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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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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랑 속옷 색을 맞춰 입는다더라. 개 웃기지 않냐?

조롱조가 섞인 동기들의 대화에 주일룡은 별 관심도, 흥미도 없었어. 모여서 하는 얘기라고는 항상 누가 자길 좋아하네 누구는 잘 대주네 누구는 재수가 있나 없네. 그런 하등 실속 없는 주제들이었기에 대충 어울려 주는 척만 한 거지. 솔직히 상대하고 싶지 않은 부류들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젠틀하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굳이 깨부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개망나니 같은 제벌 2세들처럼 살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을 내는 일은 사양이었으니까. 적당히 어울려주다 곤란한 상황이 오기 전에 슬쩍 몸을 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진한 주일룡이 억지로 끌려갔다고 생각하지 함께 동조했다고 보지는 않지. 그래서 그때도 그랬는데 왜 자꾸 눈길이 갔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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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캐릭터가 그려져있네..

백우의 양말을 보며 혼잣말을 하던 주일룡은 자연스럽게 따라온 속옷에도 캐릭터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했지. 속으로 생각했음에도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랐기 때문이야. 매일같이 백우의 양말 색이나 무늬를 확인하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고. 정말 이상한 일이고 이상한 사람이었어. 여자애들처럼 부드러운 몸도 아니고 한품에 들어올 아담한 사이즈도 아닌데 자꾸만 시선을 뺏겼지. 물론 우유 빛깔 피부에 작고 동그란 얼굴은 귀엽긴 했지만 결국엔 같은 거 달린 남자니까. 근데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지 모를 일이었지. 강의 시간이면 늘 혼자 앉는 것도. 매번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모습도. 먹은 건지 안 먹은 건지 모를 정도로 남겨진 잔반이라던가. 친분이 있는 사람과 있을 때는 풀어진 얼굴에 띄워지는 미소가 말이야. 자꾸만 알고 싶고 욕심이 났지. 저 미소가 내 것이었으면 하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백우의 주변을 맴돌게 됐고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해야 하나. 가끔은 한 공간에 둘만 남겨지는 일도 생기곤 했으니까. 그날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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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흥미 있어?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던 걸까. 한 번도 먼저 말 거는 일없던 백우가 처음으로 제게 말을 걸었던 거야. 그것도 유혹을. 주일룡은 잠깐이지만 멍해지고 말았지. 백우에게 관심이 생겼을 때부터 백우의 성향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게 뻗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일말의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긴 했지. 주일룡은 자신의 외모와 매력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여자 남자를 막론하고 인기가 있다는 것도 알았어. 그러니 백우에게도 그게 통할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던 것. 다만 그가 먼저 유혹을 할 거란 것과 자신이 남자에게도 동할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한 거지. 자신만만하게 허리춤에 손가락을 넣은 주제에 사시나무 떨듯 떠는 손끝이라던가 말은 대범하게 이 안에 든 게 궁금하다고 하는 주제에 맞추지 못하는 시선과 흥미 있냐는 말끝에 묻어나는 초조함 등등 주일룡은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어. 남자도 이렇게 귀여울 수 있구나 싶었지. 그렇게 모르는 척 넘어가 준 주일룡은 사실 침대까지 가서 물건이 서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했지만 그건 정말 쓰잘대기 없는 우려였지. 혹시나 씻고 있는 동안 백우가 도망갈까 정신없이 씻는 동안에도 자꾸만 아랫배가 묵직해져 곤란했어. 그러고 나와서 침대 위에 다소곳이 앉아 뭔가 골몰해있는 초조한 얼굴에 완전히 제 것이 섰을 때 주일룡은 깨달았지. 저 사람이 신경 쓰이고 그 미소가 탐이 났던 이유를. 그리고 이제 전부 얌전히 제 손에 들어왔다는 것도.

그렇게 다음날 주일룡은 비어있는 옆자리에 완전히 손아귀에 넣었다고 여겼던 게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생전 처음으로 배우게 됨. 한 번도 제 것이라 확신했던 것을 잃어본 적 없는 주일룡으로선 눈이 돌아갈 만큼 큰 충격이었던 거지.



룡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