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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4 15:10
레화블 헨리버전 외전 내가볼라고 번역해봄ㅋㅋㅋ
분량은 전체 외전 중 절반정도 되는듯!
의역, 오역 주의

아마존이랑 다르게 원작에서는 베아가 누나임! 알렉스 누나 준도 나옴ㅎㅎㅎ



"너더러 믿으라거나 좋아하라는 것도 아니야." 헨리가 냉랭하게 말했다. 긴 아침이었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단지 너에게 약간의 존중을 바랄 뿐이지."

"음- 네가 만든 키시한테?"
"응, 내 키시한테."

베아가 테이프를 내려놓더니 눈가를 닦았다. "페즈!"

"응?"
"헨리가 우리한테 키시를 만들어줄거래!"

페즈의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계단 밑을 울렸다. "됐다그래"

"항상 알렉스한테 만들어준단 말이야." 헨리가 고집했다. "완전 먹을만하다고"

"일찍 일어나서 도와주면 아침을 주겠다는게, 직접 만들어 준단 말이었어?" 베아가 말했다.

"어." 열의에 가득찬 헨리가 대답했다. "그만 웃어!"

"미안!" 베아가 말했다. "난 그냥... 음... 헨리, 지난번 네가 나한테 아침을 해줬을 때, 넌 열두살이었고 전자렌지가 터질때까지 소세지를 돌렸잖아."

"그건 누나 생각이었잖아! 게다가 엄청 오래전 일이라고. 나도 그동안 배웠어, 알아? 이젠 꽤 잘해. 단톡방에 보냈던 사진들은 그냥 보여주기용이 아니었어."

"아, 그랬어?" 시장에서 산 샬롯과 타임을 넣은 머쉬룸 키쉬를 만들어 주겠단 너그러운 제안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베아가 무례하게 말했다. 마치 헨리가 5년동안 이 집에 살면서 주방쓰는 법은 배우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만약 그들의 삶이 혼돈이 아니었다면, 베아가 시간 날 때마다 헨리가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더 일찍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부분을 이곳에서 살면서 뻔질나게 드나들어 비밀 코드명까지 얻은 페즈라면(페즈는 추기경, 헨리는 주교였다), 더 잘 알 것이었다.

"퍼시 오콘조" 페즈가 나타나자 헨리가 말했다. "지난주에 여기 왔을때 내가 민스파이 만들어준거 너 진짜 좋아했잖아"

"내가?" 놀란 페즈가 베아의 억양을 흉내내며 소리쳤다.

"이 앞치마를 봐!" 헨리가 두르고 있던 남색 앞치마를 가리켰다. 알렉스가 지난해 생일선물로 준 것이었다. "키쉬도 못만드는 사람이 이런 앞치마를 두르겠어? 자수 까지 놓은 거라고."

"넌 왕족이잖아, 베이비." 페즈가 지적했다. "네가 가진 모든 것에 수가 놓여져 있지."

'진짜 요리용' 앞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지원군이었다. 연결된 페이스타임으로 알렉스가 말했다. "좋은 아침, 내 사랑-"

"알렉스" 헨리가 끼어들었다. "내 키쉬에 대해 말해줘"

선글라스를 올린 알렉스가 카메라에 대고 눈을 찌푸렸다. 빛바랜 티셔츠에 청자켓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를 한 알렉스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미국인의 마음을 뒤흔든 바로 그 모습이었다. 헨리가 절대 질릴 수 없는.

"응?"
"베아랑 페즈가 내가 키쉬를 만들 수 있단걸 못믿어."
"뭐? 앞치마 못봤대?"
"내말이!"
"헨리의 키쉬는 훌륭해." 알렉스가 주방을 향해 크게 말했다. "계란껍데기도 거의 없었다고!"

그 말에 베아와 페즈가 다시 터졌다. 화면에서 알렉스의 얼굴이 웃음으로 일그러졌다.

"정말 고마워 알렉스, 아주 큰 도움이 됐어" 헨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거긴 어때? 오늘 아침은 플로리스트였나?"

"방금 끝났어." 알렉스가 웃으며 말했다. "최종 결정도 했고, 다 괜찮아."

