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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22:57
이자카야 사장님 양호열 오늘도 개바쁘게 요리하고 손님 응대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정대만임 모자 푹 눌러쓰고 왔어도 호열이는 단박에 알아봄 당연함 마음 속으로 <정대만 짝사랑 일지> 매일매일 쓰는 호열이인걸ㅎㅎ 대만인 거 알자마자 자연스레 제일 구석진, 정대만 전용 자리에 있던 예약석 팻말 치우는 양사장... 정대만 다른 곳엔 시선도 안 주고 바로 그 자리로 직행할 듯



왔어요?



캡모자 쓴 채로 고개만 끄덕이는 대만이임 호열이는 그런 대만이 보면서 기분도 좀 안 좋아보이고... 사람들도 많아서 일부러 목소리 안 내는구나 싶어서 걍 대만이 매번 시키는 사케에 샐러드부터 내줌



평소처럼 줄게요. 천천히 마셔요.



호열이 대만이한테 싱긋 웃더니 바로 다른 일 하러 가겠지 회 주문 들어오면 착착 손질해서 썰어내고 꼬치 주문 들어오면 꼬치 굽고... 중간중간 대만이 보고 접시에 회 가지런히 놔준 다음
오늘 횟감이 좋은 게 들어왔거든요 먹어봐요
오늘은 살짝 얼큰하게 끓였어요 매우면 말 해요 바꿔줄게 이럴 듯
대만이 바쁘게 요리하는 양호열 보면서 술 홀짝홀짝 마심 팔 움직일 때마다 단추 튕겨낼 듯 움직이는 두툼한 가슴팍이나... 힘 줄 때마다 핏줄 튀어나오는 팔뚝 보면서 침도 좀 삼키고ㅋㅋㅋ


사실 대만이 오늘 기분 좀 별로임... 구단 동료 선수가 연애한다고 해가지고 같은 짝사랑 동기였는데 먼저 졸업해버림 그래놓고 대만이한테는 슬슬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얘기도 함;; 근데 또 거기에 수긍한 자신이 싫었음... 동료는 고작 3개월의 짝사랑이었고 대만이는 벌써 호열이 좋아한지 1년이거든...

오늘...진짜 담판을 낸다 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음 + 또 호열이 얼굴 보니까 마음이 흔들려서 걍 호열이가 해준 국물요리만 팍팍 퍼마심 그러다 넘 급하게 먹어가지고 콜록콜록 한 두어번 할 듯

평소였음 호열이랑 얘기 슬슬 하다가 취기가 잔뜩 올라오기 전 호열이 먼저 눈치채고 슬슬 음료수 마셔야겠는데? 대만군? 하고 음료수나 탄산수 주는데 오늘은 너무 바쁜지 사케 깨나 마시는데도 신경 안 쓰는 게 좀 섭섭했음 섭섭할 자격도 없지만


대만이 걍 슬슬 갈까... 하다가 호열이가 슬쩍 보더니 작은 접시에 쬐끔 뭘 담아줌... 뭐냐니까 개발 중인 메뉸데 먹어보고 후기 알려줘요 해서 걍 또 냠냠 먹기 시작...ㅋㅋㅋ 나도 참 나다... 하면서 먹음 또 맛은 드럽게 좋아요... 양호열 짜증나 이러면서ㅋㅋㅋ


그러다 그 동료에게 전화가 오면 좋겠다 소개 받아볼래요? 하면서 시작된 말은 점점 대만이 속을 긁어놓겠지 걍 나 지금 그 짝사랑 상대랑 같이 있으니까 전화 끊으라고 소리 한 번 지르고 싶은데 그럴 순 없으니 대충 대답함 그러다 호열이 단골인 사람한테 다정하게 말 하는 모습 보고 빠직해서 갑자기 그럴까? 그 사람한테 내 얘기 해놔 그럼 만나보게 함 그러고 나서 핸드폰 주머니에 쑤셔넣으면서 머리 감쌀 듯

호열이 힐긋 보다가 대만이 전화 끊은 거 보고 슬쩍 와가지고 물어볼 듯



누구?


있어. 그냥... 동료 선수.


누구길래 얼굴이 그렇게 빨개졌나 했는데 동료구나.


내가 무슨...! 됐어... 넌 어차피 나한테 관심없잖아...



대만은 이 말을 꺼낸 후 바로 후회를 하려고 했음 근데 양호열이 누구임 틈을 놓치지 않는 남자임



있는데 모르는 거잖아요.


..어?


[저기요. 사장님.]


[네. 잠시만요.]
잘 생각해봐요. 대만 군. 내가 당신한테 했던 것들... 잘 모르겠음 내가 더 열심히 꼬셔야 하니까.



