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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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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고소국 황제 남망기는 유모의 품에 안긴 황자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이 넘어갈듯 우는 것을 보고 유모에게 아이를 건네받았음. 아이를 직접 품에 안고 어르는데 아직 몸이 성하지 못해서 그런지 용포에 그대로 구토를 함.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상궁이 영견을 가져와 옷을 급히 닦고 황자를 건네 받으려는데 되었다고 상궁을 물림. 망기가 영견으로 손수 사윤의 입가를 닦아주고 숟가락으로 미지근한 물을 떠서 입으로 흘러넣어줌. 이 순간만큼은 일국의 황제가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안아플 자식이 아픈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어쩔줄 모르는 아비였음. 자신의 궁으로 돌아온 강징은 황제가 아이를 안고 어르는 것을 보고 아이를 받으려고 했겠지. 망기가 아이가 잠이 들때까지 자신이 안고 있겠다고 하기에 그냥 두었음. 강징은 토사물 흔적이 남은 옷을 보고 아윤이 또 구토를 했냐고 물어봄. 망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징이 곧 울것 같은 표정으로 사윤의 작은 손을 만지작거림. 이제 겨우 백일이 넘은 어린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걸까. 어린 자식이 아픈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하니 억장이 무너질것만 같았지.
강징은 요람에 누워 잠든 아이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음. 며칠을 앓아서 그런지 오통통한 볼살은 간데없고 수척해 보이기까지 했어. 그 사이에 의복을 갈아입으러 갔던 망기가 다가와 강징의 어깨를 끌어안았음. 강징이 만약에 아윤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자신도 살 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망기가 흠칫하더니 아윤은 곧 나을거라고 그런 끔찍한 소리는 다시 하지 말라고 함. 강징이 그 말을 듣고 잠든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는데 사윤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킴. 강징이 놀라서 태의를 부르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망기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건지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버림. 강징이 놀라서 폐하하고 부축하려는데 망기가 손사래를 치면서 혼자 힘으로 겨우 일어섬. 그 이후에 태의가 와서 진맥을 하더니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탕약을 먹이면 괜찮아질거라고 함. 태의의 말대로 약을 먹이니 경련 증상은 사라졌지만 강징과 망기는 갑작스러운 경련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음. 망기가 기진맥진하여 잠이 든 아이의 손을 잡으며 짐이 부덕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눈물을 흘림. 강징이 폐하께서 부덕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라고 함. 유모가 먹는 음식에게까지 손을 쓸줄 몰랐다고 자책하며 어미 자격이 없다니까 망기가 강징을 끌어안고 달래줌.
망기는 강징이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가 한숨을 쉬었음. 혹 풍한에 걸릴까봐 계수를 가슴팍까지 꼼꼼하게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요람에 잠든 사윤까지 살폈음. 그리고는 곧장 태후의 거처인 자녕궁으로 향했어. 태후는 늦은 밤인데도 침수에 들지 않고 침전에 있는 불당 앞에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음. 망기는 모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약을 먹여도 그저 가볍게 앓고 끝날것이라고 하지 않으셨냐고 울부짖었음. 태후가 아윤이 아직 어려서 크게 아파보이는 것이지 며칠 더 지나면 금세 나을거라고 하면서 체통을 지키라고 함. 생때같은 자식이 아파서 생사를 오고 가는데 지금 체통이 중요하냐고 화를 냄. 태후가 그리 귀한 자식에게 어찌 독약을 먹였냐니까 모후께서 제게 시키신 일이지 않냐고 눈물을 뚝뚝 흘림. 그리고 하는 말이 아윤이 무탈하더라도 자신이 한 일을 아징이 안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함. 태후가 은애하는 여인에게 원망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 대업을 그르칠 셈이냐고 하니 은애하는 사람이기 전에 제 아이의 어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식에게 독약을 먹이는 비정한 아비가 어디 있습니까하고 소리를 지름.
