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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22:54
그리고 그 안에서 비틀린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도






- 명헌아, 아직도 농구가 재미있어?

흐릿한 기억 속에 그렇게 묻는 준호가 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배경은 잊어버린 탓에 그 질문을 하던 권준호만이 형태가 선명하다. 명헌은 뭐라고 답했더라, 매번 달랐지만 같았다. 뿅, 좋아용, 재밌어용.

그러나 그 날 이후, 준호가 같은 질문을 하는 일은 없었다.





물리치료실 구석 자리에 엎드려서 준호의 손길을 받는 명헌이 있다. 이 짓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명헌은 생각했다. 내 재활? 절대 아니다. 이건 권준호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한 일이다. 그러니 명헌의 다리 곳곳을 누르고 주무르는 준호보다 그 자리에 이를 악 물고 가만히 누워 견디는 명헌의 노력이 훨씬 가상하다. 그걸 권준호도 안다. 그래서 첫 치료 때 그렇게 울었겠지. 자기가 날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니면서.

인간의 연에 운명이란게 있는 것인지, 둘은 고교 이후로 팀닥터와 선수로 다시 만났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준호의 고백을 받았고 명헌이 먼저 키스했다. 둘은 행복했다. 이명헌이 스토커로부터 습격을 당하기 전까지는.

그 왜, 종종 있지 않은가. 만인의 스타를 자신과 동일선상으로 보고 집착하는 팬들. 그 중 특히 유별난 사람. 말하길 이명헌이 연애를 해서 팀 성적에 피해를 주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으나, 그것은 대외적인 핑계였고 실상은 준호와 명헌 모두를 노린 계획 범죄였다. 반쯤 성공해버린 그것은 명헌의 무릎 인대를 완전히 박살내 놓았고 그날로 선수 이명헌의 농구 인생은 끝을 볼 수밖에 없었다.




- 무슨 생각해용.

- 글쎄에, 명헌이랑 저녁 뭐 먹을까, 하는 생각?

일부러 웃음기 섞인 대답을 곧바로 만들어내는 준호,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실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다칠 일도 없었을거라 울던 그를 명헌이 달래주었던 것도 이 자리였다. 권준호, 무슨 생각해? 매번 짓던 표정을 형상기억합금처럼 도로 만들어내는 애인에게 솔직하게 대답하라고 종용하고 싶었지만 명헌은 그럴 수 없었다. 그것이 권준호의 사랑임을 알고 있어서다. 감히 명헌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권준호의 애정임을 알고 있어서.

- 회가 먹고 싶어.

일부러 선수 시절에는 잘 찾지 않던 음식을 골랐다. 눈치 챘을까? 명헌이 빠르게 준호를 힐끗 보았다. 안경 너머 다정한 눈매는 그가 모래를 먹자고 해도 굴하지 않을 것처럼 상냥하다. 준호는 명헌의 오금에 그어진 십 센치는 넘는 수술 자국을 마사지 하던 것을 드디어 그만둔다. 괜찮은 횟집에 가려면 지금 예약을 해야할 것이다.

- 그래, 먹자.

준호는 본능적으로 명헌이 예리한 칼질에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는 메뉴를 선택했음을 알아챈다. 그 날 이후 명헌은 육고기를 잘 먹지 못했다. 스테이크의 핏기에 구역질을 겨우 참아낸 것도 고작 육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애써 먹지 않아도 된다고 준호가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소용 없었다. 준호는 그것이 회복 의지가 아니라 자해일까봐 명헌을 말렸다. 소용 없었다.

오늘 메뉴가 회인 것에 차라리 감사했다.









아니 왜 더 못쓰겠냐 정력딸리네

준호명헌 준명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