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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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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놀랍게도 아직도 일상파트가 안끝났다...
진도가 왜이렇게 느리지...
ㅋㅂㅈㅇ, ㄴㅈㅈㅇ, 의인화ㅈㅇ, 말투 왔다갔다 함...
라쳇과 알시와의 만남 이후로 스모크스크린의 핸드폰에는 옵티머스의 개인 연락처가 소중히 자리잡았지. 그리고 옵티머스의 핸드폰에는 세 명의 연락처가 저장되었을거야. 알시는 환영한다며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을 초대한 단톡방을 하나 만들었고, 그 안에서 하루하루의 일상 이야기들이 오고갔을거야.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멀뚱히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기만 하던 옵티머스에게 스모크스크린이 사진이나 이모티콘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었지.
자신이 얼마나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는지 새삼스럽게 느끼던 옵티머스였지만 그래도 금새 사용법에 적응해서 세 사람의 이야기에 녹아들었겠지. 이제 네 사람이 함께하는 단톡방은 금새 소란스러워졌을거야. 병원에서 근무하는 라쳇은 환자가 너무 많다며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고 알시는 가끔씩 의뢰인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곤 했어. 옵티머스는 새롭게 들여온 꽃들의 사진을 올리거나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보고 온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올렸고, 스모크스크린은 학교에 있을 때 친구들과 먹은 음식 사진이나 도서관의 좌석 사진, 친구들과 함께 과제를 하러 온 카페의 사진 같은 것을 올리곤 했지. 물론 그 이외에도 라쳇과 알시, 옵티머스가 함께 약속을 잡고 어딘가 다녀오게 되는 날에는 그날 찍었던 사진이 올라오는 용도로 사용되고는 했을거야.
가끔씩은 알시와 라쳇이 스모크스크린을 함께 초대해 세 사람의 약속에 함께하게 되는 날도 있었지. 소란스러운 세 사람 속에서 옵티머스는 정말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고, 그런 옵티머스를 보며 스모크스크린은 정말 다행이라고 몇 번씩이고 생각했을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처럼 시간대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거잖아? 스모크스크린은 단톡방에서도 제일 활발하게 소통을 했지만 그것은 옵티머스에게도 마찬가지였어. 학교에 가야하는 평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모크스크린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옵티머스에게 오늘 하루도 옵티머스가 보고 싶을거라고, 사랑한다는 말을 메시지로 전해두는 것이었지.
옵티머스는 매일 아침 자신의 연인의 사랑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고, 메시지를 확인하면 곧바로 스모크스크린에게 짧게라도 답신을 보냈지. 오늘 하루도 힘내라고, 자신은 항상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이야. 그런 옵티머스의 답장에 스모크스크린은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고, 그런 모습을 보고는 중증이라며 범블비와 벌크헤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거야.
게다가 또다른 희소식은 개인 연락수단이 생긴 이후로 옵티머스가 좀 더 스모크스크린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는 것에 있었지. 아무래도 직접 얼굴을 보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애정어린 이야기나 제안들을 옵티머스가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 덕택이기도 했을거야. 옵티머스 스스로도 더 넓은 세상을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마주하고 싶다고, 더 이상 숨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그에 맞춰 스모크스크린은 서두르지 않고 항상 옵티머스의 제안에 맞춰 시간을 냈지.
덕분에 두 사람은 이제 주말에 심야의 영화관이나 서로의 집이 아닌, 다른 장소들을 찾아가보기도 했어.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옵티머스가 조금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같이 가보기도 하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맛집을 찾아가보기도 했지. 그리고 오늘은 스모크스크린이 옵티머스와 함께 수족관에 가보자고 먼저 제안을 한 날이었어. 평일의 저녁이니 사람도 별로 없을거고, 무엇보다 추운 겨울이었으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데이트장소를 찾다보니 수족관이 눈에 들어왔겠지.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제안에 옵티머스는 망설임 없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옵티머스에게 수족관은 메가트론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장소들 중 하나였어. 사방이 물로 가득찬 고요한 공간 속에서 그는 속삭이듯 마치 너와 같다고, 옵티머스에게 말해주곤 했지.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고요하게 빛나는 푸른 이채가 마치 옵티머스를 닮았다고 했어. 그 말은 들은 옵티머스는 수줍게 웃어보였고, 함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을거야. 하지만 모두 과거의 추억들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자신의 곁을 지키는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했어.
스스로 과거를 딛고 나아가겠다고, 더 이상 과거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의 마음처럼 어째서인지 문득 떠오른 과거의 기억 속에서도 옵티머스는 전혀 괴롭지 않았어. 이제는 보내줘야 할 기억이자 둘만의 추억이었고, 옵티머스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지. 그리고 그런 그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과 연인이 있는걸. 옵티머스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 이렇게 자신을 변하게 해준 연인과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옵티머스는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내딛었어. 이제 점점 날씨가 더 추워지고 있었고 해가 지는 시기가 더 짧아지고 있었어. 입에서 새어나오는 하얀 숨결이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하늘의 틈새로 흩어졌지.
마지막 입장 시간에 맞춰 도착한 수족관은 이제 관람을 마치고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제법 한산한 분위기였어. 수족관의 입구에서 안내 지도를 챙겨온 스모크스크린은 옵티머스에게 어디서부터 돌아보고 싶은지를 물었고,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의 선택에 맡기겠다며 웃어보였지. 실내에 들어와서 그런가 제법 후끈하게 느껴지는 난방기구의 열기에 두 사람은 외투를 벗어들고 천천히 수족관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어.
아기자기한 열대어들이 서식하는 구역을 지나 아마존의 열대우림처럼 꾸며둔 구역을 지나오던 두 사람은 수족관의 메인 홀에 도달했어. 이 수족관에서 가장 큰 수조이자 가장 많은 관상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설명이 안내 지도에 적혀있었지. 벽의 전면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수조의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이 두 사람을 감싸안았어. 옵티머스는 수조 안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좇았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를 바라보았지.
종종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의 눈을 푸른 여름날의 하늘을 닮았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어. 옵티머스의 눈 또한 스모크스크린과 마찬가지로 푸른빛을 띄고 있었지만 스모크스크린은 옵티머스의 눈은 바다를 더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 그렇지 않아도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스모크스크린은 마치 그가 바다와도 같다고 생각했거든.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인내하는 마음이 마치 바다를 닮아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내 깨달았을거야. 스스로도 어찌할 줄 모르는 거대한 슬픔을 그저 혼자서 끌어안고 있었을 뿐이라는걸 말이지. 그런 그를 스모크스크린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어.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존경심과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모크스크린의 마음 한켠에는 연모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어. 이것은 단순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어. 진심으로 옵티머스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그의 마직막을 자신이 지킬 수 있기를 바랬기에 그의 연인이 되고자 마음먹었던 것이었지.
지금의 옵티머스는 여전히 바다를 닮아있었지만 이전의 바다는 파도 한 번 몰아치지 않고 고요하게, 그저 고여있을 뿐이었다면 이제는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쏟아내기도 하는 변덕스러움을 품게 되었을거야. 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웅장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모든 것을 품으려 하는 자상함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모크스크린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 스모크스크린은 그러한 옵티머스의 변화에 가슴 깊이 기뻐했고, 누구보다 안도했지. 그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할 자격이 있는 당신이니까, 내가 당신의 곁을 지킬테니 그저 행복하기만 하라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옵티머스를 바라보았지.
