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3631671
view 6238
2024.02.09 10:53
시점은 대충 그림자땅 들어갔을 때쯤으로

거기 몹들 대부분 언데드라 아스타리온이 흡혈 스킬을 거의 못 쓰더라고. 그렇다고 사냥할만한 야생동물은 당연히 없을 거고… 그거 찾으러 밤중에 혼자 파티 이탈하는 건 솔직히 자살행위니까 갈수록 아타가 배고파했을 거 같음. 가끔 타브가 자기 피 주긴 했겠지만 난 그건 뭔가 츄르 주는 느낌인 거 같아서 ㅋㅋㅋㅋ 허기지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순 없었을 듯

타브가 그거 눈치채고 하루는 아스타리온한테 먼저 제안한 거임

”오늘 밤에 피 마시러 와.“

”자기야 내가 그 말 진짜 기다렸잖아 ㅎㅎ“

”어, 오늘 배부르게 먹게 해줄게.“

이래서 ? 뭐지? 하고 의아해하긴 하지만 일단 거절할 이유가 없으므로 얌전히 밤에 찾아가는 아스ㅋㅋㅋ 타브 침낭으로 갔더니 오늘 전투에서 다친 상처도 제대로 치료 안한 채로 앉아있는 타브 있을 거임. 아스타리온이 옆에 오면 왔어?하고 올려다보더니 미리 준비해뒀다는 것처럼 부활스크롤 척 하고 건네줌. 그리고 하는 말이 오늘 그냥 나 죽을 때까지 마시고 이걸로 나 살려 ㅇㅇ 하는 거. 스크롤 아까우면 이거 가지고 위더스 할배한테 가라고 돈주머니도 얹어줌.

타브 계산은 대충 이랬음. 어차피 몇모금 마시는 걸로 아스 갈증이 다 풀리지도 않을 거고 본인도 빈혈 상태로 싸우기에는 다음날 너무 힘든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거야. 그러니까 그냥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게 이득일 듯? 정도

아스타리온 솔직히 ‘진작에 정상 아닌 줄은 알았지만 미쳤나…’같은 눈으로 타브 보긴 했지만 그래도 타브가 결정한 거라 어케든 동의하고 피 빨기 시작함.

오랜만에 마시는 피기도 하고 중간에 멈춰야한다는 압박이 없으니까 아스타리온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피를 들이키기 시작함. 감미로운 맛이 입 안에 감돌고 머리가 핑 돌도록 고양감이 차오르는 거지. 그런데 아스타리온이 평소 이상으로 흡혈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타브가 아파하는 신음도 잠잠해지고, 쥐고 있는 손끝도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하는 거… 맥박은 느려지면서 약해지고 엘프의 예민한 귀에도 숨소리가 희미해지는 게 들리는 거야.

그때 아스타리온은 타브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랑 불안감이 순간 자신의 가장 본능적인 충동을 뚫고 튀어나와버리는 게 보고싶음. 도저히 더 못 마시겠어서 입 떼고 타브 상태 살피는데, 타브는 의식 간당간당한 상태에서 의아하게 눈 뜰 듯. ”뭐야, 왜 멈…“하고 몸 일으키려다가 그대로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타브… 다른 동료들이 목격했다면 참으로 바보같은 사망 장면이라고 평했을 법한데, 아스타리온은 그 순간 이성을 잃어버리는 거지.

전에도 타브가 전투 중에 쓰러진 적은 여러번 있었겠지만, 한계까지 피 빨려서 죽은 타브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이 창백해서 진짜로 시체처럼 보일 것 같음. 그게 아스타리온에게는 마치 가장 두려운 악몽이 눈 앞에 현실로 나타난 것처럼 느껴진 거고. 더듬더듬 떨리는 손으로 부활 스크롤 펼쳤는데 너무 패닉한 나머지 주문 하나도 제대로 못 외워서 결국 타브 안아들고 위더스한테 비틀거리면서 뛰어가는 거 보고 싶다

그렇게 되살아난 타브가 어ㅎㅎ 개운하다 우리 다음 번에도 걍 이렇게 할까? 하고 효율충같은 소리나 하는데 아스타리온이 등 뒤에서 자기 품 안에 가두는 것처럼 꼭 안고 어깨에 머리 묻는 거 보고싶다… 그 상태로 고개 절레절레 하면서 싫다고 하는 거. 너무 많이 먹으니까 속도 안 좋고 어쩌구 하면서 쫑알쫑알 뭐라고 하는데 목소리에 물기 묻어나면서 떨리는 거에 안도감이랑 미처 가시지 않은 두려움이 섞여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