벌써 일주일 뒤면 이사이고, 이주 후엔 결혼식이었다. 그래서 분리 전략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헨리는 뉴욕에 남아 베아, 페즈와 함께 저택의 짐을 싸고, 알렉스는 준, 노라와 함께 텍사스에서 마지막 체크리스트들을 실행하고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놀라운 일들 중에서 꽃장식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네 모습도... 단연 그 중 하나야."

"내가 이런거 꾸미는거 좋아하는거 알잖아." 알렉스가 말했다.

"그렇지" 헨리가 동의하며 말했다. "다른 애들은 어딨어?"

"도넛 사러." 알렉스가 답하기 전에 페즈가 말했다. 페즈의 폰에는 키스를 날리는 준과 에클레어를 먹는 노라의 사진이 있었다.

"도넛!" 베아가 말했다. " 좋은 생각이야!"




남은 하루는 박스더미와 쓰레기 봉지에 허우적거리며 가구와 아래층의 TV를 빼고 모든 물건을 쌌다. 페즈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사람을 쓰자고 했지만, 베아는 완강했고, 헨리는 다른 누군가 그와 알렉스만의 물건들을 헤집고 다니는게 싫었다. 옷장의 숨겨진 서랍에 있던 물건을 페즈에게 설명하는 것도 이미 최악이었는데,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그럴 순 없었다.

모든게 끝나고 베아는 거실에 '기사 윌리엄'을 틀어놓고 페즈의 무릎에서 곧 잠에 빠져들었다. 페즈도 기절했지만 헨리는 깨어 있었다. 히스레저는 관객이 필요하니까. 베아를 깨워 게스트룸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침에 한 소리 들을거란걸 알아서이기도 했다.

데이빗이 소파로 올라와, 그 작은 몸이 헨리 곁에 자리잡을 때까지 주둥이를 쓰다듬었다.

"긴장했구나." 헨리가 속삭였다. 정서적 지지를 위해 입양한 개가 불안을 겪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데이빗의 불안은 한 주 동안 자라나, 그의 집이 박스로 사라지면서 점점 커져갔다. "널 떠나지 않을거야. 약속해."

저택은 그들에게 좋은 집이었다. 견고한 돌벽과, 그들을 내버려둔 이웃까지. 헨리는 켄싱턴보다 이곳을 더 사랑하게 됐다. 그의 부모님이 모두 켄싱턴에 살았던 시절 만큼. 어느 아침에 알렉스와 커피를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미 데워지고 있는 주전자를 보면, 가족 모두가 한 지붕아래 살던 시절이 생각났다. 이 지붕은 그때보다는 작지만 느낌은 같았다.

그러니 아마도 데이빗의 생각이 틀린 것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이 곳을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몇 달간 알렉스는 계속 헨리에게 뭘 그렇게 보냐고 물었지만, 사실은 알렉스가 모든 방을 바라봤던 그대로 기억을 되살렸을 뿐이었다. 손에 꼭 맞던 난간, 신발을 벗을때 짚었던 현관의 벽.

지난 5년간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적어도 일부분은 이 집안에서 일어났다.










알렉스 엄마의 취임식 7달 후, 헨리는 '진열장'이라는 말을 아예 들어본 적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 이걸 어디 넣어야 할지 결정하지 않아도 됐을테니까.

알렉스가 도와주기 위해 30분 후 도착할테지만, 헨리는 여전히 이걸 어디에 둬야할 지 모르겠다. 아마도 벽난로 맞은편에? 그치만 만약에 소파를 놓고 싶으면? 평범한 소파가 좋나, 아님 긴 소파? 저건 윗층 서재에 놔야하나? 아님 책장을 위한 자리를 남겨야하나?

헨리는 해변으로 돌아가 파인애플 주스나 마시고 싶었다. 알렉스가 백악관의 침실을 정리한 후로 길고,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알렉스는 헨리에게 전화해서 "이 대륙에서 꺼져볼까?"라고 물었고, 처음에는 두바이에 갔다가 라고스를 거쳐 옛날을 생각해 리오*로 향했다. 달빛에 전등이 빛나는 부에노스아이에스서 알렉스는 공짜 술을 위해 바텐더에게 추파를 날렸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사랑스럽게 흐릿했다. 비행기에서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든 알렉스, 달리는 차에서 창밖으로 포르투갈어 책을 버리는 알렉스, 말 못할 곳들에 있던 모래알들, 알렉스 알렉스 알렉스. 끝없는 활주로와 허술한 변장들, 점점 작아지던 수영복들과 더이상 그걸 입지 않게된 날들. 사랑에 빠지고, 속편이 나오고, 새로한 선탠과 세상의 모든 시간들.

