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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12:58
매버릭 탑건 첨 들어왔을 때 주변에서 좀 수근수근거렸을 듯. 아무리 수인형으로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어떻게 사람이 다람쥐?


보편적인 사회에서도 수인이라고 하면 호기심이 일어날 텐데 하필 여긴 미라마, 그중에서도 날고 긴다는 탑ㅡ건이잖아요. 맹수가 주를 이루는 곳에서 누가 봐도 ‘뵤’인 얼굴로 뽀르르 다니는 꼴이 다람쥐 아니면 뭔데. 딱 봐도 설치류 상이잖아. 저 저 앞니 봐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귀 좀 봐! 다람쥐 아니야? 하다못해 기니피그, 데구, 친칠라, 햄스터 등등 많잖아. 설치류 아니면 생각할 수 없지.


근데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팔짝 뛰면서 아니라고 길길이 날뛰는 매버릭일 거.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면서도 진짜 수인형이 뭔지는 안 밝히니까 동기들도 이젠 아 네, 네가 여린 초식 동물인 거 가지고 시비 안 걸겠다니까? 놀림감도 아니고 차별당할 일도 아닌데 네 자신을 사랑해 봐. 럽마셆 이러고 있는데 화 안 나고 배기냐고.


물론 86즈도 딱히 진심으로 알려달라는 건 아님. 굳이 밝힐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 장난삼아 놀리는 거니까. 근데 진짜 다람쥐라고는 생각할 듯. 얘 다람쥐야! 하면 100이면 100 모두 아 그렇구나, 하지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근데 다람쥐가 아니면... 수인종차별주의자되는 거지 뭐. 선입견으로 동기를 평가해 송구합니다 정도의 사과문과 함께 해바라기 씨 몇 줌 쥐여주면 되는 거 아닐까?


저런 반응이니 더 씅내고, 놀리고 반복되는 건데 매버릭만 몰라. 왜냐하면 매버릭은 진짜 억울하니까. 나 그런 쥐새끼 아니란 말이야(수인종차별발언임). 그치만 자기가 뱀이라고 말한다 한들 아무도 믿지 않을 테고, 수인형은 더 조그마해서 감히 보여줄 엄두도 안 나네.


다람쥐보다 더 놀림 받을지도 몰라. 그럴 바엔 차라리 오해받는 게 낫지. 인간 손목 둘레도 겨우 두를까 말까 한 앙증맞은 사이즈의 비얌을 어떻게 자랑해. 그래도 진짜 다람쥐는 아니니까 나름 포식자라 으르렁컁컁 대보는데 다들 시큰둥하게 귀나 후비적거리며 네가 퍽이나 사나운 포식종이겠다고 비웃음이나 당하겠지.




매버릭도 맨날 저런 반응 당해서 억울하긴 한데 할 말 없는 게 뱀상과라면 먹이를 물 수 있도록 날카로운 송곳니가 튀어나와야 하거든. 매버릭은 유년기부터 가정위탁 돌면서 수인은커녕 인간으로서도 썩 좋지 않은 대우를 받았는데 당연히 꽁꽁 숨길 수밖에 없었겠지.

안 그래도 피식종들 사이에서마저 인식이 좋지 않은 뱀상과라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성장하는 바람에 남들보다 눈에 띄지 않는 아아아주 조금 뾰족한 송곳니가 뱀으로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부위였음. 그마저도 사납게 드러내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면전에 두고 남의 치아를 뚫어지게 볼 일은 없잖아.


반대로 아이스, 맨을 보자. 누가 봐도 최상위 포식자. 먹이사슬 정상에 군림할 것 같은 왕의 모습인데 탑건 생활 잘 봐봐. 계속 견과류 까먹고 있다니까? 심지어 단단하고 고른 치아는 흡사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맹수나 깊은 심해 속 상어를 연상케 아주 단단해 보이지만 네모나게 정렬된 앞니는 다람쥐의 자랑할 수 있는 최대 장점이겠지.


둘 다 본인들이 받는 오해는 생각 못 하고 외형 ≠수인형이라 첫 단추부터 아예 잘못 잠가버렸겠다. 첫 만남 때부터 아주 대놓고 시비 거는 게 아이스는 본인이 다람쥐과니까 당연히 매버릭도 설치목 중 하나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잡식성인 본능에 따라 탑건에 들어오기 위해 새수인인 쿠거를 위협했다고 생각했을 거. 심지어 페어인 구스를 봐 거위잖아. 다람쥐가 상위 포식은 못 되지만 작은 새 정도는 금방 꿀꺽할 수 있단 말이야. 그 말은 즉 사람을 봐 가면서 건드리는 아주 고약한 녀석이란 말밖에 더 되겠냐고.

