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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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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은 공주를 재우고 나서 잠텃을 하는 황자를 달래며 황제의 고금 연주를 들었어. 황제의 고금 연주 실력은 궁중의 악사들보다 뛰어났는데 강징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연주를 들은적은 한번도 없었음. 하기는 누가 감히 황제에게 곡을 연주해달라고 청하겠어. 그만큼 강징이 황제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뜻이었고 강징 또한 황제를 스스럼없이 대한다는 증거였음. 강징은 황제가 연주하는 곡중에 매화삼농을 가장 좋아했는데 매화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었고 매화삼농은 고상한 선비의 덕을 찬양하는 곡이었지. 강징은 연주가 끝나자 황자를 요람에 눕히고 차를 따라서 바쳤음. 짐의 연주가 어땠냐는 말에 구름을 거니는듯한 착각에 빠져 황홀할 정도였다고 대답하니 무릎에 앉히고는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어. 황제가 회임을 하였으니 앞으로 시간이 날때마다 연주를 해주겠노라고 함. 그 말을 듣고 강징이 우리 셋째가 복이 많아서 벌써부터 효도를 한다고 하겠지. 아이 덕에 어미인 자신도 훌륭한 곡을 자주 듣게 되어 기쁘다고 웃음. 





그로부터 사흘후에 황제와 황후 그리고 비빈들은 황궁으로 되돌아왔음. 황제가 돌아오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연귀비의 연희궁에는 조정의 원로 대신들이 보낸 값비싼 선물들이 가득 쌓였어. 강징은 사가의 부모님이 보낸 선물과 언니인 염리가 보낸 아기의 옷만 꺼내 보고는 나머지 것들은 그대로 창고에 넣어두었음. 벌써 세번째 회임인데도 앙증맞은 아기 옷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왔어. 아직 성별이 무엇인지 몰라서 강징이 좋아하는 자주색으로 아기 옷을 만들어 보냈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손에 쥐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음. 그리고 잠시후에 궁인이 가져다 준 안태약을 마시고 누워서 쉬려는데 심귀인이 들었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남. 언니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것을 보니 가증스러워서 미칠것만 같았음. 태중의 아기를 해하려고 황후와 모의를 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뺨을 치고 싶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니 그럴순 없었음. 강징이 억지로 웃으며 동생이 연희궁에는 무슨 일이냐고 반기고는 궁인에게 차를 내오라 일렀어. 심귀인이 경황이 없어 회임을 축하한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다고 회임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넴. 그리고 별건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최고급 비단으로 아기의 옷을 만들어보았다고 옷을 건네며 언니가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할거야.




강징은 아기 옷을 받고는 동생의 마음 씀씀이가 어여쁘다고 정말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함. 그리고는 담소를 나누다가 최근들어 황후와 단둘이서 만난적이 있냐고 물었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 질문했지만 심귀인이 얼굴색 한번 안바꾸고 시치미를 떼면서 황후와는 따로 만난적이 없다고 하기에 대수롭지 않은척 화제를 돌리고는 차를 마셨음. 강징은 회임을 하여 피곤하다고 핑계를 대고 심귀인을 처소로 돌려보낸 후에 손에 쥐고 있던 아기 옷을 가위로 여러번 잘라내서 엉망이 된 옷을 화로에 던져서 태워버림. 자매의 정을 운운하며 앞에선 살갑게 굴더니 뒤에선 천금보다 귀한 태중의 아이를 해치려고 작당모의를 한것을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음. 지금은 가진 힘이 미약해서 이렇게 참고 견디지만 언젠가는 꼭 그에 맞는 응당한 벌을 내리리라 다짐함. 강징이 타들어가는 옷을 보다가 황후가 하사한 목련 비녀를 가져오라고 해서 비녀의 꽃 봉오리 부분을 벼루를 내리쳐서 부쉈음. 내 자식을 해하려는 것들은 그게 누구라도 용서치 않겠다. 그게 설령 모의천하라고 할지라도.



