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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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21
평화롭고 적당히 이상할테지
이미 일어나 침대에 구부정하게 앉은 등 뒤로 저를 따라 일어나 어깨에 머리를 묻는 연인이 느껴진다. 명헌은 묵직하게 기대어 안경을 쓰지 않은 콧대를 문지르는 준호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손가락 사이에 얽혔다. 숨을 쉴 때마다 저를 따라 들썩이던 준호의 머리가 큰 하품에 느릿하게 들리더니 명헌을 꼭 끌어안았다. 나눠 입은 바보같은 티셔츠 밑으로 지난 밤의 흔적이 빼곡했다.
둘은 손을 잡고 비척비척 샤워실로 향했다. 둘 중 누구 하나도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탓이었고 준호가 아직 안경을 챙기지 않은 탓이었다. 마주본 채 해바라기 샤워기 아래 선 두 사람은 삐걱 틀어진 물에 동시에 앗 차거, 놀라며 우하하 웃어댔다. 웃는 사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물 밑에서 명헌이 준호를 안았다. 왜 그래, 명헌아? 아니..준호 춥잖아용. 쓱싹 비누 거품 칠하는 소리, 물 끼얹는 소리, 그리고 몇 번의 웃음소리가 가시고 나서야 샤워는 끝이 났다.
난 말릴 머리 없지롱용! 후다닥 샤워실을 뛰쳐나간 명헌의 뒤에서 준호는 그저 하하 웃으며 마저 머리를 말렸다. 그래봤자 새로 산 커피머신 사용법을 몰라서 준호를 기다려야만 할텐데, 명헌은 꼭 그렇게 준호를 놀렸다. 그게 다 사랑인걸 명헌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갖다둔 준호의 안경만 봐도 알았다.
늦은 아침에 커피 두 잔, 어제 사둔 베이글로 간단히 만든 샌드위치를 반 잘라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다. 늘 먼저 먹어 치우는 것은 명헌이, 그러나 이번엔 먼저 도망가지 않고 눈 앞의 준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누군가 본다면 준호 뚫어지겠다며 그만 두라고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랑하면 계속 보고 싶은 것을. 빵을 앙 베어무는 조그만 움직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명헌의 눈썹이 준호만 알아챌 정도로 살짝 휘어진 것도 같은 이유이다. 어느새 둘은 테이블 위로 손을 잡고 있다. 명헌이 눈으로 그러고 싶다고 말한 것을 준호가 금세 알아챈 탓이다. 남은 한 손으로 준호는 불편한 줄도 모르고 빵과 커피를 번갈아 먹어 치운다. 왼손 약지에 자국을 남긴 반지가 아침 햇볕에 반짝였다.
귀한 주말이다. 명헌은 휴식기고 준호는 월요일까지 빨간날이 낀 황금 연휴였다. 다만 그 긴 공휴일에 북적이는 곳에 나가는 것은 둘 다 싫어했으므로 여느 때와 같이 멍한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굳이 바쁘게 보내는건 주중으로 족했다.
나란히 소파에 앉아, 아니, 명헌이 책 읽는 준호의 허벅지에 누워 정오를 흘려보낸다. 읽어줘뿅, 속삭이듯 말하면 명헌의 이마를 쓰다듬던 준호가 목을 가다듬고 소리내어 책을 읽는다. 앞뒤 맥락을 몰라도 명헌은 개의치 않았다. 실은, 서너장 쯤 읽고 나면 그만두라 이르기 일쑤였다. 준호 목아프면 안돼용, 사과를 먹다 걸린 듯한 목젖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욕심부리다가 걱정했다가 제멋대로 구는 연인을 준호는 그러려니 가만 두었다. 그러지 말라 이르기엔 지난 밤에 너무 괴롭게 했으니까.
어느새 둘은 대화를 하고 있다. 그 나잇대 어른이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허튼 주제였다. 소파에 길게 누운 명헌의 발을 주무르며 준호 또한 대화에 깊게 빠져들었다. 그러다 둘은 리모컨을 들고 별안간 다큐멘터리를 튼다. 대화에서 끝내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이렇게 관련 채널에 들어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게코 도마뱀의 탈피나 우주 망원경의 구조따위를 진지하게 몇시간이고 보았다. 졸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런 주말에는 준호도 드물게 게으름을 피웠고 그런 준호를 명헌도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저보다 좀 더 말랑한 팔뚝을 만지작거리다 와앙 한 입 물어보았다. 배고파? 준호가 물으면 명헌은 도리질쳤다. 심심해? 이번에도 답은 부정이었다.
팔뚝을 문 입 안으로 준호가 엄지를 느릿하게 집어넣어 이를 벌리게 하면 명헌은 준호를 올려다보며 도톰한 입술을 열어준다. 촉촉하게 드러난 혀를 꾹 누르려는 충동을 제어하며 준호가 다시 한번 묻는다.
하고 싶어?