한편, 매버릭은 아이스를 포식종 주제에 거만하게 피식종(이라고 오해받는 본인)을 괴롭히는 못된 놈이라고 받아들였겠지. 체구가 거대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약자를 보호하는 게 정상 아니야? 그걸 무기 삼아 위협하는 게 어디 있어! 물론 내가 약자란 소리는 아니지만, 수인형이 어떤 동물이든 간 이제까지 저를 위협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단 소리이지.



그렇게 서로의 수인형은 미궁에 쌓인 채 수석 자리를 건 기싸움만 해댔지만, 아이스는 점점 작은 체구 주제에 당당하면서도 저와 견줄 실력을 지닌 저 꼴통에게 단단히 빠져버렸겠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린 아이스가 이빨딱딱맨으로 자기의 자랑스러운 람쥐앞니를 자랑했으나 매버릭 입장에서는 한 입 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경고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야.


뭐 오해는 오해니까 구스의 사건과 얼렁뚱땅 수석차석즈 수여식도 끝나고, 전설의 항모고백사건까지 지난 후 연애 시작하고 나서는 나름 풋풋하게 잘 만났겠다. 이제까지 고깝게 보였던 행동들도 한 꺼풀 벗겨내고 보니 다정하기 짝이 없고, 상대를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수인형은 아이스가 먼저 오픈했겠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잖아. 이제까지 매버릭과의 다툼은 모두 수인 형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건데. 아무리 반은 인간이라지만 절반은 동물의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 수인형이라도 알면 섣부른 판단을 내리진 않을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


처음 아이스가 수인화 했을 때, 매버릭은 내심 놀라웠지만 제 양손에 꽉 찬 다람쥐치고는 묵직한 사이즈(???: 난 엄연히 다람쥐과 청설모속이야!)에 따뜻하고, 빠르게 뛰는 심장이 참 작게도 느껴졌을 거.


그리고 미니미 아이스가 제법 뇌리에 박혀버렸는지 그 후로 아이스가 무슨 행동을 해도 귀여워 보였을 거야. 하지만 들어보세요? 저 작은 아이가(아님. 182cm임) 고작 한다는 게 냉장고 깊숙이 케이크와 초콜릿을 숨기거나, 제가 닿지 않는 찬장 안쪽에 과자들을 모아두는걸. 예전 같았으면 내가 뭘 먹든 신경 끄라며 성질부터 냈을 매버릭이 이제는 다람쥐의 습성으로 이해하고 흐뭇하게 쳐다만 볼 뿐이었어. 물론 다람쥐 성질에 의한 행동이 아닌 건 매버릭을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매버릭만 납득 한다면 상관없는 일이었지.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매버릭의 형질에 대해 아이스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겠지. 그마저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음. 매버릭이 이제까지 수인에 대한 화제를 썩 달갑게 여기지 않는 건 탑건 때부터 봐왔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매버릭이 아이스에 대한 오해를 덜 하게 되었다고 해서 아이스가 매버릭의 습성을 파악한 건 아니잖아. 제가 모르는 사이에 더욱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지.


“매브, 미첼. 수인형 한 번만 보여주면 안 될까? 네가 다람쥐 수인이 아니라는 말은 믿어. 당연하지. 난 네가 그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고, 변치 않을 자신 있어. 정말이야.”


연인을 믿지 않는단 건 아니야. 곁에서 지켜본 아이스는 절대 빈말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건 알지. 하지만 혐오라는 것은 자기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거잖아. 혹시 마음이 바뀌면 어떡해? 아무리 그래도 다람쥐과인데 상위포식자와는 교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하필 그 많은 종 중에 뱀을 가장 싫어한다면? 알록달록한 뱀 중에서도 하필이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구정물색이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이어지는데 자신만의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스의 눈빛이 너무나도 간절해 보여서 결국 지고 말았겠지. 얼음 다 녹았네. 저게 어떻게 아이스야.


“너, 10까지 셀 동안 눈 뜰 생각하지 마. 놀라는 것도 안 되고, 정말 아무 소리도 내면 안 돼.”
“그럼 물론이지. 그것만 지키면 돼? 다른 주의사항은 없어?”
“어어… 없어. 그냥, 그냥 날 던지지만 마….”


