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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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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열 꿈이라곤 없었는데 친구 강백호를 보고 나도 뭐라도 해볼까... 미래에 대한 깊생을 시작함 정비소? 바이크는.. 타는 건 좋지... 근데 업으로 삼고 싶진 않고.. 용팔이처럼 라멘가게를 할까 나도... 하다가 대남이한테 전화가 옴


"어 왜?"


"아니, 호열이 너도 알잖냐. 나 밴드 공연장에서 일하는 거."


"알지."


"보컬이 갑자기 펑크를 냈어."


"그래서?"


"한 번만 도와주라. 기타 핸드싱크 해. 걍 대충 올라와서 노래만 두 곡 불러줘. 용팔이나 구식이보단 네가 훨씬 노래도 잘 하고 쇼맨십도 있잖아."


"뭐?"



이런 일 있을가.... 없겠지만 걍 무순적 허용이라 생각해라 하튼 양호열 그 말 듣자마자 헛소리 말고 다른 데 알아봐 함 당연함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심지어 기타?!?! 악기라곤 초딩 때 리코더 불어본 게 끝인 걸... 쇼맨십? 내가? 대가리만 벅벅 긁는데 대남이가 진짜 간절하게 부탁함 내가 섭외한 밴드라고ㅜㅜ 나 이거 잘못되면 잘린다 호열아ㅜㅜㅜㅜㅜㅜㅜ 제발ㅜㅜㅜㅜㅜ 보컬 비중도 안 높아 진짜!!! 그 밴드 5곡 연주한다 근데 보컬 있는 곡은 2곡이야 진짜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정에 죽고 사는 아기양키 양호열 결국 대남이의 절박한 목소리에 딱.... 한 번만이다 하고 허락함 사실 페이가 좀 쎄기도 했음ㅋㅋㅋㅋ
양호열 결국 녹음본 받아서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빌린ㅋㅋㅋ 기타에 손 얹고 대애충 손모양만 따라해봄 공연은 당장 내일 대남이가 조명 덜 쏴주겠대...ㅋㅋㅋ
밴드사람들도 살았어요ㅠㅠ 보컬들이 진짜 없었거든요ㅜㅜ 감삼다 감삼다!!! 함 그냥 없이.. 올라가도 되지 않나요? 원래도 보컬 없이 연주만... 하신다면서요.... 하니까 안된대..ㅋㅋㅋㅋ 이미 보컬 구했다고 동네방네 다 소문낸거라....


핸드싱크는 ㄹㅇ 대충 하랬지만 은근 완벽주의인 양호열이라... 밤새 손모양 계속 연습함 대남이가 미리 기타리스트 형이랑 만나보라고 해가지고 만나자마자 손모양만 대충 알려주세요 대가리 아프게 보고 외우고 적용하고....
집 와서도 눈 퀭해져가지고 시팔 진짜... 하면서 기타 흘겨보는 양호열... 노래는 신경도 안 씀 걍 대충 부르면 되겠지... 해서


공연날 미리 리허설ㅋㅋ 해보는데 오.... 이제 손모양이 진짜 비슷하신대요?? 하는 기타리스트 말에 먼가... 엄청 쑥스러워져서 그런가요....ㅎㅎ 하는 호열이
2곡 정도라 괜찮을 거예요 그 보컬도 초보였어서 기타는 최대한 쉽게 했거든요 하는 밴드맨들 말에 걍 고개만 끄덕임


올라가기 전에 심호흡하고 올라가는데 대남이가 ㄹㅇ 호열이 있는 쪽엔 조명도 잘 안 쏴주고 해서 호열이 걍 편하게 손모양만 대애충 따라하고 내려올 듯 노래야 뭐... 걍 ㄹㅇ 편하게 부름 고음이 어렵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관객석 보는데 다들 손 들고 환호해주니까 솔직히 기분도 좀 좋았음 공연 끝나고 돈봉투 받아들고ㅋㅋㅋ 대남이한테 한 번만 더 이런 걸로 부르면 죽는다 하고 나가려는데 같이 한 사람들이 호열이한테 뒤풀이 같이 가죠? 해서 예?? 네.... 하고 결국 뒤풀이까지 같이 감

