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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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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인 양경위가 강도 살인사건 관계자인 박사장이랑 우연한 기회로 개같이 엮이는게 보고싶다..

전당포 주인인 박사장은 원래 주인이던 김씨 할아범이 어느날 갑자기 아들이라며 데려온 남자였다.
그땐 애였지. 그때도 애처럼은 안 생겼었지만. 김씨 할아범은 진짜 자식이라도 된 양 옆에 끼고다니며 학교도 보내고 일도 가르쳤다. 그게 한 10년쯤 됐나. 김씨 할아범이 간암으로 눈 감던 날까지 할아범, 영감님. 하며 곁에 머물렀다. 김씨 할아범이 세상을 뜬 뒤 다른 재산들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친자식들이 나눠갖고 골칫덩이같았던 전당포를 남자가 물려받으며 박사장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저 전당포 사장님이 이 동네에 온지 10년됐다고요?"
"아니~ 10년하고도 좀 더 됐지. 김씨 할아범 세상 뜬게 벌써 어디보자... 한 사아...년 그래 4년 쯤 됐으니까. 대강 한 15년쯤 이동네 살았지. 생긴건 험악시렵고 무뚝뚝해도 좋은 사람이여."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열심히 글을 적던 남자가 도저히 노인의 말이 끝날 것 같지 않자 중간에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하며 능청스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천천히 낡은 건물의 계단을 올라 철문을 텅텅 두드렸다. 계십니까~? 사장님~ 계세요~? 하고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헛기침 소리가 나더니 터벅터벅 걸어와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훨씬 크고 험악하게 생긴 인상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쓰고있던 모자를 살짝 들어올렸다. 

"안녕하세요~. 경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몇가지 여쭐게 있어서요."


아오 씨발 안되겠다
박철이 하는 전당포에 얼마전에 금가락지 한쌍이랑 골프가방이 들어왔는데 그게 알고보니 일가족 강도살인사건 장물이었던거.
피해자네 주소지 관할이라 호열이네 팀이 해당 사건을 이관받았는데 알고보니 피해자가 1년전 있었던 폭력단 체포에 큰 역할을 한 정보원.
호열이는 이제 발령받아온지 반년도 안돼서 그런것까진 몰랐음. 호열이네 팀은 대강 감은 오는데 호열이가 위에서 직혀가지고 좌천식으로 발려앋아 온거라서 굳이 안알려주고. 호열이도 마냥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라 그냥 마지못해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 정도로만 지내는 중이었음. 암튼 사건을 헤집다보니까 피해자 손자의 돌반지하고 피해자가 즐겼다던 골프채가 집에 없었던거. 손자를 그렇게 끔찍하게 아꼈다는데 돌반지가 없었을까 싶어서 조사해보니 애 돌반지 구매했던 보석방을 찾아냄. 거기서부터 하나씩 타고 내려가니 철이네 전당포가 나옴. 
철이는 들어오라면서 창고 뒤져서 거래장부 꺼내 보여줌. 근데 물건이 벌써 나갔어. 이주만에 금반지랑 골프채가 한가득 든 가방이 전부 팔린거임. 자초지종을 들어보니까 마누라 수술비 해야한다면서 어떤 마른 남자가 들고와 반지랑 골프채를 팔았었대. 그러면서 누가 산다그러면 파셔라. 자긴 아마 다시 찾으러 못 올 것 같다. 그러면서 갔다는거임. 올때 반지에 순금이라는 감정서가 다 들어있어서 크게 의심 안했다고. 신분증도 확인했대. 근데 호열이가 조사해보니까 위조 신분증이었던거지. 그 일대 건물중에 유일하게 cctv없는 건물이 철이네 전당포인거 알고 찾아온게 분명했음. 호열이는 나중에 관계자로 서에 출석해달라고 하고 돌아갔는데 서로 돌아오니까 갑자기 수사 종결하래. 범인이 자수했대. 응? 하고 가서 보니까 취조실에 웬 젊은 남자가 앉아있음.
저사람이 범인이라고요? 하는데 그렇대. 피해자랑 채무관계가 있었는데 상환 기일을 미뤄달라고 부탁하러 왔다가 다툼이 생겼고 순간 욱해서 살해했다는거임. 그러고 집을 털었다고. 호열이 입장에선 말이 안되는거지. 멀리서만 봐도 그럴 사람으로 안보이기도 했고 겨우 르런 일로 갓난쟁이까지 일가족을 다 죽였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이렇게 갑자기 위에서 수사 접으라는 것도 이해가 안돼. 일단 알았다그러고 혼자 더 파보기로 하니까 미심쩍은게 한둘이 아님. 자수한 남자가 빌렸다는 돈이 추적이 안되고. 원래 연고지도 아니고. 심지어 그날 사건 시각에 사건현장에서 두시간이나 떨어진 터미널 버스기사가 그사람이 식당에서 밥먹고 있었던걸 봤다는거임. 가장 중요한건 사람을 욱해서 죽였다기엔 너무 침착한 그 태도임. 

