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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01:37
모종의 사건으로 혼자만 다른 학교 농구부 애들하고 같이 훈련하게 된 치수의 입가가 굳어지게 돼.
아마 나쁜 의미에서는 아닐거야. 왜냐하면 여기 모인 학생들은 치수에게 악의가 없거든. 딱히 그럴 이유도 없고. 그렇지만 헤헤거리며 온갖 자랑질 퍼포먼스로 이상한 짓 하는 것보단 굳은 얼굴이 낫지. 그래. 지금 떠오르는 네놈들 말이다.
어쨌든 치수는 고개를 젓고 비장한 얼굴로 이쪽 골대로 향하는 공을 능숙하게 막아내.

뭘까? 이 느낌은. 실제 경기가 아니라 연습경기라 흥분감이 덜한걸까?

다들 든든하고 믿음직해서 좋긴한데 뭔가...뭔가가...

어, 여기 감독님은 말씀이 많은 편이네... 우리 감독님 뭐하고 계시려나. 아 내가 무슨 생각을.

뭐지. 방금 주장이 집합 한 단어만 말했는데 5초도 안 되어서 다 모인건가? 그리고 방금 상양 쟤네 방금 동갑인 주장한테 예라고 존댓말한거야?

우와, 쟤는 신입인데 농구 규칙을 외우고 있네. 아 맞다, 우리 애들도 다들 그랬'었'지.

...다들 조용하네


분명 감독님이 저 쪽에서 큰 소리로 지시하고 바닥에 끼긱거리는 농구화의 마찰음, 3학년 학생 몇몇이 크게 말하는 소리로 시끄러운데 이상하게 조용하다고 느껴져.

워낙 성실한 치수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기시감 느껴도 자기 할 일 다 하고 북산 센터는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구나 칭찬 받겠지. 묵묵하지만 예의바르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바보 트리오

치수의 얼굴을 보고 해사하게 손을 흔드는 그들을 보자 무언가 억압된 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고릴라! 그렇지 않아도 찾았다! 너 없는동안 다 같이 운동장에서 낙엽 모아놓고 고구마 구워먹다가 담임한테 걸렸는데 지금 같이 가서 봐달라고 해주라."
"단나! 전 처음에 말렸어요"
"아니야. 이새끼가 제일 먼저 낙엽 쓸어왔어. 근데 어디 다녀왔냐 치수야?"


차례로 머리를 쥐어박는 치수는 속으로 중얼거려

이제야 시끄럽네

서로가 더 크게 잘못한거라고 투닥거리는 이 바보트리오에게 치수는 다시 딱밤을 날려. 이번엔 참 경쾌한 소리가 났어.




이상한 쪽으로 해탈의 경지에 이른 채치수(미성년자)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