"스모크스크린, 저기 좀 봐요! 가오리가 수조 벽에 붙어있어요."
"어, 진짜네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꼭 웃고 있는거 같아요."
"제 눈에는 옵티머스가 더 귀여운데요."
그 말에 옵티머스는 금새 얼굴을 붉히고는 놀리지 말라며 고개를 푹 숙였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짓궂게 웃어보이며 손을 꼭 잡아주었겠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그만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자고 이야기가 나오던 찰나, 얼마 안되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스모크스크린은 절대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와 눈이 마주쳤을거야. 바로 넉아웃이었지. 넉아웃의 옆에는 낯이 익은 얼굴의 체격이 큰 남성이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넉아웃이 정말 가끔 사진으로만 보여주던 본인 남자친구의 모습이었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모크스크린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어. 수많은 생각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어지럽게 뒤섞였지. 이대로 모르는척 지나칠까? 학교에서 모르는 척 끝까지 잡아떼? 옵티머스는 어떡하고? 옵티머스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무엇보다 넉아웃은 자신과 같은 총학생회의 일원이었어. 옵티머스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지. 그런 그가 학교에서 자신과 옵티머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가는... 자신에게는 어떤 말이 돌아와도 상관없지만, 옵티머스에게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어. 결국 일단 지금은 자리를 벗어나야한다고 스모크스크린은 생각했어. 넉아웃과 눈이 마주친 것은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으니 어쩌면 저쪽도 단순한 착각이라고 넘어가줄 수도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두사람은 천천히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걸어왔어. 스모크스크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지.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옵티머스만이 자신의 연인이 이토록 당황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황한 눈빛으로 눈 앞의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어.
물론 태연한 척 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당황한 것은 넉아웃 쪽도 마찬가지였어. 이런 곳에서 스모크스크린을 마주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데다가 의도치 않게 그의 연인의 존재까지 알아버렸으니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넉아웃을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당연히 스모크스크린의 연인의 정체였어. ...이사람 그 옵티머스 선배 아니야? 스모크스크린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던? 그런데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연락도 끊어졌다고 하지 않았나? 이 두사람 사이에 무슨 연관성이 있는거지?
넉아웃은 일단 두 사람의 표정, 그리고 스모크스크린의 평소 언행을 통해 자신이 봐서는 안될 상황을 목격해버렸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어. 그리고 스모크스크린이 그토록 자신으로부터 연인의 존재를 숨기려고 했던 이유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지. 그 옵티머스 선배가 스모크스크린의 연인이라니, 이 사실이 학교에 퍼지면 흥미를 가질 이들이 한둘이 아닐테니까. ...게다가 대충 짐작이 가는 사건이 몇개 넉아웃의 머릿속에 떠올랐지. 일단 여기에서 그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고 좋은 일이 벌어질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그 스모크스크린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변했거든. 심상치않은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넉아웃의 연인인 브레이크다운이 넉아웃과 스모크스크린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넉아웃이 그를 저지했어.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스모크스크린에게 인사를 건넸지.
"안녕, 별일이다. 이런 곳을 니가 다 오고."
"...넉아웃."
"옆에 계신 분은 누구셔?"
"아, 그러니까... 저는..."
"아! 혹시, 스모크스크린네 사촌 형이세요?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뵙네요! 죄송해요...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스모크스크린 대학 동기인 넉아웃이에요."
아, 이쪽은 제 남자친구 브레이크다운이에요. 넉아웃의 소개에 옆에 서 있던 목석같은 남성은 꾸벅, 고개를 숙여 조금 쑥스럽다는 듯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지. 그 말에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 두 사람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설마 옵티머스를 정말로 알아보지 못한건가? 아니, 그건 확실하게 아니었어. 자신과 눈이 마주치고 이곳으로 걸어올 때까지, 넉아웃의 눈빛은 확실하게 옵티머스를 알아봤다는 듯한 표정이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넉아웃은 마치 옵티머스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어. 마치 모르는 사람인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의 대학 동기라는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 했어. 자신과 스모크스크린의 관계를 스모크스크린의 지인이 보기라도 하는 순간에 대해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현실로 벌어질 줄이야. 하지만 일단 옵티머스는 그런 그의 태도를 보고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어. 스모크스크린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저쪽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했어.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어. 스모크스크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자신과 메가트론의 이야기는 학교 안에서도 제법 유명한 일화로 소문이 자자했고, 옵티머스는 학생회를 탈퇴하기 전에 최대한 자신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폐기하고 나오기는 했지만 졸업사진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으니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보였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짐짓 자신을 모르는 척, 처음 보는 사람인 척 인사를 건네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상대의 제안에 수긍하고, 상황을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옵티머스는 긴장한 자신의 연인을 대신해 미소를 지으며 넉아웃의 인사를 받아냈어.
"아니에요. 스모크스크린이 항상 신세를 지네요. 저야말로 만나서 반가워요."
자기소개를 했지만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 그런 그의 태도를 통해 넉아웃은 확신할 수 있었어.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그' 옵티머스 선배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메가트론과 함께 총학생회에서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고서는 졸업 이후 소식이 증발하듯 뚝 끊겨버린 그 선배 말이지.
넉아웃은 자신의 먼 친척인 스타스크림이 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떠올렸어. 스타스크림이 졸업한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조금씩 연락이 닿게 되었는데, 옵티머스와 메가트론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며 총학생회의 부회장직을 담당했던 스타스크림은 가끔씩 자신의 상사에게 잔뜩 갈굼을 당한 날에 술에 진탕 취해서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한탄을 하곤 했지. 술에 취한 사람이 하는 소리가 거기서 거기였지만 아주 조금, 넉아웃의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었을거야.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사람 하나 찾는거에 미쳐서 자신을 들들 볶는다며 스타스크림은 우는 소리를 내곤 했지.
그게 누구냐고 넉아웃이 물어도 스타스크림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입을 연 적이 없었어. 말하면 진짜 자기는 그 인간 손에 죽는다고, 이건 안된다고 말하며 엉엉 울던 스타스크림이 먼저 제풀에 지쳐 잠들면 넉아웃은 한숨을 쉬며 통화를 끊고, 다음날 아침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화를 해주는 것이 하나의 일과이기도 했지. 뭐, 스타스크림의 상사라고 하면 지금은 유명한 코치로 이름을 날리는 메가트론인 것을 넉아웃이 모를 리가 없었어. 그리고 그 메가트론이 찾는 사람? 메가트론이 학교를 다녔던 시기에 그와 가까이에 있었던 인물, 그리고 그 중에 사라진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렇게까지 정보가 주어졌는데, 넉아웃이 그 정답을 도출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거야.
그게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선배란 말이지. 그런데 그 선배는 지금 자신의 동기랑 사귀는 사이고? 방금 전 수조의 앞에 서서 손을 잡고, 서로를 향해 웃어보이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던 넉아웃은 왜 스모크스크린이 그토록 자신의 애인을 악착같이 숨기려고 했던 것인지 대충 이해를 할 수 있었을거야.
