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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11:51
+ 실수로 마이갤에서 빨아버려서 그 김에 수정 재업 ㅠㅠ 미친 손가락 ㅅㅂ ㅠㅠ 댓 날아가 미안하고 속상한데 내 요력이 딸려 이런거라 머가리 치고 맘..
* ㅅㅈ주의, 주화입마 사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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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편.
어둠에 싸인 천마곡에 푸른 도깨비불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요기가 가득한 곳이라 도깨비불로서는 최상의 놀이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도 천마왕의 거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본당에서 새어나오는 요기가 거칠어 근처에 가면 팔다리가 저릿해질 정도여서 자주 드나드는 나탁같은 상급 요마를 제외하고는 가까이 가지 못했다. 그 바람에 가벼운 시중은 대개 식신들이 들었다. 가끔 칠백년을 산 백여우가 올 때가 있었지만 드문 일이었다.
최근 환영육화술로 인간계에 다녀온 현야는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이상이의 연형제를 제 눈으로 확인한데다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가 제 것을 애지중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도, 손을 여기저기 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이는 그 자 앞에서 긴장을 푼 채 손길을 받아대고 있으니 더욱 거슬렸다.
현야의 육화술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는 해도 삼일 밤낮, 그것도 자는 시간은 가사상태에 준하는 깊은 잠에 빠져 있어야 했고, 그 정도로는 이상이와 장기간 동행하기 어려웠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육화해 있을 수 있는 기간은 삼일, 열흘, 삼칠일까지 늘어났다. 제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현야는 수련에 매진하여 열흘의 여유를 벌었지만 연형제를 옆에 붙인 이상이를 떠올리면 이도 짧게만 느껴졌다.
콰직-
현야는 손에 쥔 청동 술잔을 우그러뜨렸다. 식신은 어깨를 흠칫 떨었으나 최대한 침착하게 준비해둔 새 술잔을 가져와 술을 부었다.
창을 통해 붉은 나비가 빛가루를 뿌리듯이 허공에 붉은 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나비는 현야의 손 근처로 날아왔다. 색이 더 짙어진 것도 같았다. 현야는 손 끝에 올라 앉은 나비를 유심히 들여다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너도 네 것에 씨를 심었느냐."
나비는 대답이라도 하듯 날개를 파득대며 붉은 빛을 뿜었다. 일전에 이연화가 보낸 시호에 딸려 보낸 현야의 나비는 이연화의 나비와 짝짓기를 했다. 이연화가 시호를 부려 정탐할 줄은 알았지만 이 방법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알았다면 제 시호를 따라 온 수상쩍은 나비를 단박에 없애버렸을 터였다. 시호가 짝짓기를 하면, 알을 품은 암컷은 수컷에게 종속되어 숫나비는 암나비가 본 것을 그대로 제 주인에게 전할 수 있게 된다. 즉, 상대가 정탐하는 내용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비의 짝짓기는 가녀린 모양새와 달리 저돌적이고 집착적인 구석이 있었다. 암나비는 여러 숫나비의 정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주머니를 갖고 있지만 오로지 제 씨만을 뿌리길 바라는 숫나비는 암나비의 배에 거품을 뿜어 제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알을 품어 두 시호가 이어지면 암나비의 검은 날개 가장자리에는 붉은 선이, 숫나비의 붉은 나비 가장자리에는 검은 선이 생길 터였다. 마치 인간이 혼인하면 머리를 틀어올리 듯 짝이 있음을 알리는 표식은 다음 번식기가 오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현야는 시호의 번식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할 수 있다면 그도 이상이에게 눈에 띄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현야는 손바닥에 인을 띄워 붉은 시호를 앉게 했다. 시호가 최근에 본 장면이 현야의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풍림촌에 있었나."
삵, 풍림, 여우.
"여우라."
가끔 백여우를 부르는 이유는 유혹술때문이었다. 백여우는 현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환영을 보여주고 자신이 절대 개입하지 않을만큼 현명했다. 천마왕이 아끼는 인간의 흉내를 냈다가는 목이 날아갈지도 몰랐다. 현야도 기억을 재생하는 환영 속 이상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천마왕과 뒹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때. 내게 극락을 보여줄 수 있어?]
현야는 백여우가 이상이의 목이 남아있다는 것에 놀라 환영술을 흐트릴 뻔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에 더해 자신이 이상이의 검에 어깨를 꿰뚫리고도 홀린듯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경악을 해 입을 틀어막았다는 것은 더욱 몰랐다. 인간의 욕정과 연애를 잘 아는 백여우에게 천마왕의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사내였다.
*
"저들을 해독하고 모든걸 제자리에 돌려놔."
