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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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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설정과 다름주의 캐붕ㅈㅇ
강징텀 온녕강징 희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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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신은 영민한 사람이었고 작은 단서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음. 이것은 믿었던 광요의 배신 이후에 조금 더 심해짐. 원래도 좋은 머리가 다른 쪽으로 뻗친거라
남희신의 어떤 부분은 정말 강징이 떠나고자 했고 이미 없어진 그들과의 관례를 정리하고자 했다면 남희신이 잡을 권리는 전혀 없었음. 거기에 강징은 칼로 자른 듯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그가 끝냈다면 그의 무엇도 아닌 남희신이 그 결정을 돌릴 방법이라고는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강징의 자취를 찾았고 그를 따르는 고소의 수사들은 사냥하듯 점점 그물을 좁혀가고 있었겠지. 
강징의 용모가 비범하였으니 사실 그렇게 어려운일만은 아니었음. 추적하기에 충분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강징의 용모 파기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어서. 원한다면 세상의 정 반대편으로 가버릴 수도 있었던 강징이 생각보다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건, 어쩌면 언젠가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여겼지. 

제게 돌아와주지 않을까. 
희신의 간절함이기도 함. 그간 지친 마음을 어디서건 달래고 돌아오지 않을까. 
금릉은 장성하여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었고, 위무선은 대사형으로 돌아와 운몽을 맡아주었으니 연화오의 주인은 그간 숨쉴틈 없었던 삶을 단지 갈무리하고 있을지도 몰랐지. 

이기적이었지만 남희신은 강징이 과거의 모든 고통을 그리 쉽게 놓진 않길 바람. 그래야 제가 곁에 머물러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을테니까. 어떤 쓸모가 있다면 그를 끊어낼 수 없을거였음. 


꿈은 종종 찾아왔고 그가 조금이라도 아성과 강징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다면 손대려고 해서도 안됐으며 가까이 가려고 해서도 안됐음. 이를 깨닫고 난 후 남희신은 꿈에서도 뒷짐을 지며 응당 제것이어야 했던 자신의 부인과 아들을 바라만 봤음. 강징은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고, 너그러운 모친이었음. 아성은 착한 아들이었지만 고집이 세서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좋고 싫음이 분명했겠지. 야채와 고기를 잘게 썰어넣은 죽을 먹다가도 인상을 찌푸리고 손톱만한 당근을 골라내는 못된 버릇이 있었음. 
그것에 대해 희신이 나직하게 야단치자, 강징은 부드러운 얼굴로 벌써 아이를 그리 대할 필요는 없다 했겠지. 삼독성수, 연화오의 강징이. 여전히 보라색으로 온몸을 꾸민 저의 아름다운 부인이 다정하게 아이를 어르며 모친이 너를 위해 새벽부터 준비했는데 우리 아성은 이게 싫으냐? 하며 아이의 부드럽고 따듯한 볼을 가만히 쓰다듬었음. 그러니 아성은 조금 뾰로통 하게 웃으며 더이상 음식을 가리지 않았던거지. 강징은 그런 아이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나머지 결국 무릎에 앉혀 식사를 하게 했고 둘은 계속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었음. 

강징의 눈은 길고 컸는데 이 눈이 웃었던 기억이 아득했으니 이처럼 웃는 걸 보니 새삼 고운 사람이라고 느낌. 아이는 강징을 무척 닮아 웃을 때마다 작은 강징이 되는 듯했겠지. 이제 염려할 것도 마음에 맺힌 것도 없다고, 저 작은 아이를 하나 얻었을 뿐인데 세상이 뒤집힌 강징은 그렇게나 부드러운 사람이었음

