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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9 21:30
다이루크가 꺼낸 말에 케이아는 도통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멈춰 있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검문이라면 걱정 마. 다운 와이너리의 마차라면 어려움 없이 각 나라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 하..."
한숨을 내쉰 다이루크는 손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손을 들어올리는 도중 술잔을 툭 건드렸기에 황금빛 사과주가 유리잔 안에서 불안하게 찰랑였다. 
"필요하다면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신분을 보장하는 통행증을 발급해줄 수도 있어. 다운 와이너리가 여태까지 기사단에 쌓아온 신뢰가 있으니..."
"케이아, 그 말이 아니야."
다이루크가 미끄러진 컵을 원위치에 놓자 달그락 소리가 났다. 말을 가로막힌 케이아는 눈을 멀뚱히 뜨고 다이루크가 하는 일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뜸을 들인 다이루크는 포니테일 밑으로 손을 넣어 자신의 목 뒤를 감쌌다. 사람들은 보통 거짓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뒷목을 만진다지만 지금은 거짓말이 아닌 그저 멋쩍은 감정에 의해 나타난 몸짓이었다.
"집을 오래 비울 땐...가족끼리 알리는 거잖아."
"어?"
"그러니까 예전에는 내가 말없이 떠난 탓에 네가 뒤늦게 알고 편지를 보냈지만..."
"..."
"그런 거야."
"..."
기병대장이 술자리에서 이렇게까지 조용해진 모습을 본 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뒤죽박죽이 된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며 대답할 말을 찾아 헤매던 케이아는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뒤 겨우 '아, 알겠어. 조심해서 다녀와.'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다이루크의 어색한 얼굴 못지 않게 케이아의 얼굴도 빨개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직접 배웅받고 싶었던 다이루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