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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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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략 성공한 뒤에 황제 자리에 눌러앉았으면 란각은 살려뒀을 것 같지 않냐

코앞에서 자기 죽이려 하는데도 일단 곱게 붙잡아만 놓는거 보면 ㅋㅋㅋㅋ 얘 태후한테 하는거 보면 배신감+집착 때문에 란각도 본인 죽기 전까진 절대로 안죽이고 곁에 묶어둘 것 같음
원래 계획은 드라마대로 양위할 생각이었지만 란각이 그것만은 안 된다고, 무고한 백성들은 무슨 죄냐고 소임 붙잡고 빌어서 어영부영 황제노릇 하게 될거임

살아난 장병 도망친 것도 알면서 일부러 안 잡고, 장병 목숨 이용해서 란각 자진도 못하게 할 것 같다
지금은 놓아줘도 언제든 장병을 처리할 수 있다고 위협할거고 란각도 소임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맘대로 죽지도 못하겠지

소임 복수에 성공하고 황제가 되어서도 여전히 허탈감과 무료함 속에 지옥같은 삶을 이어가는데 란각을 마주할때만 숨통이 트일듯
한때 란각이 그랬듯 소임도 란각과 동거했던 그 나날만이 생에 유일하게 편안한 순간이었다는 걸 깨달을것임

나날이 미쳐가던 소임은 란각에게 함께 살던 그 때처럼 다정하게 대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란각 성격에 당장 혀 안 깨문 것만도 많이 버틴거겠지
란각이 숨쉬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칼에 찔린 채 겨우 경성 밖으로 도망쳐나간 장병과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은 묵문 때문임

곁에 살아는 있지만 눈 한번 맞춰주지 않는 란각때문에 소임은 점점 더 애가 닳음
그 고생을 하고 용상을 손에 넣었는데 정작 가장 갖고 싶던 건 영영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걸 뒤늦게 알아버렸으니까
게다가 란각은 고질병인 위병때문에 먹는 족족 다 토해내서 자진하지 않아도 곧 죽을 것 같은 몰골이 됨

란각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멀건 위액까지 뱉어낸 날, 소임은 처음으로 란각의 가느다란 발목을 잡아당겨 그대로 범했음
침상에서 신음 한번 제대로 못 내고 헐떡거리는 란각의 귀에, 자네의 유일한 벗을 이 구렁텅이에 버려두고 떠날 생각 말라고, 또 토해내면 그때마다 궁인의 손목을 자르고 또 한번 이렇게 겁간할 거라고 속삭임

처음에는 그냥 란각을 벌주려는 속셈이었지만 아래에서 충격에 고분고분해진 란각을 보니 처음 느끼는 고양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을거임
자신도 이게 욕정인지, 옛 벗에 대한 집착인지,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에 대한 소유욕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날 이후로 소임은 란각이 죽을 잘 삼켜도 갖가지 트집을 잡아 침상으로 잡아들였음

그렇게 두세 해 가량이 지나고 모든것이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을 즈음, 어마어마한 수의 병사들이 경성을 포위할거임
국경을 지키는 변경후들의 깃발과 변경 군사들, 그 선두에 선 사람은 전쟁터에 출정했던 젊은 황제와 묵문 그리고 3년 전 사라졌던 장병이겠지
소임은 성루에서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고 의붓동생을 내려다보며 생각함
그사이 눈빛이 닮아진 것을 보니 우리가 형제가 맞긴 한 것 같다고
변경에서 구르며 어리숙한 티를 벗어던진 장병의 눈은 깊게 가라앉은 채 한 곳만을 뚫어지게 응시함
그 시선의 끝에는 두 손과 발목이 쇠갑으로 묶인 채 소임의 곁에 조용히 앉아있는 선비가 있겠지
경성을 떠나던 순간부터 꿈에도 잊어본 적 없던 란각이..



소임란각
약 장병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