까지 왜 찰리가 오지 않았는지 말 해 주지 않았을거야.

"도착했습니다 여사님."

차고에 차를 넣고, 뒷자석을 보았지. 젖은 몸으로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허니를 물끄러미 눈에 담았어. 화장은 처음부터 하지 않은건지 말간 얼굴로 세상 모르게 주무시고계셨겠지. 가렛은 한숨을 쉬었어. 스스로 자꾸만 허니에게 마음이 가고 있다는걸 알았으니까.
안쓰럽고 안타깝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점점 더 어두워져가는게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가렛 스스로 허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이런것뿐이었겠지.

이미 허니는 계약이든 그게 아니든 찰리와 결혼을 했으니까.


가렛은 휴대폰을 들었어. 그리고 찰리에게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허니가 비를 맞았고, 젖은 상태에서 차 뒷자석에 잠들어있다는 말을 덧붙혔겠지. 잠시 뒤 곧 도착한다는 찰리의 답장을 받고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줬어.

허니를 외롭게 만드는 찰리가 원망스러웠어. 이럴꺼면 헤어지라고 할 만큼 감정이 심하게 동요되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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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사촌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앤을 데리고 갔어. 가는길에 저와 앤의 관계를 알고 있는 앤의 미술재단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지. 병원으로 바로 도착한 담당자의 사인으로 응급수술에 들어갔고, 상처봉합이 끝난 후 입원실로 옮겼어.


핏기없는 얼굴로 누워있는 앤을 보는 찰리는 여러감정이 들었어. 안타깝기도했고, 원망스럽기도했지. 붕대가 감긴 얇은 손목을 안타까운듯 쳐다보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어. 이렇게 힘들꺼면서 왜 끝까지 결혼은 거부했을까 싶었을거야.

찰리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입원실에 앉아 앤이 깨길 기다렸어. 곧 찰리의 사촌 형이 입원실을 찾았고,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다고 말을 해왔어.

"어쩌다가 이랬어?"

앤과의 오랜 인연을 알고 있던 형이 물었지만 찰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복잡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그저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을거야. 찰리의 등을 두어번 두드리고 병실을 빠져나가던 형은 문앞에서서 말했어.

"조심해. 보는 눈이 많다. 넌 결혼했잖아."












"이번처럼 집중 못 하던 적이 없으셨는데...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그랬습니까.."

찰리는 이번 터키 출장에서 열흘 넘게 제대로 못 먹고 못 자던 앤에 대해 말하는 담당자를 그저 멍하게 보며 고개만 끄덕였어. 사실 정말로 크게 감흥이 없었거든. 제 목숨을 아끼지 않는 앤의 모습에 너무 큰 실망을 했으니까. 죽을 위기에서 살아남아 끔찍한 기억을 묻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살고 있는 제 앞에서 어떻게하면 그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 그럼에도 찰리는 아직까지 남은 앤에 대한 애정으로 차마 자해를 하고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 그녀를 내버려두지 못 했음. 어떻게든 앤을 가렛에게 맡기고 허니에게 갔어야 한다 생각했지만 지난 수십년의 세월을 끊어내기란 어려웠어. 찰리는 깊은 숨을 내 뱉었음.

"찰리..."

수면마취에서 깬 앤이 찰리를 불렀어. 스스로도 끔찍한 행동을 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찰리와 눈을 마주하는 것 조차 민망한지 눈을 내리깔았지. 찰리는 옆에 같이 있던 담당자를 병실밖으로 내보냈어. 잠시만 피해달라 양해를 구했어. 문이 닫히자마자 원망섞인 목소리로 앤에게 물었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가 뭐야..?"
"널 나눠갖는게 싫어.."
"뭐...?"

생각지도 못 한 앤의 대답에 찰리는 되물었어. 정확하게 의미를 알고싶었거든.