방다병이 주저 앉은 여우를 향해 말했다. 여우는 킥 소리를 내고 웃더니 곧 어깨를 흔들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해독? 벽차지독은 천하의 맹독이고 해독제는 없어. 있다 해도 내가 네 말을 따를 것 같으냐?"
"쓸모 없다. 더 물을 것도 없어."
적비성이 대번에 장도를 뽑아 들어 여우를 향했다. 여우는 눈을 흘기더니 손을 바닥에 내리쳤다. 쾅 소리와 함께 연기가 일더니 곧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졌다.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코와 입을 가렸다. 여우의 요사스러운 웃음 소리가 허공에 퍼지다 사라졌다. 이연화는 고개를 번쩍 들어 마을 쪽을 쳐다보았다.
"마을로 갔을거야. 어서 쫓아가야 해!"
세 사람은 재빨리 동굴 밖으로 뛰어 나갔다. 풍림의 환영이 사라진 곳은 괴석이 여기저기 널린 바위 벌판일 뿐이었다.
"둘이 먼저 가, 나는 따라갈테니."
"조심해, 이연화."
방다병과 적비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공술을 써 마을을 향해 내달렸다. 이연화는 뒤에 남아 두 사람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양손을 가슴 앞에 가져와 두 손가락을 들어 주홍빛의 인을 그렸다. 여우의 요기를 더욱 예리하게 감지하여 위치를 추적할 작정이었다.
*
눈이 쑥 꺼진 촌장이 힘겹게 손을 들어 차를 따랐다. 어찌된 일인지 기력이 더 쇠해졌다. 약속과 다르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을 바치면, 그리고 저 미남자 셋을 바치면 식신의 젊은 몸과 바꿔서 회춘하게 해준다지 않았나. 역시 요사스러운 여우의 말을 믿는게 아니었나? 잿빛으로 바랜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촌장은 찻잔을 잡은 손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그때 들창으로 찬 바람이 들며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노인장."
여우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촌장이 몸을 돌렸다.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의 여인이 고혹스러운 몸짓으로 살랑였다. 꼬리를 숨기지도 않아 아홉 개의 탐스러운 꼬리가 탱글탱글 움직거렸다.
"여,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약속을 지키러 왔지. 네 덕에 드디어 내 요력을 회복했으니까. 약속대로 너를 젊은 육체로 만들어주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촌장이 넙죽 엎드렸다. 그가 처음부터 여우의 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내를 일찍 잃은 촌장은 후처를 들이지 않고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살던 지고지순한 지아비였다. 십년 전 어느 날 석주촌 입구에 쓸 돌을 찾으러 괴석이 많은 벌판에 갔다가 울고 있는 죽은 아내를 만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순박한 시골 사람이었던 그는 여우나 환술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그저 그리웠던 아내와 재회하고, 가끔 방으로 찾아와 자신을 돌본 아내 모습의 요마가 서서히 제 사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몸을 내주었을 뿐이었다.
요력을 넣어 죽지 않는 몸이 되고, 젊은 몸으로 옮아가 아내와 다시 만나 살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겼다.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반인반요로 수명이 늘고 능력이 생기는게 무에 그리 나쁘겠냐며 현실을 외면했다. 하지만 요력에 지배 당하면서 촌장의 마음 속에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영생과 회춘 자체에 대한 욕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낯빛이 어두워지고 표정이 굳어갔다. 그는 자신이 여우의 노예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옆에 붙여둔 건장한 식신이 제 미래의 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만 있었다.
"마을 안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가자. 거기서 새 몸을 주겠다."
여우가 가늘게 눈웃음을 지었다. 촌장은 비틀대며 몸을 일으켰다. 마을이 이 지경이 된 후 아무도 찾지 않게 된 북쪽의 불당이 제격이었다.
저잣거리에 들어선 방다병과 적비성은 반인반요가 된 사람들이 부자연스러운 모양새로 서서 자신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보고만 있었다. 아직 인간인 이들의 표정이나 행동에 감정이 묻어 있는 것과 사뭇 달라 괴이한 것을 넘어 섬짓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이상해."
방다병이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중얼댔다. 적비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요기가 진해졌다. 아무래도 저들이 아군은 아닐 것 같군."
푸르게 뜬 달에 구름이 잦아 들어 엷은 빛무리를 이루었다. 하늘이 온통 검푸른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굳은 표정을 한 사람들의 얼굴도 푸르렀다. 방다병과 적비성은 등을 맞댄 채 방어 태세로 검을 들고 서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드드득-
땅을 긁는 소리에 방다병과 적비성이 고개를 돌렸다. 눈에 초점을 잃은 남자가 질질 끌던 쇠스랑을 치켜 들더니 두 사람을 향해 비착대며 걸어왔다. 방다병이 눈썹을 찡그리며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쇠스랑을 든 사내를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지깽이, 삽, 나뭇가지, 돌 등 무기가 될만한 것을 든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초점이 없었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흉시처럼 집단으로 행동하고 있어."
