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중국연예
- 중화연예
https://hygall.com/591285068
view 14548
2024.04.18 00:25
망천화처럼 이연화 해독할 수 있는 약초가 있는데, 형질을 바꾸는 부작용이 있어서 떨떠름해하던 이연화와 그런 게 뭐가 중하냐 하던 주변사람들이 우당탕하는 게 보고싶다로 시작했던 거 2.5부 7
본편 이후 시점으로 ㅅㅍㅈㅇ 다병연화 비성연화
밤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그렇잖아도 초승달이 뜨는 밤이었는지라, 사위가 어둡다 못해 시커멨다.
그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발소리를 죽인 채 조심조심 취화탕을 찾았다. 그 얼굴은 검은 복면 따위로 가려져 있었다. 지붕에 바짝 엎드린 채, 방다병은 빛나는 눈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복면인은 품을 뒤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탕을 향해 다가갔다.
몇 시진 전, 생정은 이연화가 부탁한 대로 일꾼들에게 말을 전했다. 결국 취화탕을 메우기로 결정하였으나, 얼마 전 객잔을 방문한 천기당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러 갔다가 그 안에 작은 귀중품을 빠뜨렸다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생정은 탕을 없애기 전, 사람들을 동원하여 탕의 물을 퍼내고 분실물을 찾겠다 공표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곳에서 작업하는 데에 거북함을 표했으나, 낮에 여럿이 함께 일할 것이라 이야기하자 반박할 말이 마땅찮았는지 곧 조용해졌다.
"예상대로 나타났군. 또 헛짓거리를 해서, 일꾼들이 작업하는 걸 막을 셈이겠지."
적비성이 육성 없이 비웃었다. 방다병이 마른침을 삼켰다. 복면을 쓴 사람은 품 안의 무언가를 꽉 쥔 채 잠시 망설이다, 곧 무릎을 꿇고는 그 물건을 물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흰 포장지에 싸인 꾸러미였는데, 물에 닿자 그 표면이 서서히 선홍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탕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꾸러미를 바라보며, 방다병이 코웃음을 쳤다.
"물에 풀어지는 종이 따위로 색소를 감싼 모양이네. 시간이 지나면 색이 점차 진하게 우러나와, 아침에는 핏빛으로 보일 테지."
"이연화가 첫날 비녀에서 찾았던 종이 조각이 그 잔해였나 보군."
적비성의 말에, 방다병은 고개를 끄덕하고는 오른손을 들었다. 기관과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기 위해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취화탕 주변을 빙 둘러 설치된 기관은, 곧 알싸한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를 무럭무럭 피워내기 시작했다. 탕에 또 무언가를 풀어둘 속셈이었는지, 재차 품을 뒤적거리던 복면인이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발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 뒤에 소리도 없이 내려앉은 이연화가 일부러 기분 나쁘게 긁히는 목소리를 냈다.
"무서우냐?"
복면인이 짧은 비명과 함께 펄쩍 뛰어올랐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연화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복면인이 헐떡이며 고개를 홱홱 돌렸다. "누, 누구...누구시오?"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묻자, 음산한 웃음소리가 깔렸다. 복면인의 어깨가 빠르게 오르내렸다.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복면인이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네 손에 죽은 사람이다."
이연화가 그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상대가 다시금 화들짝 튀어오르다 고꾸라지듯 주저앉았다. 다시 돌아본 자리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방다병의 입가로 냉소가 스쳤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더라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쾌속한 움직임이었으니,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실체 없는 귀신으로 비칠 것이 분명했다. 방다병의 기관이 자욱히 깔아둔 연기도 그에 일조하고 있었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만큼 겁에 질린 채, 복면인이 허세를 부리듯 외쳤다.
"마, 말도 안 돼. 귀신 따위는, 귀신 따위는 없어. 그런 건 없어. 정체를 밝혀라! 정말 너라면 5년 동안 왜, 왜 잠잠했단 말이냐!"
그 외침의 말미에, 복면인은 억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 뒤로 재차 바람처럼 돌아간 이연화가, 오른발을 들어 상대의 등 한가운데를 떠밀듯이 차버린 탓이었다. 허둥지둥 일어나려는 이의 등을 밟은 채, 이연화가 그 뒷목에 손끝을 살짝 댔다. 복면인이 헉 소리를 내며 진저리를 쳤다. 등장하기 전 찬물에 담갔다가 꺼낸 탓에, 아마 그 손가락은 얼음처럼 차가울 터였다. 복면인은 결국 자신이 귀신에게 덮쳐진 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는지, 조금 전보다 더욱 심하게 떨며 땅바닥을 기려 했다. 이연화가 분노한 목소리를 흘렸다.
"네가 뉘우칠지도 모른다고 믿었던 탓이다. 하지만 너는 아직도 네가 한 짓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내가 죽은 이곳에서 감히 귀신의 흉내를 내며 진실을 덮으려 하는구나."
"왜, 왜...이제 와서 내게 이러는 거냐. 이미 5년이나 지났는데...! 그리고 그건, 그건 네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
복면인이 사지를 버둥거리며 발작적으로 외쳤다. 퍽 억울한 목소리에, 방다병이 흠칫한 얼굴로 적비성과 시선을 교환했다. 설마, 정말로 도둑질하던 양연을 막으려다 변이 생겼단 말인가? 유감스럽다 못해 쓰디쓴 심정에 사로잡혀, 방다병은 잠시 비영을 향한 연민을 품었다. 비영에게는 그저 귀하고 소중한 반려였을 텐데, 믿고 싶지 않은 가설이 입증된다면 그 애틋한 마음이 크게 상처받을지도 몰랐다. 이연화 역시 심경이 복잡해졌는지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발을 떼고는 복면인의 눈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허옇고 시뻘건 얼굴에 온통 풀어헤친 머리를 마주하자, 복면인이 꽥 소리를 지르며 상체를 뒤로 물렸다. 이연화가 눈을 부릅뜬 채 물었다.
