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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16:23
"오늘이야말로 받아가고야 말겠다, 문열어 이자식아."

다들 이집 총각이 사채라도 쓴건가 잘생긴 청년이였는데, 괜찮으려나 걱정함. 아무래도 제3자가 보기에는 머리도 빨갛고 키크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큰소리로 문을 마구 두드리고 있으니 다들 조용하고 얌전한 잘생긴 1110호 청년 태웅을 걱정하지만 실상은,

"오늘도 저 힘내서 다녀오겠습니다. 기필코 오늘은 여우놈한테 작품을 받아가지고 올게요."
"힘내 백호야."
"고생한다, 백호야."

성실하게 담당 작가한테 작품 받고 편집도 하고 붙임성이 좋아 작가랑 친하게 지내면서 힘도 되어주는 편집하는 일을 맡은 백호였음. 백호가 이번에 맡은 작가는 젊은 나이에 히트를 친 베스트셀러 작가 서태웅이었는데 마감시간 안지키고 게으르다며 백호가 이 여우작가놈 사람 만들고 오겠다며 열심히 태웅을 담당하고 있었음.

"이상하네, 서태웅 작가 원래 성실하다못해 마감시간 칼같이 지키기로 유명했는데."
"사람 안만나기로 유명한데 직접 부르다니 신기하네요."

그런 태웅을 백호가 게으름뱅이 여우작가놈 이라하니 다들 신기해했음. 평소 잠이 많은건 워낙 유명해서 다들 알지만 일에 관해서는 칼같은 태웅이 백호한테만 유난히 게으름피우고 집에 부르고 하니 어지간히 서태웅 작가가 백호를 마음에 들어한다며 태웅이 백호를 요청해 백호가 서태웅 작가의 전용 작품 편집 담당자가 되었고 백호도 이 여우놈은 내가 맡아야 된다며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함. 뭐 조그만한 오해로 태웅이 근처 이웃들은 난폭한 채권자와 불쌍한 채권자 사이로 오해하고 있긴하지만 태웅이 알게뭐임.

"야!!! 여우놈아 오늘은 기필코 니놈."
"조용히 하고 들어와 멍청이."
"야, 잡아당기지마."

백호가 들어오자마자 백호를 끌어당겨 꽉안는 태웅을 백호는 한숨을 쉬며 오늘도 힘내서 작품써보자 여우놈아 하고 오늘은 채찍대신 당근을 주는 백호였음. 하도 채찍만 줬더니 여우놈이 빡쳐서 아예 마감시간이 지나도 작품을 안주고 그래가지고 백호도 이제는 당근을 주는 방법을 깨닫게 됨.

"멍청이, 오늘은 머리가 안돌아가. 그냥 잘래."
"야, 그럴거면 날 왜불렀어."
"멍청이가 있으면 글 잘써져서 불렀는데 안써지네."

태웅의 말을 듣고 백호가 걱정이 된건지 불안한 표정을 지음. 태웅도 속으로 실수한걸 깨달음.

"야... 이제 나 필요없냐..."
"거짓말이야 멍청아. 이미 글 다 썼어. 그냥... 멍청이랑 놀고싶어서."

그리고 멍청이한테는 역시 빙둘러 말하는것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게 먹힌다는걸 깨달음.

"뭐야, 놀랐잖아. 이게 날 놀려. 괘씸한 여우놈. 다썼으면 그냥 메일로 보내지 꼭 번거롭게 해. 뭐, 이 자비로운 천재 편집자 강백호님이 아니면 누가 불쌍한 여우작가 챙겨주겠어. 감사히 여겨라."
"알았으니깐 이쪽으로와 멍청아."
"난 자기 싫어. 푹잤다고. 자려면 니놈이나 자."
"자기만 할거 아니니깐 얌전히 따라와라. 안그럼 다음 글 진짜 늦게 쓴다."
"치사한 여우자식!!!!"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태웅이 이미 다음, 다다음, 다다다음 이러다 다가 끊임없이 나올거같아 생략하고 글을 써놔서 늦을 일은 없지만 백호에게는 말할 생각 없음.

'당황하고 난감해하는 멍청이 얼굴 귀여워.'

참 백호만나서 점점 여우가 되가는 작가 태웅이였음.

다음날 창백해지고 퀭해져서 나가는 백호와 얼굴반짝반짝 이면서 나온 태웅이 절뚝이는 백호 팔잡고 같이 나가는거 본 이웃들은 뭐지? 싶었다가 은근슬쩍 태웅이 백호 등에 팔감싸는거 보고 뭐지? 뭐지? 헉! 이 되었다나 뭐라나.

"멍청이, 나 그냥 주일 연재로 바꿀까 고민중이다."
"...나 담당자 그만둘랜다."
"알았어. 2주연재로 계속 할게. 쳇. 작가가 한다는데도 말리다니 멍청이는 너무 게을러."
"너 양심 어디로 갖다 팔아먹었냐..."

자기가 여태까지 얼마나 여우놈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줬냐며 자기같은 편집자도 없을거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이건 태웅이도 반박하지 않고 긍정함. 멍청이가 있으면 글이 확실히 잘써짐. 대신 곁에 없으면..

"멍청이는 앞으로도 날 담당하면서 케어해야될 책임이 있어. 이제 진짜 멍청이가 없으면 글이 안써진다. 자꾸 멍청이가 떠올라서 글쓰는거 방해해."
"아닐텐데. 내가 널 방해할리가 없는데. 글쓰라고 닥달하면 몰라도."
"그래서 상상속에서도 자꾸 시끄럽게 하는 멍청이 조용히 만들려고 입막고 침대로 가느라고 글 못써. 다 멍청이가 너무 야해서 그래."
"니놈이 이상한거지 왜 내탓을 해!!!"

그래도 아직은 자기가 이놈한테 필요하구나 안심 되기도 해서 백호도 은근 속으로 뿌듯해 하고있음. 강백호라는 영영제가 너무나도 잘들어서 이미 태웅이 엄청나게 연재분을 써놓은걸 끝까지 눈치채지는 못해 또 여우놈 챙겨줘야겠다 생각한 백호지만 평생 눈치챌일 없을거임. 백호가 말하는대로 태웅은 이제 진짜로 여우작가가 맞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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