호열은 앞치마에 손을 닦더니 작은 접시를 대만의 앞에 쓱 두고 갔음
금가루와 라즈베리잼이 올려진 판나코타였지
판나코타? 갑자기? 원래도 이런 걸 팔았나? 대만은 같이 준 작은 스푼으로 판나코타를 뜨다가 아 진짜.... 하고 고갤 숙였음


얼마 전 대만이 와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좋아하는 디저트 얘기를 했음 호열이는 디저트는 별로인데다 원체 본연의 맛을 좋아해서 먹어봤자 과일이라니까 대만이 술 마셔서 붉어진 볼로 우물우물...
난 판나코타가 제일 맛있더라 라즈베리잼 올려진 거
라 했었음

대만이 지금 존나 부끄러워짐... 시팔 생각해보니까 오늘 준 안주들도 전부 내 취향이야... 아니 그냥.. 맨날 내 취향으로만 준비해줘...
한 가지 음식 진득히 먹는 것보다 조금씩 여러 개 먹는 걸 좋아하는 대만이... 그래서 호열은 대만이 딱히 주문하지 않아도 그냥 알아서 대만 군이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요리한 후 딱 대만이 기분 좋게 먹을 만큼만 내왔음 그걸 지금에서야 알아차림

대만은 입가를 가리고 죄 없는 판나코타를 푹푹 찔렀음 머릿속엔 자기가 들어오자마자 예약석 팻말 치우던 양호열로 가득 찼겠지 내 전용 좌석도 나 아님 아예 받지도 않는다는 걸 이제서야 눈치채가지고...ㅋㅋㅋㅋ 대만은 스푼을 내려놓고 빨개진 얼굴을 벅벅 문댐ㅋㅋㅋㅋ 시발 저 새끼는 왜 티를 안 내지? 아니 티를 냈는데!!! 내가 눈치가... 없...네.... 이러면서ㅋㅋㅋㅋ


호열이 다시 돌아왔을 때 대만은 호열에게 말을 붙임



판나코타.


아, 어때요?


맛있어, 엄청나게.


진짜요? 다행이네요. 그런 건 처음 만들어봤거든요.



호열의 표정이 삽시간에 바꼈음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똥강아지 얼굴이었는데 맛있다는 한 마디에 아이처럼 활짝 웃는 표정으로... 대만은 평소 호열을 생각했음 무슨 일이 있어도 여유를 부리는 놈인데 항상 누군가의 앞에서만 그 여유가 사라진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아챘음 대만이 억울해짐... 진작에 알아차렸음 얼마나 좋아...ㅜㅜ 그러면서 속으로 양호열 넌 네가 지금 어떤 표정인지 모르지? 너도 참 표정 못 숨긴다 내가 그렇게 좋냐ㅋㅋㅋ 으하학!!! 하고 있는데 괜히 표정 감추고 살짝 상기된 얼굴로 찡긋거리며 웃는 호열을 보며 입 열 듯



오늘 몇 시에 끝나?


이제 곧 닫으려구요. 저 손님들 가시면 대만 군이랑 나만 남거든.


오늘 너희 집 가도 돼?


우리 집?


응.



호열은 자기가 말을 꺼내놓고 쑥쓰럽게 웃는 대만이 보더니 푸핫 하고 웃었음 속이 뻔히 보이는 이 남자가 좋아서 호열이 뒷정리 존나 빨리 해야지 하는 생각함ㅋㅋㅋ 서로 표정 진짜 못 숨긴다고 생각할 듯ㅋㅋㅋ 호열은 판나코타를 한 입 더 먹는 대만이 놀리겠다고 식기 정리하면서 툭 말을 내뱉음



우리 집은 왜? 술 부족해요? 그냥 여기서 더 시켜요.



호열이 큭큭 웃으며 물어보자 대만은 아 진짜!! 하더니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했음 호열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응? 하고 오자 대만은 귀 좀.. 하고 말했음 호열이 귀를 가까이 하자 깔끔하게 넘겨진 머리와 살짝 붉어진 귀가 보였지 대만은 모자를 살짝 들고선 호열의 귀에 대고 속삭였음 달큰한 향이 호열의 귓바퀴를 간지럽힘



응. 술도 부족하고... 너도 부족해.



호열이 그 말 듣자마자 목 뒤부터 빨개질 듯 이 인간이 미쳤나.... 진짜.... 그러더니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저도 할 말 있으니까 귀 좀 빌려줘요 함 그 말에 대만이 고갤 돌리자 똑같이 속삭여줄 듯



그래요. 우리 집 가요, 오늘.





그렇게 호열이네 집 가서 술도 마시고... 호열이는 대만이도 마셨다네요




요미츠데이 짱 호열대만 최고 호댐 영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