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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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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수련이 끝나고 1년 남희신은 안정을 되찾았음. 예전과 똑같아 보였지. 야렵도 다시 나가게 됐고 위무선과 남망기와 함께 야렵 겸 기분전환을 하러 나왔을 때 위무선과 남망기 마저 믿기 힘든 광경을 보게 됐음.

남희신은 줄에 매달려 끌려가는 금광요를 발견한 순간 힘겹게 다시 쌓아 올린 탑들이 그리고 모든 것이 바닥으로 한 순간에 푹 꺼져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음.

모른 척 해야했음. 모른 척 하는 게 맞았음.

형님!
남잠.

남망기가 남희신을 붙잡으려 하자 위무선이 남망기의 옷깃을 살짝 붙잡았음. 줄에 묶여 끌려가는 것이 위무선 이었다면 남망기는 이미 피진을 뽑아 그 줄을 잘라내고 위무선을 구했을 것임.

누구십니까.

남희신이 금광요의 앞을 막아서자 마차에서 누군가 내렸음. 알 수 없는 음침한 미소를 짓는 자였음.

남희신은 자신이 금광요의 앞을 막아섰다는 사실을 깨달음. 몸이 멋대로 움직인 것이었음.

고소 남씨, 남희신이라고 합니다. 실례이나 사람을 어찌 이리 끌고 가시는 겁니까?

이런 택무군이셨군요. 이리 척박한 시골까지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그 아이는 얼굴이 반반하니 이참에 팔아 먹으려 합니다.

남자는 무슨 문제 있냐는 듯 답했음.

상관하지 마시고 가십시오.

금광요가 뒤에서 작게 속삭였음.

그 애가 마음에 드시나 본데 그 애는 비쌉니다.

남자의 웃음에 남희신은 결국, 얼굴을 찡그렸음.

이런 이런. 사실 거 아니면 가야할 길이 멀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아이 성질이 대단하여 시간이 많이 지체됐습니다.

가세요.

금광요가 다시 한 번 남희신에게 속삭였음.

아요, 왜? 이참에 빌어 보지 그러니? 택무군이 널 사실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 뭐, 내가 보내는 곳에 가서 살다가 다시 내게 되팔려 오는 삶도 좋지.

남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금광요를 조롱했음.

남희신이 삭월을 꽉 잡았음.

택무군. 제 물건은 사셔야지 훔쳐가시는 건 안 됩니다.

가세요! 저러면 더 흉악해집니다. 틈이 생기면 도망칠 터니...

금광요는 남희신에게 애타게 말했음. 하지만 금광요는 무서운 얼굴로 저를 돌아보는 남희신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음.

아요, 슬슬 지겹구나. 택무군이 널 사시지 않을 모양이니 이제 가자꾸나.

남자가 손짓을 하자 줄에 장치가 되어 있는지 묶여 있던 금광요가 바닥으로 꼬꾸라졌음.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남희신은 삭월로 줄을 끊어내며 남자에게 말했음.

사지 마십시오.

금광요는 일어나 큰 목소리로 남희신에게 외쳤음.

움. 운심부지처 3분의 1정도를 살 수 있는 가격?

남자는 검지로 엄지 손톱을 튕기며 웃었음.

아이, 농담입니다. 설마 저 천한 게 그렇게까지 비싸겠습니까? 여기서 가장 비싼 객잔 정도 값이면 될 듯 합니다.

좋습니다.

남희신은 값을 치루기로 하고 금광요를 바라봤음.

아 그 아이 이름은 아요입니다. 제가 특별히 지은 이름입니다.

상인은 남희신의 살기에 입을 삐죽거리다 말을 이었음.

그래 보여도 상등급 아니 특등급입니다. 씻기고 옷을 입히면 볼만 할겁니다.
이제 당신 것이 아니니 함부로 입을 놀리면 참지 않겠습니다.

삭월이 남자의 옆을 스치고 돌아왔음. 남자의 눈이 살짝 놀란듯 커졌다가 이내 작게 반달을 그렸음. 그 택무군이 삭월을 쓰다니.

아요.

남희신은 매를 맞은 것인지 피로 물든 금광요의 옷을 보며 애달프게 불렀음.

저를 사신 이유가 뭡니까?

하지만 이 일에 엮이지 말고 가라고 애타게 말했던 것과 달리 금광요의 얼굴은 차가웠음.

아요.

