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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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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밀레도 저러면 웃길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맙이 특성상 2번은 해당될 일이 없을거 같긴 하다 맙이는 마을별로 최강 장비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밀레 시스템 독자적으로 템 맞추는거니까

사람마다 플레이 스타일 다 다르니까 안 그런 밀레도 많고 많겠지만 맵 전부 구석구석 다 들여다보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주밀레, 효과가 뛰어난 아이템을 퀘 진행 중에 쓰라고 받았는데 딱 하나 뿐인데다가 마침 자기 지향색과도 맞아떨어져서 옳다구나 가방 안에 넣어놓고 절대 안 쓰는 주밀레 생각하면 웃김 



알터밀레 르웰밀레 아무말ㅈㅇ




메인 중이나 퀘스트 새로 받아서 스토리 진행 중인데 새 맵 하나 열리면 같이 간 일행들끼리 그럼 흩어져서 주변을 둘러보고 오도록 해요 하는 일도 있겠지 얌전히 고개를 끄덕거린 밀레가 한 방향으로 달려나가는걸 보고 같이 온 npc들도 각자 수색 시작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고 모이기로 한 장소에 하나둘씩 다 집합한 다음에도 주밀레가 안 오는거임. 멤버 중에 카즈윈이 있어서 다들 꼴찌로 모이는건 카즈윈이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밀레가 마지막까지 안 보이니까 다들 걱정하면 좋겠다. 알터 아벨린 피네 카즈윈 있었는데 그리 다급한 상황은 아니라서 다들 그냥 밀레시안님이 늦네요... 하고 밀레 떠나간 방향 쳐다보면서 기다리다가 퍼뜩 불안해졌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밀레임. 강해서 어디 떨어뜨려놔도 혼자 쓱쓱 위험 헤치고 적 쓰러뜨리고 돌아오는 주밀레인데 반대로 말하면 어디다 떨어뜨려도 위험을 만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사람인거임. 게다가 주밀레의 위상이 높아질 수록 상대하는 적들도 같이 강해지는게 일상이 된 상황에 주밀레가 새로운 장소에 혼자 탐색하러 나갔다가 안 돌아온다? 안 좋은 상상이 머리를 스친 알터가 벌떡 일어서는데 이와중에도 옛날 주홍 후드 쓴 댕댕알터 시절보다 레벨업한 단장 알터인 티가 나서 얼굴에 걱정과 조급함이 깔리긴 했어도 침착하게 지시내리겠지. 평소에는 옛 조장님이자 상사들에게 명령하는게 너무 몸둘 바 모르겠다고 이거 좀 해주세요 하는게 어떨까요 앗 그러면 되겠네요 대충 이런 말투만 썼는데 지금은 망설임없이 동서남북 방향 지시해서 조장들 하나씩 배정하고 자기가 제일 먼저 찾으러 뛰쳐나가는 알터일거 같다 그 성장에 제일 감격스러울 아벨린이지만 지금 아벨린도 밀레 걱정 때문에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빠르게 뛰쳐나갈듯

단장 대검을 두고 손에 보다 익은 디바인 랜스를 들고 뛰는 알터는 무기가 무겁다거나 갑옷이 둔탁한 소리를 낸다거나 하는 의식도 없이 밀레시안 하나만 생각하며 뛰어나가겠지. 밀레시안님 혼자 보내지 말걸. 후회가 옅은 씁쓸함을 혀끝에 남겼지만 그걸 곱씹으며 자책하는 것도 사치여서 알터는 빠르고 정확한 박자로 걸음을 옮기며 사방을 꼼꼼하게 둘러보았음. 새로운 지역은 정말 넓고 곳곳에 나무며 풀숲 떨어진 유물같은 것도 많이 보였음. 사방이 조용한 것에 귀를 귀울이며 알터는 아직까지 전투의 흔적이나 터져나가는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 삼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음. 옛날의 알터와는 많이 달라진 단장 알터지만 밀레시안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단단히 여물어있는 녹색 눈에 조금씩 물기가 도는 것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음. 밀레시안님... 생각과 동시에 크게 이름을 부르는 순간 저 멀리서 모를 수가 없는 실루엣이 뿅 솟아나더니 알터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음. 불안감을 다소 억누르지 못하고 있긴 해도 단장의 모습으로 서 있었던 알터가 순식간에 잃어버린 주인을 찾은 강아지가 되더니 쏜살같이 밀레를 향해 달려가겠지

