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괜찮은 척 해봐라. 내가 그냥 두고보겠냐? 그러니까 나한테는 좀 기대도 된다고 송태섭.

내가 계속 네 옆에 있을 거니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음 좋겠다. 주장이면서 혼자 다 끌어안으려는 태섭이더러 나한테 기대도 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었지만 태섭이는 괜찮다고 했음. 사실 괜찮은 척이었고 결국 혼자 다 끌어안은 것들이 곪아터졌을 때, 가장 먼저 대만이가 알아차렸겠지. 물론 이 때도 괜찮은 척 했었지만 대만인 그것도 알아차리고 저렇게 말한 거였음. 태섭이 대답은 노력해볼게요. 해도 처음엔 저 말 안 믿었겠지. 특히 계속 제 곁이 있겠다는 말을. 여태 2번이나 저를 떠났고 이제 졸업하고 대학 가면 저 같은 건 또 그냥 잊어버릴 테니까.

그러나 졸업 후에도 계속 돌아오는 대만이 보고 자꾸 당황하는 태섭이.... 왜 자꾸 와요? 물으면 내가 여기 제일 좋아하는 걸 숨겨뒀거든. 하더니 씨익 웃어. 그럼 태섭이 바로 알아듣고 귀 뻘개져선 대학은 뭐... 시간이 남아도나... 하고 괜히 툴툴대는데 그 때 대만이가 했던 말 조금 믿었을 것 같음. 아 어쩌면 선배는 정말로 내 곁에.... 그러다 본인이 떠나는 입장이 되자 기껏 자라난 기대하는 마음을 짓밟아버렸음.


저 미국으로 유학 가요. 그러니까 헤어져요.


태섭이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잖아. 미국이 무슨 동네 이름도 아니고 지금처럼 서로 왔다갔다 할 수도 없고 유학한답시고 내가 선배 붙잡는 것도 솔직히 욕심이야. 여태 과분할 만큼 좋았잖아. 그러니 이쯤에서 끝내는 게 맞아. 이 사람을 놔주는 게 맞아. 그런데 왜 이렇게 서러운 지 모르겠어서 있는 힘껏 괜찮은 척 하는데


태섭아 내가 저번에 뭐라고 그랬냐.

난 계속 네 옆에 있겠다고 했지.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해.


그럼 태섭이 얼굴 찡그리더니 고개를 푹 숙여. 너무 듣고싶었고 너무 고마운 말인데 송태섭은 욕심을 덜어낼 줄이나 알았지 욕심 부리는 건 그나마 농구말고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지금 자기가 대만이 붙잡아도 되는 게 맞는건지 계속 생각하는 거야. 근데 안 될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뒤로 물러나버려.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요. 어쩌면 오래 못 볼 거에요.
내가 미국으로 가지 뭐.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전화할게.
시차도 안 맞아요.
편지 쓸게.
....왜 날 기다려요? 선배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네가 그 좋은 사람이라서 기다리는 거야. 그리고 내가 어떻게 널 차지했는데 너를 놔? 미쳤냐? 불안해서 못 놔줘. 너 내꺼여야 유학 갈 수 있을 줄 알아.


그런데 정대만이 이렇게 나오는데 어떡해. 바로 다가와선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안아버리는데. 송태섭도 정대만 놓기 싫은데 어떡해.


난 네가 돌아올 곳도 되주고싶다 태섭아.

그러니까 하고싶은 거 전부 다 하고 건강하게 돌아오기만 해. 난 누구 덕에 기다리는 것도 잘하게 됐거든.


결국 태섭이는 백기를 들었지.


.........나 선배 못 놔줄지도 모르겠어요.


욕심내기로 한 거야.


어 제발 그래라. 제발 네가 나 좀 꽉 붙잡고 있어. 그럼 난 어디 안 갈 거니까.


저를 전부 쥐어주려하는 정대만을 송태섭이 어떻게 이기겠어.





슬램덩크
[Code: c7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