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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02:44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소집령 받고 귀국해서 선수촌 훈련 중이던 정우성
집합훈련 마무리된 저녁에 선수들 개별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각자 웨이트 체력단련 시간
피트니스룸에서 데드리프트 한번 쪼여주고 잠깐 벤치에 걸터앉아서 땀 닦고 있는데
얼굴 잘 모르고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애 하나가 다가옴



안녕하세요 정우성 선배님! 만나봬서 영광입니다. 저는 GW라이너스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군기 든 말투로 정중하게 인사하는 남자애임
땀 닦다 말고 남자애 얼굴 빤히 올려다보는 정우성



아~ 이름 들었어요. 명헌이형이랑 같은 구단?

네 그렇습니다. 산왕공고 18기입니다.

아 그래요? 그건 몰랐네 내 2년 후배네. 반가워요.



정우성 걔랑 한손으로 악수하고 대충 입만 웃어준 다음에 다른쪽으로 고개 돌리고 바닥에 있던 물병 집어서 벌컥벌컥 마심
남자애는 뭔가 우성에게 할 말이 있는지 얼쩡거리면서 망설이다 말 붙임



선배님 그런데 이명헌 선배님이랑 친하셨죠?



정우성 다시 남자애쪽으로 얼굴 돌리더니 한쪽 눈썹 살짝 찡그림



그건 왜?

이명헌 선배님 예전에 선배님이랑 합 맞추셨었잖아요. 당연히 제가 선배님만큼은 못하겠지만, 지금은 저랑 성훈이라는 친구 이 둘이 이명헌 선배님이랑 제일 많이 맞추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명헌 선배님 역량을 못 따라가는 거 같고.. 성훈이한테 파트너 뺏길까 좀 걱정도 되구요... 혹시 선배님께서 예전 파트너로서 조언 같은거 좀 주실수 있나 해서요.. 선배님은 이명헌 선배님 플레이 스타일도 많이 아실것 같고...



꾹꾹 참아왔는지 우성이 묻자마자 저 하고싶은 말 우다다 쏟아내고 살짝 긴장한 듯한 남자애 얼굴

근데 정우성
저 문장의 모든 단어가 다 좆나게 심기 불편함
정우성으로서도 어떤 명확한 이유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가 매우 대단히 불편함
왜?

정우성 이미 김민준 성훈 둘다 이름 들어봄 국내에서 이명헌의 에이스라는 명칭 붙은 애들임
그 명칭 뺏기는 건 어쩔수 없다 생각하긴 했음 이명헌이 농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그 명칭을 갖게 될 거고 정우성이 미국행을 결정한 순간부터 그것이 정우성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음
근데 한편으로는 또 형이 영영 나하고만 패스하고 골 넣길 바랬던 걸까? 유치하게...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았잖아

스스로 그 마음이 유치해서 불편한거 하나
조언 구하는 후배가 진심이고 예의 발라서 더 불편한거 둘

정우성은 아직 은퇴도 안했는데 자기 맘대로 이명헌 옆자리에서 밀어내는 듯한 단어 선택이 불편한거 셋
후배들이 이명헌 쟁탈전 하겠다고 조언을 구하는 상대가 정우성이다 가소롭고 불편한거 넷

얘들 머릿속에서는 이미 지들이 이명헌의 에이스겠지 그게 기정사실이겠지
불편한거 다섯



민준 선수, 아 학교 후배니까 나 말 놔도 될까?

네, 네 선배님!!

일단 나랑 명헌이형은 '예전' 파트너인게 아니고... 지금도 국가대항전 하면 내가 선발로 나가잖아? 그것때문에 내가 여기 있는거고. 그거 명확히 하자?

아, 네. 선배님 죄송합니다.



군기 잡혀 깍듯이 인사하는 후배 모습이 더 불편해 짜증까지 나는 정우성
내 집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을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쓰고 있었을 때 이런 기분일까 싶음
남자애 안 쳐다보면서 딱딱한 목소리로 말 이어나감



....사실 단체훈련 할때 네 플레이 좀 봤는데. 기본기 잘 돼 있고 다 좋아 근데 타이밍이 좀 늦더라.

타이밍이요?? 타이밍이라면 어떤...?

명헌이형이랑 합 맞춰 봤으면 너도 알지 그 형 패스할때 눈 안 봐서 반 박자씩 빠른거. 그니까 너는 형을 똑바로 보고 있어야지. 정확히 말하면 형보다는 공을 똑바로 보는 건데. 형 움직임에 너까지 속으면 안되는거야. 형은 상대를 속이려고 하는데 공 받아야될 니가 속아서 느려지면 큰일나겠지.

아아....



열중해서 듣고 있는 후배 보는 정우성 기분 심란해져서 한 3분정도만 더 얘기 나눠주고 그만 가봐야겠다고 일어서는거
후배는 선배의 조언이 고마운지 안녕히 가시라고 꾸벅 인사하는데 정우성 입꼬리만 의무적으로 올려주고 어깨에 수건 걸친채로 피트니스룸 나감

걔들은 명헌이형이 오펜스 드리블 할때 상대 압박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한다는것도 알까? 천천히 하면서 센터가 스크린 걸 시간 벌어주는것도? 포워드면 그런 거 다 봐야되는데 걔들도 프로선수면 당연히 보겠지? 형이 키우는 애들이라면....
......걔들이 이명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아는 거 다 알고 있을까? 내가 모르는 거 아는 게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배알이 뒤틀리는 듯이 아픈 정우성

얼굴 찡그린 채 락커 도착했는데 호랑이는 제 말 하면 오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작전회의 한다면서 저녁밥 후루룩 마셔버리고 휙 가더니 이제 웨이트하러 오는건지
이명헌이 떡하니 누구랑 얘기 나누면서 락커에 옷 넣고 있음

정우성 발견한 이명헌 운동 잘 했냐고 묻는데 정우성 그냥 띠꺼운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 하고는 수건이랑 러닝셔츠 머리 위로 벗어서 세탁물 바구니에 툭 던져넣음
둘이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라 이명헌도 뭐 굳이 우성이 눈치 보거나 왜 대답 안하냐 이런말 안하고 그냥 유니폼 훌훌 벗음



어디 아프냐 표정이 왜 그래삐뇽



그래도 애가 아무말 없으니 좀 이상했는지 이명헌 흘끗 옆으로 고개 돌려서 정우성 쳐다보더니 다시 앞 보고 손에 운동용 케어제품 바르면서 대수롭잖게 물어봄
정우성 그것도 대답 않고 락커 열고 새 수건 꺼내더니 샤워실로 털레털레 걸어감



말 씹냐삐뇽 표정이 왜 그러냐고



제딴에 걱정해준건데 또 대답 안하니까 좀 욱했는지 이명헌 걸쭉한 쇳소리로 또 묻는데 정우성 팩 돌아서면서 성질냄



아 몰라 형 에이스들 다 존나 어려









우성명헌 사귀는 사이 아니고 운동계 수컷들 마초집단 특유의 친할수록 세심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껄렁한 관계인데
둘 사이 특별한 감정이 절제되지 않고 툭 튀어나오는 분위기 존나 좋음

사실 지금은 연인감정 질투라기보단 농구선수로서의 질투인데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질투심이 깊어지고 짙어져서 뼈헤남들끼리 점점 이거 뭔가 연인감정인가 혼란스러웠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