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65926896
view 5591
2023.09.27 23:54
형질인이 있는 세상이긴 한데 흔치는 않고, 오메가는 더더욱 희귀함. 조로는 시모츠키 마을에 있을 때 이미 발현했는데, 엄청 열성 형질이라서 평소에는 향도 안 나고, 어지간해선 알파 향에 영향도 안 받음.

문제는 일 년에 2~3번 블규칙적으로 오는 히트임. 사실 억제제 꼬박꼬박 먹으면 몸살 감기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오메가 억제제는 부작용이 심해서 그거 먹으면 검사 노릇할 수가 없으니까 조로는 안 먹는걸 선택함. 밀짚모자 해적단 들어온 뒤로는 더더욱 그랬음. 전투원으로써의 컨디션도 중요했고, 어차피 해적 생활하면서 억제제를 안정적으로 갖고 있기도 어려우니까. 문제는 억제제를 안 먹으면 아무리 열성이라도 오메가는 오메가라서 히트 때 알파를 엄청 갈구하게 된다는 거임.

그래도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운 좋게 히트 왔을 떄가 어디 섬 같은데 정박했을 때라서 사창가 같은데 가서 알파 사서 히트를 넘겨왔음. 딱 한 번 못 그랬을 때는 어차피 전투 직후라 부상이 심했을 때여서 쵸파도 그냥 조로가 부상 때문에 열이랑 근육통 심한 줄 알고 항생제 같은거 더 줘서 그럭저럭 넘겼음.

zip zip해서

어쩌다가 밀짚모자 해적단이랑 하트 해적단이랑 한 달 정도 동행하게 됐음. 섬에 정박한 상태는 아니고 바다 위인데, 이러나 저러나 해적단 둘이 붙어있으니까 매일 저녁마다 써니호에 모여서 식사하는게 루틴이었음. 폴라탱호는 잠수함이니까, 써니호의 넓은 덱이나 잔디밭에 모여서 서로 교류하고 노는거지. 그 날도 그런 날이었음. 근데 로우가 평소처럼 조로랑 한 잔 할려고 쓱 둘러보는데 애가 안 보이는거임. 가장 가까이 있던 우솝한테 물어보니까 그러고보니까 아침에 마스트에서 자고 있는거 같긴 했는데 그 후로는 못 봤는데 아마 평소처럼 오전 내내 훈련했을테고 지금은 어디서 자고 있지 않겠냐 하고 대수롭지 않아함. 그럴만한게 조로는 별일 없는 한 워낙에 고양이처럼 볕 잘드는데 기가막히게 찾아서 낮잠 자거나 혼자 체력단련실에서 시간 보냈으니까 딱히 이상할게 없는 거였음. 근데 상디가 고기를 산처럼 쌓은 엄청 큰 접시 들고 지나가면서 한마디 덧붙였음. 걔 오늘 점심 안 먹었으니까 (단체 식사에도 안 오고 따로 뭐 먹으러 부엌 찾아오지도 않았음) 어디서 자고 있는거 아니겠냐고.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함. 조로는 혼자 불침번 서고, 훈련하고, 낮잠자고 하면서 단체 식사에 안 나타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어서. 낮잠 스팟도 항해 중이다보니 햇볕 잘 드는 곳이 매번 다르니까 조로가 어디서 자는지는 작정하고 찾아다니지 않는 한 알기 어려웠음.

밀짚모자 애들이 아무렇지 않아하니까 로우도 그런가 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징베나 나미랑 마시는건 조로랑 마시는거에 비하면 재미가 영 별로기도 하고, 혹시 조로가 (진짜 설마 그 정돈 아니겠지만) 자기네 집이나 다름 없는 써니호에서도 길 잃었나? 하는 생각도 불쑥 들어서 조로 찾아봐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남. 다들 흥겹게 저녁 식사(거의 파티 수준) 하고 있고,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음.