"왜 나를 죽였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어."
"네, 네년이 먼저 날 협박했잖아. 너는 무슨, 무슨 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위선을 떨면서...자, 자백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복면인이 덜덜 떨며 횡설수설하는 말에, 방다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백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그것은 죄를 짓고 달아나려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죄를 드러내려는 사람이 할 법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저 복면인이 저지른 잘못을 양연이 홀로 알고 몰아세웠던 것일까? 방다병이 눈썹을 찌푸렸다. 흙먼지가 일어날 만큼 절박하게 물러나며, 복면인이 악에 받쳐 외쳤다. 그 눈이 공포와 증오에 일그러져 있었다.
"너도 나와, 나와 똑같았던 주제에...이전까지는 눈감아 줬으면서! 네가, 네가 나빠. 자업자득이라고!"
이연화의 눈동자가 스산하고 어두운 빛을 발했다. 상대를 차갑게 바라보다, 이연화는 곧 고개를 꺾으며 높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일부러 목을 긁는 소리를 내던 탓에, 그 웃음소리는 퍽 기괴하고 끔찍하게 울렸다. 이윽고 웃음을 뚝 멈춘 이연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풀어헤쳐진 머리칼이 내력을 받아 음산하게 떠올랐다. 복면인의 몸뚱이가 한겨울의 눈밭에 맨몸으로 팽개쳐진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눈앞에 선 인영이 축골공으로 변신한 무공 고수라 짐작하지는 못할 테니, 복면인의 눈에는 이 광경이 틀림없는 귀신의 조화로 비칠 터였다.
"그래, 다 내 탓이로구나. 네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죽은 것도, 내가 비녀를 잃어버려 머리조차 묶지 못하는 귀신이 된 것도 다 내 탓이라는 얘기로구나."
"그것도, 그것도 그냥 얌전히 내놨으면 됐어.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정말이야! 네가, 네가 괜히 날 협박하고 반항하니까, 괜히 날 건드려서-."
"이제 나는 다시 죽을 수도 없는 몸이니, 오늘 다시 너를 협박하마. 네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그렇게 말한 이연화가, 축지법을 쓰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미끄러져 복면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흰 손이 그 목줄기를 콱 틀어잡았다. 숨통이 막히자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는지, 복면인은 이연화의 팔을 잡고는 캑캑 소리와 함께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을 쳐봤자,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 이연화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이연화가 눈을 부릅뜨고는 쏘아붙였다.
"스스로 관에 가서 죄를 고하거라. 네가 가진 모든 증거를 갖다 바치며 자백해."
"놔, 놔...정말로 숨이...이거 놓, 놔...!"
"내일까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네 죄를 세상에 까발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알량한 명줄도 기필코 끊어버릴 것이다."
복면인이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윽윽거렸다. 이연화의 팔을 소용없이 움켜쥔 채 때리고 긁다가, 복면인은 절박한 손으로 품을 더듬더니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조금 전 온천 물에 넣었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꾸러미였는데, 색소처럼 단단히 포장되지 않은 터라 그 내용물이 터지듯 비산했다. 흰 분진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뿌옇게 퍼지는 광경을 보고, 방다병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부르며 뛰어내릴 뻔했다. 적비성이 팔을 꽉 붙들지 않았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몰랐다.
이연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스스로 내던진 가루를 마시고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대는 복면인과는 퍽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기관이 자욱하게 만들어낸 연기 속으로 몸을 숨기며, 이연화는 바닥에 털썩 쓰러진 상대를 비웃듯이 입을 열었다.
"잘 기억해라. 내일까지다."
이연화가 그 말과 함께 사라지자, 복면인은 제자리에 엎드린 채 잠시 컥컥거리다가 곧 눈을 비비며 비틀비틀 달려가기 시작했다. 몇 차례 넘어지고 뒹굴면서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꼴이, 정말 혼비백산한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붙들어 진상을 추궁하고 싶었으나, 미리 계획한 바가 있으므로 방다병은 상대가 도망치도록 내버려두었다. 적비성이 그늘 속의 수하를 향해 무언가를 짧게 지시했다. 곧 한 개의 인영이 민첩하게 튀어나가 복면인의 뒤를 쫓았다.
복면인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마자, 방다병은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연화!" 목소리를 낮추어 부르자, 꽃나무 사이에서 코맹맹이 소리가 들려왔다. "방소보. 나 여기 있어." 방다병이 득달같이 그편을 향해 달려갔다. 꽃나무 뒤에 선 이연화가 소매로 눈을 비비며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이연화, 왜 그래? 중독된 거야?"
"독이라기엔 귀여운 수준이야. 아마 물에 풀어서 발진 따위를 일으키려는 속셈이었나 봐."
말을 마친 이연화가 기침을 한 차례 했다. 그 얼굴을 확인한 방다병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연화의 양쪽 눈이 살짝 충혈되어 있었다. "으, 간지러워." 이연화가 눈꺼풀을 꾹 닫고는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려 들었다. 방다병이 얼른 그 손을 잡아 내렸다.
"비비지 마, 더 심해질지도 모르잖아."
"강한 약이었으면 감히 눈앞에서 터뜨리진 못했을 거야. 난 괜찮...에취!"
이연화가 고개를 돌리며 재차 기침을 했다. 충혈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었다. 방다병이 얼른 품에서 면포를 꺼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런 걸 왜 맞고 있었어? 봤으면 피하지!"
"귀신이 이런 걸 피하면 이상하잖아. 멀쩡한 척해야 더 무서워하지."
"말이나 못하면. 양주만으로 어떻게 안 돼?"
"살갗에만 잠깐 머무는 독이라, 양주만으로는 어려워. 조금 있으면 가라앉을 거야. 좀 잡아줘."
