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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 03:04
아스타브 약 할신타브




타브가 우리 관계는 뭐냐고 물을 때 마다 사실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 한건 사실이긴 해 근데 지금 당장 언제 문어대가리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고 무엇보다 카사도어를 해결하는 것이 아스한테는 제일 큰 문제였지 그건 다들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 평화로운 시절도 아니고 매 순간 위험이 코앞에 와 있는데 미래를 약속하자느니 평생을 함께하자느니 그런 낭만적이고 달콤하며 허황된 말을 나누기엔 여유가 없었으니깐 그래서 타브가 조심스럽게 할신과의 폴리를 제안했을 때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동의했지 공공연하게 사귀는 사이라고 밝히고 다니지 않았고(그래도 다른 동료들은 아스와 타브가 암묵적인 연인관계라고 인식하고 있었음) 타브의 욕망을 다 채워줄 수 없으니, 부족한 부분에 대해 할신이 빈 자리를 꿰차는건 당연했지 고블린 부락에서 부터 어찌나 끈덕진 눈으로 타브를 쳐다보던지 저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으니깐

아무튼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타브와의 관계 역시도 조금 애매하게 두었는데 타브가 할신의 텐트로 갈 때 마다 신경쓰이는 거야 처음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몸으로 타브를 꼬셨을 때, 그때 저에게 보여 주었던 소리와 몸짓들을 할신에게도 보여주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불편하고 명상에 집중도 안 되는거지 다음날 아침 둘이 같은 텐트에서 나오며 할신이 눈에 띄게 타브를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저와 타브가 나누었던 밤의 이후가 떠올라 애초에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를 가져본 적 없으니 파트너를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아니, 케어해야 한다는 것 조차 생각하지도 못 했었지 그런 면에서 할신은 타브에게 너무나도 순종적이고 헌신하는 좋은 파트너였어 그럼에도 매번 타브가 아침마다 찾아와서 오늘 내 피를 먹어도 좋다고 말해주는건 할신과의 흔적을 온 몸에 두르고서 찾아와 저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 하는 건지, 질투유발을 하려는 건지, 어차피 동의한 관계니 상관 없다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저 가늘고 긴 목에 이를 박아 넣고 구멍을 내어 내꺼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지

"언제쯤 그 말을 해주려나 기다리고 있었어, 달링."

근데 그러면 타브가 더이상 파트너로써 가치가 없어진 나를 버리고 할신에게 영영 가버릴 것 같으니 여유있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달링이라며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지


그렇게 계속 관계가 나아지기는 커녕 저와 타브는 달링, 스위티 같은 호칭(그마저도 아스의 일방적인)이 없으면 아무도 연인사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가 않아 심지어 게일이 저보다 더 가까운거 같아 저 너드 위자드는 타브가 말을 걸면 언제든 눈을 빛내며 뭐 필요한거 있어? 하고 스크래치마냥 굴었으니깐 타브가 섀하는 물론 자헤이라, 윌, 카를라크 등등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인건 알긴 해 저에게도 특별한 존재이고 그래서 연인이 되기로 한 거니깐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어 발더스 시민들 모두에게 조차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고, 할신은 영원을 약속할 것 마냥 구는데 저만 아직도 제자리인거 같아 그래서 카사도어를 죽이고, 의식을 눈 앞에 두었을 때 타브가 눈에 들어 왔어 내가 완전한 뱀파이어가 되면 타브를 온전한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


타브가 끝까지 말렸지만 의식을 진행했고, 마침내 온전한 뱀파이어가 되었을 때 사소한 잡념과 욕망은 사라지고 이제 드디어 타브를 영원히 제 곁에 묶어둘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채워졌지 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절망과 실망, 배신감, 슬픔 등 여러 감정이 번지는 것이 보였지만 상관 없었어 의식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평생 자신은 타브의 특별한 사람들 중 하나로 남을 것이고, 어쩌면 타브는 할신의 곁에서 그의 보살핌을 받으며 눈을 감는 마지막을 보냈을 지도 몰라 올챙이도 사라진 저는 더 이상 낮에 돌아다닐 수도 없고 타브는 햇빛 아래에서 볼 때가 가장 아름다웠거든


보고싶은건 이게 아닌데 아무튼 로드가 된 아스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타브를 제 스폰으로 만드는 거였지 그렇게 하면 타브는 평생 자신을 거역할 수 없고 할신에게 돌아가지도 못 할 테니깐 근데 아스는 아마 평생 모를거야 자기연민과 질투에 눈이 멀어버려서, 타브가 카사도어 궁전까지 따라오고 할신과 폴리를 하면서도 매번 피를 내어줬던 이유를 말이야 타브가 보기에 아스는 항상 위태로워서 저가 옆에 없으면 안 될것 같았거든 몸을 섞지 않아도 좋았어 그에게 언제나 넘치는 사랑을 주고 싶었고, 그만큼 아스는 타브에게 더욱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니깐 할신과의 관계도 좋지만 마음이 더 끌리는 쪽은 언제나 아스였지


그래서 카사도어 궁전까지 왔는데 기어이 의식을 치루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아스에게 실망하고 화가 났을 거임 그 많은 목숨을 희생시켜서 얻은 힘과 권력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그러고 곧바로 저를 스폰으로 만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웠음 우리 관계는 뭐냐고 물을 때 마다 항상 애매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했단 말이야 저가 좋아하는 만큼 아스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스폰이 되어 버렸잖아 뾰족해진 치아를 더듬으며 대체 왜 그런 거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 그러자 아스는 대답했어


"연인으로서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게 됐는데, 기쁘지 않아?"


이제와서 연인이라니, 결국엔 나 역시도 장난감으로 두려는 건가 싶어 타브는 분노에 가득 차 떨리는 목소리로 말 했지 너도 결국 네가 혐오해 마지않던 카사도어와 다를게 없다고 그러자 아스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어 나를 그딴 쓰레기자식과 비교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억지로 타브의 몸을 취하며 사랑한다는 말만 반복하는게 보고싶다 이제 더이상 의미없는 말이 되어버렸지만 저는 스폰들을 장난감 취급하며 노리개로만 삼던 카사도어와 다르게 타브를 사랑해서, 그의 곁에 남고 싶어 한 선택이라 믿고 싶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