스타스크림과 아는 사이에, 총학생회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넉아웃은 정말 가끔씩 메가트론과 함께 식사자리를 가질 때가 있었거든. 당연히 학생회 동기들에게 티를 낸 적도 없었고, 메가트론도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그런 넉아웃을 모른체 했으니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어. 대중들이나 일반적인 선수들, 그리고 자신의 학생회 동기들은 그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표현했지만 넉아웃이 보기에는 전혀 그 반대였어.
저 인간은 누군가를 이끄는게 아니라 지배하는 쪽에 가까웠지. 자신의 밑에 누군가를 두는 것이 익숙하고, 그 밑에 있는 자들이 스스로 목줄을 채우고 자신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도록 만드는 것에 능숙한 인물이였어. 타인을 휘두르는 힘과 권력이 있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데 도가 텄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계획대로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 것, 특히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난 요인이 상황을 망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넉아웃이 그를 향해 내린 총평이었어.
딱 한번, 넉아웃이 그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메가트론이 지도하던 팀의 한 선수가 팀 내에서 벌어지는 폭행사실에 대해 메가트론에게 고발했던 적이 있었어. 하지만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기에 메가트론은 일단 그 선수를 다독여 대회가 끝난 이후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며 돌려보냈지. 그런데 그 선수는 결국 대회 개최 직전,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팀 내의 폭행사실에 대해 고발을 진행했고, 세간의 시선은 당연히 그의 팀에 집중되었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표면적으로는 일이 전부 잘 해결되었어. 메가트론은 팀 내에서 폭행을 주도했던 선수들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기로 했다고 표명했으며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며 해당 시즌의 대회 참가를 포기했기 때문이었지. 대중들은 그런 그를 칭송했고, 내부의 폭력사태를 고발한 선수를 치켜세웠어. 하지만 그 다음 시즌의 대회에서 그 선수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어. 아니, 비추지 못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의 고발로 인해 대회의 참가가 좌절된 다른 선수들은 그 선수를 팀 내에서 소외시키기 시작했고, 결국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그는 자진해서 팀을 나가게 되었거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외부에 공표되지 않았어. 그저 건강상의 악화로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메가트론은 그렇게 이야기했지. 그 선수가 스스로 팀을 나가겠다고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메가트론이 직접 관여한 부분은 문제가 된 선수들을 팀에서 퇴출시켰다는 사실 뿐이었지. ...그리고, 그 선수가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메가트론이 몰랐을까? 메가트론은 아마 알고 있었겠지. 자신이 이 사실을 묻고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분명 그 선수가 직접 나서서 일을 키울거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자신은 그 선수의 뒷수습을 했을 뿐이고, 모든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실책이라며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절로 비난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할지까지 말이야.
그런 메가트론과 옵티머스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것까지 넉아웃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이런 인간에게 한번 걸렸던 사람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넉아웃은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거야. 심지어 그런 인간으로부터 도망쳤던 사람이 그에게 잘못 걸려 들통이라도 난다면? 누가 봐도 뻔한 결말이었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넉아웃은 문득 궁금해졌어. 자신의 눈 앞의 선배의 어떤 점이 메가트론을 그토록 미치게 만들었는지, 자신의 동기가 연심을 품도록 만들었는지 말이야. 물론 이 자리에서 모르는 척, 헤어질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 넉아웃의 마음 속의 작은 호기심이 행동을 부추겼지. 넉아웃은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에게 제안했어.
"그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식사라도 하는건 어떠세요? 아직 저녁식사 안하셨죠?"
"아, 그, 그렇긴 한데..."
"마침 여기 근처에 분위기 좋은 식당을 알거든요. 평소에 스모크스크린한테 신세지는 것도 있고... 제가 사드리고 싶은데, 안될까요?"
그런 넉아웃의 말에 스모크스크린은 니가? 나한테? 라는 눈빛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넉아웃의 이유모를 압박이 담긴 미소를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을거야.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옵티머스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어. 이 자리에서 그의 약속을 거절한다 하더라도 아마도 큰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 왜 이 젊은 친구는 자신을 알아봤으면서도 모른체를 하는건지, 그리고 왜 자신들에게 함께 동행을 권유하는지...
과거의 옵티머스였다면 당연히 그의 제안을 거절했겠지만 지금의 옵티머스는 왜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거야. 무엇보다 자신의 연인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그것이 가장 옵티머스의 큰 걱정거리였을테니 말이지. 자신의 곁을 그 누구보다 견고하게 지켜주던 그가 이토록 당황하는 모습을, 옵티머스는 처음 겪었거든. 결국 옵티머스는 웃으며 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어.
"어떻게 젊은 친구한테 제가 밥을 얻어먹겠어요. 당연히 제가 사야죠."
"무슨 말씀이세요. 평소에 제가 신세진게 얼마나 많은데요, 식사 한번이면 오히려 싼 편인데요?"
넉아웃은 넉살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옵티머스의 곁에 서서 조잘거리며 메인 홀을 빠져나갔어. 곧 있으면 폐관시간이니까 빨리 나가야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지. 그런 모습에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던 스모크스크린은 "그대로 서 있으면 놔두고 갈건데." 라는 브레이크다운의 말이 아니었다면 발걸음을 옮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거야.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옵티머스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곁에 있을거라고 이야기했던 주제에 막상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상황이 직접 몰아닥치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었을거야. 태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싫었고, 무엇보다 옵티머스가 나서서 자신을 변호하려 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스모크스크린의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놓았어. 옵티머스가 무슨 생각으로 넉아웃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했던 그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긴 것만 같았거든.
옵티머스는 항상 자신을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지만 사실 그 호칭에 어울리는 것은 옵티머스라고, 몇 번씩이고 스모크스크린은 생각했지. 스모크스크린은 그저 옵티머스의 곁을 지켰을 뿐이지, 그 긴 시간동안 무너지지 않고 제자리에 버티고 있던 것은 옵티머스였으니 말이야. 그 누구보다 강한 것은 당신이라고, 자신은 그저 기다렸을 뿐이라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어.
넉아웃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수족관 근처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어. 한적한 분위기의 식당 안에 자리를 잡은 네사람은 넉아웃과 브레이크다운의 추천에 따라 메뉴를 골랐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넉아웃이 아니었다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어색한 침묵만이 테이블 위에 감돌았을거야. 다행스럽게도 넉아웃은 정말로 옵티머스가 스모크스크린의 사촌 형이라도 되는 것마냥 굴었어. 넉아웃은 학교에서의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에 대해 옵티머스가 모를 법한 부분을 이야기 해주었고, 스모크스크린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창피하다는 듯 얼굴이 빨개져서는 애꿎은 물잔만을 비웠어.
그렇게 조금은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어. 음식을 받기 위해 물잔을 옮기던 넉아웃은 팔꿈치로 그만 옵티머스 몫의 물잔을 건드렸고, 물잔이 그대로 엎어지며 옵티머스의 바지를 적셨어. 깜짝 놀란 넉아웃은 안절부절 못하며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건넸지. 그냥 물이 묻었을 뿐이니 괜찮다고, 내버려두면 마를거라는 옵티머스에게 넉아웃은 그러면 안된다고, 수습하는걸 도와드릴테니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이야기를 꺼냈을거야.
