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3080442
view 561
2024.09.01 13:32
경★축 드디어 돌아온 나의 노맨스코미디!!





"안! 먹! 어!"

운몽 일행이 연화오로 돌아가고 가을이 왔어. 미운 다섯 살이 된 고상은 밥상 투정 시작함. 밥보단 간식, 야채보단 고기를 선호함. 매번 식사 시간이 전쟁이었지. 야채 먹기 싫다고 떼를 씀. 매 식사시간마다 주백부랑 위숙부가 대신 야채를 먹어주니 고상이 야채랑 친해질 일은 요원했지. 온원은 주는 대로 잘 먹었어. 먹는 거라곤 과일이랑 묽은 죽이 전부니 호불호가 생길 일도 없었지.

"자꾸 먹어주면 고상이 안 큽니다."
"싫다는 걸 억지로 먹일 수는 없잖아."
"저 어릴 땐 먹여놓고 그런 말이 나옵니까?"

객행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자 무선은 귀를 쫑긋 세웠지. 대사형, 둘째 사형은 어릴 때 무엇을 편식했나요? 무선의 질문에 자서는 고기반찬을 콕 집음.

"육류."
"고기를?"

무선은 객행의 상을 봤지. 야채와 육류가 골고루 섞인 무선의 것과 달랐어. 야채 위주에 생선이 올라가 있었지.

"육류를 먹으면 발진이 올라와서 안 먹는 거야?"
"그런 건 아니야. 정신적인 문제거든."

자서는 입맛이 써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술을 마심. 객행이 왜 육류를 기피하는지 알게 된 날 죄책감에 시달렸다. 뭣도 모르고 먹기 싫다는 애한테 억지로 먹였다고 사부에게 벌을 청하기도 했음.

"어, 나 안 궁금해!"

사실 궁금함. 무선은 자신이 만나기 전의 객행이 매우매우 궁금했음. 자서나 구소처럼 어렸을 때부터 사계산장에서 같이 자랐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기도 함. 혹은 객행이 운몽에서 함께 자랐다면? 그럼 객행이 감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냥, 만약을 생각한 거임.

단, 궁금증이 객행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정도로 크지 않음. 고기를 씹을 때 식감이 싫다거나 육류를 먹으면 피부가 뒤집어지는 병이 있다면 놀리거나 저가 챙기면 되는 일임. 근데 정신적인 문제라면 뭐가 있다는 뜻이야.

무선은 객행이 궁금한거지 그를 아프게 할 생각이 없거든. 그런 무선의 마음을 알기에 객행은 웃었지.

"나중에, 나중에 꼭 알려줄게."





운몽으로 돌아간 강징은 대사형 위무선의 이름을 지웠어. 그날 밤은 맨정신으로 있지 못해 술을 마셨지. 제일 싸고 독한 술을. 사람들을 물리고 사당으로 가 부모에게도 고했어.

"그래도 다행이죠? 우리 형 이제는 좀 편하게 있을 곳을 찾은거 같아요."

사계산장을 떠나기 전날 밤 어딘가 후련한 무선이 말했어. '내가 어디 소속이든 너의 형임은 달라지지 않고, 네가 날 찾는다면 당장 달려가겠다.'고. 강징의 마음은 전쟁이 끝나도 연화오를 재건하는 지금도 불탄 재만 있었거든. 드디어 재를 뚫고 작은 싹이 올라왔지.

그 다음으로 한 일은 고소로 간 거였어. 명분은 남선배(남계인)에게 조언을 요청할 일이 있다는 거야. 다들 알다시피 운몽에는 어른이 없지. 남계인은 제 조카들보다 어린 강징을 위해 약속을 잡았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남선생님."
"예, 강종주님."
"택무군께선 자리에 안 계십니까?"
"있습니다. 가기 전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괜찮겠군요."

강징이 남계인에게 물어본 건 혼례 문제였어. 남계인을 만나러 온 건 핑계니 질문은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었지. 굳이 혼례를 물어본 건 운몽에 어른이 없으니까. 그럴 듯하지.

"강낭자께 기쁜 소식이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 형장 쪽이라."
"네?"

사계산장에서 보름을 보낸 강징은 흐린 눈을 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능력을 깨우쳤는데. 당연함. 위무선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꼭 애처가 같아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저것의 절반의 절반만 했더라도-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순간 울컥한 때도 잇엇음.

