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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17:15
얼굴 보자마자 서로 놀라겠지.

-대만군?
-양호열?

하고 뜻밖의 재회를 한 둘이 만난 곳은 대만이네 대학가 앞 포차였음.

대만이는 당연히 대학 근처에서 자취하고, 호열이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가나가와를 떠나서 사업하는 지인들이랑 동업하려고 상경 비스무리한 걸 했단말임.

이러나 저러나 타지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니 반가웠던 둘은 그날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간의 회포를 풀겠지. 지금껏 지냈던 이야기도 하고 미국 가있는 태섭이랑 백호 근황도 서로를 통해 공유하고.

-야 몇년 만이냐?
-글쎄요. 한 3년 만인가? 
-넌 변한게 없어보인다?
-...그러는 대만군도.
-짜식 한마디를 안 지는 것도 똑같네.
-...대만군도 여전하네요.
-뭐가?
-지금 이런 행동들...
-?
-굳이 한마디도 안 진다고 입 밖으로 말하는거...
-뭐임마!? 선배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큭큭

술자리는 꽤나 즐거웠음.

둘다 성인이 되고 만나니 여유도 있고 아무래도 고등학교 시절보다는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이 있어서. 그날 자리가 파하기 전에 대만이가 호열이를 잠깐 불러세운 다음에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주겠지.

-? 이게 뭐예요?
-응, 나 며칠 뒤에 경기 있어서. 입장 티켓이야.
-아아...
-시간 나면 한번 보러 와라.

너 내 플레이 좋아하잖냐.

하고 눈을 찡긋 하는 정대만에 괜시리 기분이 이상해서 큼큼거리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호열이었음. 

그 뒤로 진짜로 정대만의 경기를 보러가는 호열이겠지.

정대만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음.
양호열은 정대만의 플레이를 꽤 좋아했으니까.

아니 사실 꽤라고 말하기에는 북산 시절에 저도 모르게 지금은 좋아한다고 외치게 만들거나, 양호열로 하여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하늘로 솟구쳐 오를만큼 점프를 하게 만들었던게 정대만이었으니까.

자신만만하게 티켓을 내밀었던 정대만의 자신감 만큼이나 그 날의 플레이는 예술이었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농구 경기의 짜릿함에 호열이는 그 뒤로도 정대만의 경기를 몇 번 더 보러 가겠지. 

처음에는 플레이가 좋았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림 안으로 들어가는 3점 슛,
그 아름다운 포물선,
정대만의 슛폼,
정대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머리를 휘휘 흔들며 애써 정신 차리려고 해보지만 이미 머릿속이 정대만으로 꽉 차버린 아기연하...

실제로 호열이가 느끼기에 정대만도 자신에게 마음이 꽤 있는거 같아보였음. 슛을 성공시키고 관중석에 앉아있는 자신을 귀신같이 찾아서 활짝 웃으며 세레머니를 한다던가.

묘하게 얼굴을 붉힌다던가 뚝딱거리는 행동들도. 

이 감정에 확신을 가지고 싶은 호열이에게 어느날 그 마음을 돌려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정대만을 떠볼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 정대만이 대놓고 물어본 것임.

-근데 너 요즘 경기 보러 되게 자주 온다.
-그러네요.

호열이는 조금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누구 보려고 그러는 거겠죠?

하고 농담 식으로 말해버림.
그 누구는 당연히 정대만을 가리키는 거겠지.

대만군이 눈치껏 알아들었으면 좋겠다...하고 정대만 쪽을 슬쩍 돌아본 호열이었는데, 정대만 그 말을 듣더니 잠시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쾌남 미소 씩 지으면서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하고 대답함. 아기연하 호열이 괜히 귀끝까지 빨개짐. 그럴 줄 알았다니...내가 대만군 좋아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단건가. 

그런 호열이의 머리를 깨놓는 정대만의 한마디

-우리 팀에 누구 보러 온거냐? 소개시켜줄까? 

호열이 그 자리에서 선채로 기절함







사실은 대만이도 호열이 좋아하는데 연애에 있어서 은근히 자낮이라 호열이가 자기를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해서 저런거면 더 좋겠다.

호열이가 경기 자주 보러오니까 혹시 날 보러 저렇게 매번 오는건가? 하고 설렜던 대만이인데 하필 그날 경기 끝나고 퇴장로에서 대만이네 팀동료 선수랑 대화하는 호열이를 봐버려서...호열이가 그 선수한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버린 대만이 (호열이는 정대만 선수 혹시 어딨냐고 물어본거임)

호열대만 호댐