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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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2:46
서태웅이 말하는 '좋아해'는 순수하게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다는 류의 무성애적인 의미라고 윤대협은 생각할 것 같다. 미지근한 생수병 절반쯤 비운 태웅이가 맥락도 없이 좋아해. 말했을 때 대협이는 여상하게 나도 좋아해, 태웅아. 마찬가지로 담백한 목소리로 답했겠지. 그러곤 아 덥다. 한마디 덧붙이면서 태웅이 일으켜주고.
땀에 절었으니까 늘 그랬듯 별 말 없이 대협이 자취방까지 나란히 걸어가겠지. 평소처럼 태웅이가 먼저 욕실 빌려쓰고, 다음으로 대협이 씻는 동안 태웅인 쇼파에 등대고 앉아 멍때림. 샤워기 물소리 들리는 내내 가슴 한쪽 어딘가가 불편한데 왜인지 모르겠는 태웅이겠지. 좋아한다 고백했고 분명 윤대협도 좋아한다 답했는데 그냥 뭔가.. 말주변도 경험도 없는 태웅이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좀 답답함.
어, 아직 안 갔네.
하의만 대충 걸쳐입고 젖은 머리에 수건 얹은 대협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는데 순간 욱하는 태웅이겠지. 야. 뭐야? 무슨 뜻이냐는 듯이 머리 털면서 눈썹 까딱하는 반질한 얼굴 보니까 더 성질남.
..너 다른 여자애들이 고백해도 이래?
부루퉁한 표정으로 대놓고 묻는 태웅이 말에 대협이 입가에 어색하게 웃음기 사라질듯. 그게 고백이었나...싶지만 그런다고 별다른 생각이 드는 건 아님. 서태웅이잖아. 쟤가 뭘 알겠어. 농구 좋아하듯 사람도 좋아하겠지.
태웅아. 나랑 사귀고 싶어?
이번엔 태웅이가 당황함. 사실 거기까진 생각 안하고 말했음. 그냥 좋아서.. 너무 좋아서 말한 건데. 말문 막혀서 고개 숙인 까만 정수리 바라보면서 대협이 얕게 한숨 뱉겠지. 놀랍지도 않아서. 그리고 망부석처럼 굳은 태웅이 손 끌어다 가까이 당기곤 가볍게 턱 기울이겠지. 숨소리가 얽힐 정도로. 그리고 뾰루퉁한 입술 근처에서 나직하게 내뱉겠지. 서태웅. 그 애들은 나랑 이런 짓 하고 싶어서 고백하는 거야. 눈 깜박일 때마다 둘 속눈썹 끝이 서로 부딪히는데 간지러워서 결국 눈 비비느라 한걸음 떨어지는 태웅이겠지. 대협인 웃으면서 수건으로 머리 마저 털고. 집에서 걱정하겠다. 너 씻을때 누나한테 전화온 것 같던데. 예의 그 무던하고 친절한 말투로 돌아와서는.
그리고 방금까지 윗입술에 닿았던 조금 서늘한 윤대협 숨결이 여운처럼 남아서 벅벅 입가도 마저 문지르면서 신발 신는 태웅이겠지. 하얀 목덜미 빨갛게 물든 채로 현관문 쾅 닫고 나갈 것 같다. 대협이가 놀라서 한번 돌아볼 정도로.
그리고 원래면 열시부터 자는 태웅이 그날은 열두시까지 이불 덮고 눈 멀뚱멀뚱 뜨고 있겠지. 그렇게 사흘 내내 잠 설치다 깨달을듯. 윤대협이랑 그런거 하고 싶다고.
아무튼 그 뒤부턴 형아가 책임져라
대협태웅
땀에 절었으니까 늘 그랬듯 별 말 없이 대협이 자취방까지 나란히 걸어가겠지. 평소처럼 태웅이가 먼저 욕실 빌려쓰고, 다음으로 대협이 씻는 동안 태웅인 쇼파에 등대고 앉아 멍때림. 샤워기 물소리 들리는 내내 가슴 한쪽 어딘가가 불편한데 왜인지 모르겠는 태웅이겠지. 좋아한다 고백했고 분명 윤대협도 좋아한다 답했는데 그냥 뭔가.. 말주변도 경험도 없는 태웅이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좀 답답함.
어, 아직 안 갔네.
하의만 대충 걸쳐입고 젖은 머리에 수건 얹은 대협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는데 순간 욱하는 태웅이겠지. 야. 뭐야? 무슨 뜻이냐는 듯이 머리 털면서 눈썹 까딱하는 반질한 얼굴 보니까 더 성질남.
..너 다른 여자애들이 고백해도 이래?
부루퉁한 표정으로 대놓고 묻는 태웅이 말에 대협이 입가에 어색하게 웃음기 사라질듯. 그게 고백이었나...싶지만 그런다고 별다른 생각이 드는 건 아님. 서태웅이잖아. 쟤가 뭘 알겠어. 농구 좋아하듯 사람도 좋아하겠지.
태웅아. 나랑 사귀고 싶어?
이번엔 태웅이가 당황함. 사실 거기까진 생각 안하고 말했음. 그냥 좋아서.. 너무 좋아서 말한 건데. 말문 막혀서 고개 숙인 까만 정수리 바라보면서 대협이 얕게 한숨 뱉겠지. 놀랍지도 않아서. 그리고 망부석처럼 굳은 태웅이 손 끌어다 가까이 당기곤 가볍게 턱 기울이겠지. 숨소리가 얽힐 정도로. 그리고 뾰루퉁한 입술 근처에서 나직하게 내뱉겠지. 서태웅. 그 애들은 나랑 이런 짓 하고 싶어서 고백하는 거야. 눈 깜박일 때마다 둘 속눈썹 끝이 서로 부딪히는데 간지러워서 결국 눈 비비느라 한걸음 떨어지는 태웅이겠지. 대협인 웃으면서 수건으로 머리 마저 털고. 집에서 걱정하겠다. 너 씻을때 누나한테 전화온 것 같던데. 예의 그 무던하고 친절한 말투로 돌아와서는.
그리고 방금까지 윗입술에 닿았던 조금 서늘한 윤대협 숨결이 여운처럼 남아서 벅벅 입가도 마저 문지르면서 신발 신는 태웅이겠지. 하얀 목덜미 빨갛게 물든 채로 현관문 쾅 닫고 나갈 것 같다. 대협이가 놀라서 한번 돌아볼 정도로.
그리고 원래면 열시부터 자는 태웅이 그날은 열두시까지 이불 덮고 눈 멀뚱멀뚱 뜨고 있겠지. 그렇게 사흘 내내 잠 설치다 깨달을듯. 윤대협이랑 그런거 하고 싶다고.
아무튼 그 뒤부턴 형아가 책임져라
대협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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