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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21:28
설명히 부족했던 끝나더를 만회하기 위한 짧은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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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알던 형이 아니야. 그 꿈 속에서 나온 이후로 확실히 달라졌어."

야존이 미심쩍다는 듯 션웨이를 쳐다봤다. 션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성물은?"

"아직 알아보는 중이야."

야존의 대답에 션웨이가 인상을 찌뿌렸다. 야존이 변명하듯 덧붙였다.

"그래서 약초를 더 가져왔잖아. 그거면 영물을 세번은 더 꼬여내겠다!"

"약초로는 부족해. 샤오바이가 더 불안해 해야한다고. 날 절대 떠날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나오는 백기의 애칭에 야존은 얼굴을 찌뿌리며 션웨이가 펼쳤던 수첩을 빼앗았다. 제 동생 이름은 애칭으로 불러준 적도 없으면서 야존은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션웨이는 어린아이처럼 투정부리는 티가 팍팍나는 야존을 막으려는 행동도 보이지 않고 그런 야존을 가만히 쳐다봤다.

"지성동 투신자살, 해성구 교통사고..."

사고가 잦은 곳과 사고가 시작된 시기에 일어난 일을 정리해놓은 수첩이었다. 불행한 사고로 고통스럽게 죽은 사람은 영물이 되더라도 악귀가 될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어떤 장소는 붉고 큰 글씨로 강조되어 있었고, 어떤 장소는 검정 볼펜 두줄로 지워져 있었다. 그리고 강조된 장소들 옆에는 깨알같이 작지만 정갈한 글씨로 탕수육 맛집, 곧 벚꽃이 핌 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난 장소와 어울리지 않은 단어들이 적혀있었다.

"이렇게 재수 없는 곳을 데이트 장소라고 따라다니는 그 자식도 참. 역시 모자란 놈이었어."

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션웨이의 눈빛에 움찔한 야존이 던지듯 수첩을 내려놓았다.

"너 내 형 맞아? 영직이라는 재수없는 꼬마녀석이 씌인 거 아니야?"

션웨이는 제 앞에 놓인 수첩을 조심히 접어 품속에 넣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한 소리할 시간 있으면 빨리 성물이나 찾아와."

벌써 쫓아내냐는 듯 불만 가득 입술을 삐죽이던 야존이 투덜거렸다.

"방법을 찾아내면 곁에 있게 해준다면서 이렇게 매번 쫓아내면 약속과 다르지!"

"성물만 찾아오면.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께."

심술부리듯 집 안에 돌풍을 일으켜 션웨이의 학교 수업자료들을 이리저리 흩어트린 야존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백기의 꿈 속에서 초록 빛으로 사라졌던 영직은 백기의 집념이 잡아두던 영직의 영혼 일부였다.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션웨이에게 흘러들어온 그의 혼은 션웨이에게 영직의 삶을 영화처럼 보여주었고, 이제 션웨이는 영직이 백기가 생각하는 그런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는걸 알았다.

"순수하기만 했다면 진즉에 숨이 끊어졌겠지."

밥에 독을 섞은 것이 들통난 내관은 두 눈이 뽑히고서야 제 주인의 이름 석자를 실토했고, 영직이 힘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고관 대작 한 명은 영직과 독대 후에 집에 돌아가 잠든 후 깨어나지 못했다.

"...널 놔주다니... 그럴 수 있을리가 없잖아."

백기가 영직을 내려놓았듯 션웨이를 보내주려한다면, 그러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었다. 영물이 제 목숨을 위협하는 한 백기는 절대 집념으로부터 편해질 수 없으리라.

팔 안쪽으로 길게 긁힌 상처가 드러나지 않도록 옷소매를 손목끝까지 내린 션웨이가 전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가며 빙긋 웃었다.

"네 백기씨. 제가 탕수육 맛집을 하나 찾았는데..."


이렇게 션웨이는 백기랑 야조니까지 데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진짜 끝!


룡백 만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