*원작에서 둘이 처음만난곳은 리오 올림픽임

그리고 지금 그들은 헨리의 집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알렉스가 빌린 파크 슬로프의 2층짜리 저택에 있었다. 같은 주소에 살기 전에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서로 동의했다. 비밀스럽게 평범한 데이트를 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연합 경호팀이 길 아래 빈 아파트에 본부를 둔 것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래도 헨리는 이게 지속되길 원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앞뒤보지 않고 달려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맛있게 즐기면서 천천히 가고 싶었다. 향기로운 밤과, 시간과, 처음을 탐하면서 혀끝에서 서서히 녹길 바랐다. 어렸을 때 할머니의 금색 차 쟁반에서 훔쳐오던 각설탕처럼. 삶을 원했다.





헨리는 누군가 그에게 이 망할 '진열장'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말해줬으면 했다. 'Broyhill Brasilia'의 빈티지 가구로 월넛 색깔에 황동 서랍이 있었다. 준이 에디터와의 미팅겸 들러 가져오는걸 도와줬지만, 어디에 둬야할지 조언해주지는 않았다. 이전의 그에겐 가구 위치에 대한 결정 권한이 전혀 없었다.

그럼 저건... 저기 빈 거실 가운데에 두고... 온 집안에서 첫 번째 가구였다.

"러그부터 시작하면 어때." 현관에서 알렉스가 말했다. 고개를 돌린 헨리는 한 손에는 키, 다른 한 손엔 종이 봉투를 든 알렉스를 발견했다. 늦은 아침 햇살을 받아 웃고 있는 그는 그래, 저 미소. 달콤하게 신경줄을 조여드는. 찰나의 순간동안 헨레는 입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잊는다. 가장 분명한 사실은 알렉스 클레어몬트 디아즈의 존재가 항상 그에게 이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사진의 알렉스도 멋있었지만, 현실의 알렉스는 마치 교향곡 같았다. 체리코크술과 함께 알렉스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완벽한 턱선과 장난스러운 미소, 말려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두꺼운 팔뚝을 문가에 기댄채 샴페인 병의 코르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제일 처음 페즈에게 알렉스에 대해 말할때, "세상에, 치명적이야."라고 했었다. 그를 알고 나면, 더욱 심해질 일만 남았을 뿐이다.

"진열장 놓기엔 이상한 자리인데." 알렉스가 말했다. 헨리의 볼에 키스한 뒤 종이에 싸인 따뜻한 포장지를 내밀었다.

"소세지 에그 치즈를 좋아해야 할텐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어"
"샌드위치는 보통 입으로 넣지"
"장식장말이야."
"아, 그래." 알렉스가 이제야 발견했다는 듯이 윙크하며 말했다. 과장되게 한숨을 쉰 헨리는 입술로 찾아온 두 번째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냥 저기에 놓으면 어때?"

알렉스가 그의 오른쪽, 앞문부터 계단 앞까지 길게 뻗은 빈 공간을 가리켰다. 얼핏 봐도 사이즈가 딱 맞을 것 같았다.

"아" 헨리가 말했다.

이게 그들이 겹치는 부분이었다. 그가 끝나는 곳에서 알렉스는 시작했다. 끈적하고 기분좋은, 당연한 듯한 느낌. 끝없이 불타는 에너지, 맞아드는 초점. 고통들이 가장 분명하고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결론을 만나게 되는. 가끔씩 헨리같이 인생을 고통속에서 헤엄쳐온 사람에게는 무서운 일이지만. 이제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응" 헨리가 수긍했다. "그럼 되겠다"

알렉스가 웃었다.






2022년 여름이었다. 헨리는 세 번째 쉼터를 열었고, 알렉스는 막 NYU 로스쿨의 첫 해 공부를 마쳤다.

