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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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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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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허니는 조간신문을 보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어. 의원님이 집으로 오지 않았다는걸 기자들이 알고 있을 줄 이야. 웃긴건 젊고 패기넘치는 찰리허냄의원이 신혼여행까지 반납하고 입법에 힘쓰고 있다는 내용이었음. 허니는 샐러드를 포크로 사정없이 찍어 입안에 털어넣었어. 정치인이 이런거구나. 나름 자유롭게 살던 허니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갑갑해졌을거야.



"여사님"
"말씀중에 죄송한데요. 어차피 의원님은 거의 안계실 것 같은데 그냥 이름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네?"
"진짜진짜 너무 불편해서요. 허니라고 해주세요..네?"



허니는 동글동글 눈망울을 사정없이 불쌍하게 만들고는 중년의 사용인에게 애원했음. 여사님. 물론 그게 맞는 칭호라는 건 알고있지만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거든. 이제 막 사회에 발 들인지 일년이 채 되지않은 아직 어린? 나이인 내가 '여사님'이라니...! 의원님이 남편이라고는 하나 뭐.. 그걸 믿는 사람들은 여기 이 집에 아무도 없을꺼고. 허니는 의원님이 부재일 동안에는 그냥 편하게 지내고싶은 마음뿐이었음. 냉궁에 갇힌 무늬만 황후노릇은 하고싶지않았지.


조간신문을 허니만 읽은게 아니었는지 아침댓바람부터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어. 허니는 뭐라고 답을 써야 최대한 자연스러울지 머리통을 굴려봤지만 썩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않아 그냥 읽고 씹었음. 그리고 다시 주식 앱을 열어서 즐겨찾기에 추가되어있는 친정 회사명을 검색했어. 역시 고공행진이야. 허니는 가라앉은 기분을 애써 갈무리하며 첫날밤 독수공방한 새신부를 놀려대는 친구들에게 ㅗ 하나를 보내고 말았을거야.














"옷 가져와 안 챙겼네 내가."
"저..저기 의원님"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하던 제 보좌관이 토를 달자 집무실에 앉아 이번에 꼭 통과시켜야 할 법들의 사소한 문제들을 보던 찰리는 눈쌀을 찌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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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에 한번 들어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여상하게 물어오는 제 의원님을 보던 보좌관은 죽을맛이었을거야.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말하고, 각종 청문회에서 국민들을 시원하게 대변하는 젊은 정치인. 보수당의 새 일꾼인 완벽한 제 의원님에 대해 조금씩 뒷말 아닌 뒷말이 새어 나오고 있는걸 알았거든. 사실 찰리가 정치판에 뛰어든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 온 보좌관은 앤의 말에 전혀 한 톨만큼의 마음도 없는, 아니 인연조차 없는 허니 비 와 결혼을 결심한것부터 미친짓이라 생각했어. 대외적으로 찰리는 앤의 부탁에 여자친구의 존재도 알리지 않았기에 결혼발표는 문제될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앤을 정리하지도 않은채 결혼이라니. 거기다가 계약서까지 써서 그저 불쌍한 여자아이 하나 데려다가 집에 쳐박아놓고 앤과는 계속 만나는게 이해가 안되었지. 물론 영리한 보좌관은 한번도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어.

의원님이 결혼식을 하신지 벌써 나흘이 지났는데 사무실과 호텔 펜트하우스만 왔다갔다 하시니 말이 안 나오는게 이상하지. 반년도 채 남지않은 선거에 낙선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드러난 사생활이 깨끗한게 제일 중요한게 아니겠어...? 의원님의 거의 모든걸 책임지는 보좌관이기에 더 할말은 해야겠다 생각했지.





"사무실앞에도 의원님 댁 앞에도 파파라치들이 있습니다."
"알아"
"결혼식 올리신지 나흘동안 여사님 얼굴 한번 안 보시면 분명 노동당에서 딴지를 걸껍니다."
"흠..."
"그럼 앤 아가씨의 정체도 드러날거고"
"그건 안되지. 앤이 싫어할거야"




보좌관은 찰리의 대답에 짧게 숨을 내 쉬었어. 모로가도 목적지로만 가면 되지.. 독수공방하는 안쓰러운 허니 비는 안중에도 없는 저 지독한 의원님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있기를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의원님을 멍청한 시선으로 따라가니 곧 의원님 특유의 어이없다는 듯 한 말투가 들렸지.






"뭐해. 얼른 나서지않고"

문을 열고 나가는 의원님의 뒷모습을 보며 보좌관은 차키를 챙겨 부리나케 따라갔을거야.