술 해요? 하는 말에 근데 저 미자라... 하니까 아~ 맥주 5잔이요!! 하는 드럼형아...ㅋㅋㅋ 괜찮아요~~ 사줄게 형이! 오늘만 마셔 함ㅋㅋㅋㅋ 호열이 홀짝홀짝 주는 술 마시고 고기 구워먹고 으하학 웃다보니 집 갈 시간이라 오늘 진짜 고마웠다는 말만 193번째 들으면서 헤어지려는데 기타리스트가 냅킨 한 장 내밈 냅킨엔 번호가 적혀있었음


"보컬에 관심 생기시면 연락 주세요 솔직히... 저희 밴드랑 좀 잘 맞는 거 같아서요."


그거 빤히 보다가 네 생각해볼게요 하고 나가는데 자기도 모르게 기타도... 구경하고 집에 갈 듯....ㅋㅋㅋㅋ 하늘색 예쁘네.... 하면서


집에 돌아와서 돈 받은 거 정리하고 담배 두어대 핀 다음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아른거림 미칠듯한 환호성과 땀을 뻘뻘 흘리며 악기 연주를 하고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했던 모습들이


결국엔 이틀 뒤에 안녕하세요 그때 보컬 대타했던 사람인데요... 하고 문자 보냄 문자 보내고 나서 담배도 죄다 구겨서 버릴 듯






-




우리는 대학생이야 넌 고등학생이지? 하면서 밴드 형들이랑 이것저것 얘기하는데 보컬 금방 늘 거 같다 넌 진짜 보컬을 해야만 한다 이 목소리를 왜 숨겼냐 해가지고 호열이 눈이 핑핑 돎
원래 이런가요? 하는데도 그럼그럼~~~ 음색 좋은 보컬은 진짜 귀하거든ㅜㅜㅜㅜ 햐ㅑ 넌 진짜 귀인이야ㅠㅠㅠ 엉엉 우는 시늉하는 형들 보고 호열이 살짝 웃을 듯 근데 전 하나도 못 하는데.... 괜찮아요? 하니까 괜찮대 연습하면 다 돼 하면서 등 퍽퍽 두드리는 형들...

그렇게 양호열 알바로 착실하게 모은 돈 가지고 기타부터 사고(좀 고민함 바이크 사려고 한 건데 하면서ㅋㅋㅋㅋ) 처음으로 학교 끝난 후 기타 챙겨들고 연습실로 향함

알려주는 것들 열심히 연습하고 연습실 비용이랑 레슨비 대겠다고 알바하는 양호열... 주말엔 단기 알바 페이 개쎈 거 돌려가며 할 듯 그리고 저녁엔 형들이 서포트하는 다른 밴드 공연 보면서 배울 점 찾고 그럴 듯

근데 ㄹㅇ 호열이 재능이 있었음 좋겠다 알려주는 선생님(베이시스트 형 애인인데 무보수로 보컬 발성...뭐 이런 거 알려줌)도 너 진도가 진짜 빠르다 해줌 걍 기본적으로 호열이는 음악 재능을 타고났음 좋겠음 그리고 기타도 빨리 배울 듯 손으로 하는 건 ㄹㅇ 다 잘 하는 양호열... 그때쯤 구대용도 전부 자기 꿈을 위해 알바하고 있어서 만나는 시간은 줄었지만 마음은 편안해짐


그렇게 알바 학교 연습실 루틴으로 사는데 드러머 형이랑 기타리스트 형이 말 꺼냄 ㅎㅎ


"호열아 뭐 하나 물어볼 건데 솔직히 말해줘라."


"네?"


"우리 이제 슬슬 공연 해보는 거 어떠냐."


"공연이요?"


"엉. 이제 기타도 어느정도 쉬운 건 따라 하고. 한 4곡 정도? 너 부담스러우면 2곡에 보컬 없이 2곡도 괜찮고..."