자기가 가겠다는 스모크스크린에게 먼저 먹고 있으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넣으며 말이야. 옵티머스는 그런 넉아웃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는 금방 돌아올테니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모크스크린에게 이야기를 건넸지. 스모크스크린은 마음같아서는 안된다고, 두사람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토록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옵티머스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어서, 스모크스크린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두사람은 가게의 화장실로 향했고, 사람 한 명 없이 텅 비어있는 화장실을 확인한 넉아웃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옵티머스의 옷자락을 수습해주며 말을 꺼냈어.
"그래서... 뭐가 궁금하신가요, 옵티머스 선배님?"
역시, 자신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 맞았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서는 넉아웃의 반응에 옵티머스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어. 자신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모르는 척을 했는지에 대해서였지. 그 말에 넉아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다 이내 입을 열었어.
"선배님이 지금 무슨 생각 하고 계신지 제가 맞춰볼까요? 제가 선배님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에 할지, 안할지 궁금하신거 아니에요?"
정론이었지. 지금 옵티머스가 그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옵티머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학교에 퍼지는 것은... 다시 생각하면 괴로운 일이지만 본인 스스로가 감내하면 되는 일이었어.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달랐지. 그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자신과 엮여 불미스러운 소문이라도 학교에 퍼지게 된다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아직 메가트론이 학교에 얼굴을 비춘다고 했었지. 자신 뿐만이 아니라 스모크스크린까지 그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위험성이 너무 높았어.
하지만 쉽사리 옵티머스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젊은 친구가 왜 자신을 따로 불러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왜 자신을 모르는 척을 했는지, 수수께끼 투성이였어. 그런 옵티머스의 반응에 넉아웃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지.
"스타스크림 선배 아시죠? 선배님 학생회 계셨을 때 부회장이었는데."
"..."
"일단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저 스타스크림 선배랑 아는 사이고, 선배님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요."
"자, 잠깐... 뭐라고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직접 말한건 아니에요. 그사람이 푸념하듯 말한 것중에서 제가 대충 생각하면서 찍은게 맞은거니까."
그 누구보다 메가트론과 가까운 곳에 있던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자 옵티머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어. 그런 옵티머스에게 넉아웃은 아직 그사람은 당신이 이런 곳에 있는줄도 모른다고 말을 덧붙였지. 그리고는 태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어.
"왜 모르는 척을 했냐고 물어보셨죠?"
"...네."
"그냥 좀 궁금해서요. 쟤가 애인같은거 만들 성격도 아닌데 갑자기 얼마 전부터 완전히 넋나간 얼굴을 하고서는... 저 쟤가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는거 처음봤다니까요? 아무튼... 그런데 죽어도 저 포함해서 자기 친구들한테도 아무런 말을 안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말을 안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넉아웃의 말에 옵티머스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어. 스타스크림은 아직 옵티머스의 소재지에 대해 모른다고, 그가 이야기를 했지만 스타스크림과 아는 사이라고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했지. 아마 필연적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메가트론의 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 분명했어. ...그래, 언젠가는 이렇게 될 일이었겠지. 어쩌면 이 꿈같은 시간의 끝을 고해야 하는 때가 지금인지도 몰라. 옵티머스는 굳게 마음을 먹고, 입을 열려고 했어.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좋으니, 스모크스크린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할 셈이었지. 그런데 넉아웃이 한발 앞서 말을 꺼냈지. 게다가 그 내용은 뜻밖의 것이었어.
"저기, 선배님. 뭘 생각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선배님이랑 스모크스크린 얘기는 안할거에요."
"..네?"
"네? 라뇨? 제가 그렇게 입이 싸보이나요? 음... 이건 좀 큰일인데..."
"아, 아뇨!... 그, 그런게 아니라..."
조금 망설이던 옵티머스는 왜 자신에 대해서, 스모크스크린에 대해서 함구하기로 한거냐며, 그럴 이유가 당신에게는 없지 않느냐며 이유를 물었어. 그 질문에 넉아웃은 너무 당연한걸 물어본다는 듯 대답했지.
"저도 연애하고 있는 입장에서 남 잘못되라고 훼방놓고 싶진 않아서요."
"아, 아니에요!... 그, 그러니까, 스모크스크린이랑 저는..."
"...거짓말도 사람 가려가면서 하셔야죠. 아까 보니까 서로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시던데."
그 말에 옵티머스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어. 그런 옵티머스에게 넉아웃은 어쨌든 옵티머스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도 안할거고, 주변사람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덧붙였지.
"뭐...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으셨던건지 저는 모르는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24시간 세콤이 저렇게 붙어다니잖아요. 쟤 아까 수족관에서 저 쳐다보던거 선배님 못보셨죠? 어휴, 어찌나 노려보던지... 얼굴 뚫리는줄 알았네."
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장난스럽게 구는 그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의심부터 해서 미안했다며 어쩔줄 몰라했고, 넉아웃은 당연한 거라며 별로 신경도 안쓴다고 했어.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잠금을 풀고, 옵티머스에게 건넸을거야.
"그렇게 미안하시면, 저랑도 비밀친구 해주시는거죠?"
장난스러운 그의 미소가 옵티머스의 눈동자에 비춰졌지. 망설이던 옵티머스는 그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어. 넉아웃은 확인하려는 듯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옵티머스의 핸드폰 액정에 낯선 숫자 11개가 떠올랐지. 자신의 번호라며, 편하실 때 연락하시면 된다는 넉아웃의 이야기와 함께 옵티머스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이제 저희도 슬슬 나가봐야겠네요. 너무 오래있으면 걔 성격에 분명 여기까지 따라올걸요?"
"그, 그렇게까지는..."
이야, 얘좀봐라? 선배 앞에서 얼마나 내숭을 떤거야? 넉아웃은 방금 전 수족관 안에서 한순간 자신을 노려보던 스모크스크린의 눈빛을 떠올렸어. 학교에서 일처리를 잘못해 선배들에게 혼이 나거나 핀잔을 들을 때에도 스모크스크린은 싫은소리 한번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어. 다들 스모크스크린이 너무 착하다고, 순진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넉아웃은 코웃음을 쳤지. 저게 어딜봐서 착하고 순진하다는건데?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맹수가 쥐 한마리가 자신의 털을 잡아당긴다고 진심으로 화를 내는걸 본 적 있어? 스스로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건 진정한 강자이기에 베풀 수 있는 관용이라고, 넉아웃은 생각하곤 했거든. 그런데 그게 맞다는걸 오늘 다시금 깨달았겠지.
그리고 조금 농담삼아 이야기하긴 했지만 진짜로 여기에서 더 오래 있었다가는 그녀석이 쫓아올지도 모르니 일단 넉아웃은 빨리 나가자고, 옵티머스를 이끌었을거야. 스모크스크린이나 자신의 친구들이 아닌, 다른 낯선 이의 손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옵티머스는 어째서인지 그가 싫지 않았지. 옵티머스는 그런 넉아웃의 모습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넉아웃은 나중에 스모크스크린에게 잘 이야기나 해달라고 재치있게 웃어보였을거야.