태후가 손에 쥐고 있던 염주를 힘껏 끊어내며 내 자식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하는게 부모가 아니냐고 하겠지. 황제께선 비명에 간 형과 누이를 잊으셨냐고 독에 내성을 기르지 못하면 아윤도 그리 허망하게 잃을수 밖에 없다고 함. 망기가 참담함에 눈을 감으니 태후가 대신들의 횡포를 잊으셨냐고 황권이 약해서 겪어야 했던 굴욕적인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시라고 할거야. 아윤이 장성하여 그 자식에게도 독을 먹여야 하는 일을 만드실거냐는 말에 망기가 말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림. 황제를 농락한 간신들을 모조리 척살하고 황실의 위엄을 바로 세울때까지만 모질고 비정한 아비이시면 된다고 말함. 망기는 긴 한숨과 함께 황후가 폐출되면 연귀비를 계후로 세우는데 힘이 되어주시겠다던 약조를 잊지마시라고 하겠지. 태후가 이번 일로 황후를 폐후시키는건 쉽지가 않을거라고 하면서 황후가 유귀인을 이용해서 연귀비를 공격했을때 증좌를 잡지못한 것이 아쉽다고 함. 망기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연귀비가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니까 황후 자리는 거저 얻는것인 줄 아십니까 하고 고개를 훽 돌림. 망기가 모후하고 화를 벌컥 내니 상처없는 영광이 어디 있겠냐고 황궁에 있다보면 그치지 않는 매서운 칼바람에 상처 하나쯤은 얻게 되어 있다고 함. 망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자녕궁을 빠져나옴.
그 다음날 강징은 심귀인이 들었다는 궁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남. 심귀인이 언니하고 인사를 하는것을 반갑게 맞이한 강징은 퉁퉁 부은 뺨을 보고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했음. 심귀인이 웃으면서 어제 일로 조금 놀라긴 했다면서 언니가 그렇게 세게 때릴줄은 몰랐다고 하겠지. 강징은 황후를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혀 이성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세게 때렸다고 함.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죄하고 붓기를 빼는데 좋은 고약을 줄테니 바르라고 함.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함. 심귀인이 황후가 어제 있었던 일로 우리가 반목하는 사이라고 믿기 시작했다고 할거야. 강징이 동생에게 이런 일을 시켜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겠지. 귀족 집안의 요조숙녀로 자랐을텐데 세작이나 할법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준것이 고맙다고 말함. 심귀인은 궁에 들어온지 수년짼데 가문이 한미해서 폐하의 시침 한번 못든 자신을 언니가 보살펴주지 않았냐고 언니를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다고 말함. 언니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폐하의 시침 한번 들지 못한 채로 다른 후궁들의 놀림감이었을거라고 함. 강징이 심귀인의 손을 붙잡고 앞으론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지내자고 하니 심귀인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임.
황후는 후원을 산책을 하다가 화정공주가 유모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음. 유모가 황후를 보고 예를 갖추자 공주도 어설프게 예를 갖춤. 어미가 워낙 미인이어서 그런지 아직 어린데도 미모가 뛰어났지. 황후가 아린하고 공주의 애칭을 부르니 황후마마하고 다가와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올려다 봄. 황후가 모후랑 같이 모친을 보러 갈까 하니까 고개를 끄덕임. 황후가 공주를 안고 연희궁으로 행차하는데 강징이 마침 오수에서 깬 사윤에게 미음을 먹이는 중이었어. 다행히 열도 많이 떨어지고 토사곽란도 그쳐서 한시름을 덜은 상태였지. 황후는 궁인들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함. 그리고는 공주에게 얼른 모친에게 가보라고 하는데 공주가 모친하고 우다다다하고 달려가서 안기는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죽그릇을 놓쳐서 죽이 사윤에게 쏟아짐. 강징이 놀라서 허둥지둥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공주에게 소리를 지름. 아우가 아픈데 어찌 그리 고삐 풀린 말처럼 채신머리 없이 뛰어다니냐고 호되게 혼을 냈지. 그리고 당장 유모를 불러서 공주를 데려가게 하고 사윤을 살폈음. 식은 죽이라서 화상을 입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죽으로 온통 엉망이 된것을 씻겨야 해서 궁인들에게 온수와 목욕통을 들이라고 함.