양경사는 좀 더 자세한 진술을 들으러 늦은 시간 전당포를 다시 찾음. 박사장은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다 얘기하고 들어줬음. 
슬슬 차 끊길 시간인가 싶어서 일어나려니까 버스 이미 끊겼다고 밥 먹고 가래 태워준다고. 괜찮다고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며칠 먹는둥 마는둥 했더니 꼬르륵 하고 전당포 떠나가라 소리 들릴듯. 
라면밖에 없지만 많이 들라면서 곰솥같은 냄비에 라면을 한가득 끓여온 박사장 보고 누구 더 옵니까? 하는데 먹을만치만 먹으래 자기 혼자서도 이정도는 다 먹는다고.
둘다 뭐 먹으면서 말 많이하는 타입은 아닐것 같은데. 걍 오랜만에 사람이랑 같이 먹으니까 괜히 더 맛있고 그랬을듯. 밥먹고 정리하면서 타지 사람이냐 고향이 어디냐 나도 어쩐다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도란도란 믹스커피까지 한잔 타서 나눠마시게 되는데 잠깐 대화에 마가 뜨더니 박사장이 먼저 입 열듯.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고. 길에서 내일 죽어도 이상할거 없는 놈 주워다 입히고 먹이고 재워가면서 사람구실하게 만들더니 그렇게 가버렸는데, 그것도 수발드는거 힘들지 말라고 병원 다녀오시고 한달만에 . 참나.. 그러게 병원 좀 꼬박꼬박 가시라니까 말을 안듣더니. ..암튼 그 영감님 소원이 자식중에 하나가 이 전당포 이어받는거였는데. 하나같이 몸져누울땐 코빼기도 안비치더니 상치르고있으니 찾아와서 쫗아내더라고. 그때 알았대. 아버지 같은 사람이랑 아버지는 다른거란걸. 참나 근데 웃긴건 자식들이 다른 재산은 다 찾아서 챙기더니 전당포는 안 받으려 하더라는거임. 근데 영감님이 박사장이 전당포 물려받는다고 하면 할아버지 살던 집이랑 전당포 건물 주라고 유서를 써뒀다는거임. 수발들면서 자식노릇했으면 자식이라고. 영감님 재산중에 전당포랑 집은 진짜 새발의 피고. 동네가 워낙 시골이라 재개발이 된다거나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재산도 아니라 자식들도 그건 넘겨주는 대신 다시는 얼굴보지 않기로 했대. 그래서 자기가 박사장이 된거래. 자긴 아마 죽을때까지 여기서 전당포 할 것 같다고. 

가만히 듣고있던 호열이 보고싶으시겠어요. 하니까 쩝. 하고 입 다물더니 뭐 그렇지는 않고. 그러는거임.
그날 박사장이 호열이 사택까지 오도방구로 태워다 줬을듯. 꽤 클래식 모델인데다가 관리도 잘된 바이크 보면서 눈 빛내는 호열이한테 이것도 손님이 팔고 안찾아가는 바이크라면서 타고 싶으면 종종 놀러오래. 같이 밥먹을 사람 필요해도 오래. 커피도 괜챃고. 하면서. 호열이는 낯을 가리면서도 오랜만에 닿은 호의가 기꺼웠음. 연고도 없는 동네에 와서 처음 같이 밥먹고 말 튼 사람이니까.
그 뒤로도 동네 탐문 갈 일 있으면 주스사서 가고. 같이 밥도 먹고, 동네 사람들 소개도 받고 그럴듯. 필요할 때만 서글하게 굴던 호열이도 마을에 약간 녹아드는 기분이겠다.
그리고 박사장은 대놓고 호열이한테 호감을 티냈을듯. 애도 아니고 왜이렇게 챙겨주려 하냐며 밀어낼라치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여상하게 그러는거임. 그쪽한테 들이대는거니까 싫으면 발로까고 도망가라고. 두 손으로는 양경위꺼는 블랙커피에 설탕 한스푼 넣어서 타주는거지.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지는 프림 잔뜩인 믹스커피 대충 저어서 한입에 털어넣는 사람인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슬슬 감겨들어서 간질간질한 분위기도 좀 나고 그래. 