트포, 트포프, 스뫀옵티, 브렠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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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놀랍게도 아직도 일상파트가 안끝났다...
진도가 왜이렇게 느리지...
ㅋㅂㅈㅇ, ㄴㅈㅈㅇ, 의인화ㅈㅇ, 말투 왔다갔다 함...
라쳇과 알시와의 만남 이후로 스모크스크린의 핸드폰에는 옵티머스의 개인 연락처가 소중히 자리잡았지. 그리고 옵티머스의 핸드폰에는 세 명의 연락처가 저장되었을거야. 알시는 환영한다며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을 초대한 단톡방을 하나 만들었고, 그 안에서 하루하루의 일상 이야기들이 오고갔을거야.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멀뚱히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기만 하던 옵티머스에게 스모크스크린이 사진이나 이모티콘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었지.
자신이 얼마나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는지 새삼스럽게 느끼던 옵티머스였지만 그래도 금새 사용법에 적응해서 세 사람의 이야기에 녹아들었겠지. 이제 네 사람이 함께하는 단톡방은 금새 소란스러워졌을거야. 병원에서 근무하는 라쳇은 환자가 너무 많다며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고 알시는 가끔씩 의뢰인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곤 했어. 옵티머스는 새롭게 들여온 꽃들의 사진을 올리거나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보고 온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올렸고, 스모크스크린은 학교에 있을 때 친구들과 먹은 음식 사진이나 도서관의 좌석 사진, 친구들과 함께 과제를 하러 온 카페의 사진 같은 것을 올리곤 했지. 물론 그 이외에도 라쳇과 알시, 옵티머스가 함께 약속을 잡고 어딘가 다녀오게 되는 날에는 그날 찍었던 사진이 올라오는 용도로 사용되고는 했을거야.
가끔씩은 알시와 라쳇이 스모크스크린을 함께 초대해 세 사람의 약속에 함께하게 되는 날도 있었지. 소란스러운 세 사람 속에서 옵티머스는 정말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고, 그런 옵티머스를 보며 스모크스크린은 정말 다행이라고 몇 번씩이고 생각했을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처럼 시간대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거잖아? 스모크스크린은 단톡방에서도 제일 활발하게 소통을 했지만 그것은 옵티머스에게도 마찬가지였어. 학교에 가야하는 평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모크스크린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옵티머스에게 오늘 하루도 옵티머스가 보고 싶을거라고, 사랑한다는 말을 메시지로 전해두는 것이었지.
옵티머스는 매일 아침 자신의 연인의 사랑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고, 메시지를 확인하면 곧바로 스모크스크린에게 짧게라도 답신을 보냈지. 오늘 하루도 힘내라고, 자신은 항상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이야. 그런 옵티머스의 답장에 스모크스크린은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고, 그런 모습을 보고는 중증이라며 범블비와 벌크헤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거야.
게다가 또다른 희소식은 개인 연락수단이 생긴 이후로 옵티머스가 좀 더 스모크스크린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는 것에 있었지. 아무래도 직접 얼굴을 보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애정어린 이야기나 제안들을 옵티머스가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 덕택이기도 했을거야. 옵티머스 스스로도 더 넓은 세상을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마주하고 싶다고, 더 이상 숨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그에 맞춰 스모크스크린은 서두르지 않고 항상 옵티머스의 제안에 맞춰 시간을 냈지.
덕분에 두 사람은 이제 주말에 심야의 영화관이나 서로의 집이 아닌, 다른 장소들을 찾아가보기도 했어.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옵티머스가 조금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같이 가보기도 하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맛집을 찾아가보기도 했지. 그리고 오늘은 스모크스크린이 옵티머스와 함께 수족관에 가보자고 먼저 제안을 한 날이었어. 평일의 저녁이니 사람도 별로 없을거고, 무엇보다 추운 겨울이었으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데이트장소를 찾다보니 수족관이 눈에 들어왔겠지.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제안에 옵티머스는 망설임 없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옵티머스에게 수족관은 메가트론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장소들 중 하나였어. 사방이 물로 가득찬 고요한 공간 속에서 그는 속삭이듯 마치 너와 같다고, 옵티머스에게 말해주곤 했지.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고요하게 빛나는 푸른 이채가 마치 옵티머스를 닮았다고 했어. 그 말은 들은 옵티머스는 수줍게 웃어보였고, 함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을거야. 하지만 모두 과거의 추억들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자신의 곁을 지키는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했어.
스스로 과거를 딛고 나아가겠다고, 더 이상 과거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의 마음처럼 어째서인지 문득 떠오른 과거의 기억 속에서도 옵티머스는 전혀 괴롭지 않았어. 이제는 보내줘야 할 기억이자 둘만의 추억이었고, 옵티머스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지. 그리고 그런 그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과 연인이 있는걸. 옵티머스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 이렇게 자신을 변하게 해준 연인과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옵티머스는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내딛었어. 이제 점점 날씨가 더 추워지고 있었고 해가 지는 시기가 더 짧아지고 있었어. 입에서 새어나오는 하얀 숨결이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하늘의 틈새로 흩어졌지.
***
마지막 입장 시간에 맞춰 도착한 수족관은 이제 관람을 마치고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제법 한산한 분위기였어. 수족관의 입구에서 안내 지도를 챙겨온 스모크스크린은 옵티머스에게 어디서부터 돌아보고 싶은지를 물었고,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의 선택에 맡기겠다며 웃어보였지. 실내에 들어와서 그런가 제법 후끈하게 느껴지는 난방기구의 열기에 두 사람은 외투를 벗어들고 천천히 수족관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어.
아기자기한 열대어들이 서식하는 구역을 지나 아마존의 열대우림처럼 꾸며둔 구역을 지나오던 두 사람은 수족관의 메인 홀에 도달했어. 이 수족관에서 가장 큰 수조이자 가장 많은 관상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설명이 안내 지도에 적혀있었지. 벽의 전면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수조의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이 두 사람을 감싸안았어. 옵티머스는 수조 안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좇았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를 바라보았지.
종종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의 눈을 푸른 여름날의 하늘을 닮았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어. 옵티머스의 눈 또한 스모크스크린과 마찬가지로 푸른빛을 띄고 있었지만 스모크스크린은 옵티머스의 눈은 바다를 더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 그렇지 않아도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스모크스크린은 마치 그가 바다와도 같다고 생각했거든.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인내하는 마음이 마치 바다를 닮아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내 깨달았을거야. 스스로도 어찌할 줄 모르는 거대한 슬픔을 그저 혼자서 끌어안고 있었을 뿐이라는걸 말이지. 그런 그를 스모크스크린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어.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존경심과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모크스크린의 마음 한켠에는 연모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어. 이것은 단순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어. 진심으로 옵티머스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그의 마직막을 자신이 지킬 수 있기를 바랬기에 그의 연인이 되고자 마음먹었던 것이었지.
지금의 옵티머스는 여전히 바다를 닮아있었지만 이전의 바다는 파도 한 번 몰아치지 않고 고요하게, 그저 고여있을 뿐이었다면 이제는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쏟아내기도 하는 변덕스러움을 품게 되었을거야. 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웅장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모든 것을 품으려 하는 자상함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모크스크린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 스모크스크린은 그러한 옵티머스의 변화에 가슴 깊이 기뻐했고, 누구보다 안도했지. 그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할 자격이 있는 당신이니까, 내가 당신의 곁을 지킬테니 그저 행복하기만 하라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옵티머스를 바라보았지.
