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ㅈㅈㅇ
슬램덩크
대만태섭



허락을 안 할 것 같지 않냐..... 그것도 대만이 싫거나 지겨워져서 그런 게 아니라 선배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야지 <- 이게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송태섭한테 깔려있는데다가 정대만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면서 그걸 스스로 압축하고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대만이가 떠날 순간을 항상 준비함...... 그 이유가 대만이가 떠나면 진짜 무너질 것 같아서........ 그래서 정대만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통 고쳐먹질 못하는 거임.....

대만이도 미래를 생각하고 태섭이를 만나는 건 아니지만 사람을 만나다보면 한 번씩 생각해볼 수는 있잖아. 막연하지만 태섭이랑 더 오래, 함께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태섭이는 왜 그런 것까지 생각해요? 라고 해서 대만이 진짜 서운하겠지.... 그게 송태섭의 방어기제라는 걸 정대만도 알고 있음. 알고 있지만 나는 지금 너 밖에 생각 못하는데...... 솔직히 서운하지만 정대만은 송태섭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는 변함이 없었음. 결국 좋아하니까 그런 태섭이마저 받아들이는 거임.

태섭이는 바다고 대만이는 불로 생각하면..... 바다, 그러니까 물에게 불인 대만이가 단단히 붙어서 꺼질 생각을 안하니까 태섭이는 더욱 물을 끌어모아서 제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거야. 그런데도 물 바깥에서 꺼지지 않고 일렁이는 불꽃을 보면서, 얕게나마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면서 이 사람이 아직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며 짐작을 하고 잠깐 행복해하다가 그 행복을 스스로 짓밟으면서 언제든 불꽃이 떠날 채비를 할 때 기꺼이 보내줄, 그런 준비만 하는데.....

물이 스스로 떠나야 할 때가 온 거야. 저 멀리 불꽃이 닿을 수도 없는 곳으로 가야하는 날에 그러겠지. 이제 놓아줄게요. 내 욕심으로 선배를 붙든만큼 훨훨 날아가요. 울 것 같은 얼굴로 억지로 웃으면서 말하는 태섭이를 보니 대만이도 울컥해서 태섭이 어깨를 잡고 소리치겠지.

네가 나를 멋대로 붙든 게 아니라 내가 네 곁에 있길 원한 거야! 왜 네멋대로 생각해! 나는 계속 네 곁에 있고 싶었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태섭아. 나는 네가 좋아. 사랑해. 너무 많이,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사랑해.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네 곁에 있고 싶어, 응? 제발. 제발, 태섭아...... 나 놓지마..... 나 좀 붙잡아줘......

결국은 대만이가 쓰러지듯 태섭이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태섭이에게도 옮아버렸지. 하지만 태섭이는 대만이가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정말 너무 행복하지만 결국은 대만이가 먼저 떠나가버릴 거라고 생각해서 대만이 잡지도 않을 것 같다........ 그저 고맙다면서 잘 지내라는 얘기만 하고 떠났겠지. 비행기 안에서는 엄청 울었으면서..... 그래도 나아지겠지. 선배도 나 같은 건 금방 잊을 거야. 울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은 불을 떠났음.

그런데 물이 간과한 게 있다면 이 불꽃이 어마무시하게 끈기가 대단한 놈이였다는 거임. 몇 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수많은 인파 속에서 태섭이가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대만이었으니까. 그렇게 잊으려고 해도 눈이 저절로 찾아버리는 그 불꽃이 기어이 잡히지 않는 물을 잡으러 온 거였지. 너 잡으러 왔다, 태섭아. 그렇게 떠났는데도 불은 꺼지질 않고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던 거임. 이제 도망가지마라. 너 못 놔주니까. 그 때 물이 한 생각이 뭐였냐면 이 꺼지지 않는 불꽃을 내가 품어도 되지 않을까, 이제서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잡혀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