공주는 모친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엉엉 울면서 연희궁 밖을 나옴. 황후가 밖에 서 있다가 어찌 우냐고 하니 아주 서럽게 울면서 모친이 화를 냈다고 함. 황후가 아린이 좋아하는 연자떡을 줄테니 황후궁으로 가서 같이 먹자고 공주를 꾀여냄. 그리고는 머리도 손수 빗겨주고 예쁜 머리 장식도 꽂아줌. 공주를 무릎에 앉혀놓고 양손 가득 떡을 쥐고 먹는 모습을 보다가 네 어미가 왜 화를 낸 것인지 알겠냐고 물어볼거야. 공주가 고개를 도리질치니까 아린이 미워서 그렇단다 하더니 아우가 아픈게 다 아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함. 공주가 왜 그런거냐니까 황후가 웃으면서 아린은 황자가 아니지 않냐고 네 어미가 황후가 되지 못한 것은 네가 공주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함. 공주가 그 말에 울먹이니까 쉬이하고 달래면서 아린은 오랑캐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봄. 짐승처럼 뿔이 나고 사람을 잡아먹는 야차와 같은 족속들인데 네가 장성을 하면 이역만리 오랑캐에게 팔리듯 시집을 갈거라고 겁을 줌. 공주가 겁이 나서 싫어요 하니까 그럼 부황께 가서 모후랑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려무나. 황후의 양녀가 되면 좋은 신랑감을 만나서 수도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수가 있을거라고 온갖 나쁜 말로 공주를 현혹함.
강징은 조금 전에 공주에게 화를 냈던게 마음에 걸려서 유모한테 공주를 데리고 오라고 함. 무슨 일인지 머리 장식이 달라져 있어서 살피려니까 평소와 달리 안기려고 하지 않음. 어미가 아까 화를 내서 속상한거냐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도 유모의 뒤에 숨어서 본척 만척함. 강징이 아린 왜그러느냐 하고 아이를 안는데 공주가 울음을 터뜨림. 그러고는 모친이 무서워서 싫다고 할거야. 유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아까 황후궁에 갔다 오신 뒤로는 계속 저러신다고 함. 강징이 공주를 자세히 살피곤 처음 보는 머리 장식도 빼버리고 쌈지에 있는 연자떡을 꺼내 바닥에 버림. 유모가 황후께서 주신 것이라고 하니 공주의 어깨를 붙잡고 황후가 주는 것은 절대 받아선 안된다. 황후가 먹을것을 주면 사양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냐고 혼을 냈더니 또 울면서 밖으로 나가버림. 강징은 한숨을 쉬며 유모에게 공주를 잘 살피라고 부탁하곤 자리에서 일어남. 살벌한 황궁에서 제 몸 하나 지키기 힘든데 어린 자식이 둘이나 되니 버겁기만 했음. 강징은 잠시 쉬어야겠으니 유모에게 사윤을 돌보라고 하고는 침상에 누웠음. 여인이라면 누구나 소원한다는 비단금침에 몸을 뉘였는데도 부드러움과 호화로움을 느낄새가 없었음. 그저 피곤할 뿐이었어.
한미한 귀족 가문의 서녀인 영상재는 적모와 배다른 동기들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고 자라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었음. 그녀는 유귀인과 동향 사람으로 유귀인이 자작극을 벌일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줄곧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음. 그래서 유귀인 사건에 다른 배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향낭에 넣을 작약을 꺾으러 후원 깊숙이 들어갔다가 덤불속에서 누군가 하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숨이 멎을뻔함. 태후의 장사 상궁이 황후궁의 궁녀에게 처방전을 하나 건네주면서 눈에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으라고 하는게 아니겠음. 만약에 처방전을 숨긴게 들통나면 황후가 대황자 아기씨를 위해하려고 유모의 음식에 소량의 독을 탔다고 고하라고 했음. 그리고 이건 여인의 불임을 야기하는 약재인데 황후에게 바치면서 꼭 연희궁의 귀비에게 써야 한다고 아뢰라고 함. 그 말을 들은 궁녀가 귀비께 이 약을 썼다가 황상께서 아시면 저나 상궁 모두 죽은 목숨 아니냐니까 태후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잔말 말고 꼭 명을 받들라고 함. 궁녀가 소매에 처방전과 약재를 넣고 잰걸음으로 사라지는데 영상재는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짐. 태후가 황후와 귀비 두 사람 모두를 제거하려는 속셈이구나! 폐하께 이 일을 알려야 할까? 혹시 황제도 그리 되는것을 바란다면 어찌 하지? 영상재는 희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궁으로 돌아가다가 지금 이 순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동시에 둘이나 만나고야 말았음.