"허니! 허니, 어디계세요..?!"


보좌관으로부터 집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허니가 있을 방문을 열었지만 허니는 어디에도 없었어. 아니 진짜 도대체 어딜가신거야. 오늘 아침도 평소랑 전혀 다를게 없었는데.. 무슨일이라도 생긴건가. 저택 정리가 한창인 사용인들 제외한 몇명은 허니를 찾아서 온 집안을 쥐잡듯 뒤졌지.

근데 웃긴건 허니는 집 안에 없었어. 정원 구석에서 아침부터 텃밭을 만들고 있었거든. 몇개없는 공구비슷한것들을 창고에서 주워와서 흙을 뒤집어 파고, 고랑을 만들었어. 흙을 만지작거리니까 빌어먹을 기분도 확실히 좋아지고, 비온 뒤 촉촉하게 젖은 땅에서 올라오는 흙내음도 좋았어. 씨를 사 와서 심어야지. 외롭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는데는 농사가 제격이지. 손바닥으로 흙을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콧노래를 부르는데 저 멀리서 급하게 허니를 불러대는 소리가 들렸어. 허니는 끙차- 노인들이 낼 만한 소리를 내며 우두둑 하는 무릎을 두 손으로 짚고 일어났지.


"여기서 뭐하세욧...! 의원님이 오신대요!!"
"아.. 그래요..? 그럼 전.. 뭘하면되죠?"


사용인은 온 몸에 젖은 흙을 잔뜩 묻힌채 멍청하게 물어보는 여사님께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음.. 새신부가 신랑이 온다는데 뭐.. 좀 예쁘게 꾸미거나.. 아니.. 안 보고싶은건가.

허니는 사실 보고싶거나 설레거나 이런 마음이 전혀 없었겠지? 첫날엔 우울했고 남편 전화번호도 모르는 제 처지에 자낮모드가 되어 침대에서 벗어나질 않았어. 둘쨋날엔 바보같게도 스스로 의원님의 서재로 가서 허니의 아버지가 작성한 계약서와 똑같은 서류철을 발견했고, 앤 아가씨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들을 보며 더 땅굴을 파고 들어가버렸음. 세번째날엔 도저히 이렇게는 뒤질수도 있겠다싶어 밥도 두그릇씩 먹고,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도 하고, 제 아버지한테 용돈도 두둑히 받아 쇼핑도 했겠지. 그리고 오늘 흙장난을 시작했고.

다시 말하지만 허니는 냉궁에서 말라 죽어가는 황후는 되고싶지않았어. 처음부터 의원님의 사랑은 못 받을거라 생각했고, 그걸 체감했으니 어떻게든 소소한 행복이라도 찾아서 웃으며 살고싶었거든. 그래서 지금 의원님이 집에 오는게 전혀 새삼스러운일이 아니었지. 의원님은 허니를 보러 오는게 아니고, 그냥 집에 온거니까.


"의원님 오셨어요!"

뭐. 집주인이 오셨다니 얼굴은 비춰야겠지. 허니는 흙이 묻은 그대로 대충 털어내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어.



턱시도를 입은 모습 실물로 한번, 기사 사진으론 정장입은 모습만 봤는데 편한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은 의원님의 모습은 색달랐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연예인을 본 것 처럼 두근거렸음. 허니는 또 그대로 드러냈다간 쳐다보지말라는 축객령이 떨어질까 의도적으로 의원님의 시선을 피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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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색이 그게 뭡니까?"


아니나다를까. 의원님은 그때 그 무서운 목소리로 또 허니를 나무랐음. 온 몸에 덕지덕지 묻은 흙은 따뜻한 실내 온도 때문인지 마르면서 바닥에 떨어졌거든. 지저분한걸 정말 싫어하는 우리 의원님은 왜 앤이 이런 여자를 콕 찝어서 데리고 들어왔는지 알것같은 기분이 들었음. 도대체 뭘 했길래 저런꼴로 있는건지... 인상이 저절로 써졌겠지. 자신을 더러운 오물 보듯이 내려다보는 의원님을 마주한 허니는 속상했을거야. 사실 무섭기는 했지만 이런 취급까진 받아가며 여기서 살고싶지 않았거든. 결국 허니는 참지 못 했겠지...?



