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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22:08
비승천 아스랑 탑덪 브레인 잡고 나면 한동안 행복하게 살겠지만 탑덪이 엘프가 아닌 이상 결국 아스 두고 먼저 죽겠지..? 아니면 유우명한 발더게의 영웅님이라 네더 브레인 잡은 뒤에도 온갖 사건에 휘말려서 자연사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듦... 시발ㅠ

그래도 최소한 아스가 타브 임종 정도는 함께할 수 있는 여건까지는 마련해 주고 가면 좋겠다 사기템 발견해서 아스 태양 아래 설 수 있게 만들어 줬다든가... 죽음을 앞두고 축 늘어진 탑덪 팔을 잡고 그 큼지막한 손에 눈물 범벅이 된 창백한 뺨을 비비는 아스... 탑덪이 언젠가 죽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죽을 줄은 몰랐는데. 완전히 패닉이 온 아스가 덜덜 떨면서 우린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거냐고, 결국 이렇게 될 거였으면 그냥 처음부터 널 모르고 사는 게 나았을 거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 하는데 다정한 탑덪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힘겹게 웃으면서 아스 달래겠지

”먼저 떠나서 미안해, 아스타리온. 대신 내가... 꼭 다시 만나러 올게.“
“...다시 온다고?”
“응.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찾아올게. 그러니까 울지 말고... 잘생긴 버진들 농락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 던지는 탑덪 때문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아스. 그리고 타브는 그런 아스타리온을 보면서 사랑해, 아스타리온 한마디 남기고 눈을 감겠지 아스타리온은 깊이 절망했고 그냥 탑덪을 따라 죽어 버릴까 한 세기가 넘도록 진지하게 고민할 거임 하지먼 다시 찾아오겠다는 탑덪 말이 생각나서 차마 그러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가면 좋겠다

어쩌면 가끔은 탑덪을 원망하기도 하겠지 왜 하필 그런 말을 남기고 죽어서 내가 널 따라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냐고 괜히 무덤 찾아가서 화도 내고... 그렇게 죽지 못해 살다가 슬픔이 겨우 사그러들 때쯤 탑덪 유언대로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할 거임 그러나 그 어떤 관계도 오래 지속되진 못하겠지 결국 버진 농락도 질려서 그냥 얌전히 탑덪 기다리는 아스... 안 와? 하면서... 더지일 경우에는 못된 바알 새끼가 못 가게 붙잡나? 별의별 생각도 다 해 보고... 그렇게 몇 세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다 그동안 발더스게이트는 엄청나게 바뀌고 아스가 알던 사람들도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없지만 창백한 엘프만은 변함없이 그 도시에 남아 있을 거임 사랑하는 연인이 언젠가 다시 태어나서 제 곁에 돌아오리라 믿으면서

그리고 눈이 부시도록 화창한 어느 날 아스타리온은 노천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어떤 남자를 발견하겠지 차림새도 그렇고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눈이 가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남자가 고개를 드는데... 눈이 마주친 건 찰나였지만 아스타리온은 바로 깨닫겠지 그 남자가 환생한 자신의 연인이라는 걸.... 어떻게 다가갈지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일 거임 남자가 앉은 테이블로 가서 건너편 의자를 당겨서 앉으니까 남자가 당황한 얼굴로 아스타리온을 쳐다보겠지

“저기….”

아직 기억이 안 돌아왔나? 살짝 아쉽지만 타브(더지도 이름은 타브라고 하자)가 드디어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그 정돈 뭐... 하는 중

“응? 왜, 자기?”
“네?”

자기라고 부르니까 정말 당황했는지 뺨이 붉어져서 되묻는데 어디 고장난 것처럼 실실 웃음이 나와서 꾹 참는 아스.

“자기, 진짜 늦어도 너무 늦은 거 알지? 날 이 험난한 세상에 혼자 남겨두고 불안하지도 않았나 봐?“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내가... 네가 너무 걱정할 것 같아서 최대한 재밌게 살고 있으려고 했거든? 근데 그거 알아? 네가 없으니까 다 재미없더라, 타브. 지루해서 하품만 나왔어.”
“제 이름을 어떻게….”
“보고 싶었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절대 모를 거야.….”

나도 내가 이렇게 순애보일 줄은 몰랐는데, 하고 피식 웃으면서 덧붙이는 남자의 얼굴에서 절절하게 묻어난 감정을 보고 타브는 상대가 장난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겠지. 그리고 눈앞의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자신을 느끼고 의아해할 거임 단순히 예뻐서 그렇다기엔 뭔가 남자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쿡쿡 찔리는 듯해서...

“…당신은 대체 누군가요?”
“나? 아스타리온.”
“아스타리온….”
“어때, 뭐가 좀 떠올라?“
”아뇨…. 처음 들어요. 분명 처음 듣는데… 뭔가 이상해요. 절 대체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죠?“
”오, 그 얘기를 하자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오늘 밤을 꼴딱 새워야 할걸. 자기 체력 좋아?”
“네? 아, 아마도?”
“그거 다행이네. 뭐, 너무 조급해하지 마. 그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테니까. 자기, 우린 이제 만났잖아. 넌 아직 어리고, 아름답고, 이제 막 날 알게 됐고….“

아름다운 건... 당신 같은데. 타브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생각했음. 환상적인 외모의 백발 엘프 미인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서 자기라고 불러 주니까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이게 꿈이 아닐까 싶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쩍은데 남자한테 꺼지라고 하는 대신 자꾸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을 거임. 내가 이렇게 외모지상주의였나 싶고... 헉, 혹시 악신 숭배자는 아니겠지?

