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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21:55
내 오래된 삼각관계 망상을 건드렸다구

망상은 이런거야_ 완벽한 폭군 타입의 주인에게 완벽하게 아름다운 처와 말수 적고 다소곳한 첩이 있어
처는 폭군의 자존심을 충족시켜주는 트로피고 첩은 재미로 둔 거지
근데 어케어케 처첩이 바람이 나서 주인을 버려두고 도망치는거야 (처가 먼저 대쉬함)
주인이 괘씸한 처첩을 추적해서 잡아. 모처에 두 사람을 따로따로 가두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둘을 가장 지독하게 벌할 방법을 연구해서 실행해나감.
처는 주인과는 형식적 관계뿐 첩을 사랑해. 이건 단순하게 직진하는 후회없는 사랑.
첩은 그와중에 좀더 복잡해. 대접받지 못하는 신분으로서 주인을 배신한 죄책감+처음 느껴보는 사랑의 불안감과 기대감
이러저러 기타등등 기타등등 여러가지 기타등등
이 복잡한 첩의 시점이 주인공 시점이야

연화루에서 내 머릿속 삼각형이 현실화된 걸 보고 전율이 ㄷㄷㄷ 올라온거있지
꺄아 말함뭐해 1. 완벽한 폭군 각려초
2. 각려초 입장에서 뭔가 사랑과 소유욕을 구분할 수 없는 완벽한 트로피와이프 적비성
(각려초-적비성에서 케미감은 진짜 1도 안 느껴졌어 적비성이 목석이야 그냥) 
3. 적비성이 무한집착하는 이쁘고 모호한 속을 알 수 없는 이연화

각려초는 적비성의 욕망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일단 따라서 연화를 욕망해보는 거야
물론 둘 다 보기드문 명품이니까 만족스럽겠지 콜렉터 입장에서.
연적을 질투하거나 하진 않고 너도 쇠사슬에 묶어 첩으로 삼아주겠다는 관대한 변태 각려초...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죽이겠지.

언제부터 각려초가 이연화를 의식했을까? 의식을 하긴 했을까? 이연화는 각려초를 의식했을까?
10년 전 사고문과 금원맹 벽차지독은 너무 오래전이니 접어두고
연화랑 각려초가 한번 붙었을 때 각미녀가 연화한테 여전히 잘생겼네? 하고
연화가 대답으로 외모지적질을 하잖아. 넌 세월이 흘러서 이제 나이들어 보인다고.
연화는 드라마 설정상 무척 섬세한 캐릭인데 좀 의외의 대사였지...
물론 각려초가 외모에 엄청 집착하니까 일부러 마상 내는 심리어택을 하려고 그랬겠지
어쨌건 연화 본인이 좀 못된 대사를 쳤기 때문에 마음속에 불편한 빚 같은 게 남아있을거야. 그래야만 해 섬세한 연화니까

적비성은 각려초의 구애를 계속 거부하며 연화에게 돌진 결국 둘다 각에게 잡혀오지
각려초가 연화를 지하실에 묶어두고 만지며 희롱하는 씬이 내맘속 연화루 3대 압권이야
주인(각)이 처(적)의 손발 힘줄을 자르고 피투성이로 물에 담가두는 씬이 훨씬 잔인한 고어물인데도
둘 사이에 쌓인 감정의 적층이 단순하니 긴장감은 별로 안 생겼어

근데 각이 연화를 희롱하는 장면에선 왜 이렇게 심장이 쿵쿵거리지...? 10년 동안 각려초가 추구해온 상대가 적비성이 아니라 연화인 것 같이.
너도 나한테 시집올래? 당연히 행복하게 해주려는 건 아니지. 고통과 굴욕을 아주 더 풍부하게 맛보여줄게, 하는 각에게 연화가 보여주는 표정은
'이 미친년!'은 아니었어. 불가해한 상대 행동에 대한 증오나 경멸이나 분노도 아니고. 
약간의 공포, 씁쓸함, 슬픔이 보였는데 그건 마치 잘 아는 사람에게 억울하게 핍박받을 때 저항을 멈추고 체념하는 것 같은 느낌.
피구에게 의심받아 땅콩죽을 억지로 퍼먹었을 때 같은, 폭로를 강요받는 궁지에 몰려서도 자기를 감추려는 사람의 필사적인 체념 같은.
그 내용(망상)을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의 연기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그게 성인군자나 부처나 도인처럼 만사 초월한 무념무상의 경지라서 체념하는 그런 게 아니고
소중한 사람이 아닌 각려초 같은 빌런에게조차 자기 바닥을 보이는 게 싫은
죽어가면서도 가능한 한 꼿꼿하고 싶은 사람의 마지막 자존심의 방울들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어 마음 졸이게 되는.
클리셰 덩어리였던 각려초가 연화 덕분에 뭔가 입체적인 생기를 얻은 것처럼 느껴진 곳이 이 씬이었어. 

연화가 적비성을 업고 도망쳐 신방으로 들어갔을 때 
둘은 각려초를 꼬리에 달고 들어간 느낌일거야 두 사람 두 머릿속에 이미 각려초의 각인이 있으니까
둘이 술을 마셔도 주인님에게 작별을 고하는 술처럼 보이고...
잠을 자도 주인의 그림자 속에서 그럴거고...

그니까 난 그 감옥에서 각려초와 이연화가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길 바랐을 뿐인데
감독과 작가는 나의 기대를 아주 충분히 만족시켜주진 않았어. 하지만 떡밥을 던져준게 어디야
연화루엔 정말 맛있는 떡밥이 망상의 떡밥이 많아 
인간들은 떡밥을 줏느라 너무 총망해

하지만 연화루는 딱 한번 봤어. 차마 다시 보기가 괴로워 연화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많이 돼서..
유리만 계속 돌려본다 유리는 어쨌건 행복하게 됐잖아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