책 몇 박스가 아직 알렉스의 집에 있었지만, 그 외에는 이제 헨리의 저택에서 머물게 됐다. 그들의 저택에서. 거실 벽에는 텍사스 플래그 옆에 첼시 스카프가 걸려있었다. 냉장고에는 멕시코 탄산수와 맥주가 가득차 있었다. 현관에는 갈색 구두와 리복 운동화, 두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의심할 수 없었다.

그들의 첫 '집안일하는 일요일' 이었고(알렉스의 생각이었다), 헨리는 마지막 빨래들을 건조기에 넣었다. 주방으로 가는 길목에서 헨리는 알렉스가 식기세척기를 정리하는걸 보고 있었다.

한번은 알렉스가 헨리에게 그가 끌리는 타입의 남자에 대해 말한적이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예쁘고 약간 공허한 눈. 고집스럽지만 궁금해지는 미소를 띈 사람. 헨리에게는 그렇게 간단했던 적이 없었다. 단지 숙제를 읽어왔다는 이유로 반 친구를 좋아했고, 항해를 할 줄 알고 시나몬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필립의 끔찍한 이튼스쿨 친구를 좋아했었다. 옥스포드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는 그에게 어떻게 말을 걸지 모른다는 것 뿐이었다. 헨리에게 이상형같은건 없었고, 항상 알렉스가 유일하다고 생각했었다. 알렉스는 지금껏 만났던 그 누구와도 같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알렉스가 아랫칸에서 샐러드 볼을 꺼내려 숙이고 있는걸 보다가 피할 수 없는 진실에 직면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나 도와줄거야?" 알렉스가 어깨너머로 시선도 던지지 않고 물었다. "아님 계속 내 엉덩이나 처다볼거야?"






2022년 크리스마스였다. 알렉스가 공식적으로 이사온 뒤 처음맞는크리스마스였고, 헨리는 통나무 모양의 크리스마스 케익을 만들 예정이었다.

아마 너무 아심찬 계획이었나보다. 어쨌든 그는 요리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주방에 갈 일이 없었고, 페스트푸드와 포장 음식에 의존해왔다. 토스트를 만들거나 계란을 삶고, 때때로 커피메이커를 능숙하게 다루거나 칵테일을 휘저어본 적은 있었다. 음식에 대해 알고 있긴 했다. 최상급의 음식들에 대해서. 사실 헨리는 아직 그보다 더 좋은 브리를 감별하는 영국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요리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최근 알렉스가 2학년에 접어들며 너무 바빠져서 그를 먹이는걸 잊기 전 까지는 말이다.

알렉스에게 일주일에 두번 베이컨 샌드위치를 먹이면서 시작됐다. 헨리의 팔이 기름에 댄 화상자국으로 점점이 가득찼지만, 베이컨이 쉬웠고 상처는 희미해졌으니 꽤 오래동안 이어졌다. 호기심을 자극해 파스타 기본을 스스로 습득했고, 거의 아무거나 마늘, 양파, 버터와 끓이면 결국엔 그럴듯한 파스타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건 헨리의 자신감을 북돋워 본격적으로 요리에 전념하게 했고, 지금은 쉼터의 화상 회의와 어머니와의 통화 사이에 브라운버터와 로스트 치킨을 만드는 영상을 보고 또 보게 됐다. 그가 만드는 음식의 절반 정도만 원래의 색을 띄게 됐지만, 헨리는 그걸 사랑했다.

시장의 한 구석으로 걸어가 준이 보내준 가족 레시피의 특정 재료를 찾아내는 것들을 좋아했다. 이건 파파라치가 알아챌 만큼 정기적인 취미가 되고 있었고, 결국 그의 어머니는 경호처에 시켜 대역을 고용하도록 했다. 이제 그와 키, 체격, 얼굴이 비슷한 앵거스라는 남자가 주위를 돌리려 산책을 하는 동안 헨리는 병에든 칠리를 찾아 나섰다.

이 모든 독립적인 공부와 함께, 헨리는 그가 디저트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족들을 설득해 직접 크리스마스 저녁을 주최하기로 한 만큼, 뭔가 인상적인 걸 만들고 싶었다. 스펀지 빵은 완전 잘못됐고, '베이크오프'를 보면서 배운게 하나도 없다해도, 빵을 말 때 다섯 군데나 금이가면 안된다는 건 알았다. '베이크오프' 진행자에게 비난받을 만한 결과였다.