눈물이 나오는 탓에 앞을 보기가 어려운지, 이연화가 한 손을 내밀었다. 방다병이 그 손을 잡아 길을 인도하려는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적비성이 코웃음을 치고는 양팔을 불쑥 내밀었다. 그 손에 몸이 덜렁 들린 이연화가 당황한 소리를 냈다. "잠깐, 뭐야? 걸을 수 있어." 대꾸하지도 않고, 적비성은 자리에서 훌쩍 뛰어올라 취화탕 근처의 건물을 향했다. 그 앞에는 비영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일행과 함께 모든 것을 보고 들은 여자는, 넋이 죄다 빠져버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대협, 저는 저 사람을 압니다. 그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누군지...누군지 알아요."
"부디 진정하십시오. 지금 달려가 저 사람의 머리를 깨버리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조금 더 참아야 확실히 치죄할 수 있습니다. 부인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그 내막을 제대로 알려야지요."
적비성의 팔에서 내려온 이연화가, 안타까우면서도 차분한 얼굴로 힘주어 건넸다. 그러나 비영은 그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복면인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와 목소리가 격하게 흔들렸다.
"어떻게...대체 어떻게...그렇게 오랜 세월을 알고 지냈는데, 슬퍼하는 제게 위로의 말을 건네던 사람인데...어떻게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방다병이 걱정스럽게 그 모습을 살폈다. 상대의 얼굴에서 광기에 가까운 배신감과 분노, 슬픔이 동시에 번쩍이고 있었다. 여러 사건을 해결하면서, 방다병은 비탄에 잠긴 유족들이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광경을 왕왕 보아 왔다. 만일 비영이 무작정 범인의 뒤를 쫓아가려 들면, 일단 혈도를 짚어 막아야 할지도 몰랐다.
"진정해라. 이 자는 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일부러 독무를 맞았다. 네가 이성을 잃고 날뛰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테지."
적비성이 무뚝뚝하게 건넸다. 이연화는 '독무라니 과한 말이다' 하는 눈으로 적비성을 돌아보았으나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다. 비영을 진정시킬 수단이 있다면 무엇이든 쓰는 편이 나았다. 비영이 퍼뜩 이연화를 돌아보았다. 이제야 이연화의 상처를 발견한 듯, 여자는 황망히 양손을 들며 쩔쩔맸다.
"아니, 대협. 괜찮으십니까? 눈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인 증상일 뿐입니다. 정말 위험한 약이었다면 함께 당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쓰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괜찮으니, 오늘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절대 저 자가 도망치도록 두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를 믿으신다면, 부디 내일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방다병이 진중하게 거들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비영은 이미 터진 입술을 다시 깨물었다. 한 손으로 가슴을 짚는 모양새를 보니, 마음의 갈등이 거센 나머지 물리적인 흉통을 느끼는 듯했다. 그 입에서 이윽고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알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경거망동한다면, 대협들의 도움을 제 발로 걷어차는 격이겠지요. 약속한 시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자신을 꾹 억누른 채 말하고, 비영은 조금 휘청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오늘 밤 일각도 잠들지 못할 것이 분명한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방다병은 곧 이연화를 도와 거처를 향했다. 적비성은 상대를 다시 번쩍 들어 옮기고 싶은 듯했으나, 이연화가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부하자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연화의 반대편 팔을 부축했다.
숙소로 돌아와, 이연화는 눈을 감은 채 축골공을 펼쳤다. 뼈와 근육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엉망이 되었던 머리를 대충 올려 묶고, 얼굴을 덮었던 분과 화장을 지워내자 원래의 이연화가 드러났다. 방다병의 미간으로 깊은 골이 생겼다. 눈만 충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눈가와 뺨의 일부도 빨갛게 변해 있었다. 면경을 확인한 이연화가 건성으로 혀를 찼다. "이런 걸 탕에 풀어놓으려 하다니, 양심이라곤 없구만." 이연화가 푸념하는 사이, 방다병은 얼른 짐을 뒤져 약함을 꺼냈다. 천기당과 관하몽의 힘을 빌어, 자그마한 약함은 꽤 든든한 비상약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비, 깨끗한 물하고 수건 좀 갖다줘. 다시 한 번 닦아내고 약을 바르는 게 낫겠어."
드물게도, 적비성은 눈썹을 꿈틀했을 뿐 내게 지시하지 마라 면박을 주지는 않았다. 적비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다병은 약함을 뒤져 환부에 쓸 만한 연고를 찾았다. 연고통의 뚜껑을 열다가, 방다병은 다시 눈가를 비비려 소매를 들던 이연화를 탁 때렸다. 이연화가 짐짓 엄살 부리는 소리를 내며 방다병을 돌아보았다. 눈을 반쯤 뜬 이연화를 삿대질하면서, 방다병이 언성을 높여 잔소리했다.
"비비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어린애야? 간지러워도 참고 말 좀 들어."
"어쩔 수가 없어, 무의식중에 손이 간다니까."
이연화가 뻔뻔하게 투덜거렸다. 방다병이 뭐라 더 쏘아붙이기 전, 수건과 물을 든 적비성이 돌아왔다. 방다병은 수건을 적셔 물기를 꼭 짜내고는 이연화의 얼굴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이리저리 문질러지면서, 이연화가 짐짓 아픈 듯한 소리를 냈다.
"아야, 살살 해. 이런 식으로 날 혼내려는 거야?"
"이런 게 싫었으면 피하지 그랬어. 넌 너무 조심성이 없어, 알아?"
방다병이 꾸짖는 소리와 함께 손을 움직였다. 타박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그 손끝은 섬세하다 못해 조심스러웠다. 얼굴에 남았던 분진을 말끔히 제거하자, 이연화가 한결 편하게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여전히 시야가 깨끗하지 않은 듯, 그 미간이 살짝 좁혀져 있었다. 빨갛게 변한 환부에 연고를 발라주며, 방다병은 애써 담담한 얼굴을 했다. 억울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작은 위험을 감수한 참이니, 이연화를 향해 무작정 화를 내는 것은 부당한 일이었다. 다만 이런 꼴을 지켜보는 마음이 영 속상할 따름이었다.