드러머 형이 음료를 쭙쭙 빨며 호열이 쳐다보니까 양호열 턱만 슬슬 만져댐... 그리곤 그럼 그럴까요? 함ㅋㅋㅋㅋ 사실 존나... 기다렸단 말임 공연하는 날ㅋㅋㅋㅋ 그럼 당장 하자고 해서 바로 신청 냈음 좋겟다

다음 달 셋째 주 일요일 8시 호열이네 팀 공연 잡히고 더 열심히 합주할 듯ㅋㅋㅋㅋ 호열이 티켓 나오자마자 백호군단한테 나 공연... 하기로 했는데.. 올 거면 와라 하고 줄 듯ㅋㅋㅋ 입장권이랑 무료음료티켓 합쳐진 거 ㅎㅎ 그리고 티켓 하나... 더 들고 있는데 그건 대만 군 줄 티켓임



그러니까... 공연 얘기가 나오기 한 한 달 전, 백호 기다리면서 음악실에서 보컬연습 하고 있던 호열이 노래 끝나자마자 박수소리 들려서 뭐야? 하고 고개 돌렸다가 놀란 얼굴의 대만이랑 눈 마주침


"야 너 노래 진짜 잘 한다."


"참나 엿들어놓고 칭찬은..."


"야 학교가 네 거냐?"


저렇게 꼭 건드리면 바로 반응을 보이는 상대는 무척이나 재미있어서 호열은 꼭 대만에겐 장난을 걸었음


"고마워요."


"빈말이 아니라 너 진짜 잘 해."


"하하, 나중에 가수라도 할까?"


"가수하면 너 인기 많겠다. 노래도 잘하는데 생긴 것도 잘... 헙..."


"응?"


"아니!!!! 나 간다!!!!"


대만이 뛰어가는 거 보면서 호열이 가사지 붙잡고 멀뚱멀뚱 보기만 할 듯 그리고 그날 집가서 데망궁한테노래하는거들켯어ㅜㅜ우뜨케ㅜㅜㅜ 이상하게불렀을텐데!!!으아앙아악!!!!!! 하면서 이불오백번참ㅋㅋㅋㅋ 좋아하는 사람한테 들켜가지고... 응앙 울고자는 아기 양키... 아니 아기 보컬...ㅎㅎ


하튼 다시 돌아와서ㅎㅎ 양호열 초대용 티켓 4장만 달라고 하고 바로 군단 놈들한테 주는데 한 장 남아가지고 다들 그거 대만 군? 하고 물어봄ㅋㅋㅋㅋ 맞다니까 다들 눈 가늘게 뜨고 ㅎㅎ 대만이 기뻐하겠는데~~~ 하는데 호열이 지금 웃음도 안 나와 떨려 죽을 거 같거든....ㅎ 군단 애들한텐 노래 하는 거 들켜가지고 준다고 했지만... 사실은... 걍 대만이가 내 노랠 들어줬음 싶거등... 후후하하 숨 쉬면서 심장 튀어나오는 거 꾹 막아내는 양호열...ㅋㅋ

군단애들 전부 알바 간다고 먼저 가서.. 호열이 백호랑 같이 체육관 가가지고 공 튀기고 있던 대만이 부르는데 약간 긴장한 채로 불러가지고.. 속으로 방금 목소리 존나 멋없었다... 이러고 있을 듯ㅎ


"대만 군!"


"어?"


"잠시 얘기할 수 있어요?"


"잠깐만!!!"


헐레벌떡 뛰어오는 대만이에게서 나는 옅은 포카리 향기에 호열은 숨을 흡 참았다 다시 내쉬었음


"그.. 제가.. 가수는 아니고 하튼 노래를 좀 부르게 됐는데 올 수 있음 오라구요."


"어? 진짜?"


"싫음 말고."


"안 싫어. 안 싫어! 일요일? 무조건 갈게."


대만은 티켓을 빤히 봤음


"이거 무료음료도 한 잔 받을 수 있어요. 계단 내려와서 안쪽으로 좀만 걸으면 바 같은 거 있어. 거기에 보여주면 돼요. 설마... 미자인 거 숨기고 술 마시는 건 아니겠지?"


"야!!!"


"하하, 그럼 갈게요. 일요일에 봐요. 대만 군."


