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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9 01:38
무슨 경기인지는 셀털이라 말 안할게
아무튼 이겨서 겁나 기분좋았는데 끝나고 화장실이 ㄹㅇ 개 급한거야 나가는길에 있는데는 다 사람들로 꽉차있고 ㅅㅂ 눈에 뵈는게 없어서 그냥 사람없는 쪽으로 달림 그러다 계단 나오면 내려가고 그러다 간신히 도착했는데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까지 들어온것같더라고…? 일보고 나가려는데 남자화장실 소변기가 보임 급해서 화장실까지 잘못 들어온거임… 아무튼 나가려는데 갑자기 누가 엄청 요란하게 우당탕거리면서 화장실로 들어오는거야 그래서 놀라서 칸 도로 들어가서 문 닫음

뭔가 느낌상 한명은 아닌것 같았음 화장실 타일위에 구두 굽 부딪히는 소리랑 운동화 밑창 직직끌리는 소리가 같이 났거든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모자 뒤집어쓰고 뛰쳐나갈라고 했어 근데 뭔가 숨 먹히는 소리랑 엄청 흥분해서 숨 씩씩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는거임 물고 빠는 소리랑 같이… 누가 들어도 키스하는 소리였음

아니 누가 화장실에서 키스를 함? 넷플릭스도 아니고 어이없어서 그대로 굳어있는데 그 둘 중 한 사람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나봐 살짝 쇳소리섞인 남자 목소리가 여기서 이러지 말자고 말리더라고 근데 상대가 잔뜩 내리깐 목소리로 싫어요. 난 충분히 참았어. 이런 다음부터는 한동안 또 질척거리면서 빨아먹는 소리랑 눌러참는 신음소리밖에 안남

흥미롭긴한데 난 진짜로 집에 가고싶어서 슬쩍 문을 열었거든? 근데 벽에 밀어붙여져서 잡아먹힐듯 키스하고있는 남자가 우리팀 감독인거야 ㅁㅊ… 그 앞에 선수 유니폼은 우리팀에 등번호는… 말 안할게
아무튼 존나 충격이었음
둘이 고교 동창인데도 서로 1도 언급 안하고 데면데면하기로 유명했거든 근데 야외플을 즐기던 사이였다니 ㄷㄷ
화장실이 야외는 아니지만 아무튼
이때부터 한 말은 기억에 남아서 들린대로 적어봄

-그만해, 너 이 뒤에 일정 많아. 나도 그렇고
-그냥 빠져요. 약속했잖아요. 이기면… 해준다고(잘 안들림)
-읏, 말이되는 소리를…아, 그만…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전화가 울림 내꺼인줄 알고 식겁했는데 감독꺼더라고? 그거보고 선수가 받지 말라고 으르렁대면서 다시 키스하려고 하는데 감독이 목소리를 싹 바꾸면서 그 선수 이름을 부르는거야.
OO아. 하고 되게 다정스럽게 부르는데 진심 그 감독이 선수들 그렇게 부르는거 처음 봄 그거 듣자마자 그 선수도 동작 멈춤. 감독이 그 선수 뺨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급할 필요 없잖아… 다 끝내고, 집가서 천천히 해. 뿅…

이러고 달래는거야. 그니까 그 선수도 표정이 무너지더니

-도망치지 마요. 나 진짜 오랫동안 형 쫒아왔어…

이러면서 감독 어깨에 얼굴 묻으면서 부서져라 끌어안더라 우리 감독도 선수 출신이라 한 등치 하는데 그렇게 쥐어짜듯 안기는거 처음 봄… 아무튼 그러고 있다가 전화 한번 더 와서 그 둘은 옷 추스리고 나갔고 나도 드디어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됨

둘이 사귀는 거겠지?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그런것같던데 흠
근데 우리 감독 첫사랑썰이 되게 유명하거든 고등학교때 한 학년 후배 짝사랑했고 그 애가 유학가서? 이뤄지진 않았다고 했거든 최근에 그 감정이 남아있다 이런 인터뷰도 해서 화제됐는데…
근데 이제 저 선수 좋아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 근데 진짜 최근까지 첫사랑 얘기할정도면 엄청 좋아한거 아니냐? 갑자기 마음이 바뀔 수 있는건가. 내가 저 선수면 좀 신경쓰일 듯…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