연고를 모두 바른 다음, 방다병은 희고 질긴 붕대를 꺼냈다. "그건 왜, 얼굴을 다 감싸놓게?" 이연화의 의심스러운 질문을 무시하고, 방다병은 그 붕대로 예상 외의 신체 부위를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매듭까지 두어 번 지어 야무지게 묶는 동안, 이연화의 눈은 점차 커졌으며 적비성은 슬그머니 한쪽 눈썹을 올렸다.
"방소보, 이게 뭐야?"
어이없는 소리를 내며, 이연화는 방다병이 한데 모아 둘둘 싸맨 양손을 바라보았다. 쇠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 영락없이 족쇄에 매인 꼴이었다. 피식 웃는 적비성의 옆에서, 방다병이 진지하게 대꾸했다.
"뭐긴 뭐야, 네가 자다가 심하게 긁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손톱보다는 부드러운 천이 나으니, 묶어두는 편이 안전하지."
"아니, 이게 무슨 짓...당장 풀어줘, 자다가 요의라도 느끼면 어떡해?"
이연화가 고치처럼 변한 양손을 눈앞으로 든 채 억울하게 말했다. 적비성과 방다병이 서로를 슥 돌아보았다. 거의 동시에 이연화를 향하며, 두 남자는 비슷한 말을 뱉었다.
"그럼 우리한테 얘기해."
"그럼 누구든 깨워라."
이연화의 입이 딱 벌어졌다. "너희...." 방다병과 적비성이 처음 연화루를 부수며 싸웠던 날처럼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남자는 봉쇄당한 양손으로 두 사람을 삿대질했다.
"너희 말이야, 발진 좀 일었다고 사람을 거동도 못하는 병자처럼 취급할 셈이야?"
"그런 상처는 손을 잘못 대면 쉽게 덧나지. 혼례 날까지 낫지 않는 불상사를 예방하고 싶을 뿐이다."
적비성이 퍽 당당하게 말했다. 기가 막힌 한숨과 함께 평소의 버릇처럼 눈가를 만지려다, 이연화는 손가락 대신 닿은 천의 감촉에 혀를 차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다병이 얼른 그 팔을 잡아끌어 침상에 앉히고는 물었다. "이연화. 방금 전 들은 얘기를 고려해 보면, 그 사람도 양연처럼 도둑질을 했던 과거가 있는 모양이지?" 대놓고 말을 돌리자, 이연화가 험악한 눈으로 방다병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한 번 얘기를 나눌 일이라 여기기는 했는지, 이연화는 한숨을 푹 쉬고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음. 아마 그날 양연의 몸에서 발견되었다던 도난품들도, 사실은 그 사람이 훔쳤을 거야. 도둑질을 목격한 양연과 다툼이 생겨 폭행하다가, 양연이 지닌 귀중품까지 빼앗으려 들었겠지. 하지만 양연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도망치니 결국 목을 졸라 죽였을 테고. 다투다가 죽인 것은 우발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 후의 행동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첫인상과는 정말 다르네. 평판도 나쁘지 않은 듯한데, 정말 아무도 몰랐던 걸까?"
"사람의 속내가 반드시 얼굴에 드러나지는 않아. 세상에는 양의 얼굴을 하고 이리와 같은 속내를 지닌 사람들도 있는 법이야. 함께 오래 지낸다 한들, 타인의 마음에 어떤 마귀가 사는지 아는 건 어려운 일이지."
이연화가 대수롭잖게 맺었다. 방다병이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과 내용은 매우 다르지만, 자신 역시 이연화의 심마를 똑똑히 마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참이었다. 이연화가 어깨를 으쓱하며 이었다.
"날이 밝으면 생정 어르신에게 다시 부탁해야겠네. 그런 작자가 정말 관에 달려가 죄를 자백할 리는 없으니, 마지막 연극을 꾸며 봐야지."
"그래. 오늘은 이만 쉬어, 자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고."
냉큼 대꾸하자, 이연화가 방다병을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붕대에 둘둘 감긴 손이 방다병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진심이야? 정말 이런 꼴로 자라고?"
"그래야 빨리 낫는다니까. 그냥 누워."
"방소보, 네가 연고를 발라준 덕에 벌써 많이 나아졌어. 정말 괜찮으니 이거 풀어, 이립이 넘은 스승한테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짐짓 타이르는 투로 타박하며, 이연화는 한쪽 발로 방다병의 정강이를 툭 건드렸다. 그러나 방다병은 도리어 양손으로 이연화의 어깨를 떠밀어 침상에 풀썩 눕혀버렸다. 갑작스레 누운 이연화가 어리벙벙한 눈으로 방다병을 올려다보았다. 그 어깨를 꾹 누른 채, 방다병이 단호한 얼굴로 건넸다.
"네 나이가 몇이든, 난 네가 조금이라도 더 아픈 건 싫어. 내일 귀신 연기를 하려면 또 뭘 발라야 하잖아. 좀 불편해도 참고 자."
"방소보, 네 뜻은 알겠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꼴은-."
"시끄럽군."
이죽거리듯 중얼거린 적비성이 성큼 다가섰다. 그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와 이연화의 혈을 짚어버렸다. 나무토막처럼 굳어진 이연화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적비성을 향했다. 상대가 제대로 항의할 틈도 없이, 적비성은 재빠르게 움직여 거푸 수면혈을 짚어냈다. "적 맹주, 이게 무슨...." 억울한 비난의 말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스르르 잠들어버린 이연화를 얼떨떨하게 응시하다, 방다병은 입을 살짝 벌리고는 적비성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눈빛에, 적비성이 코웃음을 쳤다.
"언제까지 쓸데없는 소리를 들어줄 참이냐. 그냥 재워버리면 될 일을."
"이연화가 내일 널 때리려고 하면 안 말려줄 거야."
"바라는 바다."