꿈이 지속되며 남희신은 더더욱 강징에게 집착하기 시작함 
가질 수 있었던 것 제것이었던 것들, 손에서 놓치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감정은 남희신이 그대로 꺼내 버릴 수도 없었던 거였음. 세상 끝에 홀로 남으니 제가 가장 원했던 것이 그제야 뚜렷하게 초점위에 놓였음 
꿈속의 저를 보고 부군 하고 불러주는 나직한 목소리에 남희신은 그 자신에게도 질투할 정도였겠지 강징이 원하는 걸 주고 싶어짐. 꼭 그 하나에게만 향하는 맹목적적인 사랑과 신뢰, 세상에서 그를 가장 귀히 여겨줄 수 있는 사람. 제 아비의 사랑에 굶주려 평생을 허기지게 살았던 강징이 그를 사랑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쉬웠을텐데 놓쳤다는 걸 점점 부정하고 싶어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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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은 고요하고 좋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한 것이 많았지. 물건이 없는 것이 첫번째였음. 온녕은 어느 정도 음식을 저축해두고 겨울을 날 준비를 끝낸 상태였으니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지만, 아성은 태어난지 두달이 되었으나 옷 한벌 없이 터무니 없이 큰 강징의 속의에 감겨 있을 뿐이었음. 정말이지 너무나 착한 아이라 울지도 않았고 투정하지도 않았으나 아이에게 세상 좋은 것 다 주고 싶었던 강징은 조금 우울했음. 

아이를 낳고 상황이 어려워 되는대로 살고는 있으나 때때로 우울해지는 건 아마 습관인듯 했지. 
아성에게 젖을 먹이다 넋이 빠진 강징이 온공자 어릴적엔 좋은 물건 많았냐고 뜬금없이 물었음. 부친의 총애를 그다지 받지 못하였으나 연화오의 소종주였으니 그 자신도 금의옥식한 건 맞았음. 때문에 아성에게 그리 해주지 못하는 것이 더 미안했던거. 

화로에 숯을 더하던 온녕이 가만히 빨간 불씨를 보다 누이가 쓰던 걸 썼다고는 들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함.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까 어릴 때 그다지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서 부모님이 뭘 해줄 생각을 잘 안했다고 함. 다만 아이 크기의 관을 미리 준비해뒀다고는 하던데.. 기산 온씨의 두꺼운 재력을 생각하면 아마 제법 값이 나가는 관이었겠지요 하고 화로 뚜껑을 덮었음. 
온녕의 큰 눈은 예나 지금이나 유순했음. 그래서 아무리 덩치가 커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했고. 따듯하게 데운 작은 담요를 강징 쪽으로 내밀며 온녕은 여전히 눈을 다른 곳에 두고 있어서, 그제서야 제 가슴이 드러난 걸 마주하지 않으려고 난데 없는 곳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걸 알았겠지. 사실 강징은 그리 신경쓰이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잘 자랐으니 이후엔 괜찮지 않았냐고 변명처럼 물어보니 크고나니 모자란 자식이라 아예 없는 자식 취급했다고 함. 온정이 뛰어나니 누이만 중시하여 온녕은 생일 상도 한번 받아본 적 없다고. 근데 그게 괴롭거나 슬픈 기억이라고 느끼질 않는건지 심드렁한 태도였음. 피식 웃더니 아무래도 저희 누이는 제가 여전히 그때 그 작디 작은 동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임. 그래서 수학 시절에 본 제 옷이 다 그렇게 작았던거라고 
조만간 어깨건 가슴이건 터질 것 같았던 모양새가 기억이 나서 이 상황에서도 강징이 풋 웃었음 본디 누이들이 다 그렇긴 합니다 하면서 염리를 생각했고, 온녕도 먼저간 온정을 떠올리고 있었음 

새근새근 깊게 자는 아이의 숨소리와 탁, 탁 하고 한번씩 숯이 타오르는 소리만 남았음 
방 밖의 바람 소리가 거세어지니 온녕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문을 등지고 앉음. 제 몸으로 찬 바람을 막는 것처럼. 화로 곁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려 하니 온녕이 내일은 뭘 드시고 싶냐며 말을 막았겠지 
선택지는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설산에서 잡은 늑대고기가 좀 남았고 얼마 전 사냥한 새고기도 먹기 좋게 건조 되었다면서 
운몽 사람이라 물고기엔 전통하나 산고기는 아는 바가 없으니 온공자 알아서 하시라고 하며 또 웃어버림 온녕과 있으면 실없이 자꾸 웃음이 터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