"아니. 미리 말씀 해 주셨으면 이렇게 안 있었겠죠.."
"내가 내 집에 들어오는데 미리 말해야합니까?"
"그럼 저도 제 집에서 도둑고양이처럼 살아야하나요?"
"뭐, 뭐라구요..?"
"이런꼴 보기 싫으시면 저한테 미리 연락 주시고 집에 와주세요. 뭐 어찌됐든 저도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의원님 아내니까 인격적으로 존중이라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만한 인품은 되시잖아요. 허냄의원님"



허니의 말에 의원님 뒤에 서 있던 보좌관은 웃음을 참아야했어. 굴뚝청소를 하고 왔는지 얼굴까지 거뭇거뭇한 모습으로 잘도 되받아치는 여사님이 마음에 들었을거야. 과정이 어떻든. 지금 의원님이 누구를 사랑하든지간에 우선 여기가 합법,거기가 불법이니까.


"전 그럼 씻고 올게요."


옷만 가지고 바로 펜트 하우스로 갈꺼라던 의원님이 왜인지 잠잠하게 쇼파에 앉아만 있는게 의아스러웠지만 보좌관은 언제 가실껀지 묻지 않기로 했어.













쑥쑥한 저녁 식사시간이야. 허니는 사용인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그 시간이 그리울지경이었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치받았을까. 죄송합니다 하고 빨리 씻으러갈껄. 지금에서 후회해봤자 무슨소용인가.. 허니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깨작거리기만 했어. 넓은 식탁에 달랑 둘만 앉아서 말 한마디 없이 이게 뭐란말인가. 허니는 무슨 말 이라도 해서 이 적막을 깨고싶었겠지?



"텃밭 가꾸는 걸 좋아해서요..먹을 수 있는건 다 심고싶은데, 의원님이 싫다하시면 하지않을게요."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네.."
"앞으로 동행해야 할 행사가 많을겁니다. 대외적으로는 부부니까 말을 맞춰야할것들부터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찰리는 씻기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허니의 텐션에 당황했음. 그래 맞아. 찰리의 집이지만 허니의 집이기도했지. 허니 덕분에 앤의 존재가 드러나지않게되고, 정치도 할 수 있으니까 고마워해야했지. 그런 허니가 이 집에 살면서 불편해하는건 찰리도 원하는게 아니었을거야.
허니는 다시 머리통을 요리조리 굴렸어. 세부적인 조항에 허니의 인권문제도 좀 다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빵에 크림치즈를 야무지게 발라 입 안으로 넣을듯.















A 찰스 메튜 허냄
B 허니 비 허냄

•A와 B는 법적인 부부관계이므로 정상적인 가족관계로 보여야한다.
- A와 B는 서로의 가족에게 최선을 다한다.
- A와 B 사이의 일들은 절대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는다.

•B는 A의 사생활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B는 A의 허락없이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B는 A의 공식행사에 조건 없이 동행한다.
•B는 영리활동을 할 수 있으나 A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여 선택한다.

•A는 B와의 결혼생활동안 회사를 보호한다.
​•A는 B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B를 인격적으로 존중한다.
•A는 출근과 퇴근을 포함한 공식일정은 B에게 보고한다.
•A는 B의 건전한 취미생활을 무시하지않는다.





더 세부적인건 살면서 추가하는게 좋겠다며 휘갈겨 쓴 종이는 변호사 공증을 받겠다는 소리를 끝으로 드레스룸에 들어간 의원님, 곧 옷가지 몇개를 챙기고는 문밖을 나서셨지. 잘 다녀오라는 말은 집으로 올거라 믿음이 있을때 하는 말이니, 허니는 그저 조심해서 가시라는 인사밖에 못 했겠지. 그와의 두번째 만남도 그냥 그렇게 흘러가버렸어.












찰리는 공증받아 법적 효력이 생긴 빳빳한 종이를 내밀었어. 선거시즌 전이라 일분일초가 바빴지만 젊고 유능한 보수당의 떠오르는 정치인의 타이틀과는 상반되게 제 애인앞에선 그저 사랑에 빠진 남자였으니까 보좌관의 만류에도 친히 운전까지 해서 여기 이 곳에 왔겠지. 앤은 하나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봤어. 뭔지 모를 불안감이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듯 기분이 상했을거야. 왜냐면 앤은 그저 그 순진해보이는 아가씨가 집안에서 인형처럼 숨쉬면서 살꺼라 생각했으니까.



"보니까 어떤데?"
​"내가 예상했던 유형은 아닌가보네.."
"무슨소리야?"
"A는 출근과 퇴근을 포함한 공식일정은 B에게 보고한다. 여기서 공식일정은 나랑 관계 없는거..?"
​"당연"
"그러면 나한테 올땐 뭐라고하고 올껀데?"
"응?"