강징은 태후가 부른다는 말에 평소보다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자녕궁으로 향했음. 태후가 예를 올리는 강징을 보고는 대뜸 바닥에 꿇으라고 소리를 질렀음. 그리고는 해상재와 이답응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어찌 황제에게 고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침. 강징이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대답하자 연희궁의 상궁을 데리고 오라고 일렀어. 상궁이 들어와서 귀비께서 일전에 대식에 대해서 물으셨다고 아뢰고는 머뭇거리다가 망측하옵게도 후궁간의 대식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다고 대답함. 강징이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고서를 읽다가 망측한 이야기를 보아서 궁중 생활을 오래한 노상궁에게 이런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뿐이라고 딱 잡아뗌. 태후는 네가 감히 애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당장 무릎을 꿇으라고 함. 강징이 계속 버티자 상궁 두명이 다가와서 억지로 무릎을 꿇리려고 하는데 강징이 배를 감싸면서 내게 손을 대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고 윽박을 질렀음. 태후에게는 신첩이 회임을 하여 벌을 받지 못하니 양해해주십시오 하고는 만약에 이번 일로 태중의 황손이 잘못된다면 황제폐하와 운몽에 계신 제 조부님과 부친께서 가만히 계시겠냐며 태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음.



태후가 전과 다른 강징의 태도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조부라는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음. 강징의 조부는 선대 황제의 외손이라 태후조차 함부로 대할수가 없었거든. 태후는 노기를 억지로 다스리고 직접 확인해볼테니 귀비가 봤다는 고서를 가져오라고 했지만 강징이 망측하여 진즉에 태워버렸다고 둘러대자 거짓을 말하는게 아니냐고 화를 냈음. 강징이 아까와는 다른 태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릎을 꿇고는 신첩이 왜 거짓을 말하겠사옵니까. 마마께서는 이미 지나간 일을 굳이 왜 들추시려는지요. 후궁들이 대식을 한것을 대신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폐하와 황실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질것이 자명한데 어찌하고 울다가 소매를 입을 가리고 구역질을 함. 연희궁의 궁인들이 귀비마마의 태기가 불안정해서 유산의 조짐이 있어 태의가 절대 무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며 통촉하여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빔. 태후가 그 모습을 보다 못해 얼른 귀비를 모시고 돌아가보라고 하자 강징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궁인들의 부축을 받고 나감.




강징은 가마를 타고 연희궁으로 돌아오면서 남들이 들으라는듯 비명을 질러댔음. 태의가 와서 진맥을 하더니 태기가 불안정해 시침을 하여야겠다고 해서 시침을 한 후에 탕약을 처방하고 자리를 뜸. 강징은 연희궁의 상궁에게 지금 당장 폐하께 가서 방금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고하라고 명함. 예전 같았으면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넘어갔겠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음. 황제의 총애를 이용해야 할때도 있음을 알았거든. 강징은 궁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세안을 하고 침의로 갈아입은 다음에 침상에 웅크리고 누웠음. 잠시후에 황제가 납셨다는 말에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황제가 침상으로 오기 무섭게 아잠하고 품에 안겨들었음. 황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태중의 아이는 괜찮냐고 물어보고는 안색이 좋지 않다며 태의를 다시 불러오라고 함. 강징이 잠깐 놀라서 그런거라고 태의가 아기는 괜찮다고 했으니 태의는 부르지 마시라고 만류했음. 강징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태후께서 신첩을 이유도 없이 미워하시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함. 해상재와 이답응의 일이 마치 신첩의 잘못인양 꾸중을 하시고 무릎까지 꿇게 하셨다고 서럽게 울었음. 신첩이 한낱 후궁에 불과하지만 사사로이 따지면 폐하와는 친족인데다가 황손을 잉태중인데 어찌 그리 함부로 대하실수 있냐며 영견이 다 젖도록 눈물을 펑펑 흘림. 황제가 굳은 얼굴로 그리 울면 열이 오른다고 달래고 모후께 다신 그대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말씀을 드릴테니 진정을 하라고 하겠지.