"남선생님 사실 혼례 문제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조용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택무군과 함광군, 온정을 불러주시죠."

남계인의 안색이 안 좋아졌어. 기어코, 기어코 온정의 목을 치러 온건가 생각했지. 하지만 온정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고요하고 단단한 태도에 알겠다고 함. 대외적으로 남망기가 아프니 정실에 모였어.

"하. 아픈 사람치고 꽤 좋아 보이십니다?"

지금 시점에서 강징은 온정보다 망기가 더 싫었음.

온정이 온씨로 한 일이 있어. 억지로 했든 아니든 그녀는 죄인이 맞아. 그러나! 무선의 억지를 들어주기도 했고(금단의 일), 온정이 무선을 사계산장으로 보냈기에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형과 다시 만나기도 했음. 그렇기에 온정과는 은도 원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며 염리와 의논해 그러기로 했음.

"온정"
"네. 강종주님."
"사계산장에 다녀왔다. 거기서 다 들었고. 너와는 은도 원도 없다."
"… 사계산장을요? 혹시, 혹시."
"사계산장 의원의 실력이 아주 좋았다. 산송장도 살려낼 정도로."

온정은 아이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 하지만 사계산장의 온객행은 기산 온씨와 연관 없는 사람이야. 물어봤다가 아이가 기산 온씨임을 알게 된다면? 그래서 태어난 것도 죄라고 수진계 사람들의 칼날이 그 어린 것에게 향한다면?

오들오들 떠는 온정을 두고 강징은 위무선의 과거룬 말했어. 시작은 연화오 참변 이후, 화단수 조축류에 의해 자신이 금단을 잃었던 것부터. 위무선이 온정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금단을 강징에게 이식한 일. 금단이 없는 상태로 온조에게 끌려가 고문 당하고 난장강에 버려진 일. 살아서 돌아오기 위해 시신이나마 운몽에 묻히기 위해 사기를 몸에 담고 사술을 익힌 것까지.

"위영,은 괜찮습니까?"
"네. 제 형장은 괜찮습니다. 사계산장의 의원에게 치료 받아 몸속의 사기도 걷어내고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습니까?"
"안 돌아올거랍니다. 수진계는 당분간 보고 싶지 않다더군요. 아! 거기서 살림도 차렸습니다."

네? 놀란 얼굴의 네 사람을 보며 강징은 (비)웃었지. 막말로 한 방에서 살면서 배 맞대고 자면 살림 차린 거지 뭐(주자서 넘어갈 소리임). 위무선이 사내도 가능하다는 건 고소 수학 때 알아차렸음. 강징은 상대가 누가 되든 위무선이랑 강염리만 좋다면 연애혼을 권장했음. 자신이야 종주라 힘들지만 누나랑 형은 아니니까. 사랑 없이 사느니 사랑하고 살았으면 했지. 그런 상대가 없으면 평생 자기랑 같이 사는거고ㅇㅇ

"위공자에게 그런 분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누굽니까?"
"사계산장의 의원입니다."

온정은 고개를 기울였어. 사계산장의 의원이면 온객행? 온객행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온객행은.

"그분은 사내 아닙니까?"
"온의원 아는 사입니까?"
"그분이 신의곡 성수 견여옥의 아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신의곡 곡주의 사손이고 의술이 남다르게 뛰어나다는 소문만 들은 게 전부입니다."

신의곡 성수 견여옥의 아들. 틀리지 않은 말로 객행이 온씨임을 감췄지. 강징은 속으로 감탄함. 과연 의술 하나만 믿고 온약한의 횡포에서 방계 일족을 지킨 건 아니었군. 운몽에도 저런 인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탐내는 얼굴로 그녈 봤지.

"그런데?"
"네?"
"사내면 뭐 어때? 우리 형장이 좋아하는데. 그거면 충분합니다."

남망기보단 온객행이 나으니까.

사계산장에 있는 동안 강징이 자서에게 가장으로서 의무와 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배웠다면, 염리는 자신과 동등한 입장의 친구를 사귀었고 그게 객행임.

두 사람은 계절이 바뀐 지금도 매주 서신을 주고받음. 운몽의 요리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나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초서도 주고받고. 때론 새로 나온 염정소설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함. 그러면서 가족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일을 친구에게 이야기했지.

"강종주. 위영은 운몽에서 나간 사람 아닙니까?"