망기강징 망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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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국 황제 남망기는 유모의 품에 안긴 황자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이 넘어갈듯 우는 것을 보고 유모에게 아이를 건네받았음. 아이를 직접 품에 안고 어르는데 아직 몸이 성하지 못해서 그런지 용포에 그대로 구토를 함.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상궁이 영견을 가져와 옷을 급히 닦고 황자를 건네 받으려는데 되었다고 상궁을 물림. 망기가 영견으로 손수 사윤의 입가를 닦아주고 숟가락으로 미지근한 물을 떠서 입으로 흘러넣어줌. 이 순간만큼은 일국의 황제가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안아플 자식이 아픈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어쩔줄 모르는 아비였음. 자신의 궁으로 돌아온 강징은 황제가 아이를 안고 어르는 것을 보고 아이를 받으려고 했겠지. 망기가 아이가 잠이 들때까지 자신이 안고 있겠다고 하기에 그냥 두었음. 강징은 토사물 흔적이 남은 옷을 보고 아윤이 또 구토를 했냐고 물어봄. 망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징이 곧 울것 같은 표정으로 사윤의 작은 손을 만지작거림. 이제 겨우 백일이 넘은 어린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걸까. 어린 자식이 아픈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하니 억장이 무너질것만 같았지.
강징은 요람에 누워 잠든 아이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음. 며칠을 앓아서 그런지 오통통한 볼살은 간데없고 수척해 보이기까지 했어. 그 사이에 의복을 갈아입으러 갔던 망기가 다가와 강징의 어깨를 끌어안았음. 강징이 만약에 아윤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자신도 살 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망기가 흠칫하더니 아윤은 곧 나을거라고 그런 끔찍한 소리는 다시 하지 말라고 함. 강징이 그 말을 듣고 잠든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는데 사윤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킴. 강징이 놀라서 태의를 부르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망기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건지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버림. 강징이 놀라서 폐하하고 부축하려는데 망기가 손사래를 치면서 혼자 힘으로 겨우 일어섬. 그 이후에 태의가 와서 진맥을 하더니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탕약을 먹이면 괜찮아질거라고 함. 태의의 말대로 약을 먹이니 경련 증상은 사라졌지만 강징과 망기는 갑작스러운 경련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음. 망기가 기진맥진하여 잠이 든 아이의 손을 잡으며 짐이 부덕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눈물을 흘림. 강징이 폐하께서 부덕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라고 함. 유모가 먹는 음식에게까지 손을 쓸줄 몰랐다고 자책하며 어미 자격이 없다니까 망기가 강징을 끌어안고 달래줌.
망기는 강징이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가 한숨을 쉬었음. 혹 풍한에 걸릴까봐 계수를 가슴팍까지 꼼꼼하게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요람에 잠든 사윤까지 살폈음. 그리고는 곧장 태후의 거처인 자녕궁으로 향했어. 태후는 늦은 밤인데도 침수에 들지 않고 침전에 있는 불당 앞에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음. 망기는 모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약을 먹여도 그저 가볍게 앓고 끝날것이라고 하지 않으셨냐고 울부짖었음. 태후가 아윤이 아직 어려서 크게 아파보이는 것이지 며칠 더 지나면 금세 나을거라고 하면서 체통을 지키라고 함. 생때같은 자식이 아파서 생사를 오고 가는데 지금 체통이 중요하냐고 화를 냄. 태후가 그리 귀한 자식에게 어찌 독약을 먹였냐니까 모후께서 제게 시키신 일이지 않냐고 눈물을 뚝뚝 흘림. 그리고 하는 말이 아윤이 무탈하더라도 자신이 한 일을 아징이 안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함. 태후가 은애하는 여인에게 원망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 대업을 그르칠 셈이냐고 하니 은애하는 사람이기 전에 제 아이의 어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식에게 독약을 먹이는 비정한 아비가 어디 있습니까하고 소리를 지름.