"오븐에 너무 오래뒀나" 오스카가 키친 아일랜드 건너편에서 물었다. 오스카는 쓸모없는대회 상으로 탄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TITS(가슴) 없이는 CONSTITUTION(헌법)을 쓸 수 없다'라고 적혀있었다. 설명할 수 없지만, 헨리의 엄마가 가져온 것이었다. "좀 빵이 메마른 것 같은데."

"도와주시려 하는점 감사하게 생각해요." 헨리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한 마디만 더 하시면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럼 우리 둘다 저에 대한 존경심을 어느정도 잃겠죠."

잠시 후, 페즈가 "그만해, 친구. 이제 그만 보내줘"라고 그를 설득했을 때, 헨리는 그의 불명예스러운 케익과 장식이 든 접시를 거실로 가져가 모두 스푼으로 퍼먹도록 했다. 집안은 열기로 가득했고, 이건 크리스마스 크래커 때문만은 아니었다. 알렉스의 부모님 세 분 모두와, 헨리의 어머니, 준과 노라, 베아와 페즈가 있었고 샤안과 자흐라는 스피커폰으로 연결했고, 때때로 어색한 필립과 마사가 페이스타임을 하고 있었으며, 휴일에 갈 곳이 없는 앵거스도 있었다.


("마음에 안들어" 헨리가 자기의 대역을 크리스마스에 초대하자고 했을때 알렉스가 중얼거렸다.

"왜?"
"왜냐면, 너랑 정확히 똑같이 생겼는데,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게 날 무섭게 한단말이야.")


엘런은 모두에게 알렉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첫 자전거를 선물 받고 박싱데이쯤 넘어져 앞니 두개를 부러뜨린 얘기를 해줬다. 캐서린은 8살의 헨리가 아빠에게 쓴 편지에 양장 일기장과 바다로 휴가 떠날 것을 부탁한 얘기를 늘어놨다. 베아가 헨리를 피아노쪽으로 밀었고, 한 시간 동안 신청곡을 받다가 페즈가 "God Rest Ye Merry"를 자신의 유당불내증 얘기로 개사하자 연주를 멈췄다. 아무도 "저당우유와 두유 소식"을 따라부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뱅쇼 와인이 세 잔씩 돌았을 때 쯤 알렉스의 부모님이 운전기사를 불렀고 헨리의 엄마는 게스트룸으로 들어갔으며, 준과 노라는 겨우살이 아래 있었다. 모두가 놀라 노라가 마침내 준을 끌어당겨 키스할 때까지 휘파람을 불었고 박수를 쳤다. 뺨이 붉어졌지만 준은 아무것에나 쉽게 즐거워지곤 했다.

"둘이 키스하기 까지 이렇게 오래 걸렸다니 믿을 수 없다" 알렉스가 말하자 페즈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알렉스." 페즈가 부드럽게 말했다. 잔을 비우더니 알렉스의 이마에 키스했다. "이 아름다운 멍청이야"

"그게 무슨 뜻이야?"
고개를 저은 페즈가 주방으로 사라겼다.

"잠깐," 알렉스가 말했다.

교과서에서 특정 구절을 떠올릴때 처럼 얼굴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불이 켜진듯 머그를 램프 테이블에 탁 내려놓고 페즈의 뒤를 쫓았다.

"페즈, 그게 무슨 뜻이야?"







알렉스의 로스쿨 마지막 한해가 남은 2023년 여름 늦은 아침이었고, '알렉스'는 헨리의 입에서 나온 첫 단어였다.

사실, 헨리는 대부분의 아침을 이렇게 시작했다. 5시간 시차가 나는 월요일 아침에도 그는 핸드폰에 낮은 목소리로 '알렉스'를 속삭였다. 금요일 아침 알렉스의 아침 강의가 취소되었을 때도 베개에 묻혀 F 장조로 '알렉스'를 말하며 몸을 뒤채면 하루가 시작됐다. 시험 전 밤 세시 반에 "망할 불 꺼버리고 침대로 와" 뒤에는 쉰 목소리의 "알렉스"가 이어졌다.

