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3684675
view 3799
2023.11.22 21:41
태섭이도 선수는 은퇴하고 미국에서 따온 학위로 원래 대만이가 뛰던 팀에서 훈련 자문 같은 거 하는 중이고 대만이도 지도자 과정 준비 막바지라 다시 팀 관계자들이랑 얼굴 보고 하는 일 생기는데...


원래 대만이랑 마지막까지 같은 팀으로 뛰었고 그 때 막내던 선수가 주장 달고 대만이 따로 불러냄. 대만이는 막내가 이제 팀내 연장자기도 하고 주장까지 달고 있으니 기특해서 무슨 일 때문에 그런가 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조금 생겨서 따라나갔겠지. 태섭이도 그 뒷모습 지켜봤고. 그런데 뭐라고 막을 이유가 있겠어. 그냥 하던 일 하려고 하는데 괜히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얼마 못 참고 담배 피우러 나가는 척 따라나가는데...


...랬잖아요.
하하하! 너는 뭐 그런 거까지 기억하고 있냐?
솔직히 말해요. 형은 기억 안 나서 웃어서 넘기려는 거죠.
....티 많이 났냐?
엄청요.

두 사람이 낮게 키득거리는 소리 들리고 태섭이도 살짝 떨어진 벽으로 가려진 곳에서 담배에 불 붙이는데....

저 그 뒤로 형 따라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솔직히 저 그때 다른 대학 동기들한테 밀려서 프로 못 가는 줄 알았어요. 그때 감독님께서도 저 데려오시면서도 확신은 없으셨고. 그때 저 믿어준 거 형 하나에요. 정말요. 매번 제 옆에 오셔서 작전회의 할 때도 눈마주치면 웃어 주시고. 그때 제가 얼마나 바보 같은 표정이었을지 안 봐도 뻔해요. 제가 겨우 던진 패스로도 기어코 득점하시는 거 볼 때마다 형이 무슨 신이라도 되는 거 같았어요. 웃지마요! 저는 지금 엄청 진지해요.

태섭이 담배에 불 붙은 것도 모르고 그 얘기 듣고 있다가 손 데일 뻔도 하겠지. 솔직히 질투? 많이 나지. 그런데 쟤가 얘기하는 순간에 저는 정대만에게 아무것도 아닐 때라서. 혼자 좋다고 미국까지 가버려놓고 과거 붙잡고 늘어지는 남친이라니.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찌질한 거 같음. 그리고 본인한테나 정대만이 유일하지... 이거 봐. 정대만한테는 자기 같은 애들이 수도 없이 있으니 고를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진지한 중에 미안한데. 너 혹시 고백할 거야?
.......티 많이 나요?
엉. 티 많이 난다.

한참만에 들린 대만이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오는데 이렇게 뺏기면 아마 본인은 평생 못 잊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덜컥 겁나고 막 자리 박차고 저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에 입술만 꽉 깨무는데

미안. 나 만나는 사람 있어.
...송태섭 코치님이요?
뭐야? 너 알면서 이런 거야? 이거 완전 발랑 까져가지고!

대만이가 다른 선수들한테도 자주 하는 헤드락 거는 장난 치는 소리 들리고 태섭이도 담배 연기 깊게 한번 내뱉는데...

당장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니고.... 저도...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돼. 새끼야. 너 그러다가 평생 앞니 없이 살아야해.
...네?
그런 게 있어. 아무튼 그럴 일 없으니까 이번 시즌도 잘 마무리 하고. 너 이거 가지고 질질 끌다 경기 망치면 가만 안 둔다!
.......저... 평생 가망 없어요?
어엉. 넌 평생 가망 없어. 애초에 너 나랑 태섭이랑 만나는 거 알면서도 이러는 거 내 기준에선 완전 아웃이야.
......빡빡하게 굴긴.
니가 발랑 까진 거지, 인마! 한동안 연락하지 말고 마음 추스린 다음에 시즌 우승 하면 그때 다시 연락해라!
....네? 그건 너무 한 거....!!!

태섭이 이 얘기 듣다 중간부터 너무 안심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아있는데 익숙한 구둣발이 제 신발 앞코 툭툭 건드리는 거 보고 고개 듦. 눈 빨갛게 충혈되어가지고선...

사람 얘길 왜 엿듣고 그러냐.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하지.
....말하게 생겼냐고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지?
.....지금 저 놀려요?
저 새끼가 너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중이라면 아서라. 넌 쟤랑 달라. 난 너랑 있었던 일은 다 기억해. 하나도 빠짐 없이.

그런 대만이 뒤로 쫄레쫄레 따라가기는 하는 태섭이지만 속으로 거짓말... 하고 또 혼자만 서운해 하는 중인데...

빨리 안 와?! 초등학생?!?!

이래서 눈 왕방울만 해지는 태섭이...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