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1077554
view 1638
2023.11.02 21:28
권준호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려서부터 품행방정. 성적우수. 교우관계 원만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녀석이었는데...

설마 서른 넘어서 사춘기가 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

대학병원에서 선생님 소리 듣는 의사 권준호.
당연히 자기 딸 결혼 시키고 싶은 어른들도 줄 서고
자기가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도 줄을 섰음.

그런데 결혼에는 흥미 없다면서 한사코 다 물리더니...
부모님이 결혼하라는 잔소리에 처음으로 반항하고 나와서는 엉뚱하게 대만이네 집으로 들어옴.

술 잔뜩 먹고 부모님이랑 연 끊고 왔다며 현관문에 널브러진 날.
대만이는 이렇게 취한 준호는 또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아무튼 어떻게 잘 달래서 씻기고 제 침대에서 잠도 재워 줌.

자기도 대학생 때까지 준호한테 그런 신세졌으니...뭐....
억울할 것도 없긴 했지.


그런데 이제 준호가 몇날며칠이 지나도 집에도 안 가고 눌러 앉아서 밤마다 어디 비싼 바나 회원제 클럽 같은 데서 놀다가 여자 향수 냄새 풀풀 풍기면서 들어와서는

...결혼이라는 게 그렇게 좋나.

하면서 괜히 대만이한테 신소리를 하는 거임. 대만이는 농구 선수 생활 은퇴 앞두고 안 그래도 심란한데 준호까지 속을 썩이니 두 배로 피곤해짐. 그래도 권준호니까. 고등학교 시절에도. 대학생 때까지도 자기 살뜰히 돌봐주던. 심지어 선수 생활 막판에는 의사로서 몸 상태까지 돌봐주던 녀석이어서 싫은 소리 못하는데...


그 날도 여자 향수 냄새 지독하게 풍기면서 들어와가지고서는 현관에서 신발도 안 벗고 대만이 품에 폭 안겨서는

대만아.. 너도 나 같은 게 끔찍하지?

하는데 문득 준호 와이셔츠 목깃에 묻은 립스틱 자국 보고 차갑게 식는 대만이.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았는데도 왜 갑자기 화가 나는지는 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차갑게 준호 밀치는데 그대로 신발장에 쓰려진 준호가

그래... 버려줘.... 네가 먼저 날 버려줘... 난 못 하겠어....

하고 대만이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가는 말 중얼거리다가 술기운에 까무룩 잠드는 거.




사실 준호가 예전부터 대만이 좋아했는데 대만이는 사실 그 중간에 여자친구들 잔뜩 사귀고 결혼까지 할 뻔도 했지만 결국 성격 차이로 헤어지고 하는 많은 일들이 있었음. 그걸 곁에서 다 지켜본 준호. 그리고 나이 차니까 이제 성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부모님 만족 못 시켜드리고.. 부모님도 결혼하라고 성화인데.. 준호는 아직도 대만이한테 미련이 남아서 포기 못하겠는 거. 그렇게 자기는 남자 좋아해서 결혼 못한다고 못 박고 집에서 쫓겨나듯 나왔는데 막상 대만이한테 가도 대만이 얼굴 보고 자기 받아 달라고는 못하겠고.. 뭐 결혼을 해달랠 거야. 뭐야. 그냥 속만 타서 난생 처음으로 일탈해 보는 준호.

그리고 그걸 돌보다가 문득...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뜨는 대만이.


준호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