오늘 아침엔 데이빗이 문을 향해 짓고 있었다. 비바람이 불고 있었고 시차와 어두운 우울함이 헨리를 이불속에 잡아두고 있었다. 30분 전쯤 일어난 알렉스가 감기는 눈으로 옆 동네 24시간 식당에서 아침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러니 알렉스가 일어나 문을 열여줘야 했다.

"알렉스" 돌아 누운 헨리가 중얼거렸다.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쓴 알렉스의 곱슬거리는 머리만 흰 천 위로 보였다.

"싫어-" 알렉스가 낮은 목소리로 신음했다.

"아침 왔어." 헨리가 말했다. 때마침 초인종이 다시 울리고 데이빗이 짖었다.

뿌루퉁한 알렉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뺨에는 베개 자국이 나 있었고, 별자리 같은 주근깨가 있었다. "네가 가져오면 안돼?"

헨리는 눈을 굴렸지만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 지난밤 비행기에서 입었던 조거 팬츠와 후드를 입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발목에 바람이 스쳐 자신의 옷이 아닌, 알렉스의 옷을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앞에는 헬멧을 쓴 분홍색 머리의 여자가 지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헨리가 말했다. 구겨져있던 지폐 몇 장을 알렉스의 주머니에서 꺼내 내밀었다. "수고비예요."

여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진짜 돈은 없어요?" 알렉스 어머니의 억양을 떠올리게 하는 말투였다.

내려다보니 20파운드가 쥐어져 있었다.

"아, 죄송해요" 헨리는 진열장 위 볼에서 지갑을 꺼내 갖고 있던 모든 달러를 주었다.

"갔어, 데이빗" 헨리가 거실을 빙빙 돌며 안달하고 있는 데이빗쪽으로 말했다. "무시무시한 침입자한테서 또 우리를 지켜줬네, 잘했어"

헨리는 뒤뜰을 열어 데이빗을 내보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놀랍게도 잠에서 깬 알렉스가 침대에 기대어있었다.

"야간비행하기엔 너무 늙었어." 알렉스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자기, 너 스물 다섯이야." 헨리가 일깨워줬다. 침대옆 탁자에 가방을 올려놓자마자 포장을 푼 알렉스가 아침식사에 코를 박았다. "그리고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아."

"그렇지. 하지만... 왜 필립 아이의 세례까지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어. 사촌이잖아?" 알렉스는 팬케익에 시럽을 펴바르기 시작했다. "내말은, 내 사촌도 산더미인데 말이야"

헨리는 입을 열어 떠오른 수 천가지 생각 중 하나로 대답하려고 했다. 정해진 일을 하지 않으면 난리가날 타블로이드 신문들과, 항상 교회 임무나 연례 행사나 약속들이 있을 거라고. 헨리는 항상 한 발을 런던에 딛고 있어야 하고, 언젠가는 어디에 정착할지 정해야 한다고. 처음 이 대화를 나누게 된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알렉스는 커다란 팬케익 조각을 쑤셔 넣으며 말했다. "어쨌든 널 사랑해. 내일 준이랑 노라 놀러오라고 할까? 또 마리오 파티하자. 둘이 주먹다짐 하는걸 보고싶어. 아, 그리고 아버지가 다음주에 동네에 오신대. 저번에 네가 말한 책들을 가지고 온댔어"

이때 헨리는 깨달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2024년 봄의 끝무렵, 헨리는 엄밀히 말하면 엿듣지는 않고 있었다. 샤안의 전화를 받으러 잠시 나와야 했고, 꼭 받아야만 하는 전화였다. 샤안은 역시나 침착하게 주부로서의 새 인생을 받아들였고, 요즘 대부분 그의 전화는 총리가 될게 분명한 아기와의 통화를 시켜줄 때 뿐이었다. 음성메시지로는 보낼 수 없었다.

알렉스가 법무 일을 시작한 뒤로, 처음으로 헨리 어머니가 방문할 짬이 난 때였다. 헨리는 잘 모르지만 알렉스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전략적인 다음 단계였다. 헨리가 방을 나올때, 알렉스는 여전히 캐서린에게 설명하고 있었고, 그건 엄청나게 수준높아 보였다.

새 찻주전자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그의 이름이 들렸다.