매버릭은 승낙하면서도 어쩐지 불안해 보였음. 하지만 결심했는지 아이스의 손을 잡아 앞에 내민 채 눈을 감으라고 했을 거야. 매버릭의 당부대로 소리 내어 10을 셀 동안 새카맣게 물든 시야에서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을 거야. 그리고 손바닥에 꿈틀거리며 무언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었겠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지만 절대 싫어서라거나 소름끼친다는 이유는 아니야. 정말 반사적인 반응이었지. 그래도 혹시나 오해라도 할 매버릭을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이어서 숫자를 셌을 거야.


‘무슨 수인이지. 이 정도의 길이면 지네, 라고 하기엔 다리가 없고. 기껏해야 애벌레 정도일 텐데. 못해도 성인의 나이면 탈피했을 테니 슈퍼 밀웜이나 누에도 아니야. 민달팽이라고 하기엔 점액질이 분비되는 것 같지도 않고, 지렁이라고 보기엔 비교적으로 크고 묵직한데... 피식종이라고 했으니 거머리일까.’


아이스는 정말 단순하게 매버릭의 수인종이 궁금했음. 놀릴 의도나 혐오의 목적은 당연히 없지. 그저 제가 이제까지 오해했던 만큼 수인형의 형질을 조금 더 잘 파악하고, 가까워지고 싶어져서였어. 제 손바닥에 놓여진 매버릭도 잠잠해지고, 10까지 다 센 아이스가 입을 다물자 방은 금세 조용해졌겠지. 포유강도 아닌듯하니 매버릭이 어떠한 소리를 낼 것 같지 않았어. 그런데 손바닥에 꿍, 하고 무언가 들이박는 느낌이 들었을 거야.

“이제 눈 떠도 돼?”

대답 대신인 듯 다시 한번 손바닥을 꿍, 박는 느낌에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제 손바닥의 절반도 차지하지 않을 크기의 작은 뱀 한 마리가 똬리 틀고 있겠다.

“세상에, 매브….”

아이스가 제법 놀란 듯 눈이 커지자 뱀은 똬리를 깊게 틀어 제 머리를 안으로 숨겼을 거야. 아냐, 매버릭, 맵, 잠시만.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정말이야. 다시 나와 줘, 제발. 감히 크게 말을 걸었다가 저 작은 뱀이 견디지 못할 음량일까 봐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며 매버릭을 달래겠지. 제 예상을 뛰어넘는 아주 작은 크기의 뱀은 제가 멋대로 손을 움직이기라도 했다간 악력에 다칠 수 있어 쉽사리 움직이지도 못했어.

안절부절못하며 제 손바닥을 얼굴 가까이 대고선 매버릭이 다시 얼굴을 보여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지. 서늘한 뱀의 비늘에 체온이 스며 미지근해지자 돌돌 몸만 말고 있던 매버릭이 드디어 다시 얼굴을 드러내고서야 아이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다. 그마저도 다시 똬리를 틀고 숨어버릴까봐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을 거야.

“정말 예뻐서 그랬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절대 아니야. 제발 오해하지 말아 줘. 너무 소중해서, 그러니까,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헤맸던 것 뿐이야. 그런데 매브, 진심으로 이렇게 찬연한 색은 처음 봐. 야간 순찰 비행을 돌 때 보는 은빛 달 같아.”


아이스는 눈을 빛내며 엄지를 움직이는데 그마저도 차마 직접 닿지 못하고 허공에 쓰다듬고 있을 거. 매버릭은 제자리에서 몸을 돌돌 말다가 꾸물꾸물 움직여서 몸을 주욱 피더니 아이스의 손을 빙 둘러 감았겠지. 직접 엄지손가락을 휘감고 머리를 다시 꿍, 부딪혀왔을 거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뱀을 홀로 독차지하고 있었다니 너무해 매브, 앞으로는 자주 보여줘. 직접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아이스가 제게 거는 말들이 진실이란 건 누구보다 잘 알았겠지.



매버릭이 이제까지 컴플렉스라고 여긴 작은 크기도, 탁한 색도, 수인 형질까지 아이스는 기쁘게 여겼을 거야. 자신의 정복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아주 알맞은 크기라는 소리에, 제 눈과 같은 회색 빛깔이라 행복하다는 말에, 어차피 다람쥐는 잡식성이라 뱀도 잡아먹을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비로소 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아이스에게 온전한 저를 전부 주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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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쥑스키는 뱀(버릭)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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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만한 뱀버릭(???: 나 안작다고!)



아이스매브 #카쥑스키뱀버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