적비성이 한쪽 입매를 올리며 픽 웃었다. 한숨을 탁 쉬고, 방다병은 이불을 끌어올려 이연화의 몸을 잘 덮어주었다.
본편 이후 시점으로 ㅅㅍㅈㅇ 다병연화 비성연화
밤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그렇잖아도 초승달이 뜨는 밤이었는지라, 사위가 어둡다 못해 시커멨다.
그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발소리를 죽인 채 조심조심 취화탕을 찾았다. 그 얼굴은 검은 복면 따위로 가려져 있었다. 지붕에 바짝 엎드린 채, 방다병은 빛나는 눈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복면인은 품을 뒤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탕을 향해 다가갔다.
몇 시진 전, 생정은 이연화가 부탁한 대로 일꾼들에게 말을 전했다. 결국 취화탕을 메우기로 결정하였으나, 얼마 전 객잔을 방문한 천기당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러 갔다가 그 안에 작은 귀중품을 빠뜨렸다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생정은 탕을 없애기 전, 사람들을 동원하여 탕의 물을 퍼내고 분실물을 찾겠다 공표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곳에서 작업하는 데에 거북함을 표했으나, 낮에 여럿이 함께 일할 것이라 이야기하자 반박할 말이 마땅찮았는지 곧 조용해졌다.
"예상대로 나타났군. 또 헛짓거리를 해서, 일꾼들이 작업하는 걸 막을 셈이겠지."
적비성이 육성 없이 비웃었다. 방다병이 마른침을 삼켰다. 복면을 쓴 사람은 품 안의 무언가를 꽉 쥔 채 잠시 망설이다, 곧 무릎을 꿇고는 그 물건을 물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흰 포장지에 싸인 꾸러미였는데, 물에 닿자 그 표면이 서서히 선홍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탕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꾸러미를 바라보며, 방다병이 코웃음을 쳤다.
"물에 풀어지는 종이 따위로 색소를 감싼 모양이네. 시간이 지나면 색이 점차 진하게 우러나와, 아침에는 핏빛으로 보일 테지."
"이연화가 첫날 비녀에서 찾았던 종이 조각이 그 잔해였나 보군."
적비성의 말에, 방다병은 고개를 끄덕하고는 오른손을 들었다. 기관과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기 위해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취화탕 주변을 빙 둘러 설치된 기관은, 곧 알싸한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를 무럭무럭 피워내기 시작했다. 탕에 또 무언가를 풀어둘 속셈이었는지, 재차 품을 뒤적거리던 복면인이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발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 뒤에 소리도 없이 내려앉은 이연화가 일부러 기분 나쁘게 긁히는 목소리를 냈다.
"무서우냐?"
복면인이 짧은 비명과 함께 펄쩍 뛰어올랐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연화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복면인이 헐떡이며 고개를 홱홱 돌렸다. "누, 누구...누구시오?"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묻자, 음산한 웃음소리가 깔렸다. 복면인의 어깨가 빠르게 오르내렸다.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복면인이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네 손에 죽은 사람이다."
이연화가 그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상대가 다시금 화들짝 튀어오르다 고꾸라지듯 주저앉았다. 다시 돌아본 자리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방다병의 입가로 냉소가 스쳤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더라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쾌속한 움직임이었으니,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실체 없는 귀신으로 비칠 것이 분명했다. 방다병의 기관이 자욱히 깔아둔 연기도 그에 일조하고 있었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만큼 겁에 질린 채, 복면인이 허세를 부리듯 외쳤다.
"마, 말도 안 돼. 귀신 따위는, 귀신 따위는 없어. 그런 건 없어. 정체를 밝혀라! 정말 너라면 5년 동안 왜, 왜 잠잠했단 말이냐!"
그 외침의 말미에, 복면인은 억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 뒤로 재차 바람처럼 돌아간 이연화가, 오른발을 들어 상대의 등 한가운데를 떠밀듯이 차버린 탓이었다. 허둥지둥 일어나려는 이의 등을 밟은 채, 이연화가 그 뒷목에 손끝을 살짝 댔다. 복면인이 헉 소리를 내며 진저리를 쳤다. 등장하기 전 찬물에 담갔다가 꺼낸 탓에, 아마 그 손가락은 얼음처럼 차가울 터였다. 복면인은 결국 자신이 귀신에게 덮쳐진 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는지, 조금 전보다 더욱 심하게 떨며 땅바닥을 기려 했다. 이연화가 분노한 목소리를 흘렸다.
"네가 뉘우칠지도 모른다고 믿었던 탓이다. 하지만 너는 아직도 네가 한 짓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내가 죽은 이곳에서 감히 귀신의 흉내를 내며 진실을 덮으려 하는구나."
"왜, 왜...이제 와서 내게 이러는 거냐. 이미 5년이나 지났는데...! 그리고 그건, 그건 네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
복면인이 사지를 버둥거리며 발작적으로 외쳤다. 퍽 억울한 목소리에, 방다병이 흠칫한 얼굴로 적비성과 시선을 교환했다. 설마, 정말로 도둑질하던 양연을 막으려다 변이 생겼단 말인가? 유감스럽다 못해 쓰디쓴 심정에 사로잡혀, 방다병은 잠시 비영을 향한 연민을 품었다. 비영에게는 그저 귀하고 소중한 반려였을 텐데, 믿고 싶지 않은 가설이 입증된다면 그 애틋한 마음이 크게 상처받을지도 몰랐다. 이연화 역시 심경이 복잡해졌는지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발을 떼고는 복면인의 눈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허옇고 시뻘건 얼굴에 온통 풀어헤친 머리를 마주하자, 복면인이 꽥 소리를 지르며 상체를 뒤로 물렸다. 이연화가 눈을 부릅뜬 채 물었다.
"왜 나를 죽였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어."
