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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13:58
옆집 사는 꼬맹이가 백호한테 홀랑 반해서 구애하는 거 보고싶다
아저씨는 누구냐 어디서 왔냐 묻고 혼자 조잘조잘 떠들더니 만난 지 10분도 안 돼서 청혼하는 거 보고싶다 자기가 아저씨한테 첫눈에 반한 거 같다고 원래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백호는 맹랑한 꼬맹이가 귀엽지만 한편으론 웃기기도 해서 큽 웃음 터져 나오려는데 가까스로 참음 고백이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간신히 평정을 찾고 심호흡한 뒤 이 형아한텐 이미 애인이 있다 거절하겠지 그렇게 한 소년의 첫사랑을 짓밟게 되고... 펑펑 우는 애 달래느라 고생 좀 할듯

백호가 자기 오늘 청혼받았다고 태웅이한테 자랑하다가(대충 천재 바스켓맨의 인기가 식지 않고 여전하다는 내용) 집안 뒤집어지는 것도 보고싶음 방금 전까지 졸려서 가물가물하던 눈빛 싹 바뀌더니 누구냐고 묻겠지 여태껏 백호한테 흑심을 품었던(혹은 태웅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인간 리스트 줄줄 외며 이 새끼야? 아니면 그 새끼인가? 추궁하는 서태웅...

누가 농선 아니랄까봐 존나 억센 손아귀 힘으로 강백호 팔뚝 잡고 짤짤 흔들듯 그럼 백호는 이자식 또 중증 도졌네!! 하고 혀를 내두르겠지 그냥 어린애가 한 말이라고, 넌 그 버릇 좀 고쳐야 한다고 잔소리함 근데 태웅이는 멋모르는 애가 한 말이라 해서 경계를 늦추진 않을듯 자기도 아직 못 해본 청혼을 하다니 당연히 주의해야함

그래도 그 경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겠지 지금 있는 집은 비시즌 동안에만 지내는 곳이었거든 시즌 개막하면 구단 연고지 근처에서 살며 빡센 일정을 소화하느라 이 근처엔 오지도 못할 것이었음 이미 성사된 연인들도 장거리 연애를 하면 마음이 멀어진다는데 꼬맹이의 외사랑이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 거임

그런데 그 애가 예상외로 엄청난 뚝심을 지녀서ㅋㅋㅋㅋㅋㅋ 비시즌 때마다 환장하는 태웅이 보고싶다 백호가 마당 잔디 깎을 때마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한숨 쉬는 옆집 소년... 옆집윗집아랫집 이웃 모아서 바베큐 파티할 때 함지박만 하게 입 벌려 고기 먹는 백호 보고도 사랑에 빠진 표정 지음
몇년 뒤 좀 머리 크고 나서는 백호가 세차할 때마다 얼굴 시뻘게져 도망감 허벌나시에 반바지 입은 백호가 흠뻑 젖은 채로 하얀 거품 일어나는 스펀지 죽죽 짜면서 세차를 한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에겐 고자극일 수밖에 없는 것임

태웅이는 그 꼬라지 볼 때마다 복장 터져 죽으려 하겠지 옆집녀석 눈에 들어찬 열망이 어떤 색을 띠었는지, 그게 또 누굴 향하는지 저렇게나 노골적으로 보이는데도 당사자인 백호는 눈치 채질 못하니까
ㅇㅇ댁의 외동아들이 강선수를 좋아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라 동네소문거리조차 되지 못했음 그런데도 비시즌이 되면 백호는 저 아이와 시시덕거리며 떠들고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는 것임 날 잡아서 뭐라 하면 어린애한테 질투하지 마라 한소리 들을 뿐임 이런 백호의 무방비한 태도가 태웅이의 결혼 계획에 불을 붙일 거 같다



매년 6월부터 10월초까지 4개월 가량만 볼 수 있는 첫사랑 강백호가 보고싶었는데 왜이렇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