밀레시안님...! 몸은 괜찮으세요? 걱정했어요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요 하고 흐어엉 우는 알터를 품에 받아주려고 팔을 벌리고 있던 밀레는 되려 자기가 알터 품에 덥썩 껴안기는 바람에 눈을 껌뻑이겠지 어찌나 강하게 안았는지 크레이프처럼 조금 구겨진 밀레는 알터 팔 안에서 미안함에 눈을 굴리다가 열심히 등을 쓰다듬고 어깨를 두들겨주는 식으로 알터를 달랬음. 뭐라 말하고 싶었는데 알터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가득 쌓인 불안과 걱정을 쏟아내느라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끼어들 수가 없었음. 겨우 알터가 조금 진정하자 밀레는 팔 안에서 풀려날 수 있었음. 품에서만 놓아주었지 밀레랑 거의 붙어있다시피하는 알터라 움직임이 좀 제한되긴할듯

그런데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알터가 코 훌쩍이면서 묻자 밀레는 그제야 빵빵해진 가방 안을 보여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할듯. 첫 시작은 밀레가 자기가 맡은 구역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했을듯. 매핑 증후군 밀레라 그냥 슥 둘러보는게 아니라 여기저기 있는 오브젝트를 전부 건드려봐야 만족할 수 있었던거임... 물론 급한 상황이거나 따로 빨리 돌아오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밀레도 꾹 참고 나중에 둘러보러 왔겠지만 일단은 그런 말이 없었고 살피면 살필 수록 알반에 도움이 될만한 유물이나 흔적들 작은 아이템들이 발견되니까 삘이 올랐던거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어느새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되고 불쑥 나타난 몬스터들도 때려잡다보니 시간이 흘렀던거. 심지어 자기가 맡은 방향으로만 일직선으로 탐색한게 아니라 흔적 따라가고 흥미로운거 발견하면 쪼르르 가서 보고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하니까 원을 그리며 맵을 가장자리부터 안쪽으로 훑은 모양새가 되어버렸음. 거의 다 완성된 지도(미니맵)과 가득 챙겨놓은 템들과 전투하면서 기억해둔 몬스터 쪽 정보를 풀어놓으며 밀레는 제법 뿌듯한 표정으로 코를 쓱 문질렀음.

늦어서 미안해. 그래도 이만하면 도움 많이 된거지? 물으려다가 알터 표정이 걱정울먹에서 점점 변한 몬가.. 몬가 무서운 표정이 된걸 그제야 알아차리고 어 이게 아닌가 싶어졌을듯 밀레 눈새인데 그런 밀레도 알 수 있을만큼 알터 표정이 별로 안 좋았음. 진짜 드물게 나타나는 알터 화난 표정이랑 뭔가 닮은, 근데 그것보다 더 위압적인 얼굴에 밀레가 알아낸 정보를 늘어놓던 입을 살그머니 다물고 눈치를 봤음. 알터는 묵묵하게 밀레가 챙겨놓았다는 템들과 그려놓은 맵을 한 번 보고 전투의 흔적이 묻은 밀레를 한 번 보더니 조용히 밀레 손을 잡겠지. 아프진 않은데 갑주 낀 손이 마치 족쇄처럼 자기 손을 꽉 잡는 동작에 밀레가 좀 쫄아서 알터... 화났어...? 물어볼듯. 화 안났어요. 간결하게 대답하는데 누가봐도 화난거임. 근데 밀레는 또 알터가 화 안났다니까 안 난건데 그럼 왜 표정이 안 좋지... 하고 머리굴릴듯 

암튼 이렇게 알터 손에 꼭 잡혀서 귀환한 밀레인데 자초지종을 들은 나머지 조장들도 밀레한테 한소리 하겠지. 맨 먼저 아벨린이 따끔하고 반박 절대 불가한 맞말로 혼내더니 피네가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단체활동에서 지켜야할 기본 규칙과 밀레시안이 알반에 어떤 의미인지 조목조목 짚어주면서 혼내고 마지막으로 그 카즈윈이 인상 찌푸리고서 ...걱. (걱정시키지마라) 한마디로 따끔하게 일갈하는거 듣는 동안 점점 쭈굴해지는 밀레일듯. 별로 반항심은 안 들고 듣다보니 다 맞는 말이고 자기가 잘못한 것도 맞아서 빵빵한 템가방 끌어안고 시무룩하게 문장 끝마다 고개 끄떡이며 미안... 잘못했어... 미안... 소리만 반복할거 같다. 그래도 화나는 것보다 걱정된게 커서 하는 소리니까 다들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래도 밀레시안님 고생하셨네요 맵도 거의 다 파악해오시고 이런 것도 다 모아오시고요 하면서 서서히 분위기 풀어지겠지. 밀레도 혼난거 금방 털고 아벨린 피네 카즈윈이 챙겨온거 살펴보면서 한마디씩 칭찬해주니까 금방 기분 좋아짐 