대만이 호열이 가는 뒷모습 빤히 보다가 애 사라지니까 나 잠깐 락커룸 좀!!!! 하고 럭커룸까지 뛰어감 그리곤 손에 쥔 티켓 안 구겨지게 조심조심해서 바로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놓을 듯




셋리스트는 총 4개 호열이 부르는 건 3곡이었음 전부 사랑에 대한 노래라 호열이 오... 전부 사랑... 함ㅋㅋㅋㅋ 마지막 곡은 작사도 같이 했음 슬슬 작사도 해보면 좋을 거 같다며 호열이 네가 해볼래? 하는 베이시스트 형 말에 ...해볼게요 함

어려울 거 같았는데 데모 들으면서 하다보니 걍 뚝딱 나와서 그 담날 합주할 때 여기... 하고 내밀었는데 괜찮은데?? 아니 좋아!!! 이대로 하자!!! 해서 처음으로! 작사한 노래도 부르게 됨 뭐.. 종국엔 사비만 온전히 들어가고 나머지는 형들이 조금씩 고쳐줬지만...ㅋㅋㅋㅋ

대망의 당일ㅎㅎ 호열이 어차피 머리 흐트러지겠지...? 싶지만 간지를 포기하긴 싫음어가지고...ㅋㅋㅋㅋ 좀 망가져도 티 안 나는ㅋㅋㅋ 정도로 머리스타일 바꿔서 만질 듯 드레스코드 검은색이다!! 해가지고 잘 안 입는ㅋㅋㅋ 검은색 셔츠도 꺼냄ㅜ 기타 가방 들고 미리 공연장 가서 준비하는데 슬슬 사람들 들어차는 거 보고 긴장할 듯 너무 긴장되면 한 잔 하고 올라가~ 하는 형들 말에 고개만 설레설레 젓는데 띠롱하고 문자 오겠지



[잘 해라 일단 우린 다 왔음 - 뀨]

[우리 맨 뒤에 있다!! - 천재]


피식피식 웃으면서 목 풀고 괜히 손 한 번 더 움직이는데 호열이 손에 땀 삐질삐질... 더러더러ㅓㄱ더덜 떠니까 뒤에서 베이시스트 형이 걱정말고~ 즐겨 저번처럼 해줄 듯


올라가서 소개하고... 새로 들어온 보컬입니다... 기타는 친지 얼마 안됐으니 잘... 좀 봐주세요 하는 호열이..ㅋㅋㅋ 맨 뒤에 개 큰 백호랑 구식이 살짝만 보이는 용팔이가 손 번쩍 들어서 흔드는 거 보니까 긴장 좀 풀리는 거 가틈ㅋㅋㅋㅋㅋ 대만 군은 안 왔나... 싶지만 어떡해... 이미 시작했는 걸 대만 군 찾는 거 포기하고 기타줄에 손 올려서 치기 시작하는 아기밴드맨..

목상태 개굿이라 평소보다 더 잘했을 듯ㅋㅋㅋ 형들도 얜 진짜 무대체질이다... 하면서 더 열심히 하고 진짜 아드레날린 대폭발이라 보기만 해도 너무너무 열정적이고 뜨거웠음 백호군단도 전부 호열이의 저런 모습 처음 봐서 마시려고 주문한 음료 컵만 들고 있고 백호는 약간 울었을 거 같음ㅋㅋㅋㅋㅋㅋ

대만이 그날 좀... 맘이 싱숭생숭해서 조금 늦게 도착했을 것임... 두번째 곡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서 들어왔겠지 마이크를 부여잡았다가 기타를 치다가 머릴 넘기는 호열이 보면서 받아온 콜라 홀짝이는 대만이

호열인 세 번째 곡이 시작함과 동시에 대만이를 발견했음 백호네랑은 좀 떨어진 뒷자리, 깔롱지게 머리 세운 정대만

호열이는 눈에 확 띄는 남자를 발견하고 묘하게 더 텐션이 올라가서 더 열심히 진짜 즐겁게 노래할 듯


[지금 너에게 달려가고 싶어 세상이 끝난다 해도]


