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9959047
view 2826
2024.01.10 16:16
나 어떡해?

이제 고작 대학 졸업반을 앞두고 받은 임신 판정에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영수와 달리 대협은 활짝 웃으며 영수를 끌어안아 주었다.

어쩌긴. 이제 우리 셋이 가족인 거지.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쉬이 셋이란 숫자를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대협의 모습에 영수는 어쩔 수 없이 터지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순식간에 진행된 결혼식은 솔직히 영수의 기억 속엔 없었고, 오로지 영상과 사진, 그리고 지인들의 기억에만 남았다.
이미 프로 구단 여러 곳의 러브콜을 받아 앞으로의 진로가 결정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대협의 결혼과 임신 발표에 한동안 여론이 들썩이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며 인터뷰를 하고 영수를 언급하는 대협을 보곤 결국 모두가 둘의 결합을 축복해 주었다.

몸 상태 때문에 대학 졸업 뒤 프로로의 진출을 잠시 포기한 영수의 앞에서 대협은 농구 얘길 최대한 하지 않으려 했지만, 영수에겐 오히려 그게 더 불만이었다.

나도 너만큼 농구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듣고 싶다고. 네 활약, 네 업적, 전부 다.
등을 두드리며 건넨 영수의 말에 대협도 그제서야 조금 긴장의 끈을 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긴장을 푼 건 아니었다.



내가 뭘 잘못 봤나.
원정 시합을 온 지역의 숙소 근처에 벌떼처럼 모여든 사람들이야 이상할 일이 아니었지만, 그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버스가 아니라 그 자리에 선 다른 누군가의 곁이었다는 게 이상한 일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인파의 중심을 파악한 대협은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스 천정을 쾅쾅 두들겼다.

저 내려 주세요! 차 세워요!!

엉겁결에 서 버린 버스에서 막무가내로 내린 대협은 그대로 그 사람들의 무리로 뛰어갔다

안영수 선수 언제 복귀해요?
오빠 사랑해요!
지금 행복해 보여요!!
은퇴 안 할 거죠? 애는 윤대협이 보라고 하고 오빤 다시 뛰어요!!

이러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영수를 안은 대협은 주변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입꼬리만 올렸을 뿐 눈은 서늘한 표정에 모두들 조용해진 사이.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과한 관심은 독이에요. 영수를 사랑하시면 조금만 자제 부탁드립니다.

판에 박힌 정중한 인삿말만 남기고 영수를 조심스레 데려온 대협은 어휴 하고 이마를 짚었다.

넌 정말 어쩔래. 그러다 사람들한테 밀려서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야, 이정도로 큰 일 안 나. 너는 참 걱정도 팔자다, 응?

배를 쓰다듬으며 웃는 영수와 달리 대협의 표정이며 눈빛은 본적없이 까칠했다.
당장이라도 투정이 나올 것만 같은 부루퉁한 입술에 영수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랜만에 사람 만나서 축하인사도 잔뜩 받아 좋구만 난.

예쁘게 웃는 영수의 얼굴.
저건 지금까지 나만 볼 수 있는 거였는데.

이젠 아무 데서나 무방비하게 풀린 미소를 보여 주는 영수의 팬이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 영수 본인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난 싫다 영수야.

차라리 예전에 아무나 물고 뜯던 치와와 시절이 영수 단속엔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소리가 목구멍 바로 앞까지 치밀어오르는 윤대협이다.



슬램덩크 센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