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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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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늘어진다... 미안합니다...
이런걸 읽어줘서 정말 고맙다...
설정날조ㅈㅇ, 의인화ㅈㅇ, ㅋㅂㅈㅇ, ㄴㅈㅈㅇ, 썰체ㅈㅇ

애인 분이 기다리실텐데 먼저 퇴근하시라는 범블비의 권유에도 옵티머스는 범블비와 함께 근무 일지를 작성하며 하루를 마무리했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야간 근무조인 프라울과 벌크헤드가 도착했는데 뭔가 두 사람의 표정이 이상했어. 무슨 일이 있냐는 옵티머스의 질문에 벌크헤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을거야. 수상한 차량 한 대가 파출소 앞에 서 있는데, 그 옆에 더 수상한 남자가 서 있었다고 말이야. 프라울이 무슨 문제라도 있으시냐며 말을 걸었더니 아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어서 그냥 돌아왔다고도 덧붙였어. 그 말을 들은 옵티머스의 표정이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어. 옵티머스는 적안의 중년 남성이냐며 그의 인상착의를 물었고, 그 질문에 벌크헤드는 "옵티머스의 지인분이셨어요?"라고 되물었는데, 충분히 옵티머스의 의심에 확신을 더해주기에는 충분한 대답이었을거야.

그리고 황급히 창 밖을 살피던 옵티머스는 말 그대로 그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어. 역시나 옵티머스의 예상대로 파출소 앞에 서 있던 것은 메가트론이었지. 아니 기다리고 있겠다고는 했는데 그렇다고 다짜고짜 파출소 앞까지 찾아오면 어쩌자는건지!... 메가트론의 입장도 있으니 당연히 도착하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겠거니, 라고 적당히 생각하고 있던 옵티머스였기에 이런 방문이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거야.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다고 짚어줘야 하는건지...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잃은 옵티머스가 망연자실하게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순간 메가트론과 두 눈이 마주쳤을거야. 그런데 메가트론은 당황하지도 않고 오히려 태연하게 반갑다는 듯 옵티머스를 향해 눈인사를 건넸지. 

범블비는 그런 옵티머스에게 귓속말로 애인분이 데리러 오신거냐며, 너무 다정하시다고 연신 어쩔줄을 몰라했지. 물론 그런 범블비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옵티머스의 기력은 실시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어. 그가 자신의 애인이라고 범블비에게 거짓말을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들통나게 생겼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 차라리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넘어갈걸 그랬나... 아니, 범블비 성격상 언젠가는 또 물어봤을게 분명한데... 그보다 메가트론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하지만 그런 옵티머스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범블비는 한시라도 빨리 옵티머스를 그의 연인에게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고, 결국 옵티머스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체격의 범블비에게 이끌려 사무실을 빠져나왔을거야.

일단 범블비의 손에 이끌려 메가트론이 있는 곳까지 도달한 옵티머스는 황급하게 메가트론에게 작게 속삭였어. 아무리 그래도 파출소 앞까지 직접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가 알아서 갔을텐데 너무 위험하다고 말이야. 메가트론은 그런 옵티머스에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거냐고 다정하게 속삭였어. 아니, 걱정하는게 당연한거 아니야? 어쨌든 그는 범죄자고, 여기는 파출소잖아. ...그런데 왜 내가 이 사람을 걱정해주고 있는거지? 멋대로 파출소 앞까지 찾아온건 메가트론 본인이잖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옵티머스는 당신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이쪽도 곤란한건 마찬가지라고 얼버무리고는 일단은 빨리 돌아가자며 메가트론을 재촉했어.

하지만 메가트론은 "자네의 직장 동료분들께 인사도 없이 갈 수는 없지."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어. 옵티머스는 그런 메가트론에게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할거냐는 질책과 함께 그를 차량으로 끌고가기 위해 있는 힘껏 팔을 잡아당겼어. 하지만 한 팔로 가볍게 옵티머스를 부축하던 그를 옵티머스가 단순히 힘으로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 낑낑대며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옵티머스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메가트론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묘한 시선들에 고개를 돌려보았어.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연인들의 사소한 사랑싸움처럼 보였던 모양인지, 파출소에 있던 다른 동료들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거든. 메가트론은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던 옵티머스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고는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던 옵티머스의 동료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어. 그런 메가트론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자기가 다 설명하겠다고, 잠시만 기다리라며 메가트론을 막아서려고 했지. 그런데 메가트론이 꺼낸 이야기는 뜻밖의 것이었어. 남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다른 이에게 인사를 받는 것이 더 어울리는 그가 먼저 나서서 정중하게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거든.