호열이 노래를 부르며 대만이 있는 곳을 향해 손을 뻗자 그걸 본 대만이는 콜라를 마시다가 사레 들릴 뻔 했을 듯ㅎㅎㅋㅋㅋ


세 번째 곡까지 끝나고 나서 사람들 박수소리에 호열이 너무 감사하다며 고개 꾸벅꾸벅 숙임 친구놈들도 대만이도 볼 겨를이 없었음 마지막은 보컬없는 연주곡입니다 보컬이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요 이해해주세요! 하고 다시 쟈쟈쟝 연주하는 형들 뒤로하고 호열이 자기 기타 챙겨서 내려감 그리고 형들 무대하는 거 바라보면서 울컥함..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거 정말.... 정말 가슴 벅차는 일이구나 하면서 혼자 계속 웃고 있는 호열이... 다 끝난 담에 모여서 너 진짜 무대체질이야 넌 진짜.. 진짜야 하는 형들한테 감사하다고 근데 중간에 기타 실수했다 하니까 괜찮아 야 첫 무대를 이만큼 한 것도 대단해 일단 안 떨잖아 뒤풀이 하러 가자 친구들 왔음 보고 와~ 아님 같이 가자고 해!!! 하는 형들한테 고개 꾸벅 하고 관객석으로 발걸음을 옮김

호열이 관객석 가자마자 대만이 찾다가 백호 눈 벌게진 거 안 들키려고 벅벅 문대고 있는 거 볼 듯ㅋㅋㅋㅋ


"울었어?"


"아니거등!!! 너 이 천재를 뭘로 보는 거냐! 안 울었어!!"


"하하, 알았어. 와줘서 고마워."


"근데 너 진짜 잘 한다. 호열아 앞으로도 쭉 해라. 네가 먼저 백호보다 유명해질 듯"


"눗?! 이용팔 뭐라고?!"


호열이 친구들 장난치는 거 들으면서 깔깔 웃는데 구식이가 호열이를 툭 침


"그리고 만만은 저기 있어. 이리로 오라니까 안 오더라고."


"아..."


"찾았잖아?"


"응?"


"너 관객석 오자마자 정대만부터 찾은 거 다 티난다."


"뭐래. 아냐."


"아니라고 하고 싶겠지~ 빨리 가봐 대만이도... 뭔가 감동받은 얼굴이었어."


호열이 머쓱하게 대만이한테 가는데... 대만이도 울컥한 표정으로 있을 듯


"어땠어요?"


"뭐가?"


"내 노래 어땠냐구요."


"역시... 잘하네 싶었어. 무대에 있는 게 잘 어울리더라, 너."


"고마워요. 와 줘서."


"뭘... 끝나고 어디 가냐?"


"형들이랑 뒤풀이. 같이 갈래요?"


"아냐. 형들이랑 얘기 편하게 해. 나도 이제 슬슬 가야해. 오늘 잘 봤어. 나중에 정식 데뷔? 그런 거 해도 나 모른 척 하지말고."


"제가요? 대만 군이 먼저 모른 척 할 거 같은데?"


"야!!"


"장난이야. 그럼 조심히 가요."


"그래."


호열이 빠르게 사라지는 대만이 뒷모습 보다가.. 다시 군단한테 가서 뒤풀이 같이 갈래? 하고 물음 가자가자 하며 왁자지껄한 군단놈들 바라보며 하하 웃다가 대만이가 있던 자리 한 번 더 보고 다릴 움직일 듯




-




뒤풀이하는 내내 백호한테는 나중에 경기 꼭 보러 가겠다 완전 천재바스켓맨이네~~~ 하고 용팔이한테도 야 멋져 멋져 요식업 진짜 끝장나지 나중에 놀러갈게 이러고 구식이한테는 어쩐지 센스가 남다르더라~ 패션이랑 잘 어울려~ 하고 호열이도 엄청 띄워줘서 군단놈들 밴드 형들한테 푹 빠질 듯ㅋㅋㅋ 나중에 서로 호열이 이 자식이.. 진짜 진국이에요/우리도 알아...호열이 이놈이...아주 형들을 잘 챙겨... 로 한시간동안 얘기할 듯ㅋㅋㅋㅋ

취한 형들이 호열아 너 정말 복덩이다 하면서 끌어안는 거 간신히 벗어난 후에야 집에 갈 수 있을 거임 꽤나 후끈한 날씨에 입었던 셔츠 팔락이면서 백호랑 같이 집 가는데 터벅터벅 걷던 백호가 호열이한테 진지하게 얘기함


"호열아 너 오늘 진짜 멋있었다."