로우는 남들한텐 조로 찾는단 말은 안하고 그냥 취기 돌아서 바람 쐴라 그런다고 하고 써니호 내부를 찬찬히 돌아보기 시작함. 그러다가 지하 1층 보강용 목재 창고를 지나는데 우성 알파인 로우 코에 순간적으로 찌르는 듯한 오메가향이 스쳤음. 그냥 오메가 향이 아니라,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오메가 향이었음. 로우는 의사로서의 본능과, 알파로서의 본능에 홀린듯이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감. 보니까 구석진 곳에 조로가 웅크리고 누워있는데, 하의는 한쪽 구석에 벗어던져놨고, 두 다리는 하혈로 피투성이고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음. 항상 팔에 묶고 다니는 두건은 신음을 틀어막느라 입에 물고 있고. 오랜 시간 하혈이 멎었다가 다시 흐르다가를 반복했는지 말라붙은 핏자국과 새로 흘러나오는 피가 두 다리에 뒤엉켜 있었음. 바닥에는 돛을 보강할 때 쓰는 컨버스천과 방수천을 깔아놔서 배의 마룻바닥이 더러워지진 않았지만, 그건 조로가 자기 상태를 미리 알고 여기 틀어박혀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음.

"조로야."

로우는 한층 더 신경써서 자기 알파향을 꼭꼭 갈무리하고 곧장 조로 곁에 무릎 꿇고 앉아 상태를 살폈음. 통증에 몸을 덜덜 떠느라 누가 들어온 줄도 몰랐던 조로는 자길 부르는 목소리에 겨우 눈만 깜빡여 로우를 올려다봤음. 조로가 처음에는 상대방이 누군지 몰라서 경계했다가, 자신인걸 알고 눈과 어깨에 힘이 풀어지는 걸 보고 로우는 조심스럽게 조로 몸을 마저 살폈음. 아무리 봐도 조로는 오메가고, 지금 유산이 진행 중인 걸로 보였음. 남자 오메가는 임신해도 정말 막달까지는 티가 거의 안 나니까 이게 유산인지 사산인지 아직 분간은 안 가지만 어쨌든 위험한 상태였음. 로우는 당장 조로를 의료실로 옮기려고 섐블즈를 하려는데 조로가 로우 손목을 잡고는 고개를 저었음.

"...안 돼."

그러더니 억지로 일어나 앉으려 하길래 로우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게 도와줬음. 진통이 더 심해지는지 두건을 깨문 입에 더 힘이 들어갔는데도 헐떡이는 호흡 새로 억눌린 신음이 터져나왔음. 로우는 얇은 두건 대신 자기 모자를 조로 입에 물려주고 조로의 남성기 아래에 달려서 계속해서 피를 쏟아내고 있는 조로의 자그마한 여성기를 촉진해봄. 자궁문은 정상적인 출산에 비하면 반 정도 밖에 안 열렸지만, 주수를 다 채우지 못한 태아도 그만큼 작다보니 이미 산도로 태아가 나오고 있었음. 진통이 몰려올 때마다 조로는 고통에 찬 신음을 삼키면서 손가락 마디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제 허벅지를 붙잡고 바들바들 떨었고, 로우는 그런 조로의 오른손이 제 왼쪽 손목을 붙들게 하고 (고통 때문에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을 정도로 세게 쥐었지만 로우는 개의치 않았음) 자신의 오른손으로는 출산을 도왔음. 손 끝에 만져지는 태아의 머리 크기로 짐작하건대 아마 6개월쯤 된 것 같았음. 지금 출혈량이나, 써니호나 폴라탱호 둘 모두의 의료실 설비를 감안하면 조로의 의견을 무시하고 의료실로 옮긴다 한들 아이가 살아서 태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았음. 그러니까 사산인 셈임.

지하 1층이고, 창문이 없는 목재 창고이지만 로우는 손목 시계를 통해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고 있는지는 잘 알았음.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고, 자정이 되어가는 동안 조로는 진통에 허덕이며 로우의 팔목을 붙든 채 로우의 지시에 따라 힘을 줬음. 로우는 의사들 특유의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힘을 주라든가, 잠깐 멈추라든가, 숨을 어떻게 쉬라든가 하는 지시를 내려줬고 조로는 하혈과 호흡 때문에 멍한 상태에서 될수있는대로 지시를 따랐음.

"머리 나왔어. 거의 다 됐다."

특히나 심했던 진통과 골반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은 고통 뒤에 로우가 담담하게 격려했음. 조로는 땀에 잔뜩 젖어 숨을 헐떡이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마지막이다. 길게. 10, 9, 8..."