“내 얘기는 아주, 아주 오래 걸릴 테니까 먼저 네 얘기를 해 줄래? 나 궁금하거든. 네가 이번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전부.”
“저는… 어, 타브예요. 부모님은 음, 좋으신 분들이고, 집에서 하얀 개를 한 마리 키워요.”

이 모든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더듬더듬 자신에 대해 늘어놓는 타브. 그리고 아스는 얘기를 듣다가 중간중간 질문도 하고, 시덥잖은 농담도 던지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생각보다 대화가 엄청 잘 통해서 내심 놀라는 타브. 그렇게 즐겁게 얘기하다 보니까 어느샌가 몇 시간이 훌쩍 지나고 주변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져서 저녁이 되어 있겠지. 변화를 눈치챈 아스가 흐음, 하더니 타브랑 눈을 마주치면서 웃는데... 타브 머리에 경고등 울릴 거임.

“자기, 근데 우리 여기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네. 어때, 이 다음은 우리 집 가서 마저 얘기할까?”
“우리 오늘 처음 만났잖아요. 집에 초대하다니, 너무 경계심이 없는 거 아니에요?“
“으음, 그런가?”
“원래도 그렇게….”

그렇게 잘 모르는 사람들을 집에 막 불러들이냐고 추궁하려다가 자기 말마따나 처음 만난 사이에 대체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싶어서 입을 꽉 다무는 타브. 내가 진짜 미쳤나 보다... 하는데 아스타리온이 속이 뻔히 보인다는 듯이 웃겠지.

“아니. 너니까. 그리고 난 널 아주 잘 아니까 초대하는 거야.”
“…….”
“그리고 네가 초대를 안 해 주니까 어쩔 수 없지.”
“…아스타리온, 나는… 안 되겠어요. 당신을 더 알고 싶지만 당신 집에 가는 건… 애인을 배신하는 일인 것 같아요.”
“애인? 세상에, 타브! 애인이 있어? 참, 그것부터 물어봐야 했는데. 얼마나 됐어?”
“정식으로 만난 지는 일주일…이요.”

타브도 말하면서 부끄러울 거임. 아스타리온이 그런 의미로 자기를 초대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아는데 실은 둘만 남게 되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 악물고 거절하는 거겠지. 타브 대답을 들은 아스는 일주일? 하더니 말 그대로 아하하하 웃음을 터뜨림 타브는 차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냥 빨개진 채로 고개만 떨구고 있을 거임 그래, 맘껏 비웃어라.

“설마 처음 사귀는 거야?”
“…네.”
“아, 자기 진짜 너무 귀엽다.”
“놀리지 마세요….”
“미안, 진짜 귀여워서. 음, 알겠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아스가 예상외로 너무 깔끔하게 물러나서 타브는 오히려 묘한 아쉬움을 느낄 거임 그리고 속으로 내가 진짜 돌았구나, 자책하는데 아스가 지나가던 웨이터한테 펜을 빌리더니 냅킨에 뭐라뭐라 적어서 슥 넘겨줄 거임

“내 집 주소. 나중에 마음 바뀌면 찾아와.”
“잠깐, 아스타리온…!”
“오늘 즐거웠어, 자기.”

당황한 타브 두고 쿨하게 떠나버리는 아스. 타브는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서 냅킨에 적힌 주소만 빤히 바라보고 있을 거임 아스타리온... 소리없이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그날 밤 미친 듯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스가 나가 보니까 뺨에 빨간 손자국 남은 타브가 거친 숨 헐떡거리면서 서 있겠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급하게 온 거 아닌가. 몇 시간도 못 참네. 아스가 아무것도 안 묻고 그냥 피식 웃으면서 부은 뺨 쓰다듬어 주니까 타브가 그 위로 자기 뜨거운 손 겹치면서 헤어졌어요, 하고 툭 내뱉겠지.

“그래서 맞은 거야?”
“네.”
“맞을 만했네.”

아름다운 미소에 아 나는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태어났구나, 벼락처럼 깨닫는 타브와 수천 번은 더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타브 목에 팔 감고 키스하는 아스... 그렇게 또 처음부터 시작하는 환생 탑덪과 아스가 보고 싶다 자기 뱀파이어라고 고백하고 피도 빨아먹고 그러면서 탑덪도 차근차근 과거 기억 하나씩 떠올리고... 탑덪이 둘 첫만남 떠올렸을 때는 아스가 참았던 눈물 터뜨리고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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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낮이었던 아스도 탑덪 사랑받으면서 자신이 생기지 않았을까? 환생 탑덪도 결국 자기 다시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고 이번엔 자기가 너그럽게^^ 기다려줘야겠다고 생각할 듯ㅋㅋㅋㅋ 뭐 이미 몇 세기 기다린 거...(그리고 몇 시간 후 쾅쾅쾅) 아무튼 이런 얘기가 보고 싶었음 휴 길었다

타브아스 더지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