"네, 네년이 먼저 날 협박했잖아. 너는 무슨, 무슨 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위선을 떨면서...자, 자백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복면인이 덜덜 떨며 횡설수설하는 말에, 방다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백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그것은 죄를 짓고 달아나려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죄를 드러내려는 사람이 할 법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저 복면인이 저지른 잘못을 양연이 홀로 알고 몰아세웠던 것일까? 방다병이 눈썹을 찌푸렸다. 흙먼지가 일어날 만큼 절박하게 물러나며, 복면인이 악에 받쳐 외쳤다. 그 눈이 공포와 증오에 일그러져 있었다.
"너도 나와, 나와 똑같았던 주제에...이전까지는 눈감아 줬으면서! 네가, 네가 나빠. 자업자득이라고!"
이연화의 눈동자가 스산하고 어두운 빛을 발했다. 상대를 차갑게 바라보다, 이연화는 곧 고개를 꺾으며 높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일부러 목을 긁는 소리를 내던 탓에, 그 웃음소리는 퍽 기괴하고 끔찍하게 울렸다. 이윽고 웃음을 뚝 멈춘 이연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풀어헤쳐진 머리칼이 내력을 받아 음산하게 떠올랐다. 복면인의 몸뚱이가 한겨울의 눈밭에 맨몸으로 팽개쳐진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눈앞에 선 인영이 축골공으로 변신한 무공 고수라 짐작하지는 못할 테니, 복면인의 눈에는 이 광경이 틀림없는 귀신의 조화로 비칠 터였다.
"그래, 다 내 탓이로구나. 네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죽은 것도, 내가 비녀를 잃어버려 머리조차 묶지 못하는 귀신이 된 것도 다 내 탓이라는 얘기로구나."
"그것도, 그것도 그냥 얌전히 내놨으면 됐어.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정말이야! 네가, 네가 괜히 날 협박하고 반항하니까, 괜히 날 건드려서-."
"이제 나는 다시 죽을 수도 없는 몸이니, 오늘 다시 너를 협박하마. 네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그렇게 말한 이연화가, 축지법을 쓰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미끄러져 복면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흰 손이 그 목줄기를 콱 틀어잡았다. 숨통이 막히자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는지, 복면인은 이연화의 팔을 잡고는 캑캑 소리와 함께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을 쳐봤자,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 이연화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이연화가 눈을 부릅뜨고는 쏘아붙였다.
"스스로 관에 가서 죄를 고하거라. 네가 가진 모든 증거를 갖다 바치며 자백해."
"놔, 놔...정말로 숨이...이거 놓, 놔...!"
"내일까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네 죄를 세상에 까발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알량한 명줄도 기필코 끊어버릴 것이다."
복면인이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윽윽거렸다. 이연화의 팔을 소용없이 움켜쥔 채 때리고 긁다가, 복면인은 절박한 손으로 품을 더듬더니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조금 전 온천 물에 넣었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꾸러미였는데, 색소처럼 단단히 포장되지 않은 터라 그 내용물이 터지듯 비산했다. 흰 분진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뿌옇게 퍼지는 광경을 보고, 방다병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부르며 뛰어내릴 뻔했다. 적비성이 팔을 꽉 붙들지 않았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몰랐다.
이연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스스로 내던진 가루를 마시고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대는 복면인과는 퍽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기관이 자욱하게 만들어낸 연기 속으로 몸을 숨기며, 이연화는 바닥에 털썩 쓰러진 상대를 비웃듯이 입을 열었다.
"잘 기억해라. 내일까지다."
이연화가 그 말과 함께 사라지자, 복면인은 제자리에 엎드린 채 잠시 컥컥거리다가 곧 눈을 비비며 비틀비틀 달려가기 시작했다. 몇 차례 넘어지고 뒹굴면서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꼴이, 정말 혼비백산한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붙들어 진상을 추궁하고 싶었으나, 미리 계획한 바가 있으므로 방다병은 상대가 도망치도록 내버려두었다. 적비성이 그늘 속의 수하를 향해 무언가를 짧게 지시했다. 곧 한 개의 인영이 민첩하게 튀어나가 복면인의 뒤를 쫓았다.
복면인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마자, 방다병은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연화!" 목소리를 낮추어 부르자, 꽃나무 사이에서 코맹맹이 소리가 들려왔다. "방소보. 나 여기 있어." 방다병이 득달같이 그편을 향해 달려갔다. 꽃나무 뒤에 선 이연화가 소매로 눈을 비비며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이연화, 왜 그래? 중독된 거야?"
"독이라기엔 귀여운 수준이야. 아마 물에 풀어서 발진 따위를 일으키려는 속셈이었나 봐."
말을 마친 이연화가 기침을 한 차례 했다. 그 얼굴을 확인한 방다병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연화의 양쪽 눈이 살짝 충혈되어 있었다. "으, 간지러워." 이연화가 눈꺼풀을 꾹 닫고는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려 들었다. 방다병이 얼른 그 손을 잡아 내렸다.
"비비지 마, 더 심해질지도 모르잖아."
"강한 약이었으면 감히 눈앞에서 터뜨리진 못했을 거야. 난 괜찮...에취!"
이연화가 고개를 돌리며 재차 기침을 했다. 충혈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었다. 방다병이 얼른 품에서 면포를 꺼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런 걸 왜 맞고 있었어? 봤으면 피하지!"
"귀신이 이런 걸 피하면 이상하잖아. 멀쩡한 척해야 더 무서워하지."
"말이나 못하면. 양주만으로 어떻게 안 돼?"
"살갗에만 잠깐 머무는 독이라, 양주만으로는 어려워. 조금 있으면 가라앉을 거야. 좀 잡아줘."
눈물이 나오는 탓에 앞을 보기가 어려운지, 이연화가 한 손을 내밀었다. 방다병이 그 손을 잡아 길을 인도하려는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적비성이 코웃음을 치고는 양팔을 불쑥 내밀었다. 그 손에 몸이 덜렁 들린 이연화가 당황한 소리를 냈다. "잠깐, 뭐야? 걸을 수 있어." 대꾸하지도 않고, 적비성은 자리에서 훌쩍 뛰어올라 취화탕 근처의 건물을 향했다. 그 앞에는 비영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일행과 함께 모든 것을 보고 들은 여자는, 넋이 죄다 빠져버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대협, 저는 저 사람을 압니다. 그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누군지...누군지 알아요."