둘을 가운데 두고 마을 사람들이 반원형태로 둥그렇게 포위해 들어오자 적비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뻗었다. 방다병이 이를 보고 다급하게 적비성의 팔을 잡아 내렸다.
"안돼! 저들은 무고한 피해자야. 다치게 해선 안돼.
"공격할텐데 왜 그래야하지?"
"저들도 피해자라니깐?"
적비성이 팔에서 힘을 빼지 않자 방다병이 역정을 내며 억지로 팔을 꺾어 내렸다.
"공격하지마! 이연화도 싫어할걸."
적비성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더는 고집 부리지 않고 제 장도도 다시 등에 둘러메었다. 이를 본 방다병은 끙 소리를 삼키며 검집에 검을 넣었다.
"크아아아악!!"
갑작스레 쇠스랑을 든 자가 뛰어왔다. 뛴다고 해도 속도가 빠르지 않아 두 사람에겐 느리게만 보였다. 다른 이들도 둘에게 달려 들었다. 어디선지 끝도 없이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 꾸역꾸역 몰려왔다.
방다병과 적비성은 검집으로, 손날로, 발로 이들을 상대했다. 처음엔 가벼이 응했지만 수가 많아지자 아이와 놀아주는 것처럼 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적비성이 방다병에게 눈짓을 하고 지붕 위로 날아 올랐다. 방다병도 고개를 끄덕이고 경공술로 반대편 지붕으로 올라섰다. 정신줄을 놓은 반인반요들은 둘로 갈려 지붕 아래에서 손을 뻗고 저들끼리 밟고 서며 둘을 잡으려 했다.
"가둬야겠다. 이대로면 성가실 뿐이야."
적비성이 지붕 위를 뛰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그나마 가장 넓은 촌장의 집으로 향하는 것을 본 방다병은 곧 그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반인반요들은 우르르 둘의 뒤를 따랐다. 푸른 달빛을 가르고 지붕 위를 뛰는 두 남자와 괴성을 지르며 뒤엉켜 이들을 좇아 뛰는 정신 나간 무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괴했다.
방다병이 촌장 집을 찾아 그 앞에 뛰어내렸다. 대문을 열 것도 없이 촌장 집의 하인들도 그들을 향해 다가들고 있었다. 죄다 당했군, 방다병은 담을 훌쩍 뛰어 넘어 집 지붕으로 올라섰다. 곧 적비성이 옆에 나란히 섰다.
제법 넓은 마당에 곧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아우성을 쳤다. 어떻게든 지붕에 올라오려고 기를 쓰는 이들, 자기들끼리 뒤엉켜 생채기를 내는 이들, 짐승 소리같은 괴성을 지르는 이들이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손을 뻗대고 있었다.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두 사람이 흉시 군대의 우두머리라도 되는 줄 알 터였다.
"지금이야."
방다병은 더는 쫓아오는 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적비성에게 신호를 했다. 적비성은 그대로 날아 대문 바깥으로 가 공력으로 대문을 닫아걸었다.
"결!"
방다병은 대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인을 그렸다. 푸른 원과 글자가 현란하게 손에서 빠져나와 공중에 결계를 쳤다. 반 시진 가량이지만 이들의 발을 묶어줄 것이었다. 방다병은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며 몸을 띄웠다.
이연화는 요기를 따라 지붕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연화가 눈을 감았다 뜨자 붉은 빛이 잠시 눈동자에 어렸다. 마을 가장 북쪽의 작은 탑에서 붉은 요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연화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불당은 사람이 찾지 않은지 오래 되어 거미줄 투성이였다. 여우는 거미줄과 쥐똥으로 더러워진 불상을 보고 비웃었다. 촌장은 그 불상 아래에 기대어 앉아 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바르작대고 있었다.
"어리석긴. 내가 너 따위를 회춘시켜 뭣에 쓰겠느냐. 너는 그냥 바둑돌일 뿐이다."
여우는 요사스레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빨갛고 긴 손톱이 좍 펴지며 여우 털이 빳빳하게 날아가 촌장의 몸에 박혔다.
"너 하나로 요력이 들어간 놈들을 모두 조종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하냐? 내 너를 여왕벌로 불러주마. 하하하하!"
촌장은 반시체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움직일 주술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털을 심었군. 정기나 빼먹고 살 여우가 굳이 요력을 넣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내상을 입어 싸우진 못하고 시간을 벌 요량으로 방패막이용 군대를 만들어두다니 예는 못 배운 주제에 잔머리는 제법이네."