근데 알터 혼자 유독 조용한데 끝까지 밀레 손은 놓지 않은 채로 탐사 막바지까지 그러고 있어서 밀레가 알터 눈치보면서 기분 풀어주려고 애썼으면 좋겠다 알터는 화 안났어요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는데 밀레 보는 표정은 안 괜찮음 밀레에게 알터는 동생같은 위치라 기분 풀어주려고 애쓰다가 알터가 너무 과하게 걱정해서 이러는거 같다는 생각도 드니까 큰소리 치면서 절대 걱정할 일 없게 하겠다고 그러니까 너도 심란해하지 말라고 하는데 표정이 살짝 무서워보이던 알터가 밀레가 큰소리 하면 옛날의 주홍후드강아지가 되어서 ...제가 이러는게 밀레시안님을 성가시게 하나요? 이런 말이나 하니까 밀레가 더 강하게 못 나갈듯 결국 그날뿐만 아니라 한동안 알터랑 꼭 붙어다니면서 강제로 파티플하게 되는 밀레 보고싶다 일 때문에 도저히 같이 못 있을 경우가 많으니까 알터가 자기 눈 색깔 비슷한 보석 하나 쥐어주면서 이거 꼭 갖고 다녀주셨으면 한다고 울망하게 부탁하는데 이런 경험 한 두번도 아닌 밀레는 흔쾌히 받겠지. 위치추적에 밀레 체력마나생명력신성력 상황까지 다 파악가능한 미친 장치인데 밀레는 이런식으로 감시당하는게 감시라는 인식도 없어서 그냥 알터가 이제 안심하면 좋겠네~ 하고 주머니에 잘 넣어다닐거 같다 그 와중에 톨비쉬 먼 곳에서 지켜보며 알터가 잘 배웠다고 흐뭇해하고 있음





3번 궁상병은 왠지 르웰린과 엮어서 보고 싶은 상황인데 이유는 르웰린이 저렇게 템 마지막까지 안 쓰고 남겨두는 일에 제일 뒷목 잡을거 같음ㅋㅋㅋㅋ 밀레시안님이 탐사 중에 그런저런 행동을 하셔서 알... 단장님과 이런저런 일을 만드셨다면서요 하고 말하는데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르웰린도 혼낼 기세라 밀레 한 번 더 쭈굴해지겠지 이제 절대 그런 일 안한다고 변명하는데 팔짱 낀 르웰린이 눈 살풋 접어가며 예쁜 미소를 건 귀공자 얼굴로 퀴즈입니다 밀레시안님, 평화롭게 길을 가던 밀레시안님이 두갈드 아일 한복판에 떨어진 평범한 반지를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고 문제낼듯. 밀레는 아 이거 르웰린이 나 떠보는거구나! 생각하고 내가 이런건 다 파악하고 있다면서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겠지. 주운 다음 근처에 반지 잃어버리신 분 찾는 공고를 낸다! 그 대답에 르웰린은 웃는 얼굴로 밀레 이마에 크로스버스터같은 딱밤을 때렸음. 이마 감싸쥔 밀레한테 정답은 건드리지도 말고 그 자리를 피한다 입니다. 하고 가르쳐준 르웰린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께 해할 마음을 품은 존재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그런 초보적인 트릭에 걸리십니까 하고 마구 잔소리할거 같음 밀레는 좀 억울함 수상한 반지도 아니고 이상한 반지도 아니고 평범한 반지랬잖아... 벌목장에서 트레이시가 잃어버린게 여우 발에 채여서 딴데로 온거면 어떡해. 그 말 들은 르웰린이 딱밤 한대 더 때려서 더 억울해진 밀레임 

