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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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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설정과 다름주의 캐붕ㅈㅇ
강징텀 온녕강징 희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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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낳은 아이였으니 몸이 그리 좋진 않았을거임. 강징은 원래 넓은 객잔을 장기간 밀려 산파를 부르고 푹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음. 출산일을 명확히 하는 건 아니었지만 대강은 알았다는 말임. 그러나 아성은 마음이 급한 아이라 그가 마지막 진맥에서 들은 것보다 거의 달포를 일찍 나왔던게 문제였지. 거기다 고소의 수사들은 계속해서 그를 찾고 있었음. 강징은 남희신에게 수완이 전혀 없으리라 생각한 본인이 틀렸다고 여김. 아니, 머리 회전이 빠르고 영리한 금광요와 그리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그도 어느새 조금 변했을지도 몰랐음.

아성은 젖먹다 잠이 들었고, 온녕은 날씨가 춥다며 화로를 덥히고 있었음. 숯의 매운 연기를 날리느라 기침하는 소리가 몇번 들림. 

십몇세 먹었던 강징이 남희신에게 마음을 준건 그의 다정하고 무심한 태도 였을거임. 모두가 남희신을 흠모했지만 실상 그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는 건 강징이 먼저 알았음. 남망기는 모두에게 공평히 냉정했고 택무군은 모두에게 다정했지만 원론적으로 둘은 세상 대하는 태도가 비슷했음. 그런탓에 남망기 역시 그다지 좋게 보진 않았음. 남망기가 위무선에게 제 목숨을 꺼내줄 정도로 정을 주지 않았다면 강징은 끝까지 그를 반대하려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의 의견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그런 천성적인 무심함은 강징으로 하여금 강풍면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였고 당연히 그의 아비보다 다정했던 택무군은 늦은밤 검술을 연습하던 그를 몇번 도와주고 손목을 잡고 허리를 받쳐 자세를 고쳐주었음.

아직 홍안의 소종주께서 벌써 뜻이 있어 불철주야로 매진하시니 운몽에서는 그대가 얼마나 자랑스럽겠습니까. 
강징의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었던지. 이미 붉어진 얼굴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그가 그리 갈구해도 들어본 적 없던 다정한 격려였으나 결국 말 한마디였음. 강징은 자신에 얼마나 마음을 쉽게 내어주는 사람인지 그때 이미 알아버림. 끝이 좋지 않았으나 강징은 그래도 그가 첫정을 준 상대가 택무군인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세상에 강징이 가장 소중한 사람같은 건 없는데. 아성은, 어쩌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겨우 품에 안은 이 아이는 얼마간 그를 세상의 전부처럼 대해줄지도 몰랐음. 보통 가족에게 등한시 되는 좋지 못한 운명이 있는 강징인 듯 하였으나 제 속으로 낳은 아이는 다를지도. 

너를 낳다 죽을 뻔 했다고 협박처럼 애정을 강요할 어미라니. 강징은 스스로가 한심했음. 
그러나 제가 받아본 적 없는 애정을 줄거라고, 누구도 앞세우지 않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오롯이 아이 하나를 사랑해주겠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었음. 이런 속을 알았는지 아성은 무섭도록 강징을 빼닮은 아이였겠지. 



온녕은 화로를 데워다 들여다 두었고, 그다지 크지 않은 방안에 젖은 수건까지 걸어두었음. 사실 서로 모르는 사이와 다르지 않아 할말은 거의 없었겠지. 수학시절에도 그나마 인사나 했던 건 온정 쪽이었으니까. 
잘 잠든 아이를 보며 온녕이 다시 조용히 웃었음. 

참 착한 아이입니다. 
..온공자 꼭.. 손주 본 할아버지처럼 말씀하십니다. 

온녕이 그렇게 말하는 게 의외였던 것처럼 그렇게 응수하는 강징도 온녕에겐 의외였음. 이제 모친이 되셨으니 아무래도 성품이 변한건가. 그가 알던 강징의 성격이 아니었으니 놀라운게 당연했음. 고소 수학에서도 온녕은 종종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대부분은 분노에 차서 위무선을 부르는 순간이 많았음. 아니, 이 사람에게는 두개의 반응만 존재한다고 여기기도 했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거. 

누이께서 그리 가시기 전에 적잖이 따라다니고 아이들을 보았는데, 이렇게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 아이는 처음입니다. 
..산세가 험하여 아이와 제가 고생을 하느라.. 

