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에 임관반지 수요조사에 아이스는 아버지인 카잔스키 시니어의 성화에 못 이겨 꾸역꾸역 피앙세 반지까지 주문한다고 적었을거야. 개인 사비를 들여야하는 임관반지였기때문에 피앙세 반지는 당시에 특별하게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주문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거든. 다들 피앙세 반지 신청에 체크하는 아이스의 모습에 한소리씩 얹었을거야. 우리한테 말한 적도 없는데 언제 결혼할 여자친구가 생겼냐면서 호들갑이였지. 이래서 아이스는 아버지의 엄한 소리에도 피앙세 반지를 신청하기가 싫었어. 어차피 어느정도 끼고 다니다 뺄 반지에 큰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 반지에 들어갈 보석도 무난하게 인조석을 쓸 생각이였어. 저번 주말 그 이야기를 들은 시니어는 짐칫 큰 소리를 내었지만 옆에서 말리는 어머니 덕분에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어. 하지만 뒤따라 오는 슈슈의 말에 아이스는 이마를 짚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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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그래도 피앙세 반지는 인조석이 아닌 에메랄드로 박도록 해라."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되물을 생각도 없이 얼굴을 찌푸린 아이스에 슈슈가 덧붙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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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스키가 준 그 피앙세 반지가 얼마나 내 마음에 들었는지 마음을 한번에 돌렸잖니. 눈색깔과 같은 녹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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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반지는 에메랄드였을지 몰라도 저희 기수끼리 사파이어로 맞추자했는데요...)






결론적으로 아이스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피앙세 반지를 주문했어. 있지도 않은 애인의 사이즈를 적어 내야하는 탓에 아무 숫자나 갈겨넣었지. 피앙세 반지의 디자인은 뭐가 그렇게 다양한지 선택지만 여럿이였기에 아이스는 그냥 자신의 반지와 같은 디자인으로 선택했어. 알게뭐야. 어차피 반지는 서랍 구석에 쳐박혀있을게 뻔했고, 미래에 결혼할 시기에 피앙세링은 생각하지 못하고 따로 프러포즈링을 사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임관반지와 피앙세 반지는 보석 색을 맞추는게 일반적이였지만 사파이어로 박았다간 몇 달을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 슈슈의 말을 따라 에메랄드로 따로 주문했어. 친한 동기들끼리 암묵적으로 맞춘 색이라 다행히 색이 다른게 튀지 않아 다행이였지. 빨강, 파랑, 초록 각양각색으로 적혀있는 표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쉬고 돌아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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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이 몇 주만에 탑건 교관자리를 박차고 나와 짐을 풀게 된 곳은 아이스의 부대였어. 탑건 마지막 둘의 비행을 감명깊게 본 윗 사람들 덕분이였는지 꽤나 오래 걸릴 것 같았던 윙맨이 되어주겠다는 약속은 빠르게 지킬 수 있었어. 급격하게 아이스와 매버릭은 우정을 빙자한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었고 정확히 매버릭이 부대로 전출받은지 65일만에 둘은 사귀게 되었어. 아이스는 생각보다 더욱더 따뜻한 애인이였고, 매버릭은 생각보다 부끄럼이 많은 애인이였어. 


첫 번째의 이라크 파병 이후 아이스는 매버릭에게 프러포즈를 해야겠다 결심했어. 파병 당시 추락 사고로 매버릭이 3일정도 실종 된 적이 있었어. 다른 볼일로 타 부대에 임시로 나가있던 아이스는 무려 5일 뒤 환자복을 입고 어색하게 웃는 매버릭을 보게 되었지. 아이스.. 하며 말꼬리가 늘어지는 매버릭에 아이스는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어. 얼굴과 목에 이곳 저곳 얕게 긁힌 상처와 긴급 탈출을 하면서 발목을 삔건지 깁스로 고정되어있는 왼다리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어. 고작 2주 임시 전출 사이에 추락 사고가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아이스는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에 어쩔 줄 몰라했어. 딱지가 앉아있는 매버릭의 손을 강하게 부여잡고 아이스는 이야기했지. 돌아가자마자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러가자고.






저택 앞에서 달달달 떨고 있는 매버릭의 손을 잡은 아이스는 침을 꿀꺽 삼켰어. 긴장됐는지 옆에서 쉴새없이 쫑알거리며 아무말이나 지껄이는 매버릭에 아이스는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릴때까지 기다렸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에 매버릭은 어깨를 움츠리며 한발 물러섰고 아이스는 그런 매버릭을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매버릭이 생각한 것보다 아이스의 부모님은 정말 친절했어. 군 행사때만 저 멀리서 봤던 카잔스키 사령관님의 위엄은 집 안에서 찾아 볼 수 없었고, 몸이 조금 불편하시다던 어머님은 빵끗빵끗 웃으며 자신을 챙겨주기 바빴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친절에 어쩔줄 몰라하는 매버릭에 시니어와 슈슈는 몰래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어. 
저녁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술자리를 가지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슈슈가 입을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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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손에 아무것도 없네요. 톰과 사관학교 시절 친구가 아니였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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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그게... 사관학교는 안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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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게 미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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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2층 드레스룸 제일 안쪽 맨 윗 서랍에 있는 검정색 반지 케이스 가져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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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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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기다리잖니. 당장 가져오렴."






몇 분 후, 아이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급진 반지케이스를 들고 자리에 앉았어. 케이스를 전해 받은 시니어는 어리둥절해하는 매버릭을 한번 쳐다보고 케이스에서 아이스의 해사 피앙세 반지 꺼내 매버릭 손에 끼워줬어. 가만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던 매버릭이 화들짝 놀라며 시니어의 얼굴과 반지를 번갈아쳐다봤지. 잰것처럼 자신의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에 딱 맞게 끼워진 반지에 매버릭은 아무 말 없이 반지를 바라봤어.
얼마나 이 반지가 끼고싶었는지 몰라. 치기 어린 시절에는 저 반지가 뭐라고 너무나 부러웠던 적도 있었어. 바로 옆에 콕 붙어 있었던 구스의 손가락에도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볼때면 가끔 우울해졌어.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고 자신을 향했던 껄끄러운 표정들이 겹쳐 생각났거든. 침대에 누워 듀크 미첼의 아들이 아니였다면 내 손가락에도 당연하게 임관 반지가 끼워져있겠지 라는 불효 어린 생각을 한적도 종종 있었어. 이제야 자신의 손에 끼워지는 반지는 아이스의 반지 디자인과 같았어. 매버릭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묻고 눈물을 흘렸어. 그 모습을 본 아이스는 시니어에게 뭐라 반박하려던 입을 다물고 매버릭의 어깨만 두들겼지.


그렇게 아이스와 매버릭은 각각의 오른손 네번째에 임관반지와 피앙세반지 나눠끼게 되었고, 이후 아이스의 프러포즈에 받은 커플링이 왼손 네번째에 끼워졌어. 사파이어와 에메랄드의 보석을 박은 두개의 반지는 36년이 지난 현재에도 펜을 잡는 사령관의 오른손가락과 조종간을 잡는 대령의 오른손가락에 끼워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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