"부디 진정하십시오. 지금 달려가 저 사람의 머리를 깨버리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조금 더 참아야 확실히 치죄할 수 있습니다. 부인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그 내막을 제대로 알려야지요."
적비성의 팔에서 내려온 이연화가, 안타까우면서도 차분한 얼굴로 힘주어 건넸다. 그러나 비영은 그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복면인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와 목소리가 격하게 흔들렸다.
"어떻게...대체 어떻게...그렇게 오랜 세월을 알고 지냈는데, 슬퍼하는 제게 위로의 말을 건네던 사람인데...어떻게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방다병이 걱정스럽게 그 모습을 살폈다. 상대의 얼굴에서 광기에 가까운 배신감과 분노, 슬픔이 동시에 번쩍이고 있었다. 여러 사건을 해결하면서, 방다병은 비탄에 잠긴 유족들이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광경을 왕왕 보아 왔다. 만일 비영이 무작정 범인의 뒤를 쫓아가려 들면, 일단 혈도를 짚어 막아야 할지도 몰랐다.
"진정해라. 이 자는 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일부러 독무를 맞았다. 네가 이성을 잃고 날뛰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테지."
적비성이 무뚝뚝하게 건넸다. 이연화는 '독무라니 과한 말이다' 하는 눈으로 적비성을 돌아보았으나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다. 비영을 진정시킬 수단이 있다면 무엇이든 쓰는 편이 나았다. 비영이 퍼뜩 이연화를 돌아보았다. 이제야 이연화의 상처를 발견한 듯, 여자는 황망히 양손을 들며 쩔쩔맸다.
"아니, 대협. 괜찮으십니까? 눈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인 증상일 뿐입니다. 정말 위험한 약이었다면 함께 당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쓰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괜찮으니, 오늘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절대 저 자가 도망치도록 두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를 믿으신다면, 부디 내일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방다병이 진중하게 거들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비영은 이미 터진 입술을 다시 깨물었다. 한 손으로 가슴을 짚는 모양새를 보니, 마음의 갈등이 거센 나머지 물리적인 흉통을 느끼는 듯했다. 그 입에서 이윽고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알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경거망동한다면, 대협들의 도움을 제 발로 걷어차는 격이겠지요. 약속한 시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자신을 꾹 억누른 채 말하고, 비영은 조금 휘청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오늘 밤 일각도 잠들지 못할 것이 분명한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방다병은 곧 이연화를 도와 거처를 향했다. 적비성은 상대를 다시 번쩍 들어 옮기고 싶은 듯했으나, 이연화가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부하자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연화의 반대편 팔을 부축했다.
숙소로 돌아와, 이연화는 눈을 감은 채 축골공을 펼쳤다. 뼈와 근육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엉망이 되었던 머리를 대충 올려 묶고, 얼굴을 덮었던 분과 화장을 지워내자 원래의 이연화가 드러났다. 방다병의 미간으로 깊은 골이 생겼다. 눈만 충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눈가와 뺨의 일부도 빨갛게 변해 있었다. 면경을 확인한 이연화가 건성으로 혀를 찼다. "이런 걸 탕에 풀어놓으려 하다니, 양심이라곤 없구만." 이연화가 푸념하는 사이, 방다병은 얼른 짐을 뒤져 약함을 꺼냈다. 천기당과 관하몽의 힘을 빌어, 자그마한 약함은 꽤 든든한 비상약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비, 깨끗한 물하고 수건 좀 갖다줘. 다시 한 번 닦아내고 약을 바르는 게 낫겠어."
드물게도, 적비성은 눈썹을 꿈틀했을 뿐 내게 지시하지 마라 면박을 주지는 않았다. 적비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다병은 약함을 뒤져 환부에 쓸 만한 연고를 찾았다. 연고통의 뚜껑을 열다가, 방다병은 다시 눈가를 비비려 소매를 들던 이연화를 탁 때렸다. 이연화가 짐짓 엄살 부리는 소리를 내며 방다병을 돌아보았다. 눈을 반쯤 뜬 이연화를 삿대질하면서, 방다병이 언성을 높여 잔소리했다.
"비비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어린애야? 간지러워도 참고 말 좀 들어."
"어쩔 수가 없어, 무의식중에 손이 간다니까."
이연화가 뻔뻔하게 투덜거렸다. 방다병이 뭐라 더 쏘아붙이기 전, 수건과 물을 든 적비성이 돌아왔다. 방다병은 수건을 적셔 물기를 꼭 짜내고는 이연화의 얼굴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이리저리 문질러지면서, 이연화가 짐짓 아픈 듯한 소리를 냈다.
"아야, 살살 해. 이런 식으로 날 혼내려는 거야?"
"이런 게 싫었으면 피하지 그랬어. 넌 너무 조심성이 없어, 알아?"
방다병이 꾸짖는 소리와 함께 손을 움직였다. 타박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그 손끝은 섬세하다 못해 조심스러웠다. 얼굴에 남았던 분진을 말끔히 제거하자, 이연화가 한결 편하게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여전히 시야가 깨끗하지 않은 듯, 그 미간이 살짝 좁혀져 있었다. 빨갛게 변한 환부에 연고를 발라주며, 방다병은 애써 담담한 얼굴을 했다. 억울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작은 위험을 감수한 참이니, 이연화를 향해 무작정 화를 내는 것은 부당한 일이었다. 다만 이런 꼴을 지켜보는 마음이 영 속상할 따름이었다.