두어번 허공을 가르는 턱짓 끝에 준호가 일어서 오후의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에 커튼을 쳤다. 제 타액으로 젖은 준호의 손가락을 보며 명헌은 소파 위로 길게 누웠다. 이번 주말엔 빨래가 많겠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준호명헌 준명
이미 일어나 침대에 구부정하게 앉은 등 뒤로 저를 따라 일어나 어깨에 머리를 묻는 연인이 느껴진다. 명헌은 묵직하게 기대어 안경을 쓰지 않은 콧대를 문지르는 준호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손가락 사이에 얽혔다. 숨을 쉴 때마다 저를 따라 들썩이던 준호의 머리가 큰 하품에 느릿하게 들리더니 명헌을 꼭 끌어안았다. 나눠 입은 바보같은 티셔츠 밑으로 지난 밤의 흔적이 빼곡했다.
둘은 손을 잡고 비척비척 샤워실로 향했다. 둘 중 누구 하나도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탓이었고 준호가 아직 안경을 챙기지 않은 탓이었다. 마주본 채 해바라기 샤워기 아래 선 두 사람은 삐걱 틀어진 물에 동시에 앗 차거, 놀라며 우하하 웃어댔다. 웃는 사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물 밑에서 명헌이 준호를 안았다. 왜 그래, 명헌아? 아니..준호 춥잖아용. 쓱싹 비누 거품 칠하는 소리, 물 끼얹는 소리, 그리고 몇 번의 웃음소리가 가시고 나서야 샤워는 끝이 났다.
난 말릴 머리 없지롱용! 후다닥 샤워실을 뛰쳐나간 명헌의 뒤에서 준호는 그저 하하 웃으며 마저 머리를 말렸다. 그래봤자 새로 산 커피머신 사용법을 몰라서 준호를 기다려야만 할텐데, 명헌은 꼭 그렇게 준호를 놀렸다. 그게 다 사랑인걸 명헌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갖다둔 준호의 안경만 봐도 알았다.
늦은 아침에 커피 두 잔, 어제 사둔 베이글로 간단히 만든 샌드위치를 반 잘라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다. 늘 먼저 먹어 치우는 것은 명헌이, 그러나 이번엔 먼저 도망가지 않고 눈 앞의 준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누군가 본다면 준호 뚫어지겠다며 그만 두라고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랑하면 계속 보고 싶은 것을. 빵을 앙 베어무는 조그만 움직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명헌의 눈썹이 준호만 알아챌 정도로 살짝 휘어진 것도 같은 이유이다. 어느새 둘은 테이블 위로 손을 잡고 있다. 명헌이 눈으로 그러고 싶다고 말한 것을 준호가 금세 알아챈 탓이다. 남은 한 손으로 준호는 불편한 줄도 모르고 빵과 커피를 번갈아 먹어 치운다. 왼손 약지에 자국을 남긴 반지가 아침 햇볕에 반짝였다.
귀한 주말이다. 명헌은 휴식기고 준호는 월요일까지 빨간날이 낀 황금 연휴였다. 다만 그 긴 공휴일에 북적이는 곳에 나가는 것은 둘 다 싫어했으므로 여느 때와 같이 멍한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굳이 바쁘게 보내는건 주중으로 족했다.
나란히 소파에 앉아, 아니, 명헌이 책 읽는 준호의 허벅지에 누워 정오를 흘려보낸다. 읽어줘뿅, 속삭이듯 말하면 명헌의 이마를 쓰다듬던 준호가 목을 가다듬고 소리내어 책을 읽는다. 앞뒤 맥락을 몰라도 명헌은 개의치 않았다. 실은, 서너장 쯤 읽고 나면 그만두라 이르기 일쑤였다. 준호 목아프면 안돼용, 사과를 먹다 걸린 듯한 목젖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욕심부리다가 걱정했다가 제멋대로 구는 연인을 준호는 그러려니 가만 두었다. 그러지 말라 이르기엔 지난 밤에 너무 괴롭게 했으니까.
어느새 둘은 대화를 하고 있다. 그 나잇대 어른이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허튼 주제였다. 소파에 길게 누운 명헌의 발을 주무르며 준호 또한 대화에 깊게 빠져들었다. 그러다 둘은 리모컨을 들고 별안간 다큐멘터리를 튼다. 대화에서 끝내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이렇게 관련 채널에 들어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게코 도마뱀의 탈피나 우주 망원경의 구조따위를 진지하게 몇시간이고 보았다. 졸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런 주말에는 준호도 드물게 게으름을 피웠고 그런 준호를 명헌도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저보다 좀 더 말랑한 팔뚝을 만지작거리다 와앙 한 입 물어보았다. 배고파? 준호가 물으면 명헌은 도리질쳤다. 심심해? 이번에도 답은 부정이었다.
팔뚝을 문 입 안으로 준호가 엄지를 느릿하게 집어넣어 이를 벌리게 하면 명헌은 준호를 올려다보며 도톰한 입술을 열어준다. 촉촉하게 드러난 혀를 꾹 누르려는 충동을 제어하며 준호가 다시 한번 묻는다.
하고 싶어?
두어번 허공을 가르는 턱짓 끝에 준호가 일어서 오후의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에 커튼을 쳤다. 제 타액으로 젖은 준호의 손가락을 보며 명헌은 소파 위로 길게 누웠다. 이번 주말엔 빨래가 많겠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준호명헌 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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