태후가 손에 쥐고 있던 염주를 힘껏 끊어내며 내 자식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하는게 부모가 아니냐고 하겠지. 황제께선 비명에 간 형과 누이를 잊으셨냐고 독에 내성을 기르지 못하면 아윤도 그리 허망하게 잃을수 밖에 없다고 함. 망기가 참담함에 눈을 감으니 태후가 대신들의 횡포를 잊으셨냐고 황권이 약해서 겪어야 했던 굴욕적인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시라고 할거야. 아윤이 장성하여 그 자식에게도 독을 먹여야 하는 일을 만드실거냐는 말에 망기가 말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림. 황제를 농락한 간신들을 모조리 척살하고 황실의 위엄을 바로 세울때까지만 모질고 비정한 아비이시면 된다고 말함. 망기는 긴 한숨과 함께 황후가 폐출되면 연귀비를 계후로 세우는데 힘이 되어주시겠다던 약조를 잊지마시라고 하겠지. 태후가 이번 일로 황후를 폐후시키는건 쉽지가 않을거라고 하면서 황후가 유귀인을 이용해서 연귀비를 공격했을때 증좌를 잡지못한 것이 아쉽다고 함. 망기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연귀비가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니까 황후 자리는 거저 얻는것인 줄 아십니까 하고 고개를 훽 돌림. 망기가 모후하고 화를 벌컥 내니 상처없는 영광이 어디 있겠냐고 황궁에 있다보면 그치지 않는 매서운 칼바람에 상처 하나쯤은 얻게 되어 있다고 함. 망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자녕궁을 빠져나옴.
그 다음날 강징은 심귀인이 들었다는 궁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남. 심귀인이 언니하고 인사를 하는것을 반갑게 맞이한 강징은 퉁퉁 부은 뺨을 보고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했음. 심귀인이 웃으면서 어제 일로 조금 놀라긴 했다면서 언니가 그렇게 세게 때릴줄은 몰랐다고 하겠지. 강징은 황후를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혀 이성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세게 때렸다고 함.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죄하고 붓기를 빼는데 좋은 고약을 줄테니 바르라고 함.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함. 심귀인이 황후가 어제 있었던 일로 우리가 반목하는 사이라고 믿기 시작했다고 할거야. 강징이 동생에게 이런 일을 시켜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겠지. 귀족 집안의 요조숙녀로 자랐을텐데 세작이나 할법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준것이 고맙다고 말함. 심귀인은 궁에 들어온지 수년짼데 가문이 한미해서 폐하의 시침 한번 못든 자신을 언니가 보살펴주지 않았냐고 언니를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다고 말함. 언니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폐하의 시침 한번 들지 못한 채로 다른 후궁들의 놀림감이었을거라고 함. 강징이 심귀인의 손을 붙잡고 앞으론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지내자고 하니 심귀인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임.
황후는 후원을 산책을 하다가 화정공주가 유모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음. 유모가 황후를 보고 예를 갖추자 공주도 어설프게 예를 갖춤. 어미가 워낙 미인이어서 그런지 아직 어린데도 미모가 뛰어났지. 황후가 아린하고 공주의 애칭을 부르니 황후마마하고 다가와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올려다 봄. 황후가 모후랑 같이 모친을 보러 갈까 하니까 고개를 끄덕임. 황후가 공주를 안고 연희궁으로 행차하는데 강징이 마침 오수에서 깬 사윤에게 미음을 먹이는 중이었어. 다행히 열도 많이 떨어지고 토사곽란도 그쳐서 한시름을 덜은 상태였지. 황후는 궁인들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함. 그리고는 공주에게 얼른 모친에게 가보라고 하는데 공주가 모친하고 우다다다하고 달려가서 안기는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죽그릇을 놓쳐서 죽이 사윤에게 쏟아짐. 강징이 놀라서 허둥지둥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공주에게 소리를 지름. 아우가 아픈데 어찌 그리 고삐 풀린 말처럼 채신머리 없이 뛰어다니냐고 호되게 혼을 냈지. 그리고 당장 유모를 불러서 공주를 데려가게 하고 사윤을 살폈음. 식은 죽이라서 화상을 입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죽으로 온통 엉망이 된것을 씻겨야 해서 궁인들에게 온수와 목욕통을 들이라고 함.