"어?"


"이 천재가 인정한 거야. 너 정말 행복해보였다."


호열이 이 때 살짝 울컥할 듯 행복이란 거 내가 누려도 되나 싶었었거든... 킁 하고 코 마시니까 눗... 너 우냐? 하는 백호한테 됐어 하고 얼른 들어가 백호야 감기 걸리겠다 하고 막무가내로 집에 집어넣음 백호는 덥다고 민소매만 입고 있었는데도...ㅋㅋㅋㅋ 양호열 집에 가면 빨리 씻고 자자... 하면서 다리 움직이는디... 아직도 여운에 쩔어가지고... 노래 흥얼거리기 시작함... 근데 딱 그 부분을 불러버림 대만 군에게 손을 뻗어버렸던 그 부분을


[지금 너에게 달려가고 싶어. 세상이 끝난다 해도.]


양호열... 몇 번이고 그 가사만 흥얼거리다 하늘을 무심코 올려다 보는데 달빛이 너무 따뜻해서.. 되게 이상하다... 란 생각을 함 그러더니 홀린 듯이 핸드폰 꺼내가지고 정대만한테 전화걸 듯 뚜루루 뚜루루 착신음 가자마자 어 하고 전화받는 상대방 목소리에 주먹 꽉 쥐는 호열이


"안 자네?"


"그러게."


핸드폰으로 들리는 정대만의 목소리에 호열이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할 듯... 심호흡 함 하고 말을 잇는데


"있지."


"응."


"지금 내가 나와달라 하면... 나와줄 수 있어요?"


정적이 흐르고 대만인 나갈게 한 마디를 했음 대만이네 집 근처 공원에서 보기로 하고 호열인 걷던 길을 되돌아갔음 걸음을 재촉하자 자꾸 몸에 부딪히는 기타가 거슬려서 결국은 손으로 들고 갔음 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입구 근처 벤치에 앉은, 흰 티셔츠에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대만이가 눈에 들어왔겠지 대만의 묘하게 상기된 볼이 호열이를 보자마자 불룩해졌음 대만은 호열의 기타를 뺏어들곤 자기 옆자리에 세워놨음


"뭐야. 너 집에도 안 갔어?"


"뒤풀이 끝나고 집 가다가... 온 거라."


"뭐가 그리 급해서 집 가다 말고 오냐... 일단 앉지? 기타 들고 다니느라 힘들었을 거 아냐."


"대만 군."


"엉?"


"아까 공연장에서... 내가 부른 마지막 곡 기억나?"


"...어 기억나지?"


"가사도?"


"어... 대충?"


"...갑자기 보고 싶어졌어요. 대만 군이."


호열인 숨을 크게 들이쉬었음 깊숙하게 폐를 헤집는 밤공기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 생각했음 달빛도, 밤공기도, 그리고 정대만도 그냥 전부 거짓말 같았음 많은 가수들이 공연 후에 텅 비고.. 허한 감정을 느낀다 했는데 이게 그런 기분일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난 지금 너무 많은 걸 느끼는데... 호열인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음 그리곤 대만을 내려다봤음 이렇게 거짓말 같은 밤이라면... 뭔가 창피를 당해도, 그럴만한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 같은 밤이었기에... 호열은 입을 열었음 객기 한 번 부리는 건 양키였던 호열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너에게 달려가고 싶어. 세상이 끝난다 해도."


"어?"


"집 가면서 마지막 곡 가사를 곱씹어봤어요. 부끄럽지만 내가 처음으로.. 작사한 곡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곡 할 때 그렇게 날라다녔구나?"