연고를 모두 바른 다음, 방다병은 희고 질긴 붕대를 꺼냈다. "그건 왜, 얼굴을 다 감싸놓게?" 이연화의 의심스러운 질문을 무시하고, 방다병은 그 붕대로 예상 외의 신체 부위를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매듭까지 두어 번 지어 야무지게 묶는 동안, 이연화의 눈은 점차 커졌으며 적비성은 슬그머니 한쪽 눈썹을 올렸다.
"방소보, 이게 뭐야?"
어이없는 소리를 내며, 이연화는 방다병이 한데 모아 둘둘 싸맨 양손을 바라보았다. 쇠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 영락없이 족쇄에 매인 꼴이었다. 피식 웃는 적비성의 옆에서, 방다병이 진지하게 대꾸했다.
"뭐긴 뭐야, 네가 자다가 심하게 긁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손톱보다는 부드러운 천이 나으니, 묶어두는 편이 안전하지."
"아니, 이게 무슨 짓...당장 풀어줘, 자다가 요의라도 느끼면 어떡해?"
이연화가 고치처럼 변한 양손을 눈앞으로 든 채 억울하게 말했다. 적비성과 방다병이 서로를 슥 돌아보았다. 거의 동시에 이연화를 향하며, 두 남자는 비슷한 말을 뱉었다.
"그럼 우리한테 얘기해."
"그럼 누구든 깨워라."
이연화의 입이 딱 벌어졌다. "너희...." 방다병과 적비성이 처음 연화루를 부수며 싸웠던 날처럼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남자는 봉쇄당한 양손으로 두 사람을 삿대질했다.
"너희 말이야, 발진 좀 일었다고 사람을 거동도 못하는 병자처럼 취급할 셈이야?"
"그런 상처는 손을 잘못 대면 쉽게 덧나지. 혼례 날까지 낫지 않는 불상사를 예방하고 싶을 뿐이다."
적비성이 퍽 당당하게 말했다. 기가 막힌 한숨과 함께 평소의 버릇처럼 눈가를 만지려다, 이연화는 손가락 대신 닿은 천의 감촉에 혀를 차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다병이 얼른 그 팔을 잡아끌어 침상에 앉히고는 물었다. "이연화. 방금 전 들은 얘기를 고려해 보면, 그 사람도 양연처럼 도둑질을 했던 과거가 있는 모양이지?" 대놓고 말을 돌리자, 이연화가 험악한 눈으로 방다병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한 번 얘기를 나눌 일이라 여기기는 했는지, 이연화는 한숨을 푹 쉬고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음. 아마 그날 양연의 몸에서 발견되었다던 도난품들도, 사실은 그 사람이 훔쳤을 거야. 도둑질을 목격한 양연과 다툼이 생겨 폭행하다가, 양연이 지닌 귀중품까지 빼앗으려 들었겠지. 하지만 양연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도망치니 결국 목을 졸라 죽였을 테고. 다투다가 죽인 것은 우발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 후의 행동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첫인상과는 정말 다르네. 평판도 나쁘지 않은 듯한데, 정말 아무도 몰랐던 걸까?"
"사람의 속내가 반드시 얼굴에 드러나지는 않아. 세상에는 양의 얼굴을 하고 이리와 같은 속내를 지닌 사람들도 있는 법이야. 함께 오래 지낸다 한들, 타인의 마음에 어떤 마귀가 사는지 아는 건 어려운 일이지."
이연화가 대수롭잖게 맺었다. 방다병이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과 내용은 매우 다르지만, 자신 역시 이연화의 심마를 똑똑히 마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참이었다. 이연화가 어깨를 으쓱하며 이었다.
"날이 밝으면 생정 어르신에게 다시 부탁해야겠네. 그런 작자가 정말 관에 달려가 죄를 자백할 리는 없으니, 마지막 연극을 꾸며 봐야지."
"그래. 오늘은 이만 쉬어, 자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고."
냉큼 대꾸하자, 이연화가 방다병을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붕대에 둘둘 감긴 손이 방다병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진심이야? 정말 이런 꼴로 자라고?"
"그래야 빨리 낫는다니까. 그냥 누워."
"방소보, 네가 연고를 발라준 덕에 벌써 많이 나아졌어. 정말 괜찮으니 이거 풀어, 이립이 넘은 스승한테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짐짓 타이르는 투로 타박하며, 이연화는 한쪽 발로 방다병의 정강이를 툭 건드렸다. 그러나 방다병은 도리어 양손으로 이연화의 어깨를 떠밀어 침상에 풀썩 눕혀버렸다. 갑작스레 누운 이연화가 어리벙벙한 눈으로 방다병을 올려다보았다. 그 어깨를 꾹 누른 채, 방다병이 단호한 얼굴로 건넸다.
"네 나이가 몇이든, 난 네가 조금이라도 더 아픈 건 싫어. 내일 귀신 연기를 하려면 또 뭘 발라야 하잖아. 좀 불편해도 참고 자."
"방소보, 네 뜻은 알겠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꼴은-."
"시끄럽군."
이죽거리듯 중얼거린 적비성이 성큼 다가섰다. 그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와 이연화의 혈을 짚어버렸다. 나무토막처럼 굳어진 이연화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적비성을 향했다. 상대가 제대로 항의할 틈도 없이, 적비성은 재빠르게 움직여 거푸 수면혈을 짚어냈다. "적 맹주, 이게 무슨...." 억울한 비난의 말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스르르 잠들어버린 이연화를 얼떨떨하게 응시하다, 방다병은 입을 살짝 벌리고는 적비성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눈빛에, 적비성이 코웃음을 쳤다.
"언제까지 쓸데없는 소리를 들어줄 참이냐. 그냥 재워버리면 될 일을."
"이연화가 내일 널 때리려고 하면 안 말려줄 거야."
"바라는 바다."
적비성이 한쪽 입매를 올리며 픽 웃었다. 한숨을 탁 쉬고, 방다병은 이불을 끌어올려 이연화의 몸을 잘 덮어주었다.
https://hygall.com/591285068
[Code: 1d1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