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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용들이 옛날 신화적부터 인간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다고 두번째 부인으로 인간을 들이는 관습이 있던거지
그런데 한동안(수백년) 용들이 인간들이랑 접촉이 많지 않아서 인간계에선 구전이 와전 되어 있단걸 태웅이도 몰랐을거임 그래서 그냥 대충 사람 하나(부인이 될)를 보내라고 하는데 마을에선 난리가 난거야 사람을 보내래! 잡아먹을껀가봐! 하는거지 그나마 다행인건 저 덩치에 한명만 보내란거랄까나

아무튼 그렇게 쑥덕이는데 천민을 보내자니 용이 노할거 같고 양반을 보내자니 지들 목숨이 아깝다고 시선을 다들 돌리겠지 그런데 양반들이 생각해보니 적당한 집안이 있는거야 그게 선대때 누명을 쓰고 몰락한 대만이네인거지 마을 안에서 선망이 좋은 정대만이였지만 결국 사람이란게 자기네 목숨이 우선인지라 대만이가 반쯤 떠밀려 가게 됐을거임 그렇게 태웅이가 미리 입혀 보내라던 하얗고 아름다운 옷을 곱게 입고서 정대만 조금 떨면서 기다렸겠지
그런데 오라는 크고 흉폭한 용은 안오고 웬 검은머리의 잘생긴 남자가 푸른 옷을 입고서 나온거임 둘의 시선이 딱 마주치는데 서태웅은 신부 보내라니까 왜 건장한 남자를..? 싶어서 멈칫하고 정대만은 이런곳에 저런자가 나타난걸 보니 용을 모시는 자인가 보다 싶어서 잘 부탁드린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을거야
그렇게 태웅이 따라가는데 잡아먹힐 운명치고는 엄청 잘해줬겠지 좋은방에 원하는건 나가는거 빼곤 다 할수 있고 하루에 한번 용의 수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 태웅이도 만날수 있으니 대만이는 나쁘지 않다 생각했어 어차피 옛날에 갔을 운명, 자신이 좋아하는 마을사람들을 살리고 가는셈이였는데 대우도 꽤나 잘해줬으니 말이지 뭐 잡아먹힐 날짜는 정기가 모이는 세달후라니 그때까지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 먹으면서 저녀석이랑 잘 지내봐야지 했겠지 서태웅은 좀 특이한 녀석이였음 처음엔 차 한잔만 호로록 마시고 후딱 가버리더니 점점 제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지 그는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였지만 간악하지 않고 정직해서 정대만은 오히려 더 맘에 들었을거야 그리고 생각보다 점잔 빼는 성격이라기 보단 아이같은 느낌인것도 웃기다고 생각했겠지 바둑 한수에 반칙이네마네 하면서 둘은 가까워졌을거임
그런데 워낙 동상이몽이라ㅋㅋ 태웅이는 빨리 대만이랑 결혼 하고 싶어서 설레는 맘으로 하루하루를 세고 있었는데 대만이는 달력에 적힌 제 죽을 날 앞의 날짜들이 줄어가는걸 보면서 힘들어지는거야 사실 좀 무서워도 원래는 옛날옛적에 갔을지도 모를 목숨, 자신이 좋아하는 마을 사람들이라도 더 살리고 간다고 생각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자꾸 자기 무릎에 누워서 쿨쿨 자고 가는 태웅이를 볼때마다 미련이 남는거지
그러다 하루는 대만이가 혼자 소리없이 울고 있는걸 태웅이가 봐버려서 그렇게 (결혼)하기 싫냐고 묻는데 정대만 좀 심정이 복잡한 때여서 당연히 (죽기) 싫다고 하지만 어쩔수 없는거 아니겠나고 자조적으로 말했겠지 결국 서태웅 계속 고민하다가 금은보화를 챙겨다가 대만이한테 쥐어주고서 마을로 돌려보냈을거임
그런데 그뒤 원래 정해졌던 날짜가 지났을까 마을에 가뭄이 들고 난리가 나는거야 다들 술렁이는데 결론적으로 나온게 마을을 지키는 용의 신변에 무슨일이 생겼단거였지
대만이는 고민하다가 결국 짐 챙겨서 산으로 향했을거야 나름대로 대우도 잘해주던 존재기도 했고 거기에 있을 태웅이도 걱정이 됐거든
아니나다를까, 전보다 이상하게 삭막해보이는 곳에 들어서니 일을 하는 동물들이 정신도 없고 근심이 가득해보였을거임 그러다 지나가던 토끼가 대만이를 딱 보는데 뭔가 마침 잘왔다 하는 느낌인거지 그런데 대만이는 태웅이가 걱정이라 그건 못알아채고 혹시 태웅이 괜찮냐 방이 어딘지 알려주지 않겠냐 했을거임 그렇게 하얀토끼를 따라 간 곳에는 생각보다 너무 화려한 문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대만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일단 들어섰을거야

그렇게 침상에 축 늘어져있는 태웅이 보고서 대만이가 깜짝 놀라서 얼른가는데 서태웅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대만이 향 맡고서 대만이한테 폭 기대겠지 그러면서도 입으론 왜왔냐 했을거임 대만이도 안타까운 마음에 태웅이 꼭 끌어안고 식은땀 닦아주려 하는데 뭔가..이상함 머리에 뿔이 있네..? 자세히 보니 저 이불 밑으로 푸른 꼬리가 늘어져 있는것도 보이는거야 그제서야 마을의 용이 태웅인거 알았음 좋겠다
정대만 충격 받는데 그동안 태웅이랑 보낸 시간이 막 스쳐지나가고 한편으론 나는 얘가 좋은데 날 안먹어서 아픈가보다 생각도 들었겠지 그래서 태웅이 꼭 끌어안고 왜 날 보냈냐고 어서 날 먹으라고 하면서 말릴새도 없이 품에서 단도를 꺼내다가 자기 팔을 베고서 피가 흐르는 상처부분을 태웅이 입에다 갖다댔을거야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나고서야 서로 오해했음을 안 바보탱댐... 결국 태웅이 상사병도 잘 낫겠지 그런데 하루는 대만이가 그러면 결혼하자 하는데 서태웅 거절했을듯. 정대만 충격 받아서 도로 집에 가려는데 서태웅이 대만이 짐 뺏으면서 자기가 용이라 억지로 결혼하는게 싫다고 처음부터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했겠지 그러면서 앞머리 만지작거리면서 오다가 봤다고 예쁜 도라지꽃 한송이 내밀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