"그냥 찰리 안아주면 안될까...?"
"앤. 난 너한테 뭐야?"
".....응?"
"너 나랑 왜 만나?"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당연히 뭐..?"
"좋아하니까 만나지"
"좋아한다고?"
"아니 사랑하니까 만나지.."
"내 배경이 좋은게 아니고?"

찰리는 쉽사리 사랑을 입에 담지 못 하는 앤을 내려다보았어. 생각해보면 지난 5년동안 찰리는 앤에게 그 흔한 사랑한다 소릴 먼저 들어 본 기억이 없었겠지. 당연히 앤도 찰리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찰리와 같은 순수한 감정은 아닌듯 했어.

"너 지금 나 의심하는거야...?"
"아니, 앤. 확인하고싶은거야."
"뭘...? 난 너때문에 죽을 각오도 했어..! 근데 뭘 확인할게 있
있다는거야?"
"나 때문에 죽을 생각도 했으면서 왜 나랑 결혼은 싫었던건데...? 나랑 결혼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찰리.. 그게 그렇게 중요해?"
"내가 네가 정해 준 애먼 여자랑 결혼해도 너만 사랑할꺼니까, 그러면 넌 네 인생 살면서 나랑 그대로 만나고 네가 원하는대로 다 할수 있으니까.. 아니야?"
"찰리. 나 지금 너무 아파. 그냥 안아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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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앤은 항상 이랬는데, 사랑에 눈 멀고, 책임감에 짓눌린 찰리의 눈엔 이제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을거야. 찰리는 지난 수십년의 시간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려 공중에 소멸되어 버리는 것 같은 참담함에 눈을 감아버렸어. 앤은 알고있던 찰리의 모습이 아니여서 당황했어. 평소라면 그냥 안아주고 져주고 참고 넘어가주었을텐데...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있다는걸 본능적으로 알았겠지.

"찰리....왜그래...응?"
"알아도 모르는 척 해왔는데 지금 널 보니까 내가 널 이렇게 만든것같다."
"맞아 찰리, 그러니까 이번 선거에서 재선 되면, 허니 비 랑 헤어지고..그냥 나랑 지금처럼.."
"하아....."
"괜히..결혼하라고 한 것 같아. 그냥 이렇게 연애하면서 지낼껄.. 어차피 걔도 다 죽어가던 회사 살리고 나쁘지않잖아"

변명이라고 늘어놓는 궤변에 찰리는 한숨만 내쉬었어. 저의 잘못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앤의 태도에 환멸까지 느낄 정도였지. 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앤을 향해 말했어.

"쉬어라"

소리치는 앤을 뒤로한채 찰리는 병원을 빠져 나왔어.






















"수고했어."

가렛은 잠든 허니를 안고있는 찰리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허니 너 좋아해"
"알아"
"확실하게 해."

찰리는 대답을 하지 못 했어. 그런 상관을 내려다보며 한숨 짓는 가렛은 차를 타고 차고를 빠져나갔어.
휴가를 간 사라의 부재로 집안은 서늘했어. 찰리는 잠든 허니를 그대로 안고 집안으로 들어가 쇼파에 뉘였어. 불을 켜고, 난로를 켰지. 따뜻한 물을 컵에 따라 가지고 온 찰리는 잠시 몸을 뒤척이던 허니의 머리맡에 앉아서 제 아내를 내려다 보았어.

가렛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지. 자신의 우유부단한 행동들 때문에 상처받는 두 사람이 그려졌을거야. 확실하게 해야했지만 아직 멍청하게도 제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어. 아니, 사실은 알았어. 이미 찰리는 십수년의 세월보다 한달의 시간이 더 크게 와닿았을테니까. 보여주기식 부부놀이로 시작했지만 무관심이 미안함이되고, 고마움에서 익숙함이 되어 가는걸 깨닫지 못 할만큼 바보는 아니었지. 매일 아침 출근하면 책상 위에 놓인 결혼사진이. 마당한켠의 텃밭이. 서재에서 마시는 밀크티와 비스켓이. 항상 반대로 걸어놓는 자켓과 넥타이가. 밥먹으면서 종알거리는 그 목소리도... 그리고, 긴장속에 살던게 무색할만큼 허니와 함께 있으면 편한 자신의 모습까지 익숙해졌으니까. 찰리는 훈훈해 져 오는 실내 공기에 깊은 한숨을 쉬었을거야. 이미 찰리의 마음엔 병원에 누워있는 앤의 자리는 없었어.