"처음 뵙겠습니다. 아무래도 옵티머스가 많이 신세를 지는 모양이군요."

그런 메가트론의 모습에 범블비와 벌크헤드는 자기들이 오히려 신세를 진다며,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나며 인사를 드리기 바빴어. 오로지 프라울만이 그런 두 사람 곁에 서서 메가트론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지. 그러더니 대뜸 "죄송하지만 옵티머스 팀장님과는 어떤 사이이십니까?"라고 물어보았어. 그런 프라울의 질문에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고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던 범블비는 그의 팔뚝을 가볍게 치며 그런걸 왜 물어보냐며 핀잔을 줬을거야. 그리고 그 질문을 듣자마자 옵티머스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하다 이내 체념한 듯 고개도 들지 못했을거야.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짓말은 왜 괜히 해가지고... 

결국 자포자기한 옵티머스가 "사실은..."이라며 입을 떼려던 순간, 메가트론이 그런 옵티머스의 행동을 막아섰어. 정확히 말하자면 옵티머스보다 먼저 프라울에게 "어떤 사이일 것 같나?"라며 역으로 질문을 던진거야. 그런 메가트론의 질문에 프라울은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반적인 사이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받아쳤어. 그런 프라울을 바라보는 메가트론의 시선이 서늘하게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프라울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똑바로 메가트론의 시선을 응시했어. 그런 프라울의 시선 속에서 메가트론은 어렵지 않게 그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해냈지.

메가트론은 맹랑하게 자신에게 덤벼오는 프라울의 태도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섣부르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어. 게다가 이 이상 오래 머물렀다가는 옵티머스의 심장이 버텨내질 못할테니까. 일단 지금은 한발자국 물러나주는게 좋겠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메가트론은 이제 그만 돌아가자며 여전히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불안한 표정을 짓는 옵티머스에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었어.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표정이 풀리는 옵티머스였지. 아무런 숨김없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옵티머스의 표정을 바라보며 메가트론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을거야. 그리고 그런 옵티머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조금 더 그를 놀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그런 생각과 함께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을거야. 메가트론은 다정하게 옵티머스의 허리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렇게 대답했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군. 애인으로 보여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이 했으니 말이야."
"예?"

이 자리에서 이 발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옵티머스 뿐일거야. 저 이야기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바로 입에서 반론이 튀어나올 뻔했으니까. 아니, 내가 당신을 연인이라고 속인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를 한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당황한 옵티머스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려는 순간, 메가트론이 먼저 선수를 쳤어. 소중한 공예품을 쥐기라도 하는 듯 조심스럽게 옵티머스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오며, 서글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이야.

"저번에는 내가 잘못했네. 자네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심한 말을 해버려서..."
"아, 아니, 그, 그게!..."
"아직도 화가 나 있는 모양이군. 자네의 동료들 앞에서 나를 피할 정도로 그렇게 내가 미웠나?"
"아, 아뇨!! 아닙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횡설수설하는 모습에 메가트론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을거야. 저번달 스타스크림이 거래 실패로 해먹은 손실금액을 떠올리며 간신히 웃음을 억누르고 있던 차였지. 그리고 메가트론과 가까이에 붙어있던 옵티머스가 그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축 가라앉아 있는 눈빛과는 대조적으로 어째서인지 묘하게 올라가있는 입꼬리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또 메가트론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 이게 진심이 아닌 연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니 지금 당장 장난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데, 어째서인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어.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어째서인지 생각하는대로 말이 나오질 않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눈앞의 이 인간이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커플들의 사랑싸움...처럼 보였기 때문에 일단 벌크헤드와 범블비를 속여넘기는 데에는 완전히 성공한 모양이었어. 여전히 프라울만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거든. 하지만 이내 프라울도 그런 시선을 거두고는 실례가 많았다며, 이만 돌아가보셔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지. 