"다음날 아침 헨리랑 아서가 사라졌을때." 헨리의 어머니가 얘기하고 있었다. "삼촌한테 전화가 와서 헨리가 너무 아파서 꿩 사냥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단다. 사실은 아서가 이 주 동안 헨리를 로마에 있던 그 말도 안되는 자동차 훔치는 영화 세트장에 데려갔었지. 그, 이름이 뭐더라-"

"제이슨 스타뎀이요." 알렉스가 웃으며 바로 답했다.

"맞아!"

"그 영화 진짜 좋아했는데." 알렉스가 말했다. "헨리가 세트장에 있었다니 말도 안돼요."

"다 아서의 생각이었지만 맞는 행동이었단다. 삼촌은 무시무시하게 지루하고 헨리는 삼촌 아들을 정말 싫어했거든. 길포드라고. 결혼식에서 만났던가?"

"헨리가 확실히 피할 수 있게 해줬어요."

"그래, 그게 최선이다." 캐서린이 우아하게 말했다. "완전 멍청이로 자랐거든"

헨리는 자신도 방안에 있어 열성적으로 말하는 알렉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세상에" 알렉스는 항상 캐서린이 대학에 갔고 셰필드의 평민과 결혼했다는걸 잊곤 했다.

알렉스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헨리와 제가 결혼을 하면..."

헨리는 떨어뜨릴 뻔한 차주전자를 간신히 붙잡았다.

알렉스가 결혼을 언급하는 건 놀랄일은 아니었다. 몇 년간 함께 생각해온 문제였다. 정치적인 계획과 알렉스의 어린시절 부모님 이혼 경험에서 비롯한 불안들과 둘 다 원치 않는 로얄 웨딩에 관한 수천가지 질문들 말이다. 헨리는 심지어 약혼반지도 샀다. 헨리가 알렉스의 옷을 벗기려 할 때마다 펄쩍 뛰는걸 봤을 땐, 헨리만 약혼반지를 산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에게 알렉스가 결혼을 얘기한건 처음이었다. 알렉스는 정말 일상적으로, 기정사실이라는 듯이, 마치 헨리와의 결혼을 어머니와 상의해왔던 것 처럼 얘기했다. 헨리는 알렉스가 정말 그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달 런던에서 어머니와 티타임을 하면서 넌 초대받지 않았다고 한걸까? 둘이 공모하려고?

둘은 이제 가상의 하객 명단에 대해 논의하면서 어떤 친척들이 서로 싫어하고 누가 생일파티에 부적절하게 큰 머리장식을 했는지 얘기하고 있었지만, 헨리는 더이상 듣고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두 번째 젤라또와 함께 손을 흔들던 로마의 카페를 떠올렸다.

그의 기억에, 헨리는 아홉살이었고,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누구랑 결혼하든 헨리, 그 사람이 네 엄마가 웃을 줄 아는 사람이란걸 알게했으면 좋겠다. 네 엄마는 정말 그런 사람이니까.

마침내 헨리가 코너를 돌며 목을 가다듬었다.

"차 드실분?"






2024년, 아무도 그들이 약혼한 줄 몰랐다. 인정한다. 아직 약혼한지 세 시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헨리는 이게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비밀이 아니어도 되는 것을 비밀로 간직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정원에서 발견한 특별한 생물체를 조심스럽게 병에 가둬 간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알렉스가 베아에게 빌려온 조니 미첼의 레코드가 턴테이블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소파 쿠션 아래 밀어넣고, 달만한 크기의 피자를 주문한 뒤 거실 바닥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 키스를 하고 피자를 먹고 다시 키스를 했다. 헨리는 알렉스의 팔에 묻은 페퍼로니 기름을 핥았다. 실행하기 전 까지는 갖고 있는 줄도 몰랐던 판타지였다. 러그 위에 서로 엉켜서 헨리는 다음주에 알렉스랑 세일링을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수평선을 등진 알렉스를 보기 위해 강가에 세워놓고 싶었다.

4년, 거의 5년 동안 그가 주로 배운건 알렉스는 끝이 없는 세계란 점이었다. 헨리가 원하는건 그와 영원히 함께하는 것 뿐이었다. 계속해서 알렉스의 가장 좋은 부분을 새로 발견하고, 뒤집고, 서로의 배를 탐구하며 가장 깨물기 좋은 곳을 발견하는 것.

그래서 헨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알렉스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