수사는 그거랑 별개로 점점 더 어려워질듯. 자수한 남자는 재판 직전에 돈에 미쳐 못할 짓 했다고 유서 한 줄 남기고 죽어버렸고, 위에선 혼자 수사하고 다니던 호열이 꼬투리 잡아 드잡이질까지 함. 명령 불복종이니 뭐니, 동네 물을 흐리니 마니 하고있음. 일하는게 힘들수록 박사장은 더 유하게 굴고. 하루는 대차게 깨지고 말단 순경도 안시킬 잡무하다 비까지 쫄딱 맞음. 물에 젖은 생쥐꼴로 서에 돌아가니까 자기 뺴고 다같이 회식하러갔대. 그러냐. 자긴 들어가보겠다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나오는데 진짜 그날따라 집에 가기가 너무 싫어. 빗속을 한참 걷다보니까 전당포 앞일듯. 
창문열고 담배 태우던 박사장이 아무말 없이 문열어서 안으로 들이고 양경위는 박사장이랑 하룻밤을 보냈음. 그 따듯한 손이 비를 하도 맞아 얼음장 같은 몸을 한참 어루만져주니까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말도 얼마 안하고 소리도 크지 않게 그렇게 새벽 동 틀 때 까지 몸섞고 꼭 끌어안은채로 잠들어서 아침 맞을듯.

그 뒤로도 둘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음. 그냥 양경위는 지친날 말없이 찾아오고 박사장은 말 없이 안에 들이고 뭐 그런거. 양경위 오는 날은 전당포 문도 일찍 닫겠지. 
힘들다 어쩐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듯 다정한 손길로 자길 받아주는 박사장한테 기대다보니 시간도 금방 흐를 것 같다. 집보다 전당포 윗층인 박사장 집이 더 익숙해질만큼. 


하루는 박사장이 전당포 손님보러 잠깐 내려간 사이에 잠에서 깬 양경위인데 장롱 밑으로 뭔가가 보여.
저게 뭔가 실눈을 뜨고 보니까 문틈 같은거야.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걸어가서 장롱을 살짝 밀어보는데 그 뒤로 방이 하나 있었던거지. 미닫이인 숨겨진 방문을 열었더니 안에 창문도 없는 넓은 방이 하나 드러나는데 불을 켜보니까 벽 한쪽은 책장, 책상이 하나, 침대가 하나, 큰 선반이 두개. 그리고 어디로 빠져있는지 모르는 계단이 그 뒤로 있는거. 홀린듯 책장앞에 가보니 양경위도 아는 미제사건 피해자들 이름이 적힌 파일철이 방 하면에 가득한 책장에 죽 꽂혀있는거. 고개를 돌려 선반을 보니까 팔렸다던 금가락지 한쌍이 반지함에 담겨 떡하니 올려져있음.  

그때 등 위에서 문이 드르륵 닫히더니 박사장 목소리가 들릴듯. 
벌써 들어왔어?

사실 일망타진한줄 알았던 조직폭력단은 겨우 꼬리중 꼬리 정도였고 그걸 관리하던 진짜 보스가 영감님. 박철은 김 영감이 자기 후계로 데려온 남자고. 경찰들은 이미 김영감네 조직에 받아먹은 돈도 돈이고 각자 약점잡힌 것도 많음. 동네 자체가 김영감의 위장용 동네나 다름이 없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동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게 다 꾸며져 있는거임. 피해자는 거기까지는 모르고 손 털고 해외로 도피하려다가 딱 걸린거임. 강도 살인으로 꾸미려면 범인도 있고 없어진 것도 있어야지. 싶어서 문건 몇개 챙겼는데 윗동네에서 내려온 경위 하나가 겁도 없이 전당포 문을 두드린거임. 처음엔 아주 작정하고 양호열 제쪽으로 끌어들여서 죽여버리려고 한건데 이쪽도 점점 그냥 죽이기가 아까워서.. 그래서 영영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잠깐 자리 비운 사이 판도라의 문을 열어버린거지. 
그날 이후 양경위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휴직처리 됐을 것 같다. 그리고 전당포 건물에선 밤마다 비명소리나 흐느끼는 소리 같은게 들릴듯. 건물 밖까진 들리지도 않을 작은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