"자, 잠깐!... 인수인계도 덜 끝내고 왔는데..."
"오전 근무내용은 범블비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애인 분도 오셨는데 먼저 들어가시죠."
"어? 야! 왜 나를 끌어들여!"
"그래요, 옵티머스. 매일 저희 신경쓰시느라 정시퇴근도 못하셨잖아요."
"그, 그렇지만..."

결국 옵티머스는 한참을 망설이다 오늘은 정말 미안하다고,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고 몇 번씩이고 사과를 하고는 메가트론과 함께 차량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옵티머스의 손길에 꿈쩍도 하지 않던 메가트론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물흐르는 듯한 발걸음으로 옵티머스의 손길을 따르고 있었어. 옵티머스는 메가트론의 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까지도 범블비에게 내일 야간근무때 만나자고, 그리고 다른 두 사람에게는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며 끝까지 사과를 했어. 그렇게 차에 올라탄 채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세 사람중 벌크헤드가 먼저 입을 열었을거야.

"어... 그런데 옵티머스가 애인이 있었던가?"
"딱 봐도 감 안와? 요즘 한참 옵티머스 상태가 이상했잖아! 애인이랑 싸워서 그런거라니까?"
"그런가?..."
"그렇다니까! 요즘 원래대로 돌아온 것도 그렇고, 오늘 데리러 온 것도 그렇고... 그리고 방금 서로 말하는거 못들었어? 화해한거겠지!"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범블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또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도 같아서, 벌크헤드는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어. 뭐, 남성분도 옵티머스의 애인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했으니까 아마도 사실이겠지. 내일 오면 옵티머스에게 물어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며 신나하는 범블비와 내일부터 뭐라고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벌크헤드까지... 그런데 프라울은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난 자리를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어. 뭔가 생각할 것이 있는 모양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프라울의 팔뚝을 범블비가 아프지 않게 찰싹 때리며 장난을 걸어왔어.

"어이, 프라울!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설명해주면 알아듣기는 할거고?"
"아까부터 계속 사람 속 긁는 소리만 한다?"

누가봐도 토라졌다는 듯 입을 비죽 내미는 범블비의 모습에 프라울은 작게 미소지으며 범블비의 머리를 한번 거칠게 쓰다듬어주었어. 지금 자기 키 크다고 자랑하는거냐며 짜증을 내는 범블비였지만 내심 그 손길이 싫지는 않았는지 툴툴거리며 마저 머리를 정리했을거야. 
 

***


이후 차 안에 둘만 남게되었을 때, 그제서야 메가트론은 큰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했어. 옵티머스는 당신이 저질러놓고는 웃음이 나오냐고, 왜 그런 짓을 저지른거냐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을거야. 그런 옵티머스에게 메가트론은 오히려 태연하게 되물었어. 자신이 그 자리에서 뭐라고 대답해주기를 원했느냐며 말이야. 그 질문에 옵티머스는 그야 당연하다는 듯 예전 직장 선배라던가 다른 대안도 있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메가트론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자네는 직장 선배와 이런 관계를 가지나?"
"말이 그렇단거죠, 말이!..."

더 이상 이야기했다가는 스스로도 말이 주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옵티머스는 한숨을 푹 쉬고는 내일부터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냐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떻게든 가라앉히려 했을거야. 그런 옵티머스의 모습을 보던 메가트론은 앞으로도 자신과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으려면 그냥 그렇게 둘러대는 편이 더 편할거라고 이야기해줬어. 비번날에 애인과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면 그것보다 좋은 핑계거리가 어디있겠냐는 설명도 덧붙였지. 그 대답에 옵티머스는 내심 메가트론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했을거야. 사실 그가 자신의 연인이라는 거짓말을 먼저 꺼낸 쪽은 (고의는 아니었지만) 옵티머스였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런 메가트론의 대답을 들은 뒤에도 옵티머스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거야. 물론 거짓말을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그를 속였다는 죄책감이 양립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째서인지 메가트론이 자신과 연인이라고 둘러대는 편이 좋을거다,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꼈거든.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이상한 압박감에 옵티머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더라도 특별히 원인이라고 할 만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기에 자신이 메가트론을 속이려고 했다는 죄책감에 기반한 불안감 때문일 거라고 생각을 정리해버렸을거야. 