공주는 모친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엉엉 울면서 연희궁 밖을 나옴. 황후가 밖에 서 있다가 어찌 우냐고 하니 아주 서럽게 울면서 모친이 화를 냈다고 함. 황후가 아린이 좋아하는 연자떡을 줄테니 황후궁으로 가서 같이 먹자고 공주를 꾀여냄. 그리고는 머리도 손수 빗겨주고 예쁜 머리 장식도 꽂아줌. 공주를 무릎에 앉혀놓고 양손 가득 떡을 쥐고 먹는 모습을 보다가 네 어미가 왜 화를 낸 것인지 알겠냐고 물어볼거야. 공주가 고개를 도리질치니까 아린이 미워서 그렇단다 하더니 아우가 아픈게 다 아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함. 공주가 왜 그런거냐니까 황후가 웃으면서 아린은 황자가 아니지 않냐고 네 어미가 황후가 되지 못한 것은 네가 공주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함. 공주가 그 말에 울먹이니까 쉬이하고 달래면서 아린은 오랑캐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봄. 짐승처럼 뿔이 나고 사람을 잡아먹는 야차와 같은 족속들인데 네가 장성을 하면 이역만리 오랑캐에게 팔리듯 시집을 갈거라고 겁을 줌. 공주가 겁이 나서 싫어요 하니까 그럼 부황께 가서 모후랑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려무나. 황후의 양녀가 되면 좋은 신랑감을 만나서 수도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수가 있을거라고 온갖 나쁜 말로 공주를 현혹함.
강징은 조금 전에 공주에게 화를 냈던게 마음에 걸려서 유모한테 공주를 데리고 오라고 함. 무슨 일인지 머리 장식이 달라져 있어서 살피려니까 평소와 달리 안기려고 하지 않음. 어미가 아까 화를 내서 속상한거냐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도 유모의 뒤에 숨어서 본척 만척함. 강징이 아린 왜그러느냐 하고 아이를 안는데 공주가 울음을 터뜨림. 그러고는 모친이 무서워서 싫다고 할거야. 유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아까 황후궁에 갔다 오신 뒤로는 계속 저러신다고 함. 강징이 공주를 자세히 살피곤 처음 보는 머리 장식도 빼버리고 쌈지에 있는 연자떡을 꺼내 바닥에 버림. 유모가 황후께서 주신 것이라고 하니 공주의 어깨를 붙잡고 황후가 주는 것은 절대 받아선 안된다. 황후가 먹을것을 주면 사양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냐고 혼을 냈더니 또 울면서 밖으로 나가버림. 강징은 한숨을 쉬며 유모에게 공주를 잘 살피라고 부탁하곤 자리에서 일어남. 살벌한 황궁에서 제 몸 하나 지키기 힘든데 어린 자식이 둘이나 되니 버겁기만 했음. 강징은 잠시 쉬어야겠으니 유모에게 사윤을 돌보라고 하고는 침상에 누웠음. 여인이라면 누구나 소원한다는 비단금침에 몸을 뉘였는데도 부드러움과 호화로움을 느낄새가 없었음. 그저 피곤할 뿐이었어.
한미한 귀족 가문의 서녀인 영상재는 적모와 배다른 동기들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고 자라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었음. 그녀는 유귀인과 동향 사람으로 유귀인이 자작극을 벌일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줄곧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음. 그래서 유귀인 사건에 다른 배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향낭에 넣을 작약을 꺾으러 후원 깊숙이 들어갔다가 덤불속에서 누군가 하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숨이 멎을뻔함. 태후의 장사 상궁이 황후궁의 궁녀에게 처방전을 하나 건네주면서 눈에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으라고 하는게 아니겠음. 만약에 처방전을 숨긴게 들통나면 황후가 대황자 아기씨를 위해하려고 유모의 음식에 소량의 독을 탔다고 고하라고 했음. 그리고 이건 여인의 불임을 야기하는 약재인데 황후에게 바치면서 꼭 연희궁의 귀비에게 써야 한다고 아뢰라고 함. 그 말을 들은 궁녀가 귀비께 이 약을 썼다가 황상께서 아시면 저나 상궁 모두 죽은 목숨 아니냐니까 태후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잔말 말고 꼭 명을 받들라고 함. 궁녀가 소매에 처방전과 약재를 넣고 잰걸음으로 사라지는데 영상재는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짐. 태후가 황후와 귀비 두 사람 모두를 제거하려는 속셈이구나! 폐하께 이 일을 알려야 할까? 혹시 황제도 그리 되는것을 바란다면 어찌 하지? 영상재는 희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궁으로 돌아가다가 지금 이 순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동시에 둘이나 만나고야 말았음.
망기강징 망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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