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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19:51
호열이 오래 사귄 여친 있어서 고백할 엄두도 못내던 정대만인데...
오랜 기간 좋아해온 바람에 호열이도 그런 대만이를 모르지 않겠지.
차마 받아줄 수 없는 사람을 괜히 들쑤시는 짓 하기 싫어서 지금까지 모른 척했지만
지금 사귀는 여친이랑 결혼까지 생각하는 중이라 그런 대만이를 떼어내려고 하는 양호열 보고싶다.
정대만의 마음을 알아차린 후로는 좀처럼 단둘이 만난 적 없는데 불러내서 물어봄.

"대만군. 나 아직 좋아해요?"
"......알고 있었어?"
"...나 애인있어요. 그것도 꽤 오래 사귄. 아마 결혼할 것 같아요."
"...알아. 아는데,"
"알면 그만둬요."
"......그게 안 되는 걸 어떡하냐."
"하...."

호열이 대답 대신 깊은 한숨 내쉬는 거 보고 정대만은 거의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겠지. 이러려고 만난 건 아닌데.... 괜히 마음만 더 복잡해지는 양호열.

"....미안한데 진짜 내 마음이 어떻게 안 된다."

이러면서 쓰게 웃는 정대만.
근데 그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나쁜 대신 가슴이 콱 막힌 것처럼 답답했음.

"..당신 같이 잘난 사람이 왜 미련 맞게 아직도 날 좋아해요."
"...미안하다."
"당신한테 사과 받으려는 거 아니라고."
"........."
"대만군. 나 잊어요. 잊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요."
"....너 결혼할 때 청첩장은 보내줘라. 축의금 두둑하게 내고 갈게."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은 무시하고 씩 웃는 정대만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양호열임.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라. 아무리 그래도 결혼하면 잊겠지. 너랑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도 아닌데.... 혼자 좋아하는 건 자유 아니냐?"

묘하게 말은 되네. 허탈하게 웃으면서 먼저 가볼게요. 하고 나서는 양호열. 그 길로 여친 만나서 평소 하던대로 데이트하고 동거하는 집으로 돌아와선 자연스럽게 침실로 감. 여친한테는 정대만 만나고 온 거 말 안했겠지. 말 해봤자 싸우기밖에 더 하겠어? 그리고 정대만이랑 무슨 짓을 하고 온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애써 정대만은 잊으려는 호열인데... 자꾸 여친이랑 관계중에 저를 포기 못하겠다는 정대만의 말이, 쓰게 웃던 얼굴이 생각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결혼하면 잊을 거라는 정대만의 말까지 기어코 머릿속을 꽉 채워버리고 사정하려던 찰나 여친의 얼굴이 정대만으로 보이는 지경까지 가는 거 보고싶음. 양호열 화들짝 놀라면서 여친한테서 떨어지겠지. 분명히 방금 정대만을 떠올리면서 사정한 거야.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을 해놓고 이제와서 갑자기. 당신을 떼어내버리려고 했는데. 이제야 겨우....

근데 정대만은 아직 제 마음 깊은 곳에 콱 박혀있던 거임. 그 마음을 무시하고, 여자친구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아니 실은 사랑에 빠졌다고 믿고 있던 거였음. 진짜 사랑은 따로 있는 주제에....

당신은 나보다 더 멋지고, 잘 나고, 훌륭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그래서 애써 모른 척해온 건데... 왜 아직까지 바보 같이 날 좋아해. 대체 내가 뭐라고.

남몰래 정대만에게 품어왔던 감정이 최악의 방식으로 드러나 버려서 어찌할줄 모르는 양호열 보고싶다.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