그렇게 생각이 조금 정리되고 감정을 가라앉힌 옵티머스는 왜 갑작스럽게 오늘 만나자고 했는지 이유를 물었어. 설마 그냥 얼굴만 보려고 부른 것은 아닐테고,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게 아니냐며 다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며 메가트론과 눈을 마주했지. 티없이 맑은 푸른색의 벽안 너머로 메가트론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춰졌어. 자신을 처음 마주했을 때에도, 엘리타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신을 두려워할 때에도, 수많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여과없이 드러내는 그 눈을 메가트론은 좋아했지. 특히나 그 눈에 비춰지는 감정의 대상이 자신일 때 메가트론은 묘한 만족감을 느끼곤 했어. 왜냐하면 메가트론의 머리로 훤히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숨기지도 못하는데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메가트론의 예측과 완벽하게 엇나가는 행동을 하곤 했거든.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메가트론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며 느낀 바가 있었어. 조금이라도 확실하지 않은 정보나 상황에 도박을 걸지 않는 것이지. 메가트론은 상황에 관여하는 모든 요인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이 자신의 통제 하에 돌아간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에만 방아쇠를 당겼어. 그런데 옵티머스는 그런 메가트론이 자꾸 자신의 신념을 시험하게 만드는 존재였어. 애초에 메가트론은 경찰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짓이라 할지라도 상대에게 자신의 정보를 흘리는 일같은건 하지 않아. 철저하게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대를 그대로 짓밟아버리는 것이 메가트론의 방법이었지. 

그날 병원에서 처음 그를 만난 날 일회성이었다지만 자신의 연락처를 건네준 것도, 이후에 계속해서 옵티머스와 만남을 지속하는 것도 모두 메가트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들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눈앞의 이 젊은 경찰은 알고 있을까? 자신의 신념을 어겨가면서까지 너와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평생 이 사실을 모르는 채 살아갈지도 모르지. 하지만 메가트론은 굳이 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남자는 아니었어. 오히려 평생 옵티머스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기를 바랬지. 자신이 먼저 거래라고 선을 그은 이 관계에 다른 개념의 정의를 붙이게 된다면 그 누구보다 괴로워할 것은 옵티머스일테니까. 

그렇게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메가트론을 다시 현실로 끌어내리는 것은 옵티머스의 목소리였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는 한거냐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옵티머스의 모습에 메가트론은 싱긋 웃으며 옵티머스와의 거리를 좁혔을거야. 그리고는 이렇게 속삭였지.

"정말 자네가 보고싶어서 불렀다고 하면, 자네는 화를 낼건가?"

마치 귀에 심장이 하나 더 달려있는 것처럼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했어.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의 목소리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듯 했지. 화들짝 놀란 옵티머스는 순식간에 메가트론과 거리를 두고는 자신을 그만 놀리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달라며 씩씩거렸지. 또다시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옵티머스의 모습에 메가트론은 아무 대답 없이 웃어보이고는 이내 양복의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옵티머스에게 내밀었을거야. 방금 전의 장난 때문에 주춤거리며 경계하던 옵티머스였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였어. 자신의 손에 쥐여진 물건을 확인해보니 새까만 usb 하나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것을 알 수 있었어. 이게 뭐냐는 옵티머스의 질문에 메가트론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질문에 답했을거야.

"최근 경찰청에서 쫓고 있는 대규모 사기조직에 대한 정보일세."

대답을 듣자마자 옵티머스는 하마터면 깜짝 놀라 usb를 놓칠 뻔했어. 무슨 그런 이야기를 식당 메뉴 고르듯이 태평하게 이야기하냐며 그것을 다급하게 다시 메가트론에게 건네주려고 했어. 하지만 이내 메가트론은 자네에게 건네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였지. 자신의 조직과 거래중인 조직인데, 최근 경찰과 손을 잡고 자신을 밀고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첩보가 들어왔다고 말이야. 그래서 이쪽이 먼저 처리하기 위해 준비중이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지. 그런데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며, 당신 조직과 관련된 일이니 도로 가져가라고 옵티머스가 메가트론에게 그것을 억지로 돌려주려고 할 때, 메가트론은 이런 이야기를 꺼냈지.