"의원님은 머리를 자르는게 더 이뻐요"

찰리는 언제 일어난건지 퉁퉁 불어있는 눈 두덩이를 하고선 미소를 지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을 하는 허니를 내려다보았어.

"다 이쁘지만...헤헤"

다시 눈을 감고 잠들어버린 허니를 보며 긴장했던 얼굴에 미소가 걸렸겠지.

계속 이렇게 두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 하지만 부부사이라도 옷을 함부로 갈아입히면 안되지. 찰리는 허니를 일으켜 앉히고 살짝 흔들었어.

"일어나서 씻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찰리다..."
"부인."
"내가 부인은 맞아요?"

허니는 실없이 웃었어. 아마도 술에 취한 듯 했지.

"장난이예요. 저 씻어야겠어요"

일어나면서도 다시 주저앉는 허니를 부축하며 한숨을 쉬었어. 씻겨줄수도 옷을 갈아입힐 수도 없는게 불편했지.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안될 것 같고.

"1층 욕실을 쓰십시오. 물 받아놓겠습니다."
"아 2층 가기 귀찮았는데... 고맙습니다 의원님"

다시 누워버리는 허니였어. 찰리는 바로 일어나서 욕실로 가 뜨거운 물을 틀어 차가운 욕실 공기를 데웠음. 그리고 거실로 나왔지. 무슨생각인지 이미 허니는 옷을 벗고 있었을거야. 찰리는 샤워가운을 들고 빠른걸음으로 뛰어가 허니의 몸을 감싸고 욕실 안으로 밀어넣고는 문을 닫았어. 속옷만 걸친 채 졸지에 욕실에 가둬진 허니는 술에 취해서인지 부끄러운 마음보단 그냥 모든게 다 서러웠을거야. 다시금 차오르는 눈물을 삭히며 속옷을 벗고 욕조안으로 들어갔음.

좋아해요. 많이 좋아해요.

허니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어. 좋아해. 한번도 내뱉은적 없지만 익숙한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졌어. 기분탓이겠지. 허니는 그렇게 넘겨버리고 물 속에 온 몸을 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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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요. 많이 좋아해요.."

가렛은 잠든 한시간동안 같은 말을 반복하던 허니를 따라했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처연한 허니의 울음섞인 그 목소리를 아마 한동안은 잊지 못 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허니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은 찰리겠지. 가렛은 알고 있지만 왠지 씁쓸했을거야.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줘봐도, 답지않게 음악을 틀어봐도 그 씁쓸함은 이성적인 가렛을 계속 괴롭혔어. 오늘은 잠들기가 힘들것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겠지.










뜨거운 물이 미지근해지고, 몸이 차가워질때쯤 허니도 집 나간 이성이 돌아왔어. 도대체 무슨짓을 한거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 욕조에서 나왔어. 젠장할.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도 않았네. 허니는 칫솔도 2층에 있다는걸 깨닫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겠지. 아 미쳤나봐 진짜... 욕조에 물을 비우고, 샤워기를 틀어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씻고 머리까지 감았어. 어떻게 나가야해. 고민하기를 잠시, 샤워가운이 시야에 들어왔어. 저거라도 둘러쓰고 나가자. 단단히 몸에 감고 조심히 문을 열었지.

아.. 저기 왜 계신거야진짜.