호열은 대만의 말에 푸핫하고 웃었음 그리곤 손을 뻗어 대만의 손을 살며시 잡았음


"계속 생각해봤는데... 내 세상은 아직 안 끝나겠지. 지금 당장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난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살 거야. 매일 기타를 치고, 작사를 하느라 머리를 부여잡고 기타를 치고... 굳은살 박인 손가락을 뿌듯하게 바라볼 거고, 농구를 하는 백호를 응원할 거고... 점심시간엔 군단놈들과 옥상에서 농담따먹기를 할 거야."


"..."


"알바도 계속 할 거고... 좀 더 많은 노래를 들을 거고 무대에도 더 많이 설 거고... 그리고... 그리고 꽤 많은 시간동안... 당신 생각을 할 거야."


"...양호열."


"이번 노래에 가사를 붙일 때도 난 대만 군 생각을 했어요. 같이 집에 갔던 날을 떠올렸고... 어쩌다 같이 본 영화 생각도 했고, 어쩌다보니 잡은 그 커다란 손을 생각했고, 날 보며 호열아 라고 부르는 그 입술을 생각했고, 자신만만하게 3점슛을 넣는 그 모습을 생각했어. 아마 계속 그럴 거 같아."


대만은 가만히 호열의 말을 들었음 이제 쟤는 말도 꼭 노래 하는 같다...라는 생각을 했음


"있죠, 나한테 노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사람이 처음 말해준 게 감정 없는 노래는 듣는 사람도 알기 때문에 꼭 감정을 담아 부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노래에 감정을 넣어 부르라는 게 어떤 말인지 잘 몰랐어요. 근데 이젠... 조금 알겠어. 당신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감정이 들어가. 나도 모르게."

"난 그냥... 계속 당신 생각을 해. 도돌이표처럼."

"대만 군은 어때요?"

"당신도... 내 생각을 해?"


호열은 덤덤하게 자기 맘을 줄줄 내뱉었고 손이 잡힌 채 그걸 듣는 정대만은 귀 끝까지 시뻘개짐 너무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았을 듯 검은 셔츠를 입고 흐트러진 머리를 넘기는 남자와 회색 트레이닝복에 하얀 반소매티를 입은 남자 사이에 침묵이 흘렀음 대만은 뒷머리를 꾹 눌렀음 부끄러울 때마다 나오던 습관이었음


"나도... 네 생각을 해."


대만은 눈을 질끈 감았음 그리고 잡힌 손도 힘을 풀어 호열의 손과 더욱 밀착되게 고쳐잡았음


"난 일어나면 네 생각부터 해... 잘 잤을까 하고. 일부러 너희 집 쪽으로... 아침 조깅을 할 때도 있고... 네가 백호에게만 외치는 응원을 들을 때면 유치한 감정도 생겨. 너랑 어쩌다 본 영화..는 내용도 기억 안 나. 영화 상영 내내 내 심장소리 너무 크지 않나 하는 생각만 했거든."

"네 목소릴 들으면 힘이 생기다가도 힘이 빠지기도 해. 아랫..배가 아프다가도 심장이 시큰거려. 널 볼 때면 하염없이 보고 싶다가도 괜스레 고갤 돌려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 널 부를 때도 수백 번 고민을 해. 그래놓고도 널 보면 왜 불렀지 하게 돼. 그래서... 난 네가 어려워, 양호열."


"...응."


대만은 고갤 들어 호열을 쳐다봤음 호열의 반만 있는 눈썹이 미묘하게 쳐져있었음


"근데 난 어려운 걸 좋아해."

"내가 누구냐? 포기를 모르는 남자... 아 쪽팔려... 하튼 난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끓어올라."


대만은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음


"네가 좋아."

"나도 네게 달려갈 거야. 세상이 끝나더라도."


호열은 그제서야 왜 달빛을 그렇게 느꼈는지 알게됐음
창피를 당해도 괜찮다 그건 아마도 자신의 객기가 용기가 될 걸 알았기 때문일까 호열은 살며시 잡은 손을 풀어내곤 이번엔 허리를 숙였고 대만은 호열을 바라보다 살며시 눈을 감았음 이제 꽤 후덥지근하다...란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