"스모크스크린, 저기 좀 봐요! 가오리가 수조 벽에 붙어있어요."
"어, 진짜네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꼭 웃고 있는거 같아요."
"제 눈에는 옵티머스가 더 귀여운데요."
그 말에 옵티머스는 금새 얼굴을 붉히고는 놀리지 말라며 고개를 푹 숙였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짓궂게 웃어보이며 손을 꼭 잡아주었겠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그만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자고 이야기가 나오던 찰나, 얼마 안되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스모크스크린은 절대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와 눈이 마주쳤을거야. 바로 넉아웃이었지. 넉아웃의 옆에는 낯이 익은 얼굴의 체격이 큰 남성이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넉아웃이 정말 가끔 사진으로만 보여주던 본인 남자친구의 모습이었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모크스크린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어. 수많은 생각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어지럽게 뒤섞였지. 이대로 모르는척 지나칠까? 학교에서 모르는 척 끝까지 잡아떼? 옵티머스는 어떡하고? 옵티머스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무엇보다 넉아웃은 자신과 같은 총학생회의 일원이었어. 옵티머스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지. 그런 그가 학교에서 자신과 옵티머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가는... 자신에게는 어떤 말이 돌아와도 상관없지만, 옵티머스에게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어. 결국 일단 지금은 자리를 벗어나야한다고 스모크스크린은 생각했어. 넉아웃과 눈이 마주친 것은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으니 어쩌면 저쪽도 단순한 착각이라고 넘어가줄 수도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두사람은 천천히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걸어왔어. 스모크스크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지.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옵티머스만이 자신의 연인이 이토록 당황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황한 눈빛으로 눈 앞의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어.
물론 태연한 척 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당황한 것은 넉아웃 쪽도 마찬가지였어. 이런 곳에서 스모크스크린을 마주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데다가 의도치 않게 그의 연인의 존재까지 알아버렸으니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넉아웃을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당연히 스모크스크린의 연인의 정체였어. ...이사람 그 옵티머스 선배 아니야? 스모크스크린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던? 그런데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연락도 끊어졌다고 하지 않았나? 이 두사람 사이에 무슨 연관성이 있는거지?
넉아웃은 일단 두 사람의 표정, 그리고 스모크스크린의 평소 언행을 통해 자신이 봐서는 안될 상황을 목격해버렸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어. 그리고 스모크스크린이 그토록 자신으로부터 연인의 존재를 숨기려고 했던 이유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지. 그 옵티머스 선배가 스모크스크린의 연인이라니, 이 사실이 학교에 퍼지면 흥미를 가질 이들이 한둘이 아닐테니까. ...게다가 대충 짐작이 가는 사건이 몇개 넉아웃의 머릿속에 떠올랐지. 일단 여기에서 그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고 좋은 일이 벌어질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그 스모크스크린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변했거든. 심상치않은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넉아웃의 연인인 브레이크다운이 넉아웃과 스모크스크린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넉아웃이 그를 저지했어.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스모크스크린에게 인사를 건넸지.
"안녕, 별일이다. 이런 곳을 니가 다 오고."
"...넉아웃."
"옆에 계신 분은 누구셔?"
"아, 그러니까... 저는..."
"아! 혹시, 스모크스크린네 사촌 형이세요?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뵙네요! 죄송해요...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스모크스크린 대학 동기인 넉아웃이에요."
아, 이쪽은 제 남자친구 브레이크다운이에요. 넉아웃의 소개에 옆에 서 있던 목석같은 남성은 꾸벅, 고개를 숙여 조금 쑥스럽다는 듯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지. 그 말에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 두 사람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설마 옵티머스를 정말로 알아보지 못한건가? 아니, 그건 확실하게 아니었어. 자신과 눈이 마주치고 이곳으로 걸어올 때까지, 넉아웃의 눈빛은 확실하게 옵티머스를 알아봤다는 듯한 표정이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넉아웃은 마치 옵티머스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어. 마치 모르는 사람인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의 대학 동기라는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 했어. 자신과 스모크스크린의 관계를 스모크스크린의 지인이 보기라도 하는 순간에 대해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현실로 벌어질 줄이야. 하지만 일단 옵티머스는 그런 그의 태도를 보고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어. 스모크스크린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저쪽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했어.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어. 스모크스크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자신과 메가트론의 이야기는 학교 안에서도 제법 유명한 일화로 소문이 자자했고, 옵티머스는 학생회를 탈퇴하기 전에 최대한 자신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폐기하고 나오기는 했지만 졸업사진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으니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보였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짐짓 자신을 모르는 척, 처음 보는 사람인 척 인사를 건네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상대의 제안에 수긍하고, 상황을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옵티머스는 긴장한 자신의 연인을 대신해 미소를 지으며 넉아웃의 인사를 받아냈어.
"아니에요. 스모크스크린이 항상 신세를 지네요. 저야말로 만나서 반가워요."
자기소개를 했지만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 그런 그의 태도를 통해 넉아웃은 확신할 수 있었어.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그' 옵티머스 선배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메가트론과 함께 총학생회에서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고서는 졸업 이후 소식이 증발하듯 뚝 끊겨버린 그 선배 말이지.
넉아웃은 자신의 먼 친척인 스타스크림이 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떠올렸어. 스타스크림이 졸업한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조금씩 연락이 닿게 되었는데, 옵티머스와 메가트론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며 총학생회의 부회장직을 담당했던 스타스크림은 가끔씩 자신의 상사에게 잔뜩 갈굼을 당한 날에 술에 진탕 취해서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한탄을 하곤 했지. 술에 취한 사람이 하는 소리가 거기서 거기였지만 아주 조금, 넉아웃의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었을거야.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사람 하나 찾는거에 미쳐서 자신을 들들 볶는다며 스타스크림은 우는 소리를 내곤 했지.
그게 누구냐고 넉아웃이 물어도 스타스크림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입을 연 적이 없었어. 말하면 진짜 자기는 그 인간 손에 죽는다고, 이건 안된다고 말하며 엉엉 울던 스타스크림이 먼저 제풀에 지쳐 잠들면 넉아웃은 한숨을 쉬며 통화를 끊고, 다음날 아침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화를 해주는 것이 하나의 일과이기도 했지. 뭐, 스타스크림의 상사라고 하면 지금은 유명한 코치로 이름을 날리는 메가트론인 것을 넉아웃이 모를 리가 없었어. 그리고 그 메가트론이 찾는 사람? 메가트론이 학교를 다녔던 시기에 그와 가까이에 있었던 인물, 그리고 그 중에 사라진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렇게까지 정보가 주어졌는데, 넉아웃이 그 정답을 도출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거야.
그게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선배란 말이지. 그런데 그 선배는 지금 자신의 동기랑 사귀는 사이고? 방금 전 수조의 앞에 서서 손을 잡고, 서로를 향해 웃어보이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던 넉아웃은 왜 스모크스크린이 그토록 자신의 애인을 악착같이 숨기려고 했던 것인지 대충 이해를 할 수 있었을거야.