조용히 아이를 내려놓던 강징의 머리칼이 흘러내렸음. 
되는대로 나무를 깎아 만든 것 같은 비녀가 꽂혀있는 것을 그때 봤겠지. 과거에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고 운몽의 위세를 세우던 소종주는 정말이지 사라진 듯 했음. 산 중 작은 집에 기거하며 삶을 사는 초야의 누군가 같아서. 

오던 길에 저도 아이도 지랄맞은 성미를 잃어버렸나봅니다. 

온녕은 피식 웃었음. 알고는 있었군. 강징과 가까이 하면 조상이 시끄러워진다며 온조까지 고개를 내젓게 할 위인이었으니 오죽했으랴. 당시 온정은 저렇게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것도 복이라고 했음. 

강공자께는 아쉬운 일입니다. 누이가 계셨던들 이렇게 고생을 하셨을지. 

아이를 받아주긴 했으나 온녕은 출산은 물론이요 의술에 대한 지식도 깊지 않았음. 그러니 지금 이렇게 회복한건 온전히 강징의 체력과 의지였음. 아이를 두고 떠날 수 없다는 분명한 뜻이 있었으니 강징은 그리 오래 앓지 않았고 온녕이 가져다주는 약재들에 감초 한잎 넣지 못했으나 인상도 조금 찌푸리지 않았겠지. 운신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상했으나 아이를 안고서는 인상도 한번 찌푸리지 않았음. 

온공자께서 여기 두 사람을 살려주신 은인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 강모는 뭐라 해야할지.. 

온녕이 생각하기에,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게 맞았음. 조금 다듬어지긴 할 수 있으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거. 그러나 그 선을 넘을 정도로 변하는 것은 삶이 뒤집힐 정도의 일 이후였음. 온녕 그 자신도 그를 겪었으니 아득하게 강징의 삶도 참 쉽지 않구나 생각함. 어려서 부모를 잃은 것도, 목숨처럼 의지하던 누이를 잃은 것도. 

이런 산중에 홀로 사는건 아주 심심한 일입니다. 
..?
그러니 강공자 제가 고마우시면 이렇게 말동무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 급하게 가실 곳도 없으실텐데. 

이때 강징도 비슷한 생각함. 자기가 기억하는 온녕은 절대 이런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고마움과 함께드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에, 바닥에 붙은 찰떡처럼 잠든 아성의 등을 조용히 쓸어내리기만 함. 

..온공자 산중에 기거하시며 벼락이라도 맞으셨습니까?

온녕은 그게 니가 하실 말씀인지 하는 눈으로 봄. 고되게 살다보니 어느새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뀌어버린 두 사람이어서. 애초에 잘 모르는 사이였으니 오히려 여러말 할 것도 없었음. 




딱 이십일일, 온녕은 강징이 바깥으로 걸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음. 간신히 문에 들어가는 목간통을 방안에 밀어넣고 더운 물을 채워주면서도 해산 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첫번째도 찬바람 맞는 것이고 두번째도 찬바람 맞는겁니다. 하며 그를 막아섰음. 강징이 그와 싸우고자 한다면 바깥 구경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기력도 없었음
온녕의 말이 맞음. 어디 급하게 갈 곳이 없는 삶임. 위무선이 철이야 좀 없지만 그래도 천재에 뛰어난 사람이니 운몽을 잘 보살피고 있으려니함. 과거 부모님의 부탁이 있기도 했고 사저의 고향이니.. 그리고 조금쯤은 동생인 그 자신을 위해서 애써줄거라고 믿었음. 한때는 위무선이 자길 버렸다고 원망한적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리니 믿고 싶었고 믿을 수 밖에 없으니까. 
어린아이들과 잘 지내는 성격이니까 아성이 자라면서도 좋은 숙부가 되어주겠지 싶어 가끔 웃음이 나왔음 

강징이 씻고 나서 물을 퍼다 버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나를 수 있는 크기의 아닌 목간통을 다시 밀어내는 거 물끄러미 보고 있었음. 온공자 원래도 용력이 그리 뛰어나셨습니까? 하니 온녕이 뒤통수를 긁음 뭐 그랬던 거 같기도 합니다... 하면서. 
하긴 병약한 사람치고 고소수학시절에도 몸이 옷을 뚫고 나올 기세였긴 했습니다 하고 중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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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했음



오래 전의 강징이나 온녕이었다면 모르지만 모두 잃고 모든 것이 달라진 후에 뭐든 다 무의미해졌음. 그 점을 서로 이해하고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