아무튼 단단히 주의를 주고 이제 어디 낯선 곳은 혼자 가지 말라는 말까지 일장연설로 늘어놓은 르웰린이 마지막엔 우리 멜에게도 이런 말은 잘 안하는데 밀레시안님은 이제 어른이시잖아요 하고 웃는 얼굴로 크리티컬 먹임. 멜윈보다도 안전의식이 꽝이라는 평가를 받은 밀레는 좀 충격이겠지. 잔뜩 기운 빠진 밀레를 보는 르웰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곤 품에서 아름답게 세공된 크리스털 병을 꺼낼듯. 신시엘라크 가문 인장이 박힌 병 안에는 차분한 색감의 액체가 들어있었음.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데? 위기 상황에서 밀레시안님을 보호해줄 저희 가문 비약입니다. 뭐... 신성력으로 제조한 기술이니 알반 기사단 쪽 비약이라고 해도 괜찮겠군요. 무심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약 주밀레 지키기고 싶어서 밤낮으로 신성력 불어넣어가며 르웰린이 직접 만든 비약일듯. 가문에서도 직접 만드는 일은 극히 드물고 르웰린이 이걸 준 사람은 여태까지 멜윈이 전부였는데 그걸 밀레한테도 준거임. 근데 르웰린이 말을 안하니까 밀레는 알길이 없지. 하지만 사정을 몰라도 르웰린이 날 위해 뭔갈 줬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아까 혼났던 것도 잊고 밝게 웃는 주밀레였음. 그 얼굴에 르웰린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당황할 일이 없어 붉어질 일도 없는 귓가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겠지. 

이런 선물이 다음에도 종종 이어질듯. 매번 설명해주는 효과도 다양했음. 신성력이 고갈됐을 때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약이다, 방어와 보호를 단시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주는 포션이다, 이걸 사용하면 몇 분간 신성 서브 스킬의 효과가 올라간다 등등... 신시엘라크 인장이 찍힌 여러 용기들에 담긴 선물을 주밀레는 매번 기쁘게 받았음. 르웰린도 이걸 건네주면서 갖은 핑계를 다 갖다 붙였지만 점점 사심이 깃든다는 걸 숨기기가 어려웠겠지. 근데 뭐 밀레가 워낙 눈치없어서 르웰린이 표정 관리를 못하거나 선물 주는 핑계로 손을 길게 포개고 있거나 잠깐 스친 손을 등 뒤로 숨겨 꼭 쥐고 있거나 하는 이상행동을 보여도 전혀 모를거 같음

아무튼 이렇게 선물을 줘도 르웰린은 당장 가까운 시일에 밀레가 이런게 필요하게 될거라고는 생각 안했겠지. 하이미라크 일 이후로 여러 사건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일단 밀레의 목숨을 위협할만한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으니까. 루나사 쪽 정보를 면밀히 들으며 오늘도 밀레가 큰 일에 엮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면 스스로도 마음에 안정감이 내려앉는 르웰린이었음. 근데 이렇게 평화롭기만하면 밀레인생이 아니겠지 예상치못한 곳에서 큰 사건이 터지고 밀레가 사투를 벌이게됐는데 그게 폐쇄된 공간이나 아무도 도와주러 갈 수 없었고 소식 자체도 이미 해결된 다음에야 겨우 루나사 쪽 정보망에 들어왔을거 같다. 여느때처럼 하루단위로 찾아오는 밀레시안에 대한 정보 서류를 펼쳐본 르웰린은 안에 적힌 내용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겠지. 앞뒤 생각없이 오로지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누군가를 찾아가는 일 자체가 르웰린 인생에서는 처음이었을듯

그렇게 찾아간 밀레가 일단은 무사하다는 것에 안심할 새도 없이 평소보다 훨씬 지쳐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몹시 초조하고 황망해지는 르웰린이었음. 밀레는 괜찮다고 말하는데 그게 귀에 들어오겠음? 전투 후 이것저것 몸이며 장비를 수습하는 상황에서 르웰린이 불쑥 나타난거라 밀레도 놀랐겠지. 밀레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아직 덜 수리된 장비들과 몸에 남은 흔적들로 다 파악이 된 르웰린은 밀레 손 꽉 붙잡고 목으로 울컥울컥 넘어오는 감장을 갈무리하려고 애썼을듯. 밀레는 르웰린이 이러는거 처음봐서 무척 놀랐는데 그래도 일단 자기가 연상이기도 하고 원래부터 마음이 단단한 성격이기도 하니까 잘 달래줄듯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겨우 평소 페이스 찾은 르웰린인데 그제야 밀레가 풀어놓은 가방 사이에 익숙한게 보이겠지. 자기가 준 선물들이었음. 맨 처음에 준 크리스털 병부터 가장 최근에 건넨 마기그래프를 닮은 양피지까지 전부 다 거기 있었음. 이거 안 쓰셨... 어요? 겨우 가라앉힌 마음이 다시 시끄러워지는걸 느끼며 르웰린이 간신히 내뱉었음. 필요 없으셨던가요? 그렇지는 않았을텐데요? 아니면 쓸모가 없어서? 르웰린이 빠르게 뱉는 말에 밀레가 열심히 손과 고개를 젓겠지 아냐 당연히 도움되는거지 누가 준건데! 이런 아이템을 내가 또 어디서 얻겠어. 그런데 왜 안 쓰셨죠? 쓰지도 않으셨는데 어떻게 도움이 된다고 장담하시는겁니까! 다소 격앙된 르웰린의 목소리에 가장 놀란건 르웰린 본인이겠지. 걱정된다는 핑계로 감정조절못하는걸 한심하게 여겼는데 자기가 지금 그러고 있었음. 청량한 연보랏빛 머리카락이 우수수 쏟아지는 것도 내버려두고 고개를 푹 떨군 르웰린이 자괴감을 느끼는데 밀레가 정말 당황하고 또 미안한 얼굴로 그게 아니라... 그게, 내가 그런 병이 좀 있어 하고 변명 및 설명 시작할거 같다