이연화가 불당 안에 들어서며 비아냥댔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린 여우가 눈을 흘겼다.
"네 놈이 날 찾아낼 줄 알았다. 반요라면 너 또한 요마인데 날 쳐서 좋을게 뭐가 있느냐!"
"안 좋을 것도 없지."
이연화가 소사검을 빼어 들었다. 연검이 새어 들어온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요력을 방출해 검 끝까지 흘려보내자 여우가 몸을 흠칫 떨며 뒤로 물러섰다.
"대체 네 놈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인간이 그런 요력을 갖고 있는거지?"
"네가 궁금해할건 네 목숨이 언제까지 붙어 있느냐야."
이연화가 차갑게 말하자 여우는 코웃음을 쳤다.
"이 계집애보다는 길게 붙어 있겠지."
여우가 요력으로 불상을 넘어뜨렸다. 원래도 자그마한데다 낡은 제단 위에 올라가 있어 휘청대던 불상은 그대로 고꾸라져 팔이 깨졌다. 이연화는 먼지가 뽀얗게 일어난 난리통 사이로 보이는 작은 인영을 알아보려 눈을 가늘게 떴다. 약을 달여 먹인, 독에 당한 아이였다. 아이는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힘겹게 엎어져 있었다. 이연화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네 말대로 내가 잔머리가 좋아서 말이지. 인질을 준비했어. 지금 이 털을 박으면 잠시동안 독이 강해질거야. 과연 이 애가 버틸 수 있을까?"
"바라는게 뭐냐."
여우는 새빨간 손톱을 이리저리 살피는 척 하며 꼬리를 살랑였다. 한 손은 여전히 아이를 향해 있어 언제든 강독술을 쓸 준비를 한 채였다.
"네 요력. 너무 탐나."
요마가 다른 존재의 요력을 흡수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상급 요마는 상대적으로 약한 요마의 요력을 그대로 흡수했고, 하급 요마들이 더 강한 요력을 흡수하려면 죽은 시체를 먹어야했다. 생기를 잃어 흩어지고 약해진 요력이어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우는 이연화를 죽여야할지 아닐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죽어줘야겠다!"
여우가 분신술을 쓰더니 예닐곱의 형상을 그려내며 이연화를 둘러쌌다. 이연화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여우가 하는 꼴을 지켜보았다. 깔깔소리와 함께 분신들이 어지러이 주변을 돌았다. 이연화는 소사검을 휘둘러 분신들을 흩어냈다. 그리고는 재빨리 몸을 날려 아이를 지키듯 그 앞을 막아섰다. 여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이연화는 검으로 빳빳하게 뻗쳐서 날아오는 실오라기같은 털을 막아냈다. 그러나 곧 미간을 찡그리며 검에 지탱하여 무릎을 꿇어야했다.
"하하하하! 눈속임에 이리 쉽게 당할 줄이야! 네 벽차지독이 날뛰는 꼴을 지켜보거라!"
쓰러진 줄로만 알았던 아이의 손에서 나온 여우털이 이연화의 등에 바로 박혔다. 아이로 둔갑하고 있었던 여우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는 이연화의 검에 맞을새라 잽싸게 거리를 벌렸다.
쿨럭-
아이를 지키려다가 빈틈을 보여버렸다. 이연화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잠자고 있던 독이 발작적으로 혈관과 경맥을 들쑤셨다.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와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어려웠다.
겨우 뜬 눈에 여우의 붉은 치맛자락이 들어왔다. 이연화는 치받고 올라온 독에 한기를 느끼고는 재빨리 정좌했다. 목과 사지 선단을 향해 뻗쳐가는 검은 독기운을 누르기 위해 스스로 점혈을 하고 최대한 침착하게 양주만을 돌렸다.
"오호라, 이만큼을 버텨내다니 과연 보통내기가 아니었네? 역시 오라버니를 먹어야겠어."
여우가 보이지 않는 줄을 당기는 모양새로 손가락을 꺾어 제쪽으로 움직였다. 이와 동시에 격통이 올라와 이연화는 참지 못하고 신음했다. 강독술이 건드린 벽차지독이 날뛰며 요력과 뒤엉켜대는 통에 이연화는 손마디가 새하얘지도록 주먹을 쥐고 몸을 떨었다. 설상가상으로 단전을 잡아 뜯는 듯한 통증에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다. 몸이 자꾸만 앞으로 기울고 입에서는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왔다.
흐린 시야로 여우가 제 혀로 입술을 핥으며 손바닥을 뻗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연화루 이연화 이상이 방다병 적비성 현야 다병연화 비성연화 현야상이 모르겠고 성의가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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