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4412340
view 1953
2024.02.15 18:59
55bf10af282e846feb07729be6810395d2510de5.jpeg.jpg

우리 동족끼리인데 좀 더 편하게 지내자고 너스레 떨었는데 사실 본인은 새앙토끼인 거 보고싶다 ㅋㅋㅋㅋㅋㅋ 들통난 계기는 발정기 왔을때 호열이 앞에서 새앙토끼 특유의 밍! 잉! 하는 울음 소리가 자꾸 딸꾹질처럼 새어나와서임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대만군."
"ㅁ, 윽... 힊끅"
"바니가 아니라 피카 였군요."
"아니, 그게 호열아 들어봐. 내가 속이려던 게 아니고...ㅠ"
쨌든 우리 둘 다 같은 토끼목이잖냐...(쭈굴)



당연하게도 양호열은 정대만이 '토끼라서' 사귀는 게 아님. 토끼 수인이라는 이유만일리가. 사실 양호열은 정대만이 무슨 수인이어도 상관 없고 수인이 아닌 일반 인간이어도 상관 없었어. 그저 저 훤칠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년이 저를 볼 때마다 채 숨기지 못한 애정을 뚝뚝 떨구는 게 신기할 뿐. 새앙토끼 특유의 반려를 부르는 구애의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잇사이로 흘러 나올 때마다 정대만의 귀는 새빨개졌고 양호열은 그 붉은 색이 퍽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어느 날엔,




"새앙토끼들은 꽃을 좋아한다면서요."

하고 예쁜 꽃다발을 쑥 내밀기도 했지. 연애 극 초창기 시점의 호댐,,, 그나마도 연상 쪽이 적극적으로 들이대 사귀기 시작한 거고 그에 응해주는 연하는 글쎄.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자를 향한 기본적인 매너와 다정함은 있어도 그 이상의 열기는 찾기 힘들었어. 그래서 '그 양호열이' 데이트에 꽃을 들고 오는 클래식한 로맨스를 챙기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정대만이겠지.



"팔 떨어지겠네. 안 받아줄 거예요?"
"어???? 뭐?? 아냐! 받을래!"
내가 받을 거야. 그... 고맙다 호열아.



내밀어진 손이 민망하게끔 한참을 멍댕한 얼굴로 꽃다발을 바라만 보던 정댐은, 호열이가 기어코 한 마디 하고 나서야 제 품으로 선물을 끌어 당겼지. 오늘의 정대만은 귀 뿐만 아니고 얼굴이며 목덜미며 ...ㅋㅋㅋ 섬유 밖으로 벗어난 피부란 피부는 죄다 빨개진 상태였어.


그렇게 꽃이 좋은가?


토끼이기 이전에 드라이한 남고생인 양호열로서는 사실 조금 신기한 반응인데, 꽃을 든 형아는 동생이 신기해 하거나 말거나 입틀막한 상태로 음소거 오열 좀 하더니 이내 입을 엶.




"새앙..토끼는... 꽃으로 집을 만들어. 그리고 그 집에서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그러니까, 우리 동족 사회에서 꽃을 선물한다는건 당신의 겨울이 안전하고 평안하길 바란다는 뜻이야.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요? 계속 말해요."

"프러포즈..의 뜻을 지녔단 말이야. 당신의 남은 일평생을 내가 지켜주겠노라는 의미라구....."




꼬물꼬물 갈수록 더 작아져가는 설명과 더불어 대만의 고개는 푹푹 땅으로 꺼졌음. 고작 첫 데이트에 이런 거창한 의미를 담은 선물을 줄 리가 없잖아....호열이 쟤가 뭘 알겠어. 쟤는 그냥 미디어에서 비추는 젠틀한 애인의 이미지를 잘 학습한 것 뿐이고, 별 거 아닌 꽃 한아름에 그냥 나 혼자 과몰입 하는 건데. 아씨 쪽팔려...



그치만 잔뜩 빨개져서는 울망울망 설명하는 형아의 얼굴을 본 연하. 그 날 바로 결심하겠지. 안되겠다. 내가 가져야겠어. 저런 표정을, 저런 모습을 한 정대만은 내가 받아갈래. 다른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상상만으로도 열뻗치니까.




"왜 '그런 의미'가 아닐 거라 생각해요? 해요, 결혼. 나랑."



하고 첫데이트날 청혼까지 갈겨버리는 호댐 보고싶다~~~~ 역시 토끼커플다운 스피드ㅋㅋㅋㅋ





슬램덩크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