병이요?! 르웰린이 더 식겁해서 고개 번쩍 드는데 밀레가 르웰린에게 잡힌 손에 힘 주면서 아니 진짜 병이 아니라 그 버릇? 버릇 같은거야! 하고 설명할듯 내가 템을 잘 못 쓰고 하나 밖에 없고 구하기도 어려운 템일 수록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어하는 증상이 있다고 구구절절 설명하는데 르웰린 처음으로 자기 나이답게 빡쳐하는 표정 짓는거 보고싶다 지금까지는 화나도 우아하고 고결하게 경멸하는 표정을 짓거나 화는 났어도 끓는 점이 오르지 않은 침착한 태도였는데 지금은 정말로 평범한 20대 청년처럼 빡쳐서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하고 빽 소리 치겠지 잡힌 손 그대로 거세게 흔들면서 제정신이냐고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냐고 막 소리지르는데 밀레는 자기가 한 말이고 그 어떤 과장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버릇이지만 르웰린이 빡치는거 백번 이해해서 그냥 얌전히 혼나고 있었음 혼나야되는거 맞음

한동안 르웰린이 막 화내는거 받아주는데 이게 좀 길어지니까 불편한 자세로 선 르웰린 손 살살 끌어다 2인용 의자 꺼내서 앉혀놓고 냄비 살금살금 꺼내서 따끈한 차 만든다음 르웰린 손에 쥐어주는 밀레겠지 한 손은 찻잔 쥐고 다른 손은 밀레 손 잡은채로 화내는 르웰린 목청 좋을듯 아무튼 르웰린이 겨우 진정하고 다 식은 차 한번에 쭉 들이킨 다음 밀레 어깨 잡고 확 끌어당긴다음 눈 마주친 상태로 또박또박 앞으로 제가 준건 무조건 다 쓰세요, 할거 같다. 밀레가 알았어. 하고 대답하는데 눈이 옆으로 살짝 굴러가는거 보고 르웰린이 아주 뺨까지 움켜잡고 다시 으르렁거리겠지. 전부, 다, 쓰세요. 밀레가 우물쭈물하다가 근데... 하나만이라도, 까지 말했는데 르웰린이 다 쓰시라고요. 하고 보석안 빛내면서 째려봐서 별수 없이 그러겠다고 약속함. 그래놓고 여전히 아 이거는 색도 이쁘고 르웰린 생각도 나고 해서 진짜 쓰기 아까운데... 하고 속으로 아쉬워하다가 르웰린이 지금 또 혼날 생각 하고 있죠. 하는 바람에 흠칫 놀라는 밀레면 좋겠다

다음부터 르웰린이 주는 물건엔 시간 제한 달려있어서 어쩔 수 없이 울면서 쓰는 밀레겠지. 어쩌다 시간 제한 안 달린 것도 그냥 흔해빠진 유리병에 넣어서 무조건 여러개 같이 주는데 언제나 선물 주면 방글방글 웃으면서 햇살처럼 좋아하는 밀레가 유리병 봉인한 천마개 색깔 보고 아 이거 예쁘다, 소리 하자마자 바로 다른 병에 옮겨 주는 르웰린일거 같다. 밀레가 아니 그냥 이쁘다고 한건데? 억울해하면 제가 밀레시안님을 모릅니까? 병 뚜껑 색깔 이쁘다는 이유로 안 쓰실거죠? 가방 안에 넣어놓고 인꾸인지 뭔지 하실거잖아요. 톡 쏘아붙이는 르웰린이겠지. 

근데 이래놓고 주기적으로 자기 색을 입힌 물건 안겨주고 밀레의 가방 하나가 자신의 흔적으로 가득 차는걸 보면서 남몰래 만족스러워하는 르웰린이어도 좋을거 같음






그나저나 가방 정리 해야하는데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