스타스크림과 아는 사이에, 총학생회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넉아웃은 정말 가끔씩 메가트론과 함께 식사자리를 가질 때가 있었거든. 당연히 학생회 동기들에게 티를 낸 적도 없었고, 메가트론도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그런 넉아웃을 모른체 했으니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어. 대중들이나 일반적인 선수들, 그리고 자신의 학생회 동기들은 그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표현했지만 넉아웃이 보기에는 전혀 그 반대였어.
저 인간은 누군가를 이끄는게 아니라 지배하는 쪽에 가까웠지. 자신의 밑에 누군가를 두는 것이 익숙하고, 그 밑에 있는 자들이 스스로 목줄을 채우고 자신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도록 만드는 것에 능숙한 인물이였어. 타인을 휘두르는 힘과 권력이 있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데 도가 텄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계획대로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 것, 특히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난 요인이 상황을 망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넉아웃이 그를 향해 내린 총평이었어.
딱 한번, 넉아웃이 그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메가트론이 지도하던 팀의 한 선수가 팀 내에서 벌어지는 폭행사실에 대해 메가트론에게 고발했던 적이 있었어. 하지만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기에 메가트론은 일단 그 선수를 다독여 대회가 끝난 이후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며 돌려보냈지. 그런데 그 선수는 결국 대회 개최 직전,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팀 내의 폭행사실에 대해 고발을 진행했고, 세간의 시선은 당연히 그의 팀에 집중되었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표면적으로는 일이 전부 잘 해결되었어. 메가트론은 팀 내에서 폭행을 주도했던 선수들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기로 했다고 표명했으며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며 해당 시즌의 대회 참가를 포기했기 때문이었지. 대중들은 그런 그를 칭송했고, 내부의 폭력사태를 고발한 선수를 치켜세웠어. 하지만 그 다음 시즌의 대회에서 그 선수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어. 아니, 비추지 못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의 고발로 인해 대회의 참가가 좌절된 다른 선수들은 그 선수를 팀 내에서 소외시키기 시작했고, 결국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그는 자진해서 팀을 나가게 되었거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외부에 공표되지 않았어. 그저 건강상의 악화로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메가트론은 그렇게 이야기했지. 그 선수가 스스로 팀을 나가겠다고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메가트론이 직접 관여한 부분은 문제가 된 선수들을 팀에서 퇴출시켰다는 사실 뿐이었지. ...그리고, 그 선수가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메가트론이 몰랐을까? 메가트론은 아마 알고 있었겠지. 자신이 이 사실을 묻고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분명 그 선수가 직접 나서서 일을 키울거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자신은 그 선수의 뒷수습을 했을 뿐이고, 모든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실책이라며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절로 비난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할지까지 말이야.
그런 메가트론과 옵티머스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것까지 넉아웃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이런 인간에게 한번 걸렸던 사람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넉아웃은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거야. 심지어 그런 인간으로부터 도망쳤던 사람이 그에게 잘못 걸려 들통이라도 난다면? 누가 봐도 뻔한 결말이었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넉아웃은 문득 궁금해졌어. 자신의 눈 앞의 선배의 어떤 점이 메가트론을 그토록 미치게 만들었는지, 자신의 동기가 연심을 품도록 만들었는지 말이야. 물론 이 자리에서 모르는 척, 헤어질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 넉아웃의 마음 속의 작은 호기심이 행동을 부추겼지. 넉아웃은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에게 제안했어.
"그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식사라도 하는건 어떠세요? 아직 저녁식사 안하셨죠?"
"아, 그, 그렇긴 한데..."
"마침 여기 근처에 분위기 좋은 식당을 알거든요. 평소에 스모크스크린한테 신세지는 것도 있고... 제가 사드리고 싶은데, 안될까요?"
그런 넉아웃의 말에 스모크스크린은 니가? 나한테? 라는 눈빛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넉아웃의 이유모를 압박이 담긴 미소를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을거야.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옵티머스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어. 이 자리에서 그의 약속을 거절한다 하더라도 아마도 큰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 왜 이 젊은 친구는 자신을 알아봤으면서도 모른체를 하는건지, 그리고 왜 자신들에게 함께 동행을 권유하는지...
과거의 옵티머스였다면 당연히 그의 제안을 거절했겠지만 지금의 옵티머스는 왜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거야. 무엇보다 자신의 연인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그것이 가장 옵티머스의 큰 걱정거리였을테니 말이지. 자신의 곁을 그 누구보다 견고하게 지켜주던 그가 이토록 당황하는 모습을, 옵티머스는 처음 겪었거든. 결국 옵티머스는 웃으며 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어.
"어떻게 젊은 친구한테 제가 밥을 얻어먹겠어요. 당연히 제가 사야죠."
"무슨 말씀이세요. 평소에 제가 신세진게 얼마나 많은데요, 식사 한번이면 오히려 싼 편인데요?"
넉아웃은 넉살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옵티머스의 곁에 서서 조잘거리며 메인 홀을 빠져나갔어. 곧 있으면 폐관시간이니까 빨리 나가야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지. 그런 모습에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던 스모크스크린은 "그대로 서 있으면 놔두고 갈건데." 라는 브레이크다운의 말이 아니었다면 발걸음을 옮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거야.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옵티머스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곁에 있을거라고 이야기했던 주제에 막상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상황이 직접 몰아닥치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었을거야. 태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싫었고, 무엇보다 옵티머스가 나서서 자신을 변호하려 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스모크스크린의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놓았어. 옵티머스가 무슨 생각으로 넉아웃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했던 그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긴 것만 같았거든.
옵티머스는 항상 자신을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지만 사실 그 호칭에 어울리는 것은 옵티머스라고, 몇 번씩이고 스모크스크린은 생각했지. 스모크스크린은 그저 옵티머스의 곁을 지켰을 뿐이지, 그 긴 시간동안 무너지지 않고 제자리에 버티고 있던 것은 옵티머스였으니 말이야. 그 누구보다 강한 것은 당신이라고, 자신은 그저 기다렸을 뿐이라고, 스모크스크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어.
***
넉아웃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수족관 근처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어. 한적한 분위기의 식당 안에 자리를 잡은 네사람은 넉아웃과 브레이크다운의 추천에 따라 메뉴를 골랐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넉아웃이 아니었다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어색한 침묵만이 테이블 위에 감돌았을거야. 다행스럽게도 넉아웃은 정말로 옵티머스가 스모크스크린의 사촌 형이라도 되는 것마냥 굴었어. 넉아웃은 학교에서의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에 대해 옵티머스가 모를 법한 부분을 이야기 해주었고, 스모크스크린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창피하다는 듯 얼굴이 빨개져서는 애꿎은 물잔만을 비웠어.
그렇게 조금은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어. 음식을 받기 위해 물잔을 옮기던 넉아웃은 팔꿈치로 그만 옵티머스 몫의 물잔을 건드렸고, 물잔이 그대로 엎어지며 옵티머스의 바지를 적셨어. 깜짝 놀란 넉아웃은 안절부절 못하며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건넸지. 그냥 물이 묻었을 뿐이니 괜찮다고, 내버려두면 마를거라는 옵티머스에게 넉아웃은 그러면 안된다고, 수습하는걸 도와드릴테니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이야기를 꺼냈을거야.