"난 상관없지만... 일주일 이내로 자네가 그것을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면 우리쪽에서 손을 쓰는 수밖에 없네."
"그게, 무슨..."
"설마 배신자를 그냥 돌려보낼 거라고 생각했던건가?"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옵티머스도 어느정도 눈치챘겠지.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다시 느꼈을거야.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가, 그 때 자신들이 쫓고 있던 범죄자라는 것을 말이지. 그동안 메가트론과 시간을 보낼 때 첫 만남을 제외하면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메가트론이 먼저 꺼낸 적은 없었기에 잊을 뻔 했지만 거래가 아니었다면 엄연히 그는 옵티머스가 쫓아야 할 상대라는 것을 말이야. 또다시 마주하게 된 현실에 옵티머스는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들려진 usb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어. 그런 옵티머스의 모습에 메가트론은 의아하다는 듯 다시 되물었을거야. 

"돌아가고싶지 않은건가?"
"네?"
"출처가 어찌되었건 그 정보가 윗선에 전달되는 즉시 자네를 원래 근무처로 복귀시키려 할걸세. 그 정도로 엄청난 정보라는 이야기지."
"..."
"자네도 알지 않나. 그 때의 일은 자네의 잘못이 아니라는걸. 그리고 자네는 이런 파출소에 머무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야."
"...무엇을 원하시는거죠?"
"뭐, 자네가 손을 써준다면 그나마 인도적인 차원에서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네. 목숨으로 갚는 것보다야 감옥에서 몇년 썩는게 저쪽 입장에서는 차라리 낫지 않겠나?"

지나치게 옵티머스에게 유리한 정보들 뿐이었어. 정말, 이걸 넘기기만 하면 되는건가?... 과거의 행복했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어쩌면 옵티머스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판단일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나 눈 앞의 손익관계가 명확한 제안이었어. 하지만 어째서인지 옵티머스는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을 품었을거야. 왜 이것을 굳이 자신에게 넘겨주는거지? 메가트론 정도라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아마 경찰 윗선에 심어둔 인물이 아예 없을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거든. 그럼 메가트론이 직접 그 사람들에게 정보를 건네주면 끝나는 일일텐데, 굳이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주면서까지 자신에게 이 정보를 건네주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끝내 옵티머스가 도달한 결론은 모종의 이유로 메가트론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었어.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것을 냉큼 경찰에 가져다 바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자신이 이것을 경찰에 넘기지 않으면 메가트론은 그 배신자들을 '처리'할 것이 분명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옵티머스는 또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을거야.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어느새 메가트론의 차량은 옵티머스의 집 앞에 도착한 참이었지. 메가트론은 그것 때문에 이번주 목요일 약속을 잊어버리지는 말라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옵티머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지.

태워다주셔서 감사하다고, 목요일에 뵙겠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며 차에서 내린 옵티머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메가트론이 가볍게 차의 클락션을 울려 옵티머스를 불렀어. 고개를 돌린 옵티머스에게 메가트론은 이렇게 말했을거야.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자네의 몫일세. 그것으로 인한 결과도 자네의 선택에 따른 것이고."
"..."
"하지만 책임은 모두 내가 부담하지. 자네는 그저 스스로의 선택을 나에게 보여주게."

그리고 너무 늦게까지 고민하지는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렇게 메가트론은 옵티머스의 시야에서 사라졌을거야. 아직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색 usb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할 터인데 그것이 주는 무게는 너무나도 옵티머스의 심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어. 그날 저녁, 취침 전까지 한참을 뒤척이던 옵티머스는 결국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서랍 안쪽에서 발견한 두꺼운 명함 케이스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듯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을거야. 아직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은 모양인지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어. 몇 년만에 듣는 익숙한 목소리에 옵티머스는 한참을 망설이다 이내 입을 열었을거야.

트포, 애니멧, 메옵, 메가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