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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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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소식 듣고 찾아갔는데 외사촌형의 아들 피트가 큰아빠란 새끼 애들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고, 그래도 큰아빠란 새끼는 좀 낫겠지 했는데 그새끼가 어린 피트 때리면 아무리 배리라도 눈이 돌겠지.

사람 좋게 웃고 사기 당해도 “와! 자기! 우리 돈이 사라졌어!! 너무 좋다 :>” 하는 즈그 돼쥐의 개빡돈 눈을 본 크리스가 잠시 할 말을 잃는데, 재빠른 햄찌수인 배리는 바로 전화기 앞으로 뛰어가서 여기저기 막 전화를 걸었음. 저 집에 뛰쳐들어가서 싸울 줄 알았는데 웬 전화? 하고 생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와 아동보호국차가 나타났고, 뒤이어 새까만 고급 세단에서 양복쟁이 놈도 하나 내려. 배리는 양복쟁이에게 종이봉투에 싼 돈뭉치를 건네며 바로 진행해달라 말했고, 양복쟁이는 경찰과 아동보호국 사람들에게 가서 뭐라뭐라 말을 했지. 1시간 후 큰아빠란 놈과 그 가족들이 경찰에 굴비마냥 엮여서 줄줄이 끌려가는 옆에서 배리는 겁에 잔뜩 질린 꼬마에게 다가가며 초콜릿 하나를 내밀어.

🐹 나는 배리야. 듀크, 그러니까 네 아빠 듀크의 이모네 아들이고 한동안 해외에 있어서 듀크 형이랑 형수랑 네 얘기를 듣지 못했어. 너무 늦어서 미안해.

부모님이 떠난 이후 누군가 자기 눈높이에 맞춰서 앉아서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게 처음인 피트가 울면서 안기자 배리는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우리 꼬맹이 많이 힘들었구나. 울어도 괜찮아.” 하며 달래줬음. 그 광경을 담배 피며 지켜보던 크리스는 똑닮은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보더니 배리에게 다가가려던 변호사라는 양복쟁이를 막아서며 내가 쟤 남편이니까 나한테 말해도 된다며 자리를 비켜줬음. 그러면서 다 피운 담배를 꺼버리고 반정도 든 담배갑과 함께 쓰레기통에 던져넣어.

빠른 서류정리와 법적 절차로 합법적인 보호자가 된 크리스배리는 어린 피트를 정말 애지중지 할 것 같다. 크리스와 배리의 애정을 듬뿍 받은 피트는 깜짝깜짝 놀라던 것도 사라지고 어른이 손 들면 웅크리는 것도 사라지고 무엇보다도 얼굴의 그늘이 사라졌음.

피트가 두 사람 앞에서 처음 수인화를 하는 것도 이 무렵이었어. 피곤해서 햄찌로 변한 배리가 쥑쥑거리며 크리스에게 달달한 디저트와 고소한 견과류를 달라고 애교를 빙자한 시위를 하는 걸 본 피트가 질문을 해.

🐿 크리스, 배리찌는 수인이야?

아몬드를 볶던 크리스는 피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잠깐 보다가 이렇게 말했지.

🔫 크리스 말고 아빠라고 부르면 알려줄게
🐿 크리스아빠, 배리찌도 수인이지?
🔫 돼쥐도 엄마라고 불러줘, 돼쥐 운다.

그 말에 쥑쥑대던 햄스터를 바라본 피트는 조금 서운해보이는 햄찌배리의 얼굴을 보고 다시 묻겠지.

🐿 아빠, 엄마도 수인이야?
🔫 응, 느그 엄마는 햄스터 수인이야. 귀엽지? 아빠는 쥑쥑이가 젤 좋다.
🐿 그럼 나도 좋아?
🔫 ? 당연히 좋지, 우리 애기돼쥐도 엄청 좋지.
🐿 진짜?

그러더니 피트가 뿅하니 수인화를 하는데, 아이가 있던 자리에 솜털이 채가시지 않은 아주 작은 다람쥐가 나타나. 작디 작은 아기다람쥐가 삐익! 거리며 자기를 봐달라고 하면 햄스터가 호다닥 뛰어가고, 크리스가 황급히 가스불을 끄더니 “세상에, 아기돼쥐, 위험하게 이런 높은 곳에서 수인화하면 어떧해. 안 다쳤어?” 하며 솜털뭉치 같은 아기 다람쥐와 호다닥 달려온 햄스터를 동시에 손에 올려.

햄찌 배리가 아기람쥐 피트를 보다가 인간화해서 “세상에, 피트. 너무 귀엽고 이쁘다.” 하고 호들갑떨면서 칭찬을 해주면 아기다람쥐 피트는 기쁜듯 삑삑거리며 배리의 손으로 옮겨가겠지. 크리스는 무게감이 돼쥐급으로 안 느껴지는 아기다람쥐가 배리 손에서 삐욱거리는 걸 보며 심장을 부여잡더니 “얌마... 너무 귀여워서 아빠 심장 아프다.” 하더니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다람쥐의 머리를 쓸어줬음. 심장 아프다는 말에 놀란 아기매람쥐가 삐- 거리며 손가락에 매달리자 크리스는 “진짜 아픈 거 아니니까 괜찮아. 아빠 잠깐만 나갔다올게.” 하더니 뒷문으로 사라졌어. 아기다람쥐가 걱정스레 뒷문을 바라보자 배리는 “네가 너무 귀여워서 큰소리로 누구한테 자랑하고 싶었나 봐. 우리는 아몬드나 먹을까?” 하며 크리스가 볶아놓은 아몬드 한 줌을 아기매람쥐 앞에 놔줬어.

밖에서 “저 귀여운 애를 이 ************ 저런 미친 귀여움인데!!” 하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걸 들으며 배리는 손바닥 위의 작은 아기다람쥐의 아몬드 먹방을 지켜볼 거야.

’이쯤되면 솜털이 아닌 제대로 된 털이 났어야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솜털이 채 빠지지도 못했을까...‘ 라는 생각에 울적해지던 배리는 아몬드 한 알을 제게 내미는 작은 손에 배시시 웃더니 “나 주는 거야? 고마워. 잘 먹을게.” 하고 말을 해. 앞에 놔준 아몬드의 반을 제 몫으로 주고 또 크리스 몫으로 쌓아두는 작은 매람쥐를 보며 배리는 집행유예로 끝내는건 아니라고 확실히 옥살이를 시켜줘야 나중에 덜 빡칠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겠지.

복수도 하고 덜 자란 아기매람쥐 키우는 일에 크리스배리는 한동안 바빠질 것 같다. 수인클리닉 찾아가서 아드님이 수인화 해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안정을 느끼면 성장할 거라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은 피트한테 사랑한단 말을 더 자주해주고 더 많이 안아줘. 그러다 솜털이 빠지고 털갈이가 시작되자 크리스배리와 피트는 파티를 하겠지. 세 사람이 좋아하는 초코와 코코넛, 그리고 단 걸 싫어하는 크리스가 먹을 아무런 장식도 없는 빵으로 구성된 삼단 케이크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 보고싶다.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