남희신은 금광요에 대한 그리움,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 살아있는 금광요를 보는 기쁨, 그와는 반대로 짊어졌던 마음의 무게 때문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음.

사셨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물건이 아니고 공자께서 하라는 대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요.
저는 아요가 아닙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나 노비가 되었으나 아무한테나 다리 벌리지 않을 겁니다.

남희신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음.

저거 또 시작이네. 택무군 그럼 다음 번에도 저희 상단을 이용해 주십시오. 그 애물단지가 별로면 다시 되 파시면 됩니다. 단 값은 제가 판 것에 반만 받으실 수 있으십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십시오.

남자는 진짜 이러다 그 대단한 택무군 손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냉큼 도망쳤음.

아요! 이번에 또 다시 오면 이젠 진짜 진짜 진짜 늙은 영감탱이 밖에 없다!

남희신은 처음으로 사람을 흔적도 없이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음.

...야. 마차 빨리 몰아. 돈을 더 받을 걸 그랬어. 진짜 마주치면 아요가 아니어도 죽겠다.

남자가 바람처럼 사라지자 금광요는 자신을 산 신수가 훤한 공자를 바라봤음. 겉모습과 달리 어디가 어떻게 미쳐있으면 이렇게 대놓고 길가에서 노비를 사드리는 걸까 금광요는 소름이 돋았음.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다시 되파는 게...

금광요는 자신을 꽉 껴안은 남희신 때문에 얼이 빠졌음. 자신의 옷은 피와 먼지로 더러웠음. 깨끗하고 좋은 비단옷을 껴입은 돈 많은 공자가 자신을 껴안은 게 너무 이상했지. 취향이 말 못할 정도로 이상한 작자일까 했는데 그게 아니라 뭔가 더 무서운 구석이 있을까봐 덜컥 무섭고 겁이났음.

금광요는 순간적으로 저를 노려보는 남망기를 봄. 그리고 그 옆에서 살짝 눈썹을 아래로 내린 채 바라보는 위무선도.

금광요는 생각했음. 아마 남희신의 남자 정실 부인은 무섭게 째려보며 이마에 남희신과 같은 끈을 두르고 비슷하게 푸른 옷을 입은 남망기고 그 옆에 온통 검은 옷으로 치장한 위무선이 측실 같은 것인가 하고. 이 동네에서는 남자 부인을 얻는 건 일종에 있는 놈들에 유행 같은 같은 것이었음. 그러니 저 같이 출신도 신분도 이름도 모르는 놈들이 잘 팔리고 있었음.

금광요는 눈알을 굴렸음. 이번에는 어떻게 도망쳐야 할까. 또 죽을 때까지 맞아서 되팔리는 방법 밖에는 없나 싶었음. 체면을 중시하는 인간들이니 억지로 범하면 온갖 소문을 낸다고 도리어 겁박하거나 천한 노비 앞이라 편하게 떠들어댄 덕에 알게된 집안에 비밀을 발설한다고 난리를 쳐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멀쩡한 사내가 셋이나 있으니 좀 무섭기는 했음.

아요.

남희신은 금광요를 놓고 바라봤음.

제 이름이 아닙니다.

금광요는 옴팡 얼굴을 구겼음. 지금까지 자신을 산 사람들 중에 가장 젊고 잘생기고 돈도 많아 보였지만 그냥 남희신이 싫었음. 심장이 불안하게 뛰고 도망치고 싶었지.

아요.

남희신은 고민했음.

아요 라고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다른 이름으로 부르십시오.

금광요는 아직도 자신을 노려보는 남망기를 보며 기분 나쁘다는 듯이 그리고 살짝 어리둥절하다는 얼굴로 눈알을 굴려 남희신과 남망기 그리고 위무선을 번갈아 보더니 조금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음. 남자 부인이 둘인 놈은 이 시골에서도 본적이 없었음. 문득 이 외관만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어디까지 얼마나 어디로 미쳐있는지 조금 궁금해졌음.

그러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음. 이런 놈을 알아서 좋을 리 없지 하며.

아요. 집으로 가자.

금광요는 남희신이 자꾸 자신을 애달프게 보니 인상을 썼음.

다리를 벌리라고 하면...

남희신은 금광요의 입에서 또 다시 경악스러운 말이 나오자 고개를 떨구었음.

금광요는 옥을 갈아 빚은 듯한 남자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놀라 말을 멈췄음. 솔직히 자기가 그렇게 미인은 아니니 품지 못하게 한다고 눈물까지 보일 필요가 없었지.