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어. 답지않게 머뭇거리는 찰리를 보고야 말았거든. 찰리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딱 두번 그 여자를 마주했다는걸 알았지만 앤은 찰리를 그런식으로라도 나누고싶지 않았음. 하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것도 앤은 알았을거야.

"아냐. 찰리, 자고 갈꺼지?"











앤의 불안감이 근거가 아예 없는 감정은 아니어야겠지. 찰리가 조금 달라진건 우연이 아니었어. 무슨생각인지 직원들이 결혼식 때 찍은 사진과 액자들을 의원님 집무실로 배송주소를 기입하는 바람에 기나긴 화상회의가 끝나고 머리통을 짚으며 고심에 빠져있는 의원님이 직접 받아냈거든. 무게가 상당한 상자들을 열어보니 뾱뾱이로 잘 감싸져있는 화사한 웨딩사진이 큰 액자안에 담겨있었을거야. 새까만 계약으로 가득찬 관계의 부부였지만 사진속 신랑신부는 그냥 일반적인 신랑신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게 웃기기도하고, 혼자 집안에 갇혀 생활하고 있을 사진 속 '신부'에게 미안하기도하고. 여러감정이 들었겠지.
큰 액자는 1층 거실과 2층 허니 혼자 쓰는 침실에 걸고, 중간크기와 작은 액자들은 여기저기 놔둬야겠단 생각을 했어. 하면서도 스스로 놀랐지만 그래도 갑자기 잡지사에서 허니와의 인터뷰를 빙자한 갑작스러운 방문을 할 수도 있는거고.. 찰리는 커피를 사러 나간 직원들 중 보좌관에게 액자를 차에 실어놓으라고 했어.




허니는 자신이 잠든 사이 의원님께서 집에 들리셨다가 해뜰때쯤 다시 나가셨다는걸 들었어. 밤늦은 시간이라 말을 못 했다는 의원님의 문자에 허니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 올랐으면 좋겠다. 차고로 향하시는 길에 점점 더 넓어지는 제 아내의 텃밭으로 들렸다가 이것저것 구경한다고 조금 늦게 시동을 건것까지 안다면 의원님이 왜 이러시나 오해까지할듯.





찰리는 비교적 차가운 이미지의 젊은 정치인이었어. 옳은말 바른말 다 하고, 보수당 내에서도 중도의 정치성향이 강한편이었지. 정치의 더러운 때가 잔뜩 묻은 중장년의 어른들 사이에서도 살아남기위해선 더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야했기에 상대적으로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없었겠지. 그래서 찰리는 공식행사들이 보통 말 그대로 격잡힌 호텔이나 연회등이 대부분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나름 일반 서민 위주의 행사들이 잡혔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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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여기좀 봐 주세요!!"

여기저기서 사진들이 찍히고, 마켓의 상인들은 너도나도 가게에서 뛰어나와 지역구 의원인 찰리를 보겠다고 난리였겠지. 찰리도 정치판에 뛰어 든 이후 마켓 잠행은 처음이라 답지않게 긴장했음. 특유의 미소를 잃지않은채 여기저기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하나하나 화답하며 팔자에도없는 브이와, 하트를 번갈아가면서 해댔겠지. 그때 뜬금없지만 어느 한 리빙 아울렛 가게가 눈에 들어왔어. 찰리는 보좌관을 힐끗 보며 그쪽으로 향했지. 인파가 찰리를 따라다녔어.


"지금 뿌리면 잘 자라는 채소가 있을까요?"

찰리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직 새싹 단계인 꽃나무와 각종 채소들을 바라보며 상인을 향해 물었어. 나이가 지긋한 가게 주인은 나긋나긋한 어조로 의원님께 말을 했지.

"꽃나무가 아니라 채소를 찾으세요?"
"네. 집에 있는 아내가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거든요."


인파들의 환호가 좁은 가드닝샵을 가득 채웠어. 갑작스레 잠행에 나선 의원님을 뒤늦게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의원님의 입에서 처음 아내가 언급되자 녹음기를 켜고, 정신없이 메모장을펴서 따라적었지.



"여사님이 뭘 좋아하세요?"
"먹을 수 있는건 다 좋아해요."
"그럼 몇개 챙겨드릴게요. 다음엔 같이 오세요 의원님"
"그러겠습니다."



먹을 수 있는건 다 좋아하고, 집에서 텃밭을 가꾸는 허니 비 허냄. 찰리가 무늬만 아내인 허니로 인해 좀 더 서민들과 친밀해지는 순간이었어.





훈남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