강징은 황제가 탕약을 후후 불어서 식힌 다음에 떠먹여주는 것을 얌전히 삼킴. 귀비가 회임을 하더니 어린 아이가 다 되었다고 농을 하길래 이럴때가 아니면 언제 아잠의 시중을 받겠냐고 입술을 삐쭉였음. 당과 조각을 집어서 삼키는데 단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인상을 찌푸렸어. 황제가 어선방에 일러서 산매탕을 들이라 할까 묻는데 오늘 벌써 세그릇이나 마셨다고 고개를 저음. 강징이 졸리는지 황제의 품에 기대는데 얌전히 눈을 내리깐 모습이 참으로 어여뻐서 뺨을 만지다가 몸을 떼어냄. 강징이 당황해서 아잠하고 부르는데 그대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남. 강징이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올려다보는데 황제의 귀끝이 붉어져서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대와 운우지정을 나누고 싶어서 그런다고 함. 강징이 태의가 아직 시침을 들어선 안된다고 했다고 함. 황제가 다가와서 강징의 배를 만지고는 이 녀석이 얼른 태어나야 짐이 독수공방 신세를 면하지 않겠냐고 웃음.





강징이 우물쭈물 하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몸이 미령해서 시침을 들수는 없지만 손으로라도 달래드리고 싶다고 했다가 자기가 말해놓고도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임. 우리 귀비가 순진한 줄로만 알았더니 어디서 그런것을 배워왔냐고 짖궂게 물어보는데 서책으로 배웠다고 대답을 했음. 황제가 어떤 서책인지 보여달라고 해서 꽁꽁 숨겨두었던 춘화첩을 꺼냈는데 펼쳐보니 망측하기 짝이 없는 그림들로 가득했지. 황제가 웃으면서 이 책에 있는 것들을 전부 다 해보려면 밤을 꼬박 새도 모자라겠다고 강징을 데리고 침상으로 감. 두 사람은 임부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으로 운우지락을 나눴음. 황제가 나신에 튄 체액을 영견으로 꼼꼼히 닦아주는데 강징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부끄럽고 민망해서 달아오른 얼굴을 가림. 태중의 아이에게 해가 갈까봐 걱정된다니까 황제가 부친과 모친이 즐거워야 태중의 아기도 즐거울거라고 살살 구슬림. 그리고는 여전히 단단한 것을 강징의 손에 쥐어주었음. 강징이 울상을 지으니까 이것의 신세를 처음 지는것도 아닌데 어찌 그렇게 부끄러워하냐고 웃어. 강징이 놀리지 마시라고 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황제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훑기 시작함.





그 이튿날 황제 내외와 비빈들은 황궁의 정문앞으로 가서 태황태후와 황귀태비의 가마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림. 강징은 최대한 수수한 색에 무늬가 적은 옷을 입고 장신구도 최소한으로 했음. 오늘만큼은 황제의 성총을 독차지하는 귀비가 아니라 태후와 황후의 핍박을 받는 가련한 여인으로 보여야만 했거든. 태후는 어젯밤 이후 고질병이 또 도졌다고 몸져누웠지만 황실의 법도 때문에 마중을 안나올 수가 없어서 상궁들의 부축을 받고 서 있었음. 얼마후에 태황태후와 황귀태비가 탄 마차가 도착하고 두 사람이 내리자 태후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음. 태황태후가 태후를 본체만체하고 지나치더니 황제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고 한담을 나눔. 황귀태비가 태황태후의 옆에 서서 영견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후궁에 미인들이 가득하다 들었는데 딱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는듯 하다고 함. 그러다 황후의 바로 뒤에 있던 강징을 보더니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태황태후께 속삭이듯 황상께서 고소 제일의 미인을 얻으셨다더니 정말이네요. 귀비의 자색이 돌아가신 선제의 황후를 떠올리게 한다고 신첩의 언니가 이 모습을 보았으면 무척 흐뭇해하였을텐데 하고 영견으로 눈물을 찍어냄. 황궁에는 태후가 선대 황후의 자식들을 독살해서 황후가 충격으로 죽었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돌았거든. 태후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황귀태비를 노려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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