네가 쫓아내놓고 형장이라 부르지 마라. 남망기의 말과 차가운 시선은 그런 뜻이었지. 망기가 외병을 핑계로 정실에 박혀있을 때, 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온 강징에겐 가소로웠어.

"그건 형장이 부탁한 일입니다. 금단이 없는 몸으로 운몽의 수사들을 이끌 수 없다고."
"위공자의 뜻이 깊군요."
"네. 저희 형장이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장난만 치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지만 누구보다 속이 깊습니다. 그리고 사계산장에서 함께 살고 싶은 게 눈에 보여 알겠다고 했죠."
"사랑이군요."

희신은 갖은 고생을 한 무선이 행복해진다면 운몽 대사형이 아니라 필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어.

강징은 남망기가 사계산장으로 가면 바로 들킬 구라를 치며 재밌어 죽으려고 했지. 흐하하하학! 웃음을 참느라 배가 아팠어.

"혼사를 물어본 이유가 위영 때문이오?"
"온정을 만나기 위한 핑계였으나 반은 진심이었습니다."

배워두면 나중에 써먹을 일이 있겠지, 안 그래? 누이의 혼례나 자신의 혼례 때.

"강종주."
"네."
"사계산장에 연통을 넣어주실 수 있습니까. 이 남모가 방문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숙부님?"
"위영은 강종주의 형이고 이제는 사계산장의 사람이나 그 이전에 제 사매의 아들입니다."
"..."
"속사정도 모르고 사특한 힘을 쓴다며 부정하고 외면했습니다. 사매의 아들이 엇나간다며 모친의 얼굴에 먹칠을 하니 보기 싫었습니다. 허나 그 아인 사매를 꼭 닮았군요. 그러니 얼굴을 보고 사과하고 작게나마 그 아이의 사숙으로써 챙겨주고 싶습니다."

으음. 이 일을 어쩐다. 강징이랑 자서가 세운 계획에 남망기랑 온정이 사계산장에 가는 건 있어도 남계인이 가는 건 없었거든.

"연통은 넣어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남가 둘째 공자가 아프다는 말에 걱정하더군요."
"위영이요?"
"제 형수가요."

강징은 남망기가 싫어! 설령 들킬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그가! 속을! 앓았으면! 했지.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강징은 곁눈질로 온정을 보곤 한마디했지.

"시기가 맞으면 저희 누님과 동행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강낭자요?"
"네. 형수와 누이는 동갑에 취미도 맞으며, 뭣보다 누이께서 조카들을 그리워합니다."
"견공자께 아이가 있습니까?"

아이도 있는 사람을 위영의 도려로 허락해? 망기의 말이 이렇게 들렸음. 강징은 마음 속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음.

"저희 형수께서도 속이 깊은 분이라 산에 버려진 아이들을 외면치 못해 입적한 겁니다."
"대단한 분입니다."
"그래. 사계산장의 초대를 받는다면 아이들 선물도 챙겨야겠다. 희신아."
"숙부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첫째는 여아로 이름은 상입니다. 제가 자전을 사용하는 걸 보더니 무공을 익히면 강숙부처럼 채찍을 사용하고 싶다 했죠. 하하!"

아상에 대해 말하는 강징은 입이 귀에 걸렸음. 아. 이 얼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숙부가 저와 망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얼굴이었지. 강종주, 숙부가 다 되셨습니다. ㅎㅎ

"둘째는 남아로 이름은 원인데 이제 걷고 뜁니다. 그 어린 것이 벌써부터 형수가 약재를 손질할 때 곁에서 돕는다 하니 크면 의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듣고 싶었던 소식에 온정은 눈물을 참았어. 무사히 잘 갔구나. 거기에서 끝난게 아니라 사랑으로 키워지고 있구나. 삼생에 걸쳐 은혜를 갚겠다 했으나 삼생은 무슨 혼이 닳고 사라져도 못 갚을 은혜였음.

"듣기만 해도 좋은 분 같습니다."
"네. 형수께선 몸과 마음에 상처뿐이던 우리 형장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아물 수 있게 곁에서 지켜주신 분입니다. 그래서 이 못난 동생이 안심하고 왔습니다."

남망기 놀리려고 구라친 것도 있지만 지금 한 말은 진짜였어.






사나더 요약 : 형아 자랑하는 강징, 조카 자랑하는 강징, 망기랑 무선이 찐 지기인줄 모르는 강징, 망기강징망기에 치인 나붕을 모르는 강징





산하령 진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