자기가 가겠다는 스모크스크린에게 먼저 먹고 있으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넣으며 말이야. 옵티머스는 그런 넉아웃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는 금방 돌아올테니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모크스크린에게 이야기를 건넸지. 스모크스크린은 마음같아서는 안된다고, 두사람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토록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옵티머스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어서, 스모크스크린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두사람은 가게의 화장실로 향했고, 사람 한 명 없이 텅 비어있는 화장실을 확인한 넉아웃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옵티머스의 옷자락을 수습해주며 말을 꺼냈어.
"그래서... 뭐가 궁금하신가요, 옵티머스 선배님?"
역시, 자신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 맞았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서는 넉아웃의 반응에 옵티머스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어. 자신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모르는 척을 했는지에 대해서였지. 그 말에 넉아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다 이내 입을 열었어.
"선배님이 지금 무슨 생각 하고 계신지 제가 맞춰볼까요? 제가 선배님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에 할지, 안할지 궁금하신거 아니에요?"
정론이었지. 지금 옵티머스가 그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옵티머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학교에 퍼지는 것은... 다시 생각하면 괴로운 일이지만 본인 스스로가 감내하면 되는 일이었어.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달랐지. 그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자신과 엮여 불미스러운 소문이라도 학교에 퍼지게 된다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아직 메가트론이 학교에 얼굴을 비춘다고 했었지. 자신 뿐만이 아니라 스모크스크린까지 그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위험성이 너무 높았어.
하지만 쉽사리 옵티머스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젊은 친구가 왜 자신을 따로 불러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왜 자신을 모르는 척을 했는지, 수수께끼 투성이였어. 그런 옵티머스의 반응에 넉아웃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지.
"스타스크림 선배 아시죠? 선배님 학생회 계셨을 때 부회장이었는데."
"..."
"일단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저 스타스크림 선배랑 아는 사이고, 선배님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요."
"자, 잠깐... 뭐라고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직접 말한건 아니에요. 그사람이 푸념하듯 말한 것중에서 제가 대충 생각하면서 찍은게 맞은거니까."
그 누구보다 메가트론과 가까운 곳에 있던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자 옵티머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어. 그런 옵티머스에게 넉아웃은 아직 그사람은 당신이 이런 곳에 있는줄도 모른다고 말을 덧붙였지. 그리고는 태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어.
"왜 모르는 척을 했냐고 물어보셨죠?"
"...네."
"그냥 좀 궁금해서요. 쟤가 애인같은거 만들 성격도 아닌데 갑자기 얼마 전부터 완전히 넋나간 얼굴을 하고서는... 저 쟤가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는거 처음봤다니까요? 아무튼... 그런데 죽어도 저 포함해서 자기 친구들한테도 아무런 말을 안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말을 안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넉아웃의 말에 옵티머스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어. 스타스크림은 아직 옵티머스의 소재지에 대해 모른다고, 그가 이야기를 했지만 스타스크림과 아는 사이라고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했지. 아마 필연적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메가트론의 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 분명했어. ...그래, 언젠가는 이렇게 될 일이었겠지. 어쩌면 이 꿈같은 시간의 끝을 고해야 하는 때가 지금인지도 몰라. 옵티머스는 굳게 마음을 먹고, 입을 열려고 했어.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좋으니, 스모크스크린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할 셈이었지. 그런데 넉아웃이 한발 앞서 말을 꺼냈지. 게다가 그 내용은 뜻밖의 것이었어.
"저기, 선배님. 뭘 생각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선배님이랑 스모크스크린 얘기는 안할거에요."
"..네?"
"네? 라뇨? 제가 그렇게 입이 싸보이나요? 음... 이건 좀 큰일인데..."
"아, 아뇨!... 그, 그런게 아니라..."
조금 망설이던 옵티머스는 왜 자신에 대해서, 스모크스크린에 대해서 함구하기로 한거냐며, 그럴 이유가 당신에게는 없지 않느냐며 이유를 물었어. 그 질문에 넉아웃은 너무 당연한걸 물어본다는 듯 대답했지.
"저도 연애하고 있는 입장에서 남 잘못되라고 훼방놓고 싶진 않아서요."
"아, 아니에요!... 그, 그러니까, 스모크스크린이랑 저는..."
"...거짓말도 사람 가려가면서 하셔야죠. 아까 보니까 서로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시던데."
그 말에 옵티머스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어. 그런 옵티머스에게 넉아웃은 어쨌든 옵티머스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도 안할거고, 주변사람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덧붙였지.
"뭐...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으셨던건지 저는 모르는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24시간 세콤이 저렇게 붙어다니잖아요. 쟤 아까 수족관에서 저 쳐다보던거 선배님 못보셨죠? 어휴, 어찌나 노려보던지... 얼굴 뚫리는줄 알았네."
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장난스럽게 구는 그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의심부터 해서 미안했다며 어쩔줄 몰라했고, 넉아웃은 당연한 거라며 별로 신경도 안쓴다고 했어.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잠금을 풀고, 옵티머스에게 건넸을거야.
"그렇게 미안하시면, 저랑도 비밀친구 해주시는거죠?"
장난스러운 그의 미소가 옵티머스의 눈동자에 비춰졌지. 망설이던 옵티머스는 그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어. 넉아웃은 확인하려는 듯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옵티머스의 핸드폰 액정에 낯선 숫자 11개가 떠올랐지. 자신의 번호라며, 편하실 때 연락하시면 된다는 넉아웃의 이야기와 함께 옵티머스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이제 저희도 슬슬 나가봐야겠네요. 너무 오래있으면 걔 성격에 분명 여기까지 따라올걸요?"
"그, 그렇게까지는..."
이야, 얘좀봐라? 선배 앞에서 얼마나 내숭을 떤거야? 넉아웃은 방금 전 수족관 안에서 한순간 자신을 노려보던 스모크스크린의 눈빛을 떠올렸어. 학교에서 일처리를 잘못해 선배들에게 혼이 나거나 핀잔을 들을 때에도 스모크스크린은 싫은소리 한번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어. 다들 스모크스크린이 너무 착하다고, 순진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넉아웃은 코웃음을 쳤지. 저게 어딜봐서 착하고 순진하다는건데?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맹수가 쥐 한마리가 자신의 털을 잡아당긴다고 진심으로 화를 내는걸 본 적 있어? 스스로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건 진정한 강자이기에 베풀 수 있는 관용이라고, 넉아웃은 생각하곤 했거든. 그런데 그게 맞다는걸 오늘 다시금 깨달았겠지.
그리고 조금 농담삼아 이야기하긴 했지만 진짜로 여기에서 더 오래 있었다가는 그녀석이 쫓아올지도 모르니 일단 넉아웃은 빨리 나가자고, 옵티머스를 이끌었을거야. 스모크스크린이나 자신의 친구들이 아닌, 다른 낯선 이의 손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옵티머스는 어째서인지 그가 싫지 않았지. 옵티머스는 그런 넉아웃의 모습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넉아웃은 나중에 스모크스크린에게 잘 이야기나 해달라고 재치있게 웃어보였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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