다시는 그 말을 입에 올리지 말 거라.
물건은 아니지만 노비일 뿐입니다.

남희신은 금광요의 말에 말문이 막혔음.

천한 노비일 뿐입니다. 천한디 천한 것이니 저와 비슷한 노비를 찾기 쉬울 것입니다.

금광요는 어쨌든 잠시라도 그 지독한 상인 놈한테서 벗어나 숨을 쉬게 해주었으니 남희신에게 보답을 하려했음. 이정도 정보는 알려 줄 수 있었지.

아요, 다시는 너에 대해 그리 말하지 말거라.

금광요는 자기 어깨를 아프게 잡아오는 남희신을 빤히 바라봤음.

하고 싶은 말도 못할 바에야 뭐하러 살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저를 뭐라고 지칭하던 공자가 무슨 상관입니까?
스스로를 낮게 말하는 너를 이제는 정말 두고 볼 수 없다.

금광요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했음. 아무래도 멀끔한 공자가 정말 정신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았지.

그럼, 다리.. 아니 원치 않은 일은 안 해도 되고 제가 싫다고 말해도 괜찮은 겁니까?

금광요는 살짝 떠보듯 남희신에게 물었음.

더는 네가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해도 된다. 자유롭게 살 거라.

다리 벌리는 거만 빼면 다 좋습니다. 아 다시는 이 말 안 하겠습니다. 잡일이라도 좋으니 그일만 아니면 다 하겠습니다.

금광요는 고민하다 남희신을 만나고 처음으로 살짝 웃었음. 금광요는 적당히 남희신에게 장단을 맞추고 틈이 보이면 도망치기로 했음. 그리고 정말 시침 들지 않아도 되고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열심히 일해서 도움이 되어 면천 시켜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좀 불안정해 보여도 남희신은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자비를 베풀 것 같았음.

남희신은 아랫 입술을 깨물고 그대로 다시 품속에 금광요를 가두었음.

저기, 저를 째려 보시는 분 무서운데 어떻게 합니까?

금광요는 남망기가 무서워 부인이라는 말은 꿀꺽 삼켰음. 질투가 굉장히 많은 부인인가 보다 하고. 그보다 눈앞에 남자가 좀 어딘가 어긋난 거 같아 보여도 능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음. 부인들의 외모가 출중했음. 아마 그 상인이 팔면 정말 특특특등급으로 팔 것 같았음. 몇 년치 수입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금광요는 먼지와 검게 얼룩진 자기 얼굴을 떠올림. 상인이 제 얼굴은 평범한 미인 축이라 했으니 값도 별로 안 쳐준다고 했었지. 상등급을 특등급이라고 사기를 치다니. 금광요는 아직도 자신을 품에 안은 남희신 때문에 눈알을 한 번 더 굴렸음. 생각보다 더 쉽게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았음.

이거는.

금광요는 얌전히 안겨 있다가 하늘 색 긴 끈을 잡았음. 남망기가 피진을 꽉 잡았음. 위무선도 눈을 깜빡임.

아요...

마음이 복잡했던 남희신도 살짝 얼어 금광요를 부름. 금광요는 아랑곳하지 않고 끈에 끝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라봤음.

이거 예쁜 것 같습니다. 하나 갖고...

금광요는 피진을 거의 뽑은 남망기를 보며 빠르게 끈을 놓음. 본부인만 만질 수 있는 건데 자기도 모르게 노비 주제에 손을 대었나 봄. 도망치려면 눈치껏 얌전히 있는 게 맞았음.

아요. 이건 알다시피 말액이다. 그러니...

남희신은 처나 자식이 아니면 만지면 안 된다고 하려다가 말을 끊었음.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음.

알겠습니다.

광요는 다시 한 번 세 사람을 쓱 빠르게 훑었음. 택무군, 운심부지처, 말액. 금광요는 소문과 풍문에는 관심이 없었음. 그저 노비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 싶었음. 들은 얘기는 금방 잊어버렸고 또 워낙 맞는 날이 많아 그런 걸 다 주워담지도 못했음.

아요, 우선 상처부터 치료해야겠다.
돈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건 별로 아픈 것도 아니니...

금광요는 조금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다 아까와 달리 조심스레 자신의 어깨를 잡는 남희신에게 담담히 얘기함. 근데 남희신의 표정이 슬퍼져서 그냥 입을 닫음. 자기를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자신을 볼 때마다 슬퍼하고 있었음.








희신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