허니는 쇼파에 앉아 tv를 보는 찰리의 뒷모습을 보고 망연자실 했을거야. 그래도 언제까지 여기 이곳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 차라리 나간다고 말을 하면 피해주시지 않을까.

"찰리..저 나가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 들릴리가 있나. 움직임도 없이 앉아있는 뒷모습에 입술을 깨물었어. 다시 소리를 크게 했지.

"찰리. 저 나가요...!"


찰리의 시선은 tv를 향해있었지만 모든 정신은 욕실안에 있었을거야. 허둥지둥 하는 소리부터 나간다는 말까지 전부 다 들었지만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머릿속이 복잡했음. 결국 찰리는 제 손에 들려있는 헤어 드라이어를 한번 보고는 결심했겠지. 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어. 예상한대로 샤워가운만 입은채 촉촉한 피부를 하고 서 있는 허니가 보였어. 빠른걸음으로 걸어갔지. 저를 보며 당황한듯 어정쩡하게 선 허니의 손을 덥썩 잡고서 요즘 찰리가 쓰고 있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을거야.





"차.찰리! 우린 아직...!!"


더듬거리며 바르작 거리던 허니는 곧 얌전해졌어. 허니의 예상과는 달리 파우더룸에 앉혀진 상태로 머리카락이 말려졌으니까. 얼굴이 붉다못해 타들어갈정도로 열이 났어. 젠장 쥐구멍이라도 있었다면 당장 숨었을거야. 빙글빙글 머리가 돌았어.
자꾸만 헷갈리게 만드는 찰리가 미웠어. 머리를 왜 말려줘... 누가 말려달라고 했냐고... 놀리는건가.. 무슨생각으로 이렇게 해 주는지 알고싶었어. 이건, 어차피 찰리의 정치인생에 도움 되는 행동이 아니잖아. 눈물이 났어. 눈알이 따갑다못해 빠질것같은데 또 눈물이 눈치도 없게 흘렀겠지. 주먹을 쥔 두손에 힘이들어갔어.


젖어있던 머리가 보송보송해지자 찰리는 드라이어의 전원을 껐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허니가 고개를 들때쯤 찰리는 그녀가 계속 울고 있다는걸 깨달았을거야.

"왜 자꾸 헷갈리게 만드세요..?"
"허니"
"이러시면 저 너무 비참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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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다시 젖어버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는 찰리가 야속했어. 헷갈리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면서도 그 손길이 너무 좋아서 더 밉고 더 싫었어. 허니는 찰리의 손을 쳐냈어.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지. 저보다 훨씬 더 큰 그를 올려다보았어. 그리고 말을 했어.

"전 장난감이 아니예요. 이용하시려면 이용만 하세요. 이런식으로 마음까지 흔들지 마시라구요. 기대하고 상처받고, 서운하고 외롭고 비참해지는거 싫으니까 마음도 없으면서 괴롭히지마세요."

무슨 정신으로 쏘아붙혔는지 모르겠어. 술이 깬 줄 알았는데 더운 드라이어 바람때문인지 다시 술기운이 도는것도 같았어. 허니는 그를 쏘아보고는 방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갔지. 한걸음에 계단 두세개씩 쿵쿵 거리면서 걸었어. 너무 화가 났으니까. 멍청한 제 스스로에게도, 더 멍청한 의원님에게도.

피말리는 하루하루. 이제고작 한달이 넘었지만 감정소모가 생각보다 컸나봐. 다 놓고싶을 지경이었어. 허니는 제 방문을 열었지. 그때 뒤따라온 찰리에 의해 팔이 잡혔어. 제 감정에 심취해 찰리가 따라오는것도 몰랐던 허니는 갑작스런 움직임에 몸이 굳었을거야. 찰나의 시간동안 허니의 시야가 바뀌고 곧 허니의 갈라진 입술 위로 찰리의 입술이 겹쳐졌어.




















훈남너붕붕 가렛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