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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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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판정 받은 무선은 날마다 자서랑 부어라마셔라 함. 사계산장 제일 술꾼인 자서는 수진계 제일 술꾼을 만나서 즐거움.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가득 실은 마차가 사계산장으로 갔음.

"이번 달 술값이 왜 이래?"

객행이 가계부 보고 놀랄 정도임. 돈도 돈이지만 두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줄이라고 함. 마시던 것을 절반으로 줄었음. 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닷새되는 날 자서랑 무선이 숨겨둔 술독을 찾아냄. 과실주는 취향이 아니지만 어쩌겠어. 없을 땐 과실주도 맛있기만 함. 누가 담궜는지 몰라도 알딸딸한게 맛이 좋음. 형님, 동생 부르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한영이 두 사람을 찾아오더니 안색을 굳힘.

"두 분 그걸 드신겁니까?"
"맛이 좋은데 한 잔 할래?"
"둘째 사형께서 아상이 방년되는 해 마시기로 하고 담군 술인건 아십니까?"

알딸딸한게 싹 날아감. 뭐라고? 누가, 언제를 위해 담궈? 자서는 불안한 눈으로 먼저 비운 매실주를 가리킴. 저건? 빈독에 매실만 남아있었지.

"저건 아원의 약관을 기다리며 담군 술입니다."

ㅈ됐다. 술잔을 든 무선의 손도 떨렸지. 아. 그리고보니 생각났어. 아원을 입적한 후 술을 담궜다고 했음. 그 당시 자서는 영웅 대회 준비랑 수진계 동태를 살피느라 듣고 까먹었지. 같이 했으면 기억했겠지! 근데 바빴거든! 뭐든지 사형이랑 함께하는 객행도 바쁜 사형에게 술 담구자고 못 해서 혼자 담군 후 말만 했지. 무선은 잠들어 있었음.

"장주님 어쩌죠?"
"어쩌긴. 위공자 술 담굴 줄 아시오?"
"제가요? 사람 담굴 줄은 아는데요. 장주님은요?"
"나도 같소."

한영은 존경하는 장주님과 친근한 위공자를 한심스레 봄. 아직도 기억해. 아이들의 특별한 날에 마시면 좋겠다 말한 둘째 사형의 얼굴에는 꽃이 피었거든. 그런 술을 홀라당 마셨잖아. 그것도 둘이서! 나도 둘째 사형이 한 밥 먹을 줄 알고, 둘째 사형이 담군 술 마실줄 아는데!! 억울해진 한영은 배에 힘을 줌.

"둘째 사형!!!!!!!"

잘 준비를 끝마친 객행은 저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밖으로 나와. 침의만 걸친 채 나온 객행은 비어버린 술독과 술냄새가 나는 자서, 무선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지.

"주자서."
"여, 연아."
"위무선."
"선선이가 잘못 했어요."

아니 위공자? 눈칫밥 먹은 세월이 긴 무선은 지금이 숙여야 할 때임을 알았음. 온연은 작고 어리고 다친 것에 약했음. 무선은 작지도 어리지도 다치지도 않았으나 온연이 제게 약한 건 알고 있었지. 이럴 땐 빨리 사과하는게 좋음.

"뭘 잘못 했는데?"
"형아가 줄이라고 했는데 못 참고 술 마신거랑, 형아한테 안 물어보고 술 마신거요."

무선은 최대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객행의 눈치를 봄. 거기에 약해진 객행이 머리를 잡았지. 뭐 술이야 또 담으면 되긴 해. 이번에는 무선이랑 자서의 도움을 받으면 쉽겠지. 한영도 당분간 사계산장에 있을 거고. 객행이 약해진 걸 본 자서가 장포를 벗어 덮어줌.

"나도 미안하다 연아. 귀한 술임을 네게 들어놓고 까먹었구나."
"사형은 바쁘셨잖아요. 됐어요. 이번에 담굴 땐 도와주세요."
"알겠다."
"선선이도 도울게!"

어라? 이게 아닌데? 한영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분위기가 흐름. 객행이 그만 들어가 자라고 한뒤 방으로 감. 세 사람 사이엔 침묵이 흘렀지.

"사계산장의 한영은 들으라."
"네 장주!"
"여기 다 치우고 임무 좀 다녀오자."

네? 지금요?
응. 지금.

무선은 객행 방에 들어갔어. 자서가 새방을 배정해줬지만 거기서 잔 건 손에 꼽지. 술 마신 상태로 오지 말라해도 꾸역꾸역 객행의 방에 갔거든. 거기가 좋으니까. 어린아이 특유의 젖내랑 객행의 약초향이 한데 어울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지.

아상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아원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언제 이렇게 컸을까 감동하며 무선은 꾸물꾸물 침상으로 기어들어갔지.

"아선 얼른 자야지."
"응"

객행 옆에 누운 무선은 눈을 감았어. 토닥토닥. 객행이 무선을 토닥임. 아. 눈물날 거 같아. 어릴 때, 연화오로 가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 그때도 이런 적이 있는거 같아.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못 자는 무선을 토닥여준 적이.

무선이 객행에게 무르고 밉보이지 않으려 행동하는건 부모님이 겹쳐 보이는 것에서 비롯됨.

온정을 만나서, 아원을 데리고 도망치는 선택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함. 당시 무선은 인간의 양면성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음. 무선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게 힘들었고. 무선이 아는 사람을 만나는건 무서웠음. 아원을 데려다주곤 인적없는 산에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었을 정도로. 그랬는데-

"아선."
"응?"
"내가 곁에 있어. 사형도 아원도 아상도 곁에 있고, 너는 안 친하다고 하는 한영도 곁에 있을 거야."
"응. 응."

무선은 사계산장에서 살고 싶어졌어. 주자서를 대사형으로 따르고 온객행의 보살핌을 받으며 진구소나 한영과 투닥거리며. 아상과 아원이 자라는 모습도 보고 싶었지. 다시 인간을 믿고, 사랑하며 살고 싶어졌어.

다음날 무선은 자서에게 말함. 사계산장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사일지정 후 ptsd 세게 온 위무선을 키우는 사계산장에서 자란 온객행 (이 진짜 제목임)

임의로 잡아본 나이 차이
자서=희신 > 객행=염리 > 자헌 > 무선=망기 > 강징 > 구소=한영 >>>>>>>>> 고상 > 온원 = 성령


산하령 진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