로우의 지시에 따라 마지막으로 힘을 주고 나자 태아가 제 몸에서 빠져나가는게 느껴졌고 조로는 그대로 신음 섞인 숨을 몰아쉬며 제 다리 사이에 밀려나온 핏덩이를 내려다봤음. 로우는 제대로 된 출산에서 태어난 아이를 대하듯이 처치했지만, 조로는 이게 사산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음. 아이는 울지도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음.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작고, 차가운 아이를 로우가 그냥 포기하지 않고 몇 번 더 숨을 불어넣고, 심장 마사지를 해주는 걸 물끄러미 보다가 조로가 말했음.

"...죽었으니까 그만해도 돼."

로우는 딱히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지만, 처치하는 손길을 멈추지는 않았음. 하지만 5분 정도 지나고 나자 로우도 결국 손길을 거뒀고, 조로의 입에 물려줬었지만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제 모자를 주워 아이를 그 안에 조심스럽게 담았음. 그것 말고는 아이를 감쌀 만한게 돛용의 거친 컨버스 천 뿐이었으니까.

로우가 후산을 마저 돕는 동안, 조로는 벽에 등을 기댄 채 힘없이 늘어져 눈을 감았음. 하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온 몸에 힘이 없었음. 로우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섐블즈로 어딘가 이동했다가 금방 돌아왔음. 타올 여러 장과 따듯한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왔고 그걸로 조로의 땀에 젖은 몸과 핏자국과 체액으로 엉망이 된 다리와 손을 닦아줬음. 그리고 여의치 않아 자기 모자로 감싸뒀던 사산된 아이를 다른 깨끗한 타올로 제대로 감싸줬음. 조로는 벽에 기대 늘어진 채 로우가 뒷정리를 하는 걸 보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로우도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지 않았음. 짐작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음. 오메가 억제제는 부작용이 심한데다 뱃생활을 하면서 억제제가 떨어지지 않게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 안 먹었겠지. 그래도 히트가 오면 알파랑 자야 했을 거고. 그러다가 결국 임신했는데 본딩 알파도 없고, 열성 오메가니까 사산하는건 뻔한 수순이었음. 그래도 로우는 의사로서 억제제 복용을 권해봐야 했음.

"조로야, 이것 보단 억제제가 몸에 차라리 낫다."

"그럼 검을 못 잡잖아."

예상한 대답이었음. 로우는 말 없이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조로에게 알약 통과 물병을 내밀었음.

"진통제다. 네 시간에 한 알씩 먹어. 닷새 정도는 먹어도 된다."

조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선 한 알을 넘겼음. 로우는 섐블즈로 바닥에 깔려있던 피에 젖은 컨버스천과 방수천을 치워버리고 (아마 바다에 버려졌을 것임) 조로의 옆에 나란히 앉았음. 얼마 안 있어 조로의 머리가 힘없이 로우의 어깨에 기대졌고 목재 창고의 노란 전구빛 아래, 오로지 배의 기우뚱한 소리만 울렸음.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조로는 로우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한쪽 구석에 벗어뒀던 제 하의를 챙겨입고는 타올에 싸인 채 바닥에 놓여있는 사산된 아이를 집어들음. 진통제를 먹긴 했어도 아직은 조로가 계단을 오르내릴 힘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로우는 섐블즈로 3층 갑판으로 함께 이동했음.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파티에 가깝던 저녁 식사는 이미 파한지 오래고, 다들 자러 들어간 뒤였음.

다른 곳도 아니고 배 위니까 시신을 계속 끌어안고 있을 수는 없었으므로 결국 바다로 보내주는 수밖에 없었지만, 깜깜한 밤 바다에... 이 한 팔에도 다 들어오지 못하는 작은 걸 던져버리고 싶지는 않았음. 어디부터가 수면인지 보이지도 않는 새카만 갑판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로가 거의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음.

"...못하겠어."

로우는 말 없이 조로가 끌어안고 있던 타올 덩어리를 조심스럽게 넘겨 받고는 섐블즈로 사산된 아이를 바다로 보내줬음. 수면 위로 아주 작게 울린 퐁당 소리가 마지막이었음. 로우는 힘이 없어 휘청거리는 조로를 제 품안에 가두듯이 안아 부축하고는 말했음.

"조로야, 앞으로 히트 때는 나를 불러라."

zip zip zip해서 알파 피임약은 부작용도 거의 없어가지고 로우가 약먹고 조로 히트 같이 보내주고 뭐 그렇게 조로 침대 버릇 로우가 하나씩 다 자기 취향으로 바꿔놓고 그러다가 원피스 찾고 다 마무리 되면